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圓의 비밀2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16. 14:45

圓의 비밀25(작성자; 손진길)

 

강철민이 아내 양경자와 결혼 2주년을 맞이하여 어디로 제 2의 신혼여행을 갈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고등학교 동창인 송우성의 전화를 받는다. 고등학교 시절 강철민이 윤하선은 물론 송우성과도 친했다. 나이는 강철민이 그들보다 2살이 많았지만 윤하선과 송우성이 포용력이 있고 탈북자인 자신에게 친절했기에 좋은 벗이 된 것이다.

세사람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서울의 명문대학교로 진학했는데 송우성만은 전공이 다르다. 그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입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국회사무처 국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반면에 강철민과 윤하선은 역사학도가 되어 열심히 대학에서 공부한 후에 각자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의 국사선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철민과 결혼한 양경자 역시 같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함께 공부한 동기동창이다. 그러므로 송우성은 강철민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면서 동시에 양경자와는 전공이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 동기동창이 된다. 그러한 각별한 사이이므로 송우성이 개인적으로 고민이 있으면 평소에 그들 부부에게 허물없이 털어놓는다.

8월 초순에 강철민에게 전화를 하면서 송우성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민이 형, 윤하선이 일본 동경에 가 있어요. 그의 막냇삼촌인 한양신문사의 동경특파원 윤치국 기자가 동경에서 실종이 되었기에 장조카인 윤하선이 마침 여름방학이라 집안을 대표하여 삼촌을 찾으러 갔어요. 그런데 윤하선이 제게 국제전화를 걸어왔는데 그 내용이 심상하지가 않아요…”.

강철민이 깜짝 놀라서 물어본다; “무슨 내용의 전화였는데 그래?”. 송우성이 급히 대답한다; “윤치국 특파원이 일본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모종의 비밀을 추적하다가 실종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래요. 그리고 하선이가 제게 일본이 미국과 물밑교섭을 하여 미군을 대신하여 한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데 그 증거를 어디서 잡으면 좋겠는지 저의 의견을 물어왔어요”.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갑자기 자신의 전화를 옆에 있는 아내 양경자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으로 바꾼다. 그리고 송우성에게 묻는다; “그래, 너는 하선이에게 무엇이라고 답변했는데?...”. 양경자가 남편 강철민보다 더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송우성의 대답이 계속된다; “나는 내각책임제 국가인 일본에서 그러한 미국과의 막후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의원친선협회가 미국을 방문하여 정계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은밀하게 그 일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하선이가 일본국회도서관의 자료를 그곳 컴퓨터로 검색하여 그 실마리를 찾아내었어요…”.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한다; “그 단서가 어떤 것이지?...”. 송우성이 지체하지 아니하고 대답한다; “일본의 의원들이 도미하여 정계인물과 접촉하는 자리에 반드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계 로비스트 한사람과 펀드 매니저 한사람이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선이가 파악했어요. 그 의미를 하선이가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어요…”.

강철민과 양경자 부부가 열심히 경청한다. 송우성의 말이 분명하게 들려온다; “일본정부가 정한론에 입각 한국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은밀하게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해요. 그것이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친일 미국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정치자금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 자금이 미국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 일본계 펀드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윤하선이 판단하고 있어요”.

송우성이 그 정도로 설명하자 강철민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성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하선이가 평소 영리하고 신중한 사람이야. 그리고 끈기도 있고... 그러니 매우 조심하면서 잘 파헤치고 있을 게야. 그리고 이번에 우리 부부가 결혼 2주년 기념으로 여름방학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마침 일본 오사카교토 그리고 나라에 가려고 해. 그러니 우리가 일본을 방문하여 하선이를 만나보면 되겠네. 그리고 그의 일을 도와주도록 하지. 그 일이 재미가 있을 것 같애…”;

 

