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34(작성자; 손진길)
객주 경종성에게 아룡이가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일을 자세하게 보고한다. 고려의 산물을 가게에서 직판한 결과 큰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고려풍의 음식을 제공하는 객점을 운영한 성과도 좋다.
또한 아룡은 8명의 남자무사들이 남송의 군부에 백부장으로 취업하고 그들이 낭자군 가운데 배필을 구하여 가정을 이루었다고 하는 사실도 경종성에게 보고한다. 그 말을 듣자 경종성이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그가 진지하게 말한다; “나도 고려국의 백성입니다. 그들이 남송의 군대를 지휘하여 몽골제국의 남침을 저지할 수만 있다면 조국 고려국에 대한 몽골군의 침략을 상당히 약화시킬 수가 있지요.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그대 아룡 부부의 장래 계획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 점을 제가 객주어른께서 돌아오시면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곳 점포와 객점에 일부 제자와 낭자군을 남겨두고 옛날 대금의 땅과 다른 나라를 더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
경종성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가능하지요. 나는 당신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내가 오래 장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그 견해와 선택이 다 달라요. 그런데 나는 천하의 기재인 당신 김재룡의 선택이 장차 어떠할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답니다… “.
아룡은 경종성이 자신의 본명 김재룡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그래서 그것부터 물어본다; “제가 언제 저의 본명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까? 어떻게 저의 본명을 알고 계십니까?... “. 경종성의 답변이 상당히 이채롭다; “부자의 귀는 밝답니다. 권력자의 귀만 밝은 것이 아니지요. 특히 개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은 저의 이목을 벗어날 수가 없지요. 그대 김재룡은… “.
그 다음 들려오는 경종성의 말이 아룡이를 깜짝 놀라게 한다; “당신은 파주골 도학스님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이의민의 재사였던 김문종의 아들이지요. 더구나 그 재주가 너무나 뛰어나서 스스로 벙어리로 지낸 특이한 인물이지요. 최우 장군의 댁에서 가마꾼으로 3년간 은신하였고요… “.
아룡이 60대의 노인 경종성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러자 경노인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밀선 신비객이 바로 김재룡 당신이지요… 그리고 귀주성의 기적을 가져온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고요… 이 늙은이의 판단이 틀렸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저보다 더 자신의 숨은 실력을 숨기고 계시는 기인이 바로 경선생님이십니다. 능히 일국의 재상을 맡으실 분이 어떻게 상인으로 만족하고 계십니까? 시대가 본인과 맞지 않아서 그렇습니까?... “.
그 말을 들은 경종성이 담담하게 말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김재룡 당신의 선택이 궁금한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참으로 담담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경선생님이 그동안 이룩하신 것들을 한번 제게 전부 보여주세요. 제가 그것을 본 다음에 저의 선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 말에 경노인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한다; “이제 남송을 보셨으니 대금과 일본 열도를 보여드리면 되겠군요. 그렇게 하시지요. 하하하… “.
아룡이 역시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의 상점과 객점은 제가 일부 제자와 낭자들에게 맡기고 경선생님을 따라 나서겠습니다. 이틀만 말미를 주십시오”. 아룡은 자신보다 25세나 연상인 객주 경종성에게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어째서 경노인의 재력과 그 정보망을 한번 살펴보고자 하는 것일까?...
경노인을 따라 남송에 온 아룡은 넓은 세상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제서야 중원의 문물을 보고 있다. 그런데 경노인은 지난 40년 세월을 중원과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깊이 고려의 장래에 대하여 생각한 인물이다. 그가 얻고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특히 당금의 고려의 무신정권과 몽골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그 다음에 아룡이 짐작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경노인이 일부러 아룡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넓은 세상을 보고서 아룡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경노인은 자신의 선택과 상호비교를 해보고 싶은 것이리라…
그래서 진작에 아룡이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 경노인이 항저우에 오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그가 이룩한 왕국을 한번 보여 달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우리 부부도 장래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겠구나!... “.
두사람의 천재가 만나서 나누고 있는 이야기가 서로의 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65세를 살아온 경종성이 40세인 김재룡의 선택을 알고 싶어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룡이는 경노인이 살아온 인생과 그 업적을 한번 보고 싶어한다.
일단 그렇게 합의가 되자 아룡이 부부가 10명의 제자와 22명의 낭자군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아룡이 먼저 입을 뗀다; “경노인과 저희 부부는 당분간 다른 나라와 교역하는 일에 매어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곳 항저우의 점포와 객점을 여러분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내 생각으로는 남자와 여자 각각 5명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누가 남고 싶습니까?... “.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이 아룡의 수제자 가운데 한사람인 정한조이다. 한조가 지원하자 그를 따르는 사제 4명이 손을 든다. 그것을 보고서 낭자군 가운데 5명이 손을 들고 있다. 그 면면을 보고서 아룡이와 사월이가 속으로 빙그레 웃고 있다.
낭자군은 아룡의 제자보다 5살 정도가 연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보니까 서로 의지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한조를 비롯한 5명의 남자 제자가 손을 들자 서로 사귀고 있는 낭자들이 곧이어 손을 든 것이다.
그러한 속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최사월이 그 자리에서 화끈하게 선언한다; “멀리 객지에서 너희들을 그냥 두고 갈려고 하니 내 발길이 떨어지지 아니할 것 같다. 그래서 아예 서로 짝을 맺어주고서 떠나고 싶다. 내일 당장 공동으로 혼례식을 간소하게 올릴 것이니 서로 짝을 정하여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참석하도록 하라… “.
