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의 비밀26(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이 오사카에서 강철민 부부를 만난 날이 2019년 8월 13일이다. 강철민과 그의 아내인 양경자가 아예 호텔을 윤하선과 유끼꼬가 묵고 있는 신오사카역 인근 레지덴탈 호텔로 옮긴다. 윤하선이 611호실, 유끼꼬가 610호실이고 강철민 부부가 620호실에 묵는다.
윤하선은 그날 저녁에 유끼꼬는 물론 강철민 부부를 데리고 신오사카 역 맞은 편에 있는 식당골목으로 찾아간다. 그곳에 오사카가 자랑하는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를 잘하는 집이 있기 때문이다. 윤하선이 그들에게 푸짐하게 한턱을 낸다. 자신의 막냇삼촌 윤치국의 행방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고자 같은 호텔에 투숙까지 한 그들이 참으로 고마운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양경자가 제안한다; “내일은 제가 유끼꼬와 함께 오사카 관광을 좀 할게요. 그동안 유끼꼬가 윤특파원의 행적을 쫓는다고 전혀 오사카에서 관광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래요. 그 대신에 남자 두 분은 내일 오사카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을 한번 방문해보는게 좋겠어요. 그들에게 부탁하면 윤특파원을 찾는 일에 크게 도움을 줄 거예요…”;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자신의 무릎을 치면서 대답한다; “아차, 제가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총영사관에 부탁하면 그들이 민단에 연락하여 막냇삼촌을 적극적으로 찾아 줄 터인데 말입니다. 참으로 좋은 생각입니다. 형수님은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다 하십니까?”.
‘아내 바보’인 강철민이 한마디 한다; “하선아, 네 형수가 머리가 좋은 것을 이제야 아는 모양이구나. 나보다 훨씬 사람을 잘 찾는다. 길눈도 밝고... 그래서 내가 요즈음 집사람을 믿고 큰소리를 좀 치고서 산다”. 그 말을 들은 윤하선과 유끼꼬가 크게 웃는다. 양경자도 남편의 그 말이 싫지는 않는지 그냥 듣고서 웃고 있다.
그러한 제안을 하고 있는 양경자는 사실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그녀는 눈치가 엄청 빠르다. 윤하선이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부터 유끼꼬를 만나 열흘 남짓 일본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에 벌써 깊은 관계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을 듣자 마자 그녀는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양경자가 대학 4년 동안 같은 전공에서 공부하면서 보아온 윤하선은 본래 그런 인물이 아니다. 매사 신중하고 처신이 올바른 그가 어떻게 그렇게 유끼꼬에게 푹 빠지고 만 것일까?
양경자의 판단으로는 분명히 유끼꼬에게 그 해답이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내일 하루 유끼꼬를 데리고 오사카 관광에 나서는 동안에 그 내막에 대하여 남편 강철민이 윤하선에게서 알아보도록 만들고자 한다. 지모가 뛰어난 양경자이다. 그렇게 머리가 좋은 양경자이기에 그녀가 한국역사를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여 이제는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양경자의 전공이 하세가와 교수처럼 한일간의 고대사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이번 여름방학에 일부러 오사카와 교토 그리고 나라시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와 문명의 궤적을 다시 한번 일본의 현지에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녀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이 바로 ‘나라현 야마토군 아스카촌’이다.
