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2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30. 19:28

소설 아룡전27(작성자; 손진길)

 

아룡이는 야별초를 이끌고 귀주성으로 향하기 하루전에 금청각에 들렀다. 그곳 내실에서 첩보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사숙들을 만난 것이다. 천수영길이 벌써 31세가 된 늠름한 사질 아룡이를 마치 친 혈육 조카를 만난 것처럼 반긴다.

오래간만에 사숙들을 만나자 아룡이가 먼저 말한다; “제가 야별초를 이끌고 귀주성으로 가기 전에 한가지 얻고 싶은 정보가 있습니다. 그것은 몽골제국의 군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천수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자네는 무공만 강한 것이 아니라 지장이야. 어떻게 몽골제국의 병사의 수를 다 파악하고서 전선으로 가려고 생각하지?... 그래,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볼 줄 알아야 큰 인물이 되는 법이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

크게 기꺼워하는 천수를 보고서 영길이 말한다; “저도 아룡이 사질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답니다. 그 분위기가 그 옛날 사부님 야율종진왕을 대하는 것과 비슷해요. 아마도 아룡 사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그릇이 크고 무공수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

그 말을 들은 아룡이 갑자기 웃으며 말한다; “제가 오늘은 사숙님들을 잘못 방문한 것 같습니다. 정보는 주지 아니하고 저를 높은 그네에 계속 태우고 계시니 말입니다. 혹시 그에 대한 정보가 없으신 것이 아닙니까?... “.

그 말을 듣자 천수와 영길이 크게 웃는다. 그리고 천수가 먼저 말한다; “허허, 진담을 농담으로 듣다니빨리 본론을 이야기하라는 말씀이군. 그래, 전방에 지원을 나간다고 하니 내가 상세하게 알려주겠네. 이 정보는 우리가 비밀리에 수합하고 분석하여 벌써 최우 장군에게 직접 보고한 내용이야. 첫째로… “.

잠시 아룡이를 쳐다보고서 천수가 말한다; “징기스칸이 북방에 있는 유목민들을 전부 통합했다고는 하지만 그 백성의 수가 1,000만명이 되지가 않아. 그러므로 장정의 수는 어림 잡아 250만명정도로 볼 수가 있지. 그런데… “.

천수가 잠시 숨을 쉬고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징기스칸이 사망하고 그의 자손과 장군들이 5개의 제국을 형성하고 있어. 그 이름이 공통적으로 한국인데 그것은 칸의 나라라고 하는 의미야. 동에서부터 서로, 몽골제국, 오코타이한국, 차카타이한국, 킵차크한국, 일한국 등이지. 몽골에만 대칸이 있어. 그렇지만 그 세력은 큰 것들이 서로 비슷해요. 따라서… “.

천수가 이제는 천천히 설명한다; “대체로 하나의 제국에 50만명의 몽골군이 있다고 보면 되지. 1229년에 제2대 몽골제국의 대칸이 된 오고타이50만명 가운데 13만명을 떼어서 지금 정복전쟁에 나서고 있어. 자신이 직접 10만명을 이끌고 대금을 치고 사령관 살리타이에게 3만명을 맡겨서 고려국을 치도록 조치하고 있어요. 그런데… “.

천수가 계속 설명하고자 하는데 영길이 도중에 나선다; “형님, 그 다음 이야기는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좀 쉬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천수가 말한다; “나이가 드니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역시 팽영길 동생밖에 없어 고마우이… “.

벌써 환갑을 지나서인지 서로가 서로를 끔찍하게 아껴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아룡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이제 영길이 말한다; “살리타이는 압록강을 지나 남진하면서 자신의 군대를 셋으로 나누고 있어요. 첫째가, 선봉부대인데 그들은 최단거리로 남진하고 있어. 그 다음이… “.

영길이 아룡이의 눈을 보면서 말한다; “둘째가, 사령관 살리타이가 직접 이끌고 있는 본진인데 그들은 서쪽 해안을 따라서 곧장 개경으로 들어오고자 하고 있네. 셋째가, 북방에서 의주성, 철주성, 귀주성 등을 치고 있는 부사령관 탕우타이의 군대야그리고… “.

영길이 조금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어 말한다; “우리도 정확한 정보는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략 3개의 부대가 각각 1만명의 기마병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그러니 그들의 공격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볼 수가 있어.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면 개경까지 단숨에 달려올 기세야…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깊이 고개를 숙여서 사의를 표한다; “사숙님들 감사합니다. 제가 귀한 정보를 미리 듣고서 귀주성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승세가 굳혀지면 곧바로 개경으로 달려올까 합니다. 역시 왕을 잡는 것이 그들의 목적일 테니까요… “.

