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3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6. 7. 20:59

소설 아룡전36(작성자; 손진길)

 

아룡이는 벽란도에서 무역선을 타고 객주 경종성 노인과 함께 일본 열도로 떠나 오기 전에 사실은 은밀하게 백부장 김준을 만났다. 그 이유는 124912월에 고려의 막후실세인 83세의 최우가 병으로 별세하였기 때문이다.

최우에게는 적자가 없다. 서자가 둘 있기는 하지만 그 행실이 신통하지가 못하다.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위인들이다. 그들이 부친 최우의 권력을 상속하게 된다고 하면 고려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룡이 사형인 김준에게 진지하게 말한다; “사형, 이제는 백성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있는 무신정권을 끝내고 고려의 국왕인 고종에게 대권을 돌려주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야 고종이 책임지고 몽골의 대칸과 교섭하여 여몽전쟁을 끝낼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백성들에게 평화의 시대를 열어주는 길입니다... “.

그러나 김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심각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나도 백성들에게 전쟁의 고통을 계속 안겨주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국왕에게 최고권력이 가면 그들 왕당파는 최우의 집안과 그들을 지킨 우리 무사들을 전부 죽이고자 할 것이야. 나는 그렇게는 할 수가 없어… “.

김준이 잠시 한숨을 쉰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나나 무활 사형은 지금 주군의 서자들의 자질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잘 보좌하면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를 수는 없을 거야. 만약 그들이 전횡을 일삼는다고 하면 내가 책임지고 막겠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그만 입을 다물고 만다. 그 다음에는 김준의 휘하에서 오십부장을 지내고 있는 사제 소도 임연을 만나본다. 그는 사형인 아룡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형, 나는 김준 백부장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사제들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요. 그래서 나는 김준 백부장을 나의 상부로 모시고 있어요… “.

그 말을 들은 아룡이 소도 임연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절망을 안고 그만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 대신에 아룡은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리고자 한다. 그래서 부인 최사월과 함께 일본 열도로 가는 무역선을 탄 것이다. 그는 제자들과 낭자군 모두와 함께 동승하고 있다.

남편 아룡이 객주 경종성 노인을 모시고 일본 열도에 다녀오겠다고 1250년 봄에 말했을 때에 최사월이 한 말이 다음과 같다; “여보, 우리만 갈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 낭자군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도록 합시다. 젊은 나이에 넓은 세상을 보고 견문을 넓혀 두는 것이 평생을 두고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그것이 애국 애족하는 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아룡은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경종성 어른에게 부탁하자 그가 크게 웃으면서 쾌히 승낙한다. 사실 경노인은 나름대로 복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내심이 무엇인지를 아룡이 부부가 일본 열도의 제일 남쪽에 있는 오키나와 섬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객주 경종성 상단의 무역선이 가장 먼저 들린 항구는 쓰루가이다. 그곳에는 고려나 남송에서 오는 무역선의 물건을 도매로 사고 있는 일본의 거상인 죠오닝들이 상주하고 있다. 그들이 물건을 사서 마차편으로 남부에 있는 교토나 동쪽에 있는 가마쿠라까지 수송하고 있다.

그 다음에 정박한 곳이 시모노세키 항구이다.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일본의 거상들이 물건을 사서 인근의 혼슈와 서편에 있는 규수지방에 팔고 있는 것이다. 아룡이 일행은 일본의 상단들이 이용하고 있는 도로가 잘 닦여져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라고 있다. 생각보다 일본의 상업과 유통업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또 놀라고 있는 것은 객주 경종성의 일본어 실력이다. 노인네가 평생을 무역일과 객주일로 살아와서 그런지 견문이 넓고 외국어에 능통하다. 천하의 기재라고 자부하고 있는 아룡이도 그 앞에 서게 되면 그 견문과 경륜이 왜소한 것이다. 그래서 아룡이는 잠자코 객주 경노인 아래에서 더 많이 배우고 외국어까지 익히고자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상단의 배가 들린 곳이 류구 열도에 있는 가장 큰 섬인 오키나와이다. 그 섬의 기온은 아열대이다. 그래서 상온기온이 계속되어 굉장히 살기가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 인종도 일본 혼슈와는 다른 것 같다. 남쪽에 있는 섬이라서 그런지 주민들이 개방적이고 포용력이 있다.