보통 ‘야마토 아스카’(大和飛鳥)라고 그 지역을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마치 철새가 추운 중국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따뜻한 일본 섬에 날아오듯이 그렇게 아스카(飛鳥) 문화가 야마토(大和)에서 나라를 형성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철새만이 아니다 백제인들은 닭을 그곳으로 가지고 가서 잘 키웠다. 따라서 닭처럼 백제의 문화가 그곳에 잘 안착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아스카를 달리 ‘安宿’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고대 백제에는 22개의 지방중심도시인 ‘담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왜에 있는 ‘야마토 담로’이다. 백제의 ‘담로’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왕족이 지방에 내려가서 직접 다스리던 ‘읍’(邑)을 말한다. 그러므로 고대 백제의 왕족이 ‘왜’(倭, 옛날 일본)에 있는 ‘야마토 담로’를 다스렸으며 그것이 660년에 백제가 신라에 의하여 멸망한 후에는 천황가로 독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사실은 역사적으로 세가지로 추론이 되고 있다; 첫째, 천황가가 지니고 있다가 내란 중에 잃어버린 성물 3가지가 백제나 신라의 귀족들이 즐겨 사용한 ‘가타나’인 넓은 칼, 역시 귀족들이 사용한 동거울과 옥구슬 등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백제귀족이 사용한 검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그리고 신라귀족이 사용한 검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둘째, 백제가 멸망을 당하자 왜에서 전함에 군병을 싣고 백제 땅으로 들어와서 신라와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백제부흥운동의 일환이다;
셋째, 원정에서 실패하자 그때부터 천황가는 ‘왜’라는 말 대신에 ‘일본’이라는 국가이름을 사용하고 주어와 목적어를 꺼꾸로 하여 쓴 일본의 역사책을 급히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서기’에 기록이 되어 있는 일본과 삼한을 반대로 바로잡아 읽으면 본래의 삼한과 일본의 역사가 제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제시대의 식민사관을 벗어나 민족사관의 입장에서 그러한 한국 고대사 연구들이 활발하게 전개가 되고 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저술도 나타나고 있다;
양경자는 그러한 자신의 전공분야의 이야기만 유끼꼬와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유끼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도 ‘야마토 아스카’와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날 점심시간에 오사카에서 맛있는 ‘새우튀김 우동’을 먹으면서 양경자는 유끼꼬에게 지금은 폐업을 했지만 한때 오사카의 ‘야마토 우동’의 맛이 최고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유끼꼬와 함께 고베를 방문하여 ‘야마토 돈카츠’의 맛을 보여준다;
한편, 윤하선은 그날 강철민과 함께 오사카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을 방문한다. 강철민은 그곳에서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영사를 찾는다. 사전에 강철민이 전화를 해두었는지 윤하선과 강철민이 신분을 밝혔더니 그 영사가 아는 척을 한다. 그 영사의 이름이 강호민이다;
조용한 방으로 두사람을 데리고 들어가더니 강호민이 강철민을 보고서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철민아, 오사카에 왔으면 진작 이 형님에게 연락부터 할 일이지 이제서야 공무로 나를 찾다니 섭섭하이…”. 그러자 강철민이 역시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 나이가 같고 생일이 내가 빠른데 아직도 내 앞에서 형님 행세를 하다니 우리 강씨 족보를 바로 잡아야 하겠는데…”. 두사람이 서로 껄걸 웃는다.
그것을 윤하선은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그러자 강철민이 강호민을 소개한다; “나는 탈북자 신세라 서울에서도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내 친척 강호민의 신세를 많이 졌어. 그가 이번에 오사카총영사관에 정보담당 영사로 발령을 받았기에 내가 겸사겸사 들린 것이지. 이제 하선이 너의 삼촌을 찾는 일이 한결 쉬워지게 되었어…”.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호민에게 깍듯이 인사하면서 말한다; “철민이 형의 친척이라고 하시니 반갑습니다. 저는 윤하선이라고 합니다. 이곳 오사카에는 저의 삼촌 윤치국 특파원의 실종사건을 추적하고 그의 행방을 찾기 위하여 왔습니다. 이곳에서 저의 삼촌을 보았다고 하는 제보가 있습니다. 부디 저의 삼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서 강호민이 말한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한양신문사 동경특파원인 윤치국 기자가 실종이 되었으므로 총력을 기울여서 그를 찾도록 하라고 하는 지시가 사실은 상부에서도 내려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곳의 민단의 협조를 얻어서 진작부터 수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들으니 윤하선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러자 강호민이 다시 말한다; “어젯밤에 전화상으로 철민이가 제게 윤하선 선생이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동창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나이는 제가 2살이 더 많지만 편하게 친구처럼 생각하십시오”.
나이가 두 살이 많으면 윤하선 자신보다 고등학교와 대학 2년 선배가 된다. 그래서 윤하선이 말한다; “저보다 학교를 2년 먼저 다녔을 터인데 어찌 제가 동년배로 보겠습니까? 철민이 형에게 하듯이 제가 호민이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를 동생처럼 여기시고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그러자 강호민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야, 철민아, 보아라. 윤선생이 얼마나 예의가 바르냐? 너는 어째서 2년 선배인 나를 형님으로 모시지 않느냐?”.
그 말을 듣자 강철민이 말한다; “학교는 그런지 몰라도 그러나 우리는 족보로 따지면 엄연히 같은 항렬이고 내가 한달 생일이 빠르다. 그러니 내가 형님이 틀림없지. 우리 강씨가 양반인데 어떻게 호민이 네가 내 형님이 된다는 말이냐? 우리 족보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그러니 꿈도 꾸지 마라”. 강철민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강호민이 역시 껄껄 웃는다.