그제서야 송우성이 큰 염려를 내려놓은 듯이 기뻐하면서 말한다; “철민이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안심이 된다. 나는 회사에 묶인 몸이라 일본으로 갈 수가 없어서 고심을 했는데 형이 대신 가겠다고 하니 말이야. 그리고 하선이는 지금 동경이 아니라 오사카에서 삼촌의 행방을 찾고 있어. 내가 핸드폰으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보고 형에게 알려 줄께. 그러면 잘 부탁해, 내 친구 양경자에게도 안부를 전해주고…”.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가 웃으면서 대꾸한다; “아따 그 녀석, 다음부터는 양경자라고 부르지를 말고 반드시 형수님이라고 불러라. 그래야 우리집에서 식사라도 한끼 대접 받을 수가 있다. 알겠지, 우성아?”. 전화기 너머로 송우성의 대답이 쾌활하게 들려온다; “형 덕분에 하선이만 무사히 서울에 돌아올 수 있으면 내가 엎드려 절하고 형수님이라고 깍듯이 불러줄게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수고, 안녕...”.

강철민 부부가 말 그대로 그 이튿날 가장 빨리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양경자가 앞장을 서서 오사카에서 윤하선의 행방을 수배한다. 그녀는 윤하선의 핸드폰 신호음이 어느 지점에서 잡히고 있는지를 돈을 주고서 흥신소를 통하여 수배한다. 그러자 그 발신음 위치가 신오사카 역 근처에 있는 레지덴탈 호텔이다;

부부가 그 호텔 근처에서 미행을 시도한다. 그랬더니 윤하선이 유끼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서 난바역으로 간다. 그리고 쑨샤오핑이라는 중국사람을 맥도날드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냥 나타나는 것보다는 먼저 추이를 보는 것이 옳다. 그래서 두사람이 은밀하게 기다려 보기로 한다. 조금 떨어진 좌석에서 부부가 귀를 기울였더니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감이 잡힌다.

지난 7월에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그때 일본측에서 중국측에 은밀하게 1천억 달라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중요한 정보이다. 그래서 강철민 부부는 윤하선과 유끼꼬가 돌아간 다음에 그 자리에 혼자 남아 있는 쑨샤오핑에게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한 구체적인 내용을 윤하선과 유끼꼬는 전혀 모르고 있다. 그만큼 강철민과 양경자가 미행에는 달인인 것이다. 그들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윤하선은 그 점을 의심하지 아니하고 그저 강철민과 양경자 부부를 오사카에서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유끼꼬와 함께 그 맥도날드로 간다.

정오에 윤하선과 유끼꼬가 그 맥도날드에 도착하니 벌써 강철민과 양경자 부부가 그곳에 나와있다. 윤하선이 강철민을 보자 크게 웃으면서 곧장 다가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강철민을 힘차게 포옹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양경자가 웃으면서 한소리를 한다; “하선아, 내 남편이야. 내 허락도 받지 아니하고 함부로 포옹하면 안되는 것 잘 알지?...호호호…”. 기분이 좋은 짓궂은 농담이다.

그 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칠 윤하선이 아니다. 그래서 강철민에게 말한다; “철민이 형, 내가 오래간만에 대학교 과동기인 양경자를 한번 안아보고자 하는데 괜찮지?”. 급하게 강철민이 말한다; “안돼, 하선아, 옛날에는 대학동창이지만 지금은 엄연히 유부녀야. 그것은 내 재산에 대한 재물손괴죄에 해당이 되지. 나는 하선이 너를 범법자로 만들고 싶지가 않다”.

엔간히 당황한 모양이다. 그래서 윤하선이 씨익웃으면서 말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형은 그렇게 고지식하더니 지금도 그러네. 설마 내가 형수님을 안으려고 할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점잖게 악수를 하지…”. 윤하선이 다가가자 양경자가 먼저 손을 내민다. 그들이 얼마나 즐겁게 악수를 하는지 모른다.

그 순간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유끼꼬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당신은 우리 대학교 역사학과 조교인 양경자 선생님이 아니세요? 저 모르시겠어요? 일본에서 서울에 유학가서 한국역사를 배우고 있는 유끼꼬예요…”. 그 말을 듣자 양경자 역시 깜짝 놀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말한다; “그래요, 이제 보니 일본에서 온 유끼꼬 학생이 맞네요. 반가워요….”.

여자들도 악수를 하는가 보다. 양경자가 유끼꼬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더니 갑자기 그 손을 잡은 팔을 좌우로 흔든다. 유끼꼬도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마주 흔든다. 그러면서 서로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 다음부터 쏟아지는 수다를 다 적을 수가 없다.

