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1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17. 16:00


소설 아룡전10(작성자; 손진길)

 

4. 아룡의 작은 실수 2가지

 

운이 좋게도 그 모든 광경을 그날 밤 아룡이 숨어서 지켜본다. 특히 아룡은 천수영길이 사용하고 있는 검법을 확실하게 파악한다. 그것은 아룡 자신의 사부인 도학스님이 가르쳐준 것과 꼭 같다. 그런데 김준무활이 사용하는 검법은 아주 약간 다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김숙번이 제자인 서우진왕에게서 배워서 나름대로 쉽게 익히도록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내력이 약한 자가 사용하기는 편한데 그 진가를 완전히 발휘하는데 있어서는 부족하게 된다. 그래서 아룡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원형이 더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룡이 모른 체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한다. 그런데 김준과 무활은 그날 밤 참으로 바쁘다. 그들은 주군인 최우의 사병을 이끌고 가서 천수와 영길의 도움을 받아 단숨에 대금의 자객단과 그 단장인 비룡 진백호를 처단한다.

그 다음에는 천수와 영길로 하여금 금청각을 인수하도록 도와준다. 천수는 행수 연화에게 금청각주 비룡이 사망하였으므로 앞으로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주지시킨다. 일체의 금청각 운영을 천수 자신의 지시를 받아서 실시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 조치가 끝나자 무활과 김준이 천수와 영길 두사람을 최우에게 데리고 와서 인사를 드린다. 무활이 먼저 주군에게 보고한다; “여기 두사람의 도움으로 대금의 자객단을 완전 소탕했습니다. 이 두 분은 원수를 갚기 위하여 20년 동안이나 그곳에 몸을 담고 기회를 엿본 분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의 사숙이 되십니다”.

그 말을 듣자 최우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무활의 사숙에 해당하는 배분이라고 하면 고려가 낳은 종진국왕과 인연이 있으신 분들이시군요. 개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생전에 서우진왕을 뵙지는 못했지만 천하 제1검이신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집을 자기집처럼 여기셔도 됩니다”.

참으로 극진한 대우이다. 그것을 보고서 천수영길이 절을 하면서 대답한다; “저희들의 사부이신 서우진왕을 그렇게 높이 보시고 평가해 주시니 감격스럽습니다. 저희들이 이 집에 출입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그 보답을 하겠습니다. 대금남송 그리고 몽골의 정보를 앞으로 저희들이 수집하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최우 장군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한다;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 일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앞으로 김준이나 무활을 통하여 제공받으시기 바랍니다. 부디 저희 고려의 안보를 위하여 크게 도와주십시오. 두분에게 부탁을 드립니다”.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우가 상당히 정치적 군사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벌써 저물어가는 대금과 새로 일어서는 몽골의 세력에 대하여 크게 경계를 하고 있다. 그들의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는 천수와 영길이 가장 적합하다. 이제 그 일을 맡아서 해준다고 하니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모른다.

한편 아룡은 그날 밤의 일을 겪으면서 천수영길이라고 하는 두사람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두게 된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그 두사람을 데리고 사부이신 도학스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 그때가 언제가 될 것인가?

그런데 김준은 그날 저택으로 돌아와서 최우 장군의 집을 습격한 복면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보름 전인가? 개국사에서 죽은 암살자의 시신에서 발견한 그러한 돌이 복면인들의 시신에 똑같이 박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해치운 것은 자신이 지휘한 호위무사들이 아니다. 누군가 엄청난 고수가 손을 쓴 것이다. 단지 작은 돌을 던져서 무예가 출중한 자객들을 단숨에 쓰러뜨린다고 한다면 그 자는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가? 김준의 생각으로는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개경에 그러한 무예의 신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김준 자신과 무활의 경지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그 신비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떻게 작은 돌을 날려서 출중한 무예를 지닌 자를 그렇게 쉽게 제압하고 만단 말인가?

김준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지만 그 의문만은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누가 최우 장군을 음지에서 돕고 있는가? 그 알 수 없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래서 김준은 매사가 조심스럽다. 함부로 자신이 이 저택에서 잘난 체를 해서는 안된다. 최우를 지키는 최고수가 이 집안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매사가 신중하고 겸손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젊은 김준이다.. 따라서 그의 옆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비록 노비의 자식이지만 사람들의 호의와 존경을 서서히 받고 있는 김준이다. 그의 앞날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룡은 김준과 무활이 같은 사문에 속하기에 그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렇지만 자신이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 있고 또한 그 신분이 가마꾼이므로 함부로 나서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그것이 여러모로 편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마꾼 아룡이의 1220년이 개경에서 저물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자 아룡이 고려의 최고권력자인 최우의 딸 보령의 가마꾼으로 지낸 지 벌써 햇수로는 3년 째가 된다. 가마꾼으로서 이제는 눈을 감고도 개경 일대를 누비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리고 아룡의 나이도 어느덧 21세가 된다.

