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14. 22:03


소설 아룡전7(작성자; 손진길)

 

3. 청도관의 인맥과 금청각의 비밀

 

1220년 여름에 모처럼 하루 휴가가 주어진다. 가마꾼에게 휴가가 온전히 하루 주어진다고 하는 것은 당일전혀 가마를 쓸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날 보령 아가씨는 하루 종일 집에서 글공부를 하겠다고 시비 사월에게 말하고 일부러 가마꾼들에게 휴가를 주라고 고맙게도 연통을 해준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아룡이 장무 및 조룡과 함께 개경시내의 상점가를 구경하러 간다. 그곳에서 아룡이 눈 여겨 본 것은 외국에서 들어온 상인들이다. 그들이 수입한 물품을 점포에 전시하고서 개경사람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 아룡과 두 친구는 아예 벽란도까지 가본다. 남송으로 가는 무역선들의 모습이 보인다. 큰 돛을 달고 있는 범선들이다. 역시 벽란도는 해외무역이 활발한 국제항이다. 개방적인 고려의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세 친구들은 개경과 벽란도 구경을 하고 최우의 저택으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때서야 같은 가마꾼인 관창이 식당으로 들어선다. 그는 개경의 남촌에 살고 있는 부모님의 집을 다녀온 것이다.

관창과 단짝인 장무가 그에게 질문한다; “그래 부모님과 형제분들은 다들 무고하시지?... “. 그 말을 듣자 관창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사실은 집에서 며칠 전에 연통이 와서 오늘 들린 거야. 맞선을 보라고 해서 오늘 보고 왔지… “.

같은 가마조에 속하는 장무와 조룡 그리고 아룡이 깜짝 놀라서 관창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러자 그는 그것이 재미가 있는지 슬슬 웃으면서 말한다; “, 사람들도 놀라기는?... 내 나이가 벌써 25살이야. 이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지흐흐흐… “.

그 말을 듣자 단짝인 장무가 말한다; “그럼, 자네나 나나 동갑인 25살이니 빨리 결혼들을 해야지. 나는 고향이 멀어서 선을 보러 갈 수가 없는데 자네는 좋겠구만. 집이 가까이 있어서 말이야… “.

장무는 고향이 철원지방이다. 지방이기에 쉽게 고향을 다녀올 수가 없다. 하지만 개경시내에 집이 있는 관창은 쉬는 날이면 재까닥 부모형제를 보고 올 수가 있으니 그것이 부러운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20살인 조룡과 아룡은 향수에 젖는다. 조룡의 고향은 탄현이고 아룡의 고향은 파주이다. 70리길이나 떨어져 있으니 쉽게 다녀올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제 사나흘 말미를 얻어야 고향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이 되고 있다.

나이가 적은 두사람과 달리 장무는 동갑내기인 관창이 선을 보았다고 하니 그 내용이 크게 궁금한 모양이다. 그래서 질문한다; “관창아, 그래 선을 본 처녀는 어떻게 생겼든가?... “. 관창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최우 장군 댁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우리 동네 굉장히 예쁜 처녀와 선을 보게 되었어. 내 마음에 들어”.

그 말을 듣자 장무가 급히 묻는다; “그러면 벌써 혼사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 혹시 금년 가을에 결혼하는 것 아니니?... “. 장무의 말을 듣자 관창이 또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처녀 집안에서 우리집과의 혼사를 서두르고 있어. 그러니 자네 말처럼 그렇게 될 거야”.

그 말을 듣자 장무가 먼저 놀라고 그 다음에는 조룡이 놀라서 탄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아룡이가 나오지 않는 음성으로 어어… “라고 괴상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자 관창을 비롯한 세 친구들이 모두 웃는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관창이 모두에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어. 다음번에 쉬는 날이 있으면 너희들 3사람 모두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오라고 하셨지. 한턱을 내려고 하시는 모양이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들 있어… ”.

열흘 후에 보령 아가씨를 모시는 가마꾼 4사람이 한꺼번에 개경시내에 있는 관창의 고향집을 방문한다. 남촌에 있는 집인데 상당히 크고 넓다. 생각보다 잘 사는 집이다. 그래서 장무와 조룡 그리고 아룡이 모두 놀란다.