객주 경종성은 다음날 기이한 혼례식을 구경하게 된다. 간단하게 올리는 예식이지만 할 것은 다하고 있다. 그들 5쌍의 신혼부부에게 점포와 객점의 운영을 맡기고 아룡이 부부는 이제 5명의 제자와 17명의 낭자군을 이끌고 경노인의 안내로 배를 타고 산동반도로 들어가고 있다.
곁으로는 몽골제국과 남송이 서로 전쟁상태이다. 하지만 무역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아룡이는 참으로 인간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질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정치인들과 군부가 인접국과 전쟁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평소의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상인들이 가져오는 외국의 산물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종성은 산동반도의 위해 항구에 배를 정박해 놓고 남송에서 사온 물건을 마차로 운반하여 북경으로 들어간다. 그곳 거상에게 물건을 넘기고 큰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아룡이 부부에게 말한다; “양국이 전쟁 상태이므로 이렇게 이문이 크답니다. 일종의 위험수당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
다음날 경종성이 아룡에게 제안한다; “나는 그대 아룡과 함께 이 나라의 재상으로 있는 야율초재를 좀 만나고 싶어요… 지금이 한겨울이니 그가 추운 몽골제국의 수도인 카라코룸을 떠나 이곳 베이징에 와서 기거하고 있을 것입니다… “.
아룡이 사양하지 아니하고 경노인을 따라나선다. 마차로 재상의 저택을 찾아가면서 경노인이 말한다; “지금이 1240년 말이니까 아직 야율초재 재상이 50세입니다. 그는 거란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징기스칸 때부터 몽골제국을 돕고 있지요… “.
아룡이는 몇해 전에 사숙인 천수와 영길을 통하여 몽골의 명재상으로 이름이 난 야율초재에 관하여 들은 바가 있다. 그래서 조용히 머리를 끄떡이면서 경노인을 따라간다. 경종성이 대문간에서 기별하자 야율초재가 직접 마중을 나오고 있다.
3사람이 야율초재의 안내로 사랑방에 들어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경종성은 무역상답게 몽골말과 거란말에도 능숙하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은 자신이 외국어를 더 많이 익혀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날 야율초재는 자신보다 10살이 적은 아룡이의 그윽한 눈매를 보고서 경종성에게 말한다; “좋은 인재를 일부러 저에게 데리고 오셨군요. 어떻게 작은 나라 고려에는 경 선생님 말고도 이러한 인재가 또 있습니까? 참으로 인물이 많은 고려국입니다… “.
그 말을 고려말로 통역하여 아룡에게 들려주면서 경노인이 말한다; “나는 일찍이 대금에서 재상을 지낸 야율초재의 부친 야율이를 잘 알고 있지요. 지금은 야율초재가 부친보다 더 유명한 명재상이지요. 물론 대금이 아니고 몽골제국입니다마는… “.
아룡이 야율초재를 만난 김에 질문한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라고 하면 대금이거나 몽골이거나 별로 차이가 없는 모양입니다. 재상께서는 어떠한 입장이십니까?”. 날카로운 질문이다. 야율재상이 잠시 아룡이를 본 다음에 천천히 대답한다; “이곳 중원에서는 한족이 피정복민이고 여진족인 대금이나 몽골족의 제국이나 모두가 외세입니다. 그런데… “.
야율재상의 명쾌한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사실 피정복민인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적게 받는 조정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통치집단이 같은 민족이거나 정복민이거나 크게 구애가 될 것이 없지요. 같은 민족이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세금을 거두어 간다고 하면 그것이 백성들은 더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따라서 나는… “.
이제 야율재상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몽골제국의 지배자에게 한족으로부터 세금을 적게 받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사실 몽골은 유라시아의 북방에 여러 제국을 가지고 있기에 직접 대금을 다스리고 있는 몽골족은 300만명 정도이지요. 그러니 대금의 6천만 한족으로 보면 그 수가 무지하게 적은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세금을 낼 이유가 없지요… “.
아룡은 경노인이 통역해주는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떡인다. 그때 야율재상의 날카로운 말이 마치 비수처럼 들려온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고려국에는 지배집단이 둘입니다. 하나는 국왕의 조정이고 또 하나는 무신정권이지요. 그러니 백성들은 세금이 이중이라 죽을 지경이지요. 게다가 권력자인 무신들은 많은 토지를 차지하면서 세금은 내지 아니하고 있어요. 그것은 언젠가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을 통역하면서 경종성도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모습을 야율재상이 조용히 지켜보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 자는 고려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백성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벌써 알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인물이 고려국에 많이 있다고 하면 그 나라에도 희망이 있겠구나!... “.
그와 같은 뜻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은 헤어진다. 그런데 다음해 1241년이 되자 야율재상을 크게 신임하던 몽골제국의 대칸 오고타이가 서거하고 만다. 그리고 황후가 잠시 권력을 장악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재상이 초야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야율재상을 만난 다음에 경종성이 아룡에게 말한다; “나는 이번에 심양으로 가서 야율유가 장군과 그 동생인 야율진종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와 동행하시겠습니까?... “. 아룡이 부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3대의 쌍두마차를 동원하여 북경에서 심양으로 간다.
아룡의 제자 5명과 낭자군 17명이 함께 가기에 쌍두마차 3대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이동하는 사이에 해가 바뀌어 1241년 정초가 된다. 아룡 일행은 심양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일까?
'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아룡전36(작성자; 손진길) (0) | 2020.06.07 |
---|---|
소설 아룡전35(작성자; 손진길) (0) | 2020.06.06 |
소설 아룡전33(작성자; 손진길) (0) | 2020.06.05 |
소설 아룡전32(작성자; 손진길) (0) | 2020.06.04 |
소설 아룡전31(작성자; 손진길) (0) | 2020.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