천수와 영길이 동시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진심으로 말한다; “아룡이 조카, 무운을 비네부디 고려를 지켜주게… “. 아룡이 그들과 헤어져서 다음날 곧 1231년 음력으로 8월말에 아내인 최사월과 함께 100명의 야별초를 이끌고 서북면에 있는 귀주성으로 향한다.

귀주성에는 서북면을 지키고 있던 병마사 박서와 정주성에서 패퇴한 장군 김경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지휘하고 있는 고려의 군사가 250명 정도이다. 아룡이 부부가 100명의 야별초를 거느리고 입성했더니 그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몽골군은 부사령관 탕우타이가 무려 1만명의 군대로 성을 공격하고 있는데 고작 350명의 군사로 그들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니 군사들의 사기가 별로이다. 그것을 보고서 김경손이 군사들에게 말한다; “정주성에서 탈출해온 나와 나의 결사대 12명은 목숨을 걸어 놓고 이제 북문을 빠져나가 적진에 돌진하고자 한다. 같이 동행할 군사들은 나서라!... “.

아무도 호응하는 군사가 없다. 그것을 보고서 김경손이 자신의 결사대를 이끌고 성문을 나선다. 13필의 군마가 번개와 같이 질주한다. 그들은 작은 활을 쥐고서 말을 달리며 화살을 날리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룡이 부부가 역시 자신의 수하들을 이끌고 그 뒤를 따른다. 그런데 아룡이 부부와 야별초가 날리고 있는 화살은 사정거리가 엄청나다. 적들의 화살이 날아오지 못하는 거리에서 발사한 그들의 화살이 정통으로 적들에게 날아가서 꽂히고 있다.

그 이유는 아룡이 부부와 100명의 야별초들이 내공을 사용하여 화살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적들이 우왕좌왕한다. 그 순간에 김경손의 결사대가 적의 본진을 향하여 질주한다. 그들이 말위에서 휘두르고 있는 장창이 적의 혼을 빼놓고 있다.

마상무예라고 하면 몽골군이 제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지에서만 달릴 줄 알지 산지에서는 별로이다. 그와 달리 김경손의 결사대는 산지에서도 신나게 달린다. 역시 초원에서 전투를 하던 몽골족과 산지에서 유격을 주로 하던 고려의 병사가 다른 모양이다.

본진에서 대항하고 있던 적장 탕우타이는 그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지난 8월 한달동안 승승장구하던 그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김경손이 쏜 화살에 자신의 부하가 들고 있던 흑색의 장군기와 함께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는 기겁한다.

김경손과 12명의 결사대는 목숨을 내어놓고 곧바로 말을 타고 적진으로 뛰어들었기에 후방에서 아룡이 부부가 100명의 제자들과 함께 크게 도와준 사실을 쉽게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부부는 얼른 뒤로 물러서고 있다.

그러자 적진을 돌파한 김경손의 결사대가 다시 되돌아오면서 몽골군을 공격한다. 그때 김경손의 팔목에 적이 쏜 화살이 하나 박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아니하고 계속 전투에 임하고 있다.

그 광경을 성곽에서 바라본 병마사 박서와 장수들이 탄복한다. 그리고 귀주성의 병사들이 와아크게 함성을 지른다. 그날 대승을 거두고 김경손 장군이 결사대를 이끌고 성문을 들어서자 병마사 박서가 땅바닥에서 절을 하면서 김경손 장군을 반긴다.

그 모습을 보고서 김경손이 마주 절을 하면서 나이가 많은 박 장군을 포옹한다. 그리고 두사람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린다. 몽골군과 1달간 전투를 하다가 처음으로 거둔 값진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박서 장군이 김경손 장군에게 말한다; “정말 찬란한 전공을 세우셨어요.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담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엄호를 한 야별초의 공도 치하합니다”. 그 말을 듣자 김경손이 아룡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제가 앞만 보고 적진을 향하여 달렸더니 그만 뒤에서 엄호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들이 승전했습니다… “.

