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9(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16. 17:55


소설 아룡전9(작성자; 손진길)

 

  김준이 금청각을 다녀온 지 사흘이 지났다. 갑자기 최우의 저택에 경비가 삼엄해 진다. 잡인의 출입을 일체 금하고 사병 500명이 비상경계에 들어간다. 그리고 아룡을 비롯한 가마꾼 4인조가 보령 아가씨를 모시고 행차를 할 때에도 별도로 호위무사가 4명이 더 붙게 된다.

아룡과 조룡 그리고 장무와 유장은 어쩐 일인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러자 하루는 장무가 관창에게서 은밀하게 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준 부장이 첩보를 들었다면서 주군에게 어떤 보고를 한 모양이야. 그것이… “.

장무가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본 다음에 자신의 가마꾼 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계속 말한다; “지난번 보령 아가씨를 해치고자 한 암살단과 관련이 된 보고라고 알려지고 있어. 그들이 다시 준동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비상경계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고개를 끄떡인다. 다른 친구들도 대체로 이해를 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에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 밤 아룡은 배가 아팠다. 저녁에 먹은 음식이 조금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뒷간을 찾아서 볼일을 보았다.

아룡이 볼일을 다 보고 천천히 숙소로 향한다. 그때 아룡은 담장 쪽에서 나는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그의 귀는 다른 사람보다 서너 배나 밝다. 그래서 낙엽을 살포시 밟는 발자국소리를 들은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이라 사람의 형제를 식별할 수는 없다.

그 순간 아룡은 처마 아래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소리가 난 쪽을 주의 깊게 살핀다. 내공을 눈에 집중하여 마치 탐조등처럼 담장 주위를 훑는다. 그때 십여명의 인형이 은밀하게 저택 안으로 잠입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룡이 멀찍이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그들 침입자들이 고도의 잠행술을 익혔는지 마치 고양이처럼 거의 발자국소리가 나지를 않는다. 흑의에 검은 복면을 쓴 그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민첩한지 모른다. 그 뒤를 쫓고 있는 아룡의 모습은 더욱 괴기스럽다. 전혀 사람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아룡이 마치 허공을 걷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내기와 외기를 교환하면서 몸을 가볍게 공중에 띄운 채 걷고 있으니 그런 것이다. 그들 십여명의 침입자가 주군인 최우의 침실이 있는 사랑채로 접근하고 있다. 그 주위에는 가을밤에 관솔불을 피워 두고서 사병들이 지키고 있지만 침입자의 기척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대로 쳐들어가면 큰일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아룡이 마당에서 돌을 두어 개 주워서 사랑채를 향하여 던진다. ‘와장창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야심한 밤이라 그 소리가 대단히 크다. 그때서야 호위무사들이 놀라서 부르짖는다; “주군이 계시는 사랑채에 누군가 침입하고 있다. 빨리 막아라”.

재빨리 뛰어와서 적을 막는 자 가운데 김준이 들어있다. 그가 그 근처에서 주군을 지킨 모양이다. 김준이 이끄는 호위무사들이 십여명의 복면인들과 대결한다. 그런데 침입자들의 무예가 더욱 뛰어나다. 순식간에 호위무사 십여명이 쓰러진다. 그것을 보고서 김준이 급히 휘파람을 분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사병들일까? 앞장을 선 자는 무활 백부장이다. 그의 부하 50여명이 복면인들의 뒤를 막는다. 그러자 복면인들이 원을 그린다. 그 다음에 원을 키워 나가면서 적들을 공격하는데 그 공격술이 놀랍다.

적보다 약간 우위에 서고 있는 자는 김준과 무활 정도이다. 나머지 호위무사들은 상대가 되지를 않는다. 그것을 보고서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던 아룡이 돌을 주워서 계속 던진다. 그러자 돌 하나에 흑의인들이 하나씩 쓰러진다. 어느 사이에 흑의인이 5명 정도로 줄어든다.

야룡이 돌을 신나게 던지다가 주춤한다. 그는 복면인 가운데 기이한 검술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부인 도학스님이 가르쳐준 비기가 그 가운데서 전개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의 무예가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아룡이 그 두사람을 빼고서 돌을 던진다. 그 덕에 김준과 무활이 쉽게 적들을 제압한다.

자신들의 동료가 거의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 흑의인 두사람이 몸을 비호처럼 날린다. 그대로 담장 쪽으로 달려서 훌쩍 담을 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김준과 무활이 뒤를 추격한다. 아룡도 은밀하게 그 뒤를 쫓는다.

참으로 36계가 빠르다. 복면인 두사람이 길을 달리는데 너무나 빠르다. 김준과 무활도 내공을 일으켜 몸을 가볍게 하고서 빨리 달린다. 그 뒤를 아룡이 슬슬 뒤따르고 있다. 남이 보면 아주 느리게 보인다. 하지만 마치 구름에 달 가듯이 얼마나 빠른 지 모른다.