새해가 되자 같은 가마조에 속하는 3친구의 신변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로, 이제 26세가 된 장무가 기어코 다모 새별과 선을 보았다고 한다. 새별의 부모님이 자신을 사위감으로 인정하였으므로 금년 가을에는 새별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로, 최우의 호위무사로 일하고 있는 관창이 손아래 조룡에게 여동생 단비를 소개했다. 작년에 조룡이 관창의 집에서  단비를 처음보고 반해서 계속 구애를 했다. 그 결과 마침내 어른들의 승낙이 있게 된 것이다.

셋째로, 신입으로 작년에 들어온 유장이 금년에 24세가 되자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향의 부모님이 신부감을 점 찍어 놓았기에 정월에 3일간 휴가를 얻어 장유가 고향을 다녀왔다. 그는 신부감이 마음에 드는지 금년 가을에 결혼할 생각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하고 있다.

최보령 아가씨를 모시는 가마꾼들 가운데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자 서기인 김호남이 교관 무활과 상의한다; “벙어리인 아룡을 제외하고 모두들 금년에 결혼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결혼하면 저택 바깥에서 방을 얻어 지내게 됩니다. 그러면 가마꾼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호위무사로 일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나리, 묘안이 없을까요?... ”.

그 말을 듣자 무활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김서기는 벌써 그 해답을 알고서 내게 상의하는 척하고 있는 것이 아니요? 이제 곧 부족한 호위무사를 보충하는 무술시합을 치르게 되어 있으니 그들에게 기회를 달라는 것이 아니요?... 작년에 관창의 선례가 있으니 내가 그렇게 처리해 드리리다… “.

그 말을 들은 김호남 서기가 허리를 굽혀서 사의를 표한다; “감사합니다. 무활 나으리. 이왕 선심을 쓰시는 김에 이제는 결원이 예상되는 가마꾼도 차제에 보충해주시기 바랍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무활이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보령 아가씨를 모시는 일인데 내가 소홀할 리가 있겠어요… “.

1221년 정월의 명절이 모두 지나자 2월말에 개경시내에 방문이 내걸린다;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호위무사와 가마꾼을 선발한다. 가마꾼도 무예를 할 줄 아는 자라야 한다. 소정의 시험을 통하여 선발할 것이다. 관심이 있는 자는 많이 응모하기 바란다”.

일단 가마꾼으로 들어온 자들은 언제나 호위무사 선발이 있게 되면 출전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정식으로 호위무사가 되어야 십부장, 오십부장, 백부장 등으로 승진이 가능하고 출퇴근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마조의 일이 끝나면 너나없이 연무장으로 달려가서 무예수련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단 한사람의 예외가 있다. 그가 아룡이다. 그는 가마꾼으로서 3년째의 경력자이지만 결혼할 생각도 호위무사가 되려고 하는 생각도 없다. 같은 가마조 동료들이 모두 결혼하고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야단들이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를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서 2월초에 가마를 타고 개국사로 가던 보령 아가씨가 슬쩍 뒤쪽 우편에서 채를 잡고 있는 아룡에게 말을 건넨다; “야룡아, 네 동료들은 모두 금년에 결혼하고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하는데 너는 어째 전혀 마음이 없는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아룡이 어버버… ‘하면서 가마채를 쥐지 아니한 손을 좌우로 흔든다. 보령이 그 모습을 가마밖으로 얼굴을 내밀고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룡이가 벙어리라서 그렇지 인물과 인정이 참 좋은 아이인데… “.

결코 무예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평가가 아니다. 그저 인물이 좋고 보령 아가씨를 눈치껏 잘 모시고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한 중얼거리는 소리를 귀와 눈이 밝은 아룡이 전부 듣고 있다고 하는 사실을 보령 아가씨가 알 리가 없다. 그래서 아룡이 혼자서 슬쩍 웃고 만다.

그날 가마가 개경시내를 동문으로 벗어나서 개국사로 들어간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보령 아가씨가 불심이 대단해서 오늘도 탑돌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보령 아가씨를 태운 가마가 사찰을 벗어나서 산길을 내려오고 있다. 바로 그때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발생한다.

멀리서 화살이 십여 발 날아들고 있다. 그것을 먼저 발견한 자가 아룡이다. 그는 동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얼른 소매를 저어서 날라오는 화살들이 땅으로 멀리서 떨어지도록 만든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어어라고 나오지 아니하는 소리로 신호를 한다.