아룡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김경손 장군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저는 본래 최우 장군님의 저택에서 최보령 아가씨를 모시던 가마꾼입니다. 최송이 아가씨의 남편이 장군의 가형이신 김약선 공이시지요. 이렇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김경손 장군은 아룡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일개 가마꾼 출신이 야별초 100명을 거느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무공이 대단할 것이다. 그래서 아룡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겸손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한편 그날 참패를 당한 부사령관 탕우타이는 급히 사령관인 살리타이에게 전령을 보낸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무예계의 고수 100여명이 나타나서 전투에 가담하였기에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살리타이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간단하게 답신을 전령편으로 보낸다. 탕우타이가 읽어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아마 고려국에 있는 무인들을 전부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을 차제에 전부 귀주성에 묶어 두도록 하라. 나는 그 사이에 개경을 점령할 것이다”.

이제 탕우타이는 목숨을 걸어 놓고 그 무인들을 막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가 제장회의를 통해서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가 실시하고자 하는 전술이 무려 3가지이다. 그것들이 단계적으로 등장하면서 성공적으로 아룡이 부부의 부대를 20일이나 귀주성에 묶어 두는데 성공하게 된다.

첫째가, 마치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것이다. 몽골의 군대는 마차위에 목재로 집을 짓는다. 그 안에 도끼를 잡은 병사들을 태우고 성문으로 돌진한다. 무사히 성 앞에 도착하면 한꺼번에 도끼를 휘둘러서 문을 부수고자 시도한다.

기묘한 전술이다. 그러나 그것을 눈치챈 귀주성에서는 백성들과 함께 펄펄 끓는 쇳물을 준비한다. 그것을 마차의 집에서 나타나는 몽골병사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버린다. 그 결과 몽골군이 몰살을 당하고 있다

두번째가 이른바 땅굴전술이다. 열흘 정도 몽골병사들이 쉬지 아니하고 귀주성을 공격하고 있다.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계속 공격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래서 아룡이 부부가 밤에 적진에 잠입하여 정보를 수집한다.

그 결과 몽골 병사들이 은밀하게 땅굴을 파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다. 아룡이가 급히 박서 장군과 김경손 장군을 만나서 상의한다. 그러자 박서 장군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그들이 상당히 땅굴을 파도록 두었다가 그 속에 일시에 뜨거운 쇳물을 부어버리도록 하지요. 문제 없습니다”.

병마사 박서 장군의 호언장담이 효력을 발휘한다. 신나게 땅굴을 파던 적병들이 뜨거운 쇳물세례를 받고서 익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사령과 탕우타이는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작전이 나타난다.

세번째가 투석기를 이용한 공성작전이다. 갑자기 몽골군들의 일부가 목재를 모으며 큰 돌을 모으고 있다. 그 모습을 멀리서 포착한 아룡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는 눈과 귀가 보통사람보다 서너 배나 밝기 때문에 멀리서 그 모습을 알아챈 것이다.

아룡의 정보를 들은 박서 장군과 김경손 장군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적들이 투석기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우리의 성벽을 부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대항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벌채를 하고 큰 돌을 성안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제안한다; “제가 야별초를 동원하여 내일부터 남문에서 길을 열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3일 동안 벌채를 하시고 돌을 모아오시지요”. 아룡이 부부는 약속한 대로 3일간 남문에서 삼림에 이르는 길을 확보한다.

몽골병사들이 5천명이나 달려들어서 100명에 불과한 야별초를 공격하지만 끄떡하지 않는다. 무예의 수준에 큰 차이가 나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적장 탕우타이는 공포를 느낀다; “만약 저들이 적극적인 공세로 나온다면 우리는 전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어디에서 저러한 괴물들이 나타난 것일까?... “.

그래서 그런지 몽골군이 투석기를 이용하여 일시에 공격하지만 귀주성이 끄떡하지 않는다. 박서 장군의 말을 빌리면 그 이유가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귀주성은 난공불락의 성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강한 화강석으로 높은 언덕위에 성벽을 이중으로 쌓았기 때문이지요… “.

적의 투석기에서 돌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아니하자 그때부터 성안에서 큰 돌이 몽골의 진영으로 날아간다. 그와 동시에 북문이 열리더니 고려의 군사들이 총공격을 개시한다. 탕우타이가 아무리 대항하라고 외쳐도 몽골의 병사들이 기겁하여 30리나 도망을 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아룡이 부부는 병마사 박서 장군과 결사대장 김경손 장군에게 작별을 고한다; “저희들은 개경의 소식이 궁금하여 급히 달려가고자 합니다. 아무리 저희들이 잘 싸워도 개경이 함락되면 허사가 됩니다. 무운을 빕니다”.

두 장군의 전송을 받으며 아룡이 부부가 야별초를 이끌고 급히 남진한다. 과연 고려의 왕도인 개경에서는 어떠한 전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