그 집의 장남이 관창이고 그 아래에 남동생 관웅과 여동생 단비가 있다. 부모님이 모두 인자하게 보인다. 그들은 개경의 귀족들이 철원지역에 가지고 있는 농토를 대신 관리하는 마름일을 오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날 관창의 숙부가 그 자리에 합석을 했는데 그 이름이 관비호이다. 관창이 3친구에게 자신의 숙부를 소개하는데 그것이 특이하다; “나의 숙부님이신데 개경의 서쪽에 있는 청도관의 관장이시지. 개인적으로는 나의 사부님이시고. 나보다 15년 연상이신데 개경에서는 관비호라는 이름으로 불리시고 계셔…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장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아 읍을 하면서 말한다; “대명이 자자하신 관비호 관장님을 여기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성함은 저같이 시골 철원에서  온 신출내기 무인도 익히 듣고 있습니다. 대협께서 제 친구 관창의 숙부님이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조룡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춘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그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개경에서 무지하게 유명한 무인인 모양이다. 하지만 관비호는 그러한 모습에 상당히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말한다; “허허, 빈 통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크게 재주도 없는 사람이 소문만 무성하게 난 모양입니다. 제 조카인 관창의 벗들이라고 하니 반갑습니다. 나의 마음도 기쁩니다. , 모두들 자리에 앉으시지요… “.

함께 식사하는 도중에 관창이 슬쩍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말한다; "사실 이곳 개경에는 우리 청도관 출신들이 많아. 나의 사부이신 관비호 숙부님의 사제가 바로 백주환 교관이시지. 그러니 나에게는 사숙이 되시지… “.

그 말을 듣자 모두들 깜짝 놀란다. 그렇다면, 관창은 최우 저택에서도 뒷배가 든든한 것이다. 시골 출신인 자신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신분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자 그들의 행동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진다.

그 일이 있고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관창의 근무지가 달라진다. 갑자기 관창이 최우 장군의 사병인 호위무사로 발령이 나고 그 자리에 새로 뽑은 가마꾼이 들어온다. 그 이름이 유장이다. 그는 23세인데 건장한 체구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힘이 센 친구이다. 무기로는 철퇴를 사용하고 있는데 괴력의 소유자이다.

관창이 호위무사로 인사이동을 원한 이유는 무사가 되면 가마꾼과는 달리 교대근무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에서 편하게 다닐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가을에 결혼하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혼자서 그렇게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미안한지 관창은 시간이 나면 곧잘 장무에게 들린다. 그리고 그에게 최우의 저택에서 돌아가고 있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러면 장무가 쉬는 시간에 재미나게 조룡과 아룡 그리고 유장에게 그가 들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 가운데 아룡이의 귀에 솔깃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것은 백부장 무활과 오십부장 김준에 관한 것이다. 개경의 무인들의 출신성분에 대하여 관창은 사부이자 숙부인 관비호로부터 들은 내용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가 전하고 있는 이야기를 아룡이 장무에게서 듣고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로,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에 개경에는 무예가 높은 스승이 두분 계셨는데 그 이름이 김숙번김성곤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김숙번은 개경에서 제자들에게 착실하게 내공과 외공을 모두 가르쳤다.

반면에 일명 청객으로 불리고 있는 젊은 김성곤은 자신의 도관인 청도관에서 제자들에게 외공만 가르치고서는 북쪽으로 가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만주 땅으로 가버린 그의 종적을 제자들이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둘째로, 김숙번의 제자 가운데 문무익송유철이 있는데 그들은 외공과 내공이 모두 강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제자들을 많이 두지 아니했다. 특히 송유철은 일찍 스님이 되어 절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일부 스님들이 그에게서 무예를 배웠다. 그 가운데 이상한 인연으로 최우 장군집에 오십부장으로 있는 젊은 김준이 그분의 제자라는 것이다. 반면에 문무익의 수제자가 무활 백부장이라는 것이다.

셋째로, 청객 김성곤이 북쪽으로 떠나버리자 개경의 청도관을 지킨 인물이 그의 제자인 하룡이라는 것이다. 하룡이 나중에 자신의 제자에게 청도관을 물려주었는데 그 자가 바로 관창의 숙부이며 사부인 관비호이다.

역시 하룡의 제자인 백주환은 일찍 최충헌의 호위무사로 들어가버렸기에 동문인 관비호가 청도관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근무하고 있는 호위무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은 개경의 청도관 출신이라는 관창의 설명이다.

아룡은 장무가 틈틈이 동료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관창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의 무예의 뿌리를 발견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사부인 도학스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자신이 섬긴 대웅국이 후금에 의하여 멸망 당하자 청객 김성곤은 개경의 청도관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파주골 암자로 숨어버렸다.

세상이 덧없다고 생각하여 아예 스님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가 천하의 기재인 서우진왕으로부터 배운 절정의 내공술과 외공술을 지닌 채 그것을 계속 수련했다. 그 결과 그는 천공이 열리고 외기를 일부 받아들이는 놀라운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이한 인연으로 파주골에서 벗인 김문종의 차남인 김재룡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김재룡은 도학스님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이다 왜냐하면, 평생 스승이 수련하여 얻은 경지를 벌써 초월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놀라운 오성과 이성을 지니고 있는 막강한 존재는 무신들이 득세하고 있는 고려에서 살아가기가 함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것이 김재룡이 스스로 아룡으로 변신한 배경이다.