앞줄에 있는 장무와 유장 그리고 뒷줄에 있는 조룡이 멀리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화살들을 보았다. 그들은 잠시 가마를 내려놓고 등에서 검을 빼어 든다. 가마꾼에서 이제는 적들을 상대하는 무사가 된다. 아룡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장내에 십여명이 나타난다. 모두 복면을 하고 있다. 그들이 가마꾼 4명을 향하여 검을 휘두른다. 아룡을 위시한 가마꾼들이 열심히 적을 맞아 대결을 펼친다. 그 결과 유장이 먼저 자객들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무서운 검법을 펼친다.

아룡의 기세에 갑자기 서너 명이 한꺼번에 쓰러진다. 장무조룡은 적들을 상대하느라고 아룡이 펼치는 검술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때 아룡이 장무와 조룡을 공격하고 있는 자들을 막아 서면서 어어어라고 소리를 친다.

그 소리의 의미를 다행히 장무가 알아 들었다. 그래서 급히 조룡에게 말한다; “조룡아 나와 함께 빨리 가마를 메고서 현장을 빠져나가라고 하는 아룡의 신호이다. 빨리 서둘러라”. 가마꾼들은 자신들의 안위보다 상전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래서 장무가 앞의 채를 거두어 쥐고 뒤의 채를 조룡이 거두어 쥔다. 그들은 마치 수레를 끌 듯이 가마를 앞뒤에서 양손으로 잡고서 재빨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가마 안에서는 보령 아가씨가 겁에 질려서 감히 바깥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아룡은 그들의 사라질 때까지 철저하게 8명의 적들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다. 다행히 주위에 혼절한 유장 뿐이다. 그때서야 주위에 보는 눈이 달리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아룡이 본래의 무예실력을 발휘한다. 내기와 외기가 함께 발휘가 되면서 그가 휘두르고 있는 검에서 무서운 소리가 발생한다.

검이 마치 피뢰침과 같다. 뇌전이 파랗게 발생하면서 검이 지나간 자리에 모든 것들이 베어져 버린다. 단숨에 8명의 적들 가운데 7명이 쓰러진다. 단 한사람 몸을 비호같이 날려서 현장을 이탈하는 놈이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급히 추격한다.

그 놈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결코 아룡이를 떼어놓을 수가 없다. 마치 귀신과 같이 십 보 뒤에 두둥실 아룡이 몸을 날려서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룡이 그 자에게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갑자기 서너 개의 단도가 날아든다. 아룡이 즉시 검바람을 일으켜서 그것들을 쳐내고 만다.

숲속에서 귀면탈을 쓴 사내가 나타난다. 그가 음침하게 말한다; “어느 놈이냐? 감히 악선의 부하를 추격하는 놈이 있다니… “. 아룡은 그 귀면탈이 흉측하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적이 두 명이 되었으므로 조금 귀찮게 되었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단숨에 없애 버리고자 한다.

두사람을 향하여 아룡의 검이 휘둘러진다. 그 바람에 도망을 치던 복면인의 칼이 부러지면서 허리가 두 동강이 나고 만다. 반면에 그것을 보고서 귀면탈의 사나이가 즉시 몸을 날려 피하면서 말한다; “네 놈은 누구냐? 검기가 대단한 것을 보니 내공이 깊은 놈이구나. 이놈 이 악선의 공격을 한번 받아 보아라. 으라챠… “.

무예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선이라고 하는 귀면탈이 맘대로 떠드는 것을 보니 그동안 고려 천지에 자신의 적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모처럼 좋은 상대를 만났는지 실컷 떠들어가면서 검술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아룡이 자신의 검으로 악선의 검을 막는다.

순간 아룡이 검을 통하여 전해져 오는 상대방의 내력의 수준을 읽고 있다. 놀랍게도 무활과 김준의 경지보다 높다. 아룡 자신의 3할에 해당하는 내기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살려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 아룡 자신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으니 앞으로 위험하다.

그래서 아룡이 순간 6할의 공력을 불어넣어서 단숨에 검을 휘두른다. 악선이 그것을 자신의 검으로 막지만 상대가 되지를 않는다. 검이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간다. 그리고 그 무지막지한 검기에 자신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나고 만다. 악선이라고 하는 귀면탈의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서 절명하고 만다.

그날 아룡은 급한 김에 그만 고려에서 5이라고 일컬어지는 무예계 최강자의 하나를 죽이고 만 것이다. 악선은 밤의 임금이라고도 불리는 사내이다. 그가 엄청난 대가를 받고서 최우의 딸을 죽이려고 하다가 그만 아룡에 의하여 비밀리에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다.

그것이 아룡의 작은 첫번째 실수에 해당된다. 장차 그 일이 알려지면 개경에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할 것인가? 그날 아룡이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 풍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