특히 외국에서 온 무역상들에게 친절하다. 그래서 그런지 서양에서 오는 배와 서남아시아에서 오는 배가 많이 정박하고 있다. 그들이 고려와 중원으로 가기전에 오키나와에 들리고 있기 때문에 보기보다 오키나와는 중개무역지로서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아룡 일행이 오키나와에서 깜짝 놀라고 있다. 그 이유는 경노인의 상점과 객점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라고 있는 아룡 일행에게 경종성이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내가 이곳에 상점과 객점을 두고 있는 이유는 남부 아시아와 서양에서 오는 상인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지요… “.

잠시 아룡 일행을 쳐다본 후에 경종성이 이어서 말한다; “지금 나의 재력과 능력으로는 아시아 각국과 서양으로 상단을 보낼 수가 없어요. 따라서 이곳에 객점과 상점을 두고서 그들의 물건을 먼저 구매하고 있지요. 그것을 여기서 우리 배에 싣고 고려의 벽란도에 가지고 가서 팔면 이익이 크게 남는 답니다… “.

무역상이며 객주인 경종성은 상인의 눈으로 오키나와의 중요성을 십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과 무예에 조예가 깊은 아룡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가 보기에는 오키나와에는 두가지 매력이 있다; 하나는, 아시아와 유럽으로 통하는 길목이다. 또 하나는,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지역이다.

아룡이 생각하기로는 고려는 반도 국가이므로 대륙으로 통하는 육로와 해상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동에 한정이 되고 있다. 이제는 그러한 제약을 벗어나서 멀리 동남아와 서남아 나아가서 유럽까지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면 오키나와 정도에 독자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아룡이 경종성에게 말한다; “이곳은 중원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군요. 작은 섬이지만 아시아와 서양으로 통하는 관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곳이 마음에 듭니다. 이곳에서 중개무역만 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게 되면 장차 우리 고려가 해상왕국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그 말을 듣자 경종성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이곳까지 그대를 데리고 온 보람이 있어요. 그러한 장기계획이 있기에 내가 이곳에 상점과 객점을 두고 있지요. 그런데 나를 이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젊은이를 발견하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이제서야 적임자를 찾은 모양입니다. 하하하… “.

갑자기 경종성이 아룡이의 두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이 늙은이가 고려의 기린아인 김재룡에게 부탁합니다. 이곳을 맡아서 경영을 해주세요. 아무래도 고려와 몽골 간의 전쟁으로 조국을 떠나야만 하는 자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들을 이곳으로 옮겨와서 새로운 삶을 일굴 수 있도록 해주세요…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깜짝 놀란다. 자신이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를 경노인이 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룡이 늙은 경노인을 포옹하면서 말한다; “불감청 고소원입니다. 어르신의 그 높은 뜻을 제가 마음에 새기고 남은 인생을 그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

그 결과 아룡이 부부와 이용준을 비롯한 5명의 제자 그리고 금애랑을 위시한 17명의 낭자군 등 모두 24명이 오키나와에 있는 무역상 경종성의 상점과 객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일본말을 배우는 한편 중개무역에 종사한다. 그렇게 2년을 지내는 사이에 제법 자리를 잡게 된다.

경종성 노인이 2년후인 1252년 초여름에 오키나와에 다시 들렀을 때에는 아룡이의 제자 5명이 전부 낭자군 중에서 마음에 드는 노처녀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아룡이 부부는 여전히 자녀가 없다. 그리고 금애랑을 비롯한 12명의 노처녀들은 아직도 짝이 없다.

그것을 보고서 경종성이 말한다; “저와 함께 고려의 개경을 한번 다녀 오도록  하십시다. 이미 가정을 이루신 분들은 빼고서 말입니다. 그들 부부는 이곳의 일을 당분간 맡아서 경영하시고요… “.

무역상 경종성의 무역선이 오키나와에서 물건을 싣고 오래 항해를 하여 고려의 벽란도에 들어온다. 그곳에 있는 상단의 창고에 물건을 저장한 다음에 일행은 개경에 있는 경종성의 저택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아룡이 일행은 경종성의 아내와 아들 내외를 만난다.

경종성의 아내인 하유경이 남편과 동갑인 77세이다. 그렇지만 아직 정정한 편이다. 그리고 경종성의 아들인 경하선은 금년에 47세이다. 그의 아내가 김옥정인데 그녀는 고관인 김보정의 누이동생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서 아룡이가 그녀에게 깍듯이 인사한다.