그런데 이제 아룡이 관창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보니 서우진왕의 사부인 개경의 김숙번이 제자 서우진이 전해준 비결의 일부를 자신의 막내제자인 문무익송유철에게 전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배운 자들이 무활김준인 것이다.

그리고 청객 김성곤이 서우진왕으로부터 내공과 외공을 배우기 전에 지니고 있던 그 무예를 그의 청도관의 제자들이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 제자들이 많이 최우 장군의 저택에서 호위무사와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

그와 같이 1220년 가을에 아룡이 관창과 장무에게서 들은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한 때에 김준은 보령 아가씨를 해치려고 한 암살자의 배후를 추적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개경에서 암약하고 있는 암살단 조직을 추적한 끝에 유명한 요정인 금청각이 그 본산이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알아내게 된다.

그래서 김준은 고심하고 있다; “이거, 개경에서 활약하고 있는 엄청난 자객집단의 본거지를 알아내기는 했는데 어떻게 잠입하여 정보를 얻어내면 좋을까? 공개적으로 우리 사병들을 동원하여 수색하면 그들이 다시 음지에 숨어버릴 것인데… “.

그래서 김준은 변장하고서 스스로 잠입하기로 결심한다. 은밀하게 그가 움직인다. 개경의 부유한 집 자제로 꾸며서 금청각의 대문으로 들어선다. 처음보는 손님이므로 문지기가 누구인지 묻는다; “초면에 실례합니다. 처음 들리시는 손님으로 보입니다. 어디에 사시는 누구신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

말은 부드럽게 하고 있지만 그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아예 입장을 시키지 아니하겠다는 의도이다. 신중한 성격의 김준이 허허라고 거드름을 피우면서 대답한다; “남송에 갔다가 오래간만에 개경에 돌아왔더니 별 이상한 풍습을 다 봅니다, 그려. 요정에 오는 손님은 돈꾸러미가 신분이지 무슨 신분증명이 필요하다는 말이요?... “.

그 말을 듣자 대문을 지키고 있는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와서 말한다; “누구 집 자제이신지 배포가 크십니다. 하기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일전에 귀족자제로 꾸며서 들어와 실컷 퍼 마시고 날 잡아 잡수시오 라면서 행패를 부린 자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양해하시고 협조해주시지요?... “.

은근슬쩍 말하는 폼을 보아하니 닳고 닳은 인간이다. 그래서 김준이 점잖게 말한다; “나는 긴말하고 싶지가 않소. 나대신 이 은전이 내 신분을 증명할 것이요… “. 그가 깊은 품에서 은괴 주머니를 꺼내는데 그 무게가 상당하다. 그것을 보더니 그자가 고개를 끄떡인다.

사환이 달려 나와서 큰방으로 안내한다. 화려한 방에 상이 차려지고 요리가 들어오는데 황궁의 요리상이 부럽지가 아니하다. 그 모습을 보더니 김준이 말한다; “손님을 처음 대하는 예법을 좀 배워야 하겠어요. 지금 남송에서는 요리집에 처음으로 손님이 오면 행수가 나와서 인사부터 하는 것이 예의이며 법도인데 이곳 개경에서는 아직 그러하지 아니한 모양이지요?... “.

그 말이 전달이 되었는지 한참 후에 아름다운 여인이 방안에 들어선다. 조금 나이가 든 것으로 보아 행수가 맞는 모양이다. 그녀가 말한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금청각의 요리와 여인들을 책임지고 있는 행수 연화입니다. 귀한 공자님께서 친히 왕림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 말을 듣자 김준이 한바탕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본의 아니게 옆구리를 찔러서 절을 받습니다. 나는 최준이라고 합니다. 오래간만에 개경에 있는 최우 백부님 댁에 들렀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을 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행수 연화가 얼른 머리를 굴린다. 얼핏 최우 장군의 남동생 4명 가운데 조카들이 있고 그 가운데 남송으로 유학을 떠난 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이자가 그자인 모양이다.  

일단 그렇게 짐작이 되자 그 다음부터는 접대가 대단하다. 금청각이 자랑하는 기생들을 불러 들인다. 그들은 사실 손님으로부터 정보롤 뽑아내는 일류 일꾼들이다. 따라서 손님에게 입의 혀처럼 굴고 있다. 그러한 환대를 받으면서 김준이 속으로는 금청각에 도사리고 있는 자객집단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1220년 가을에 벌어지고 있는 금청각에서의 그 일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 수상한 자의 출현에 대하여 벌써 비밀 자객단주인 비룡이 보고를 듣고 있다. 그는 어떠한 방법으로 김준을 상대할 것인가?

비룡은 우선 자칭 최준이라는 자의 정체부터 파헤치려고 한다. 그러한 시도를 김준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무심하게도 호화로운 금청각의 뜨락에서는 가을밤 스산한 바람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이 처량하게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