두 여자가 조금 진정이 되자 강철민이 윤하선에게 묻는다; “하선아, 네가 일본에서 사귀었다고 자랑하는 여인이 바로 유끼꼬 상이냐?”. 윤하선이 대답한다; “철민이 형, 나는 일본으로 오는 도중에 유끼꼬를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열흘이상 막냇삼촌을 찾는 일에 유끼꼬가 적극 나를 도와주고 있어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떨어질 수가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지요…”.

윤하선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양경자가 어머머…’라고 말하면서 깜짝 놀란다. 그리고 강철민은 그것이 의아하여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평소 신중하기로 소문이 난 윤하선이다. 그런데 어떻게 열흘 남짓 만난 유끼꼬와 그렇게 깊은 관계가 되고 만 것인가? 그것 참 이상하다…”.

반면에 그 옆에서 양경자의 손을 아직도 잡고 있는 유끼꼬는 목덜미와 뺨이 갑자기 붉게 타오르고 있다. 너무 부끄러워서 강철민과 양경자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윤하선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강철민이 통쾌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유끼꼬 상, 축하합니다. 윤하선은 참으로 진국입니다. 한번 뱉은 말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지요. 그러한 진짜 남자를 서방으로 맞이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것은 한일간에 참으로 좋은 경사입니다. 앞으로 두사람은 한일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2세를 많이 생산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조금 붉은 얼굴빛이 풀리고 있던 유끼꼬의 얼굴이 더 붉어지고 만다. 그래서 두손으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감싼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양경자가 속으로 생각한다; “유끼꼬가 진심으로 윤하선을 좋아하고 있구나. 두 사람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유끼꼬를 보고서 윤하선이 재치 있게 화제를 돌린다; “철민이 형, 나는 배가 고픈데.. 오늘은 형이 여기 맥도날드에서 한턱을 쏘세요. 그러면 저녁에는 제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답례를 할게요…”. 강철민이 즉각 대답한다; “그러면 여기 맥도날드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시켜서 드세요. 제가 무조건 대접합니다”.

두 쌍의 젊은이들이 맥도날드에서 각자 좋은 메뉴를 시켜서 먹는다. 그리고 한참이나 이야기 꽃을 피운다. 서로의 안부가 어느 정도 끝나자 강철민이 윤하선에게 묻는다; “하선아, 일본에서 너의 청춘사업은 성공적인데 네 삼촌을 찾는 일도 그렇게 성공적이니? 어떻게 실마리가 잡히고 있는 게야?”.

윤하선이 자신의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나는 두주 내로 서울에 돌아가서 2학기 수업준비를 해야만 하는데 아직 삼촌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여 참으로 걱정이야. 그러니 형이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가능할까?...”. 어렵게 꺼낸 말이다. 그러나 강철민의 답변이 윤하선의 질문 자체가 기우였음을 밝혀준다; “하선아,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그리고 내 아내 양경자도 사람을 잘 찾거든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윤하선이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자 양경자가 대뜸 강철민에게 말한다; “여보, 우리 이 근처 호텔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차라리 윤하선이 유끼꼬와 함께 지내고 있는 그 호텔로 옮겨요. 그러면 매일 만나서 함께 윤치국 특파원의 행적을 추적할 수가 있잖아요? 그렇게 해요”.

강철민이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면서 말한다; “거참 좋은 생각입니다. 당장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그는 윤하선에게 말한다; “하선아, 함께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가서 로비에서 기다려 다오. 우리가 얼른 체크아웃을 할테니까. 그리고 함께 너희 호텔로 가면 되겠네…”;

그래서 강철민 부부가 윤하선 및 유끼꼬와 함께 같은 호텔에 투숙하게 된다. 마침 레지덴탈 호텔 620호가 비어 있어서 그 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4사람이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었기에 윤하선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유끼꼬가 이상하게도 그러한 결정에 반대를 하지 않는다. 고분고분하게 윤하선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윤하선은 그것이 이상하면서도 고맙다. 유끼꼬가 일본의 정보원인 줄 벌써 알고 있는 윤하선이기에 내심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철민 부부와 함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하다. 기회를 보아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그들 부부에게 상세하게 털어놓고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오사카에서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