그러면서 슬쩍 물어본다; “김보정 장군과는 10여년전에 한번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별고가 없으시지요?... “.

그 말을 듣자 김옥정이 깜짝 놀라면서 아룡의 얼굴을 살펴본다.

그녀가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대답한다; “저의 오라버니를 아신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제가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오라버니는 몽골군의 재침을 우려하여 고종의 허락을 얻어 강화도 맞은 편 내륙 백마산 인근에 승천부를 만들고 몽골과 외교적으로 화해를 추진해보고자 분주하지요. 그래도 건강은 좋은 편입니다”.

아룡이 일행이 그 집에 머물면서 개경과 벽란도에 있는 객주 경종성의 상단일을 해주고 있다. 상인이라고 하는 직업이 상단에서 일을 하고 숙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별도로 급료까지 받고 있으니 좋은 직종인 것이다.

한번은 아룡이가 아내 최사월에게 말한다; “오래동안 우리들은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했어요. 그리고 나는 스승이신 도학스님에게 인사도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 짬을 내어 금천과 파주골을 한번 다녀오도록 합시다”. 최사월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두사람은 그해 여름이 가기 전에 먼저 개경 북쪽에 있는 금천에 들린다. 70대 후반인 최사월의 친정부모가 아직도 정정하다. 그들은 여러 해가 지나서 겨우 만나는 딸과 사위를 진심으로 반긴다. 그러면서도 아룡이 부부에게 자식이 없는 것을 서운해 하고 또한 걱정한다.

그 다음에 아룡 부부는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파주골에 있는 고향에 들린다. 90노인인 부친 김문종이 병석에 누워있다. 그리고 85세인 모친 문가연도 많이 늙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아룡이는 괜히 죄인이 된 심정이다. 다행히 56세가 된 가형 김재명의 부부가 극진하게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서 아룡이는 안심이 된다.

병석에서 차남 아룡이 곧 김재룡이와 둘째 며느리 최사월을 만난 김문종이 말한다; “나는 한여름인데도 독감이 심하여 몸살을 앓고 있다. 나이가 90이니 참으로 오래 산 셈이다. 이제 재룡이 부부까지 보았으니 떠나도 여한이 없겠구나. 고맙다. 먼 길을 이렇게 찾아와 주었으니부디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

여위고 주름진 부친의 손을 김재룡이 눈물을 흘리면서 잡는다. 그러자 김문종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감는다. 그렇게 함께 부친의 옆자리를 떠나지 아니하는 동안에 3일째가 되자 김문종이 별세하고 만다.

여름철이라 이웃 주민들이 농사일에 바쁘다. 그래서 김재명과 재룡이 형제는 부친의 장례를 3일장으로 하고 앞산에 산소를 쓴다. 그때 소식을 듣고서 90세의 도학스님이 장례식에 참석한다. 도학스님은 평생 불도를 닦고 내공수련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기에 아직도 정정하다.

장례를 치르고 산소에서 돌아오자 아룡이 부부가 따로 도학스님을 만난다. 그리고 소도 임연을 비롯한 사제들의 소식을 전해준다. 도학스님은 17명의 제자 가운데 소도를 따라 8명이 최씨 집안에 호위무사로 들어가고 나머지 청학도객8명의 제자가 남송의 백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아룡에게 말한다; “아룡아, 네가 그들의 사형이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면 그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아 주기 바란다. 몽골군의 침략으로 여전히 고려와 남송이 위험하기에 내가 부탁하는 것이다…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스승에게 대답한다; “사부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힘이 닿는 대로 그 뒤를 살펴주도록 하겠습니다”. 도학스님이 문간을 나서기 전에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서 아룡이 부부에게 말한다; “나는 근일 중 개경을 한번 다녀오고자 한다. 오래간만에 청도관에 들려보고 싶구나… “.

그 말을 들은 아룡이가 말한다; “사부님, 3일후에 저희 부부와 함께 개경으로 올라가시지요. 저희들도 개경에 일이 남아 있어서 고향에 오래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룡이 부부는 섭섭해 하는 모친과 형님 내외를 달래면서 3일 후에 도학스님을 모시고 개경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