개경의 서문 쪽으로 복면인 두사람이 달아난다. 그들에게는 성문도 장난감인 모양이다. 성곽을 훌쩍 뛰어넘고 말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같은 방법으로 김준과 무활이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멀찍이 그 뒤를 아룡이 쫓고 있다.

마침내 두문동 산지에 접어 들자 빈 공터에서 흑의인 두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있다. 김준과 무활도 그 자리에 멈춘다. 서로 22로 노려보고 있다 그 뒤를 추격하던 아룡이도 나무와 숲에 몸을 숨기고 좋은 구경거리를 보고 있다.

복면인 두사람이 갑자가 김준과 무활을 공격한다.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아니하고 22의 대결이 발생한다. 그 좋은 구경거리를 몸을 숨긴 아룡이 즐기고 있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환하게 보인다. 밤의 어두움이 별로 그의 초인적인 안목을 흐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룡이 깜짝 놀란다. 22로 대결하고 있는 그들의 검술이 너무나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룡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검술 가운데 하나이다. 도학스님서우진왕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르쳐준 바로 그 검술인 것이다.

한참 대결을 하고 있던 4사람이 동시에 검을 멈추고 부르짖는다; “이게 누구야? 어째서 검법이 같은 것이야? 너는 누구냐?”. 서로가 멀뚱멀뚱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자 김준이 먼저 말한다; “나의 사문의 검술을 알고 있는 너는 누구냐? 어째서 서우진왕의 독보적인 검술을 네가 사용하고 있느냐?”.

그 말을 듣자 복면인 가운데 한사람이 말한다; “그것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어째서 네가 서우진왕의 검법을 익히고 있는 것이냐?”. 그 말을 들은 김준이 대답한다; “나의 사부님의 사부님이 바로 서우진왕의 스승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되느냐?”.

상대방이 대답한다; “나의 사부가 바로 서우진왕이다. 그러니 내가 그 검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에 서있던 흑의인도 말한다; “나도 서우진왕의 제자이다. 그렇다면 나의 상대인 너는 누구나?”. 무활 백부장이 대답한다; “나의 사부의 사부가 바로 서우진왕의 스승이신 김숙번 공이시다”.

그 말을 듣자 흑의인 두사람이 검을 땅에 꼽고서 복면을 벗는다. 그들은 대금의 자객단의 간부인 천수영길이다. 그 얼굴을 보고서 김준이 부르짖는다; “당신은 금청각에서 만난 천수가 아니요? 당신이 서우진왕의 제자라고 하니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나는 이름이 김준이고 나의 사조가 서우진왕의 스승인 김숙번 공이요”.

그 말을 들은 영길이 말한다; “나의 사형인 천수와 함께 나 영길도 서우진왕의 제자이요. 우리는 사라진 종진국의 유신들이요. 그 복수를 하기 위하여 지금은 신분을 속이고 대금의 자객단에 몸을 담고 있소. 이번 기회에 서우진왕의 검법을 사용하는 제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소”.

그 말을 듣자 무활이 자신의 검을 역시 땅에 꽂으면서 말한다; “서우진왕의 제자이면 나 무활의 사숙이 되십니다. 누추한 곳이지만 저의 절을 받으시지요”. 당장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제자의 예를 올리는 무활이다.

그 무인 다운 기개와 모습을 보고서 청수영길이 마주 무릎을 꿇으면서 말한다; “배분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로 나이가 비슷하니 호형호제를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사문을 만나게 되니 정말 감개가 무량합니다… “.

무활의 옆에서 젊은 김준이 어느 사이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아룡의 눈가에도 슬며시 이슬이 맺힌다. 도학스님의 사제들이 사문의 제자들을 만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종진국을 세운 서우진왕은 사라진지 30년이 지났지만 그 제자들은 살아남아서 이렇게 감격적인 해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인사가 끝나자 천수가 갑자기 제안한다; “이제 여기 개경에서 사문을 만났으니 함께 서우진왕의 복수를 했으면 합니다. 종진국을 쳐부순 원수가 지금 대금의 자객단을 이끌고 금청각에 숨어 있어요… “

잠시 숨을 쉬고서 천수가 계속 말한다; “자객단장의 이름이 진백호인데 옛날 심양성주 진후강의 아들이지요. 나의 부친 장후상 성주가 진후강에 의하여 목숨을 잃었고 여기 사제 영길의 부친인 팽호남 성주가 진후강이 이끄는 대금의 군사에 의하여 목숨을 잃었지요. 그런데 저희들이 그 복수를 하는데 힘이 부족하니 부디 힘을 보태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김준무활이 부탁할 내용이다. 그래서 즉시 찬성하면서 대답한다; “저희 주군이신 최우 장군을 해치고자 하는 당사자가 금청각주인 진백호라고 하니 저희들이 나서서 그 자를 해치우겠습니다. 함께 힘을 합하면 능히 자객단을 박살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활이 최우의 저택으로 가서 사병 300명을 이끌고 공터로 다시 온다. 그동안 김준과 천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모든 광경을 눈이 엄청 밝은 아룡이 나무에 숨어서 보고 있다. 그들이 움직인다. 그 뒤를 아룡이 뒤따른다.

