圓의 비밀28(작성자; 손진길)
그날 저녁에 양경자는 유끼꼬와 함께 지하철로 신오사카 역에 도착한다;
그 부근에 있는 자신들의 호텔로 돌아오는 것이다. 오전에는 두사람이 교토를 지나 ‘나라시’(奈良市)에 가서 관광을 했다. 고대 한반도의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구려 등 삼국에서 일본에 전해진 오래된 문명과 문화의 흔적을 나라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역사학도에게 있어서는 축복과도 같다. 당시 8세기의 일본의 수도가 나라시인 것이다. 그래서 유끼꼬도 흥미를 가지고 나라시를 찾는 양경자와 동행하고 있다.
양경자는 나라시에 있는 세 군데의 사찰을 빠른 속도로 관람하고 있다;
동시에 그녀가 작성하고 있는 논문에 들어가야할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일이 얼추 마무리가 되자 양경자는 유끼꼬를 이끌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온다. 약간 늦은 시간에 점심식사를 오사카 난바 역 근처 작은 식당에서 함께 한다.
일부러 양경자가 ‘새우튀김 우동’ 2그릇을 주문하여 유끼꼬에게 사주면서 그 부근에 있었던 ‘야마토 우동’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일본의 천황가가 그곳 ‘야마토 나라’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경자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조상의 나라와 자손의 나라는 차이가 있어요. 자손들이 더 잘 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상들과 본향에 대한 그리움과 외경심은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그것이 영혼을 가진 인간의 선천적인 특징이지요”.
양경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까? 총명한 유끼꼬이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자 양경자가 말한다; “저는 고대 삼한시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문화와 문명이 전파가 되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그들의 정신세계의 원형과 원류를 찾아서 한반도로 진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욕구가 지난 16세기와 19세기 그리고 20세기초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잘못 분출이 되었던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지요”.
유끼꼬 역시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교에서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관심이 있어서 경청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양경자가 설명을 계속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은 조선에서 마치 옛날 고대일본 곧 왜(倭)에서 행한 것처럼 조선인들에 대한 정복자로 행세를 했어요. 그 결과 조선사람과는 물과 기름처럼 살다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져서 그대로 일본 땅으로 후퇴하고 만 것이지요”.
그 대목에 대한 이해는 쉽다. 그래서 유끼꼬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떡인다. 그런데 그 다음의 양경자의 설명이 예리하다; “이제 일본의 안보우익인사들은 그 옛날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완전한 정한론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만 같아요. 그것은 일본인들이 무력으로 한반도를 점령하게 되면 우선 자신들이 정복자로서 그 피를 피정복민인 조선인과 섞어버리고자 하는 것이지요”.
양경자가 더 엄청난 이야기를 한다; “나아가서, 가장 빠른 기간에 인종적인 혼혈과 종교 및 문화적인 혼합으로 한국을 한반도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일본의 지도자들이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역사적인 맥락에서 저는 보고 있어요. 그러한 내밀한 의도가 아니라고 한다면 지난달부터 발생하고 있는 고의적인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경제제재 그리고 한미간의 이간책동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가 않는 것들이지요…”.
그 말을 듣자 총명한 유끼꼬가 자신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싼다. 그리고 양경자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녀는 자신의 부친 하세가와 교수가 조상들의 땅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그 끝에 한반도에서 어떠한 비극이 연출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끼꼬 자신은 부친의 엄명으로 일본의 정보기관을 돕고는 있지만 진심으로 윤하선을 좋아하고 또한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그녀의 진심이 외면을 당하고 일본이 시종일관 한국사람들을 종으로 삼고자 하면 미래 그녀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한 시대가 도래한다면 유끼꼬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유끼꼬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얼굴을 가렸던 손을 떼고서 양경자에게 말한다; “저는 일본여자이지만 그러한 미래를 일본정부가 비밀리에 펼치고자 한다면 결단코 반대할 거예요. 그것은 한일간의 진정한 화합과 번영의 길이 아니지요. 무력으로 일어서게 되면 무력으로 망하게 되는 것이 역사적인 진리 아닌가요?...”.
그 말을 듣고 유끼꼬가 대답한다; “그렇지요. 우리 한민족이 극동에서 반만년의 역사 가운데 살아남아온 비결은 중원을 지배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무력으로 중원을 지배했던 몽고족과 만주족은 극소수만 겨우 생존했거나 아니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무력으로 다시 한반도를 점령하려고 하면 몽고족이나 만주족처럼 되고 말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미래를 보고 있어요”.