그러면서 강호민이 익살스럽게 대꾸한다; “아이구, 철민이 네게서 내가 형님 소리 한번 듣기 어렵구나. 그렇다면 내가 윤치국 특파원을 빨리 찾아줄 터이니 그때에는 나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해라”. 그렇게 너스레를 떤 다음에 강호민이 이제는 윤하선에게 질문한다; “지금까지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혹시 알게 된 사실이 있으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행방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윤하선이 조용하게 말한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두분께서는 비밀로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강철민과 강호민이 긴장한다. 그리고 강호민은 자신의 방문을 확실하게 잠근다. 그리고 브라인드도 쳐버린다. 아무도 실내에 들어오거나 안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 행동이 민첩한 것으로 보아 기밀사항을 많이 다루어 본 정보담당이다.
윤하선이 조리 있게 핵심사항만 간추려서 말한다; “첫째로, 저는 막냇삼촌인 윤치국 특파원이 실종되던 그날 밤에 동경에서 온 삼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삼촌은 성경 구약 전도서 제1장을 찾아보라고 하면서 급히 전화를 끊고 실종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양신문사 동경지국에 그 사실을 알리고 일본에서 윤치국 특파원을 찾도록 요청했습니다”.
조금 숨을 쉬고서 윤하선이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8월 1일 방학이 되자 저는 바로 동경으로 왔습니다. 그때 비행기 옆좌석에서 만난 유끼꼬를 따라 그의 부친인 와세다대학교 고대역사 전공인 하세가와 교수 댁에서 머물렀습니다. 친한인사로 알려져 있는 그들의 도움으로 동경에서 삼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장단점이 있었지요…”.
두사람이 숨을 죽이고 듣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윤하선이 짧게 설명한다; “저는 유끼꼬의 도움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건현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환경단체를 이끌고 있는 나나사마라고 하는 인물을 만났습니다. 그가 윤치국 특파원을 당시에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의 삼촌이 8년전 일본의 원전사고의 피해가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윤하선이 다른 측면을 진술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 있어서 저는 하세가와 교수가 일본정부의 비밀작전인 정한론에 은밀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그 딸인 유끼꼬 역시 내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지요”.
윤하선의 설명이 계속된다; “셋째로, 삼촌이 실종이 되기 전에 오사카를 방문하여 고현중 선생을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저는 유끼꼬와 함께 오사카로 와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 결과 일본정부가 북한과 진행하던 막후협상을 중지하고 지금은 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비밀회담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하게 되었지요. 제가 그 정보를 유끼꼬와 함께 취득했기 때문에 그녀를 통하여 아마도 일본내각의 조사실로 그 정보가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통하여 윤치국 특파원을 잡기 위하여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하선이 중요한 정보를 하나 더 말한다; “끝으로, 일본정부는 의원친선협회를 미국에 파견하여 비밀리에 미국의 정계인사들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의 자본을 운영하고 있는 펀드의 일본계 매니저가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본정부는 해외에 있는 자본을 활용하여 미국정치인들에게 엄청난 정치자금을 주면서 자신들의 정한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윤하선이 언급한다; “이상이 제가 삼촌 윤치국 특파원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얻게 된 정보들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 삼촌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하는 그 비밀계획을 한국정부가 미리 알고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말씀드린 그 사실에 유의하여 속히 진위여부를 파악하시고 한국정부가 빨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그렇게 조치해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윤하선의 긴 설명을 들은 두사람이 ‘후유’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동안 윤하선이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하고자 하는 그 비밀작전이 얼마나 한국을 위태롭게 하는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호민이 당차게 대답한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하니 두 분은 그렇게 아시고 돌아가십니오”.
그러면서 그가 윤하선에게 말한다; “이제부터는 친구인 강철민이 윤선생님을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비밀리에 제게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입니다. 따라서 윤선생님은 제 대신 강철민 동지와 함께 행동하고 정보를 공유하십시오. 그 모든 사항이 그대로 한국정보부에 즉시 보고가 될 것입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하면서 강호민이 윤하선과 강철민의 손을 힘있게 잡으면서 악수를 한다. 윤하선은 그날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 그리고 친구인 강철민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고 짐작한다. 그는 평범한 국사선생이 아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정보부 일을 음지에서 돕고 있는 인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원의 비밀(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圓의 비밀28(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7 |
---|---|
圓의 비밀27(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7 |
圓의 비밀25(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6 |
圓의 비밀24(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6 |
圓의 비밀23(작성자; 손진길) (0) | 2021.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