그날 밤 금청각에 최우의 사병 300명이 들이닥친다. 천수영길이 복면을 하고서 앞장을 선다. 그들이 최우의 사병들에게 쫓기는 시늉을 하면서 비룡인 진백호가 숨어 있는 방으로 들어선다. 그 모습을 보고서 진백호가 기겁을 한다. 그래서 부르짖는다; “너희들은 부하들을 모두 어디에다 두고 이렇게 이곳으로 도망을 치고 있느냐?... “.

그러나 길게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한 김준무활의 칼이 한꺼번에 진백호에게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한걸음 물러나서 천수와 영길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자 진백호가 급히 김준과 무활의 칼을 막으면서 소리친다; “천수와 영길아, 빨리 부하들을 끌고 와서 이들을 막아라”.

그 말을 듣자 마자 천수영길의 검이 진백호에게로 향한다. 아무리 진백호의 무예가 뛰어나도 동수를 이루고 있는 김준과 무활의 검에 천수와 영길의 검까지 전부 막아낼 수는 없다. 그 즉시 두 칼에 맞아서 옆구리가 쩌억 갈라지고 만다. 그제서야 천수와 영길이 부르짖는다; “이제서야 20년만에 선친의 원수를 갚는구나!... “.

그날 밤 천수와 영길이 앞장서서 자객단 100명이 숨어 있는 소굴로 최우의 사병을 안내한다. 그 결과 모두 소탕이 되고 만다. 그들 자객단은 대단한 인물들이다. 한사람도 투항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독약을 깨물고 전원 죽고 만다. 오직 살아남은 인물은 천수영길 뿐이다.

자객단 100명을 모두 처단하는데 있어서 최우의 사병들도 희생이 크다. 자객단을 모집하여 훈련시킨 자가 대금에서 최고의 무예를 자랑하던 과거의 심양성주 진후강의 아들인 진백호이기 때문이다. 그가 열과 성을 다하여 심양에서 오랜 세월 길러낸 무사들이기에 실로 그 실력이 엄청난 것이다.

물론 천수영길 그리고 무활김준의 무공수준이 자객단보다 약간 높아서 그들을 전부 해치우기는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나머지 자객단들이 최우의 사병들을 대거 해치운 것이다. 그 결과 100명에 이르는 최우의 사병들이 희생되고 만다. 다행히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관창은 그날 밤 비번이어서 무사하다.

그러한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밤이지만 아룡이는 자신의 정보원 구실을 자기도 모르게 톡톡히 하고 있는 관창이 무사한 것이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개경의 무예계 소식에 박식한 자가 청도관 출신인 관창이기 때문이다.

관창이 동갑내기 장무와는 막역한 사이이므로 그를 자주 만나서 무예계 소식을 전해준다. 따라서 결국 장무의 입을 통하여 아룡이 편하게 개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얻어듣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룡은 자신이 최우 저택에서 가마꾼을 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천하의 기재 김재룡은 자신의 진정한 무예실력을 숨긴 채 그렇게 가마꾼 아룡으로 살면서 속 편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아룡은 부지런한 성품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최우의 저택에 있는 연무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는 김준과 무활을 비롯하여 많은 호위무사와 간부들이 자신들의 무예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보통무사라면 그들의 무예를 보아도 크게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그 이유는 순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그들의 검술이나 창술의 흐름을 눈으로 파악하기가 상당히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룡이 앞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벙어리로 만든 자이기에 그 대신에 청각과 시각이 대단하다. 따라서 다른 무인들이 연무장에서 검술이나 창술을 전개하게 되면 그들의 무기의 사용법이 정확하게 한눈에 파악되고 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룡은 무활이나 김준과 같이 내력을 사용하여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 내력을 운용하고 있는지도 빠른 속도로 간파한다. 사람의 몸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내기의 흐름을 읽어낸다고 하는 것이 실로 신과 같은 능력이다.

하지만 5년 전에 벌써 통천하여 내기와 외기를 하나로 융합하여 운기하고 있는 아룡이기에 그것이 가능하다. 그는 가공스럽게도 공기의 떨림을 보고서 금방 상대방의 운기법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초절정의 경지에 홀로 우뚝 서있는 아룡이 즐겨 연무장을 찾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는 다른 무사들이 연무하는 광경을 살펴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무기의 사용법이 존재하고 있기에 아룡은 그것을 지켜보는 것에 흥미가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아무도 제재하지 아니하고 있는 그곳에서 다른 무사들의 검술이나 창술을 파악하면서 스스로 더 나은 사용법을 머리속으로 만들어 보고 있다. 과연 아룡은 훗날 어떠한 독보적인 무공을 창안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