양경자는 그 정도로 유끼꼬와 토론하고나서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오사카에서 그 서쪽에 있는 고베로 향한다. 20여년전에 큰 지진으로 무너진 고베가 완전히 복구가 되어 살기 좋은 항구도시가 되어 있다. 19세기 중반에 미국의 흑선이 들어와서 에도와 요코하마에서 일본의 막부를 굴복시킨 다음에 서양인 거주촌인 ‘이진깡’을 세우는데 그 역사적인 도시가 바로 고베이다;
고베에서 양경자가 유끼꼬에게 ‘야마토 돈카츠’를 사준다. 이제 유끼꼬는 양경자가 더 이상 역사적인 설명을 하지 아니해도 그 돈카츠를 사주는 의도를 알 것만 같다. 그래서 그 음식에 대해서는 물어보지를 않는다. 유끼꼬가 파악하고 있는 양경자의 의도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진심으로 윤하선을 사랑한다면, 지금의 일본정부처럼 행동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의 아내가 되어라. 그렇지 아니하면 너는 역사적인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신오사카의 레지덴탈 호텔로 귀가한 유끼꼬와 양경자이다. 그러므로 유끼꼬는 피곤하다면서 호텔에 돌아오자 마자 그녀의 방으로 직행하고 만다. 유끼꼬는 오늘 하루 윤하선을 미행하지 못했지만 양경자와 지낸 하루 일과에 대하여 조금은 윗선에 보고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에 일본내각의 지시를 받는 조사실에서 하지모도 과장이 초조하게 유끼꼬의 일일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오후에 윤하선을 미행하고 있던 요원들이 도중에 그를 놓쳐 버렸다고 하는 보고를 이미 받고 있다. 그래서 유끼꼬의 보고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다.
하지모도 과장은 지난 달에 연기처럼 사라진 윤치국 특파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한국의 윤특파원이 일본정부의 새로운 정한론 비밀을 깊숙하게 탐지한 것으로 내각조사실장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지모도가 그를 체포하여 조사실장 앞에 끌고 갔어야 했다. 그리고 강하게 취조하여 그가 취득한 정보를 전부 알아내었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체포와 심문의 기회를 하지모도 과장이 놓쳐버린 것이다.
이제는 하지모도 과장이 윤특파원의 장조카인 윤하선의 움직임에서 윤치국의 행방을 쫓고 있다. 유끼꼬를 그에게 밀착시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윤하선이 눈치를 챘는지 유끼꼬를 기술적으로 떼어놓고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하지모도가 초조해 하면서 퇴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모도 과장은 내심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윤치국 특파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일본에 아직 숨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해외로 탈출한 것인가? 어째서 종적이 묘연한 것이야?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빨리 그를 체포하지 않으면 우리정부의 비밀작전이 물거품이 될지도 몰라… 내가 사표를 쓰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그것은 정말 큰일이다…”.
그러한 하지모도의 상념을 유끼꼬의 전화벨 소리가 깨우고 있다. 유끼꼬의 일일보고가 의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양경자가 수상해요. 그녀가 오늘 제게 역사적인 사실을 빙자하여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의 핵심이 일본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정한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그녀가 어째서 일본에 들어왔는지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지급으로 파악해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무슨 비밀공작이 그녀에게 있는 것만 같아요. 어쩌면 최근에 윤치국 특파원과 접촉을 했는지도 몰라요…”.
그러한 보고를 받은 하지모도 과장이 전화를 끊고 바삐 움직인다. 당장 아직도 퇴근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제 3팀장 미시마를 불러들인다. 그리고 명령한다; “그대는 당장 팀원을 이끌고 신오사카 역 근처 레지덴탈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양경자라고 하는 한국여성을 감시하도록 하라. 정보를 얻는 대로 곧바로 내게 보고하도록”.
미시마 팀장이 수하인 나카무라 팀원을 데리고 그때부터 양경자를 미행하게 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양경자는 호텔로 돌아와서 620호실에서 남편 강철민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철민은 윤하선과 함께 오사카총영사관에서 강호민 영사를 만나서 어떠한 정보를 주고 받았는지를 소상하게 부인 양경자에게 설명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서 양경자가 말한다; “제가 짐작한 것이 맞네요. 윤치국 특파원이 파악한 일본정부의 비밀이 보통 것이 아니군요. 그 일부를 윤하선이 이제는 파악하고 있고요. 이제 그 정보는 무사히 강호민의 손에 들어갔으니 정식으로 본국에 긴급보고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강철민이 내일 행동할 시나리오에 대하여 부인 양경자에게 이야기한다. 설명을 들으면서 양경자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한마디를 한다; “여보, 내일 윤하선이 그 사람을 만나보아야 결론이 나겠지만 어떻게 되든지 간에 빨리 일본 땅을 벗어나는 것이 상수예요. 윤치국 특파원이 이곳에 없다고 하면 일본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양동작전을 하는 것이 더 좋아요. 이곳은 너무 위험해요. 적의 소굴이지요…”.
그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는 잠을 청한다. 그러면서도 두사람은 잠자리에서도 잠이 들기 전에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어쨌든 내일 결론이 날 것이다. 하지만 윤치국 특파원이 어디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일본정부의 비밀작전의 전모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 책동을 사전에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저지할 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당장 일본을 벗어나자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 호텔의 같은 층에서는 벌써 일본 정보부의 미시마 팀장이 나카무라 팀원과 함께 투숙하고 있다;
그들은 저녁 늦게 투숙했기에 양경자의 방에 어떠한 녹음장치나 비디오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은 틈을 보아 탐지장치를 설치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오늘 밤은 일찍 자고 새벽부터 움직이기로 한다. 그렇게 숨가쁜 하루가 어두운 밤에 서서히 묻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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