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소설 아룡전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5. 13. 07:04


소설 아룡전5(작성자; 손진길)

 

다음날 오전에 하루 전 무술시합을 통하여 선발된 4명의 가마꾼 후보자가 연무장에 집합한다. 아침식사시간에 서기인 김호남이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면 어제 준 무사복으로 갈아 입고 연무장에 집합한다. 오늘부터 한달간 특별교육이 있을 예정이다”.

고려의 실권자인 최우의 저택에서 근무하는 가마꾼들은 별도의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대문 옆 아래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자들은 크게 보아 3부류이다;

첫째가, 가마꾼 16명인데 그들은 4개조로 되어 있다. 주군인 최우를 모시는 조, 안방마님을 모시는 조, 첩들을 수시로 모시는 조, 그리고 보령 아가씨를 모시는 조로 나누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아룡이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의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우를 모시는 가마꾼의 이름이 일수, 이수, 삼수, 사수로 되어 있다. 그들 4명은 본명 대신에 그렇게 불리고 있다. 물론 그들의 무예실력이 가마꾼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안방마님을 모시는 조의 이름은 일호, 이호, 삼호, 사호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첩실을 교대로 모시는 가마꾼들은 일비, 이비, 삼비, 사비로 불린다. 끝으로, 보령 아가씨를 모시게 되는 가마꾼에 대해서는 그대로 본명인 관창, 장무, 조룡, 아룡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령 아가씨가 가명보다 본명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가, 서기와 다모 그리고 마당쇠와 문지기들이다. 서기 김호남의 설명에 따르면 대문 옆 아래채의 식구들이 전부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기에 그러하다고 한다. 먼저 서기인 김호남과 다모인 새별이 있다. 가마꾼을 관장하고 있는 서기 김호남은 아룡이 벌써 알고 있다.

그런데 가마꾼을 담당하고 있는 다모인 새별은 어제 처음으로 보았다. 그녀는 나이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아주 야무지게 생겼다. 김 서기의 말로는 새별의 무예실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최우 장군의 저택에 근무하고 있는 자들은 문사인 서기들을 빼고서는 모두가 무술을 할 줄 알다고 말하고 있다.

다모인 새별은 가마꾼들의 복장과 빨래 그리고 방의 청소 등을 관장하고 있는데 그녀가 직접 그 일을 하지는 않는다. 새별이 부리고 있는 여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여종들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기타 여종들과 함께 따로 생활하고 있다.

마당쇠와 문지기들이 가마꾼들과 함께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는 이유는 그들의 근무지가 대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잡인들의 출입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힘으로 저택을 침입하고자 하는 자들을 제지하고 있다. 자연히 무술실력이 대단한 친구들이다.

셋째가, 교관 두사람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그들이 가마꾼들의 무술을 책임지고 있는 교관 장승우20명이나 되는 마당쇠 및 문지기들의 무술을 책임지고 있는 교관 백주환이다. 두사람의 교관 가운데 장승우가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 어제 뽑힌 가마꾼 후보자 4명을 쳐다보고서 씨익 웃고 있다.

아룡은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 있으므로 귀와 눈이 무지하게 밝다. 따라서 한쪽 옆에서 교관 장승우가 백주환과 함께 식사하면서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더구나 장승우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 오늘부터 한달간 지옥훈련을 하게 되겠군. 심심하던 차에 재미있게 되었어… “.

아룡이 관창, 장무, 조룡과 함께 연무장에 도착한다. 교관 장승우가 벌써 나와 있다. 그리고 낡은 가마 하나가 그 옆에 놓여 있다. 어제 뽑힌 4명이 모두 참석한 것을 확인하고서 그 앞에서 교관이 자기소개부터 한다.

그런데 교관의 말이 걸작이다; “벌써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내 이름이 장승우이다. 나를 만난 가마꾼 후보자들은 한달동안 저승 문턱을 한번 다녀온다고 하여 장승우라는 이름을 평생 기억하게 된다. 내 친구들은 나의 별명을 장승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약 너희들 가운데 나보다 무예실력이 뛰어난 자가 있으면 나를 장승백이라고 불러도 좋다하하하“.

그가 호탕하게 웃는 이유는 자신보다 무예가 뛰어난 자가 없다는 사실을 어제 연무장에서 벌써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룡이 속으로 웃는다; “내가 내력의 2할만 사용한 것을 교관이 안다고 하면 스스로 까무러치겠군… “.

그런 줄도 모르고 그날 장승우가 신나게 설명한다; “오늘부터 한달간 내가 너희들에게 내력의 운용법을 가르칠 것이다. 가마꾼들이 내력을 운용할 줄 모르면 너무 힘이 든다. 가마는 힘으로 메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내력을 운용하여 메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먼 길을 갈 수가 있고 또한 험지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잠시 숨을 쉬고서 계속 말한다; “여기 4명 가운데 내공을 수련한 자가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 장승우가 나란히 서있는 4명을 휘둘러본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드는 자가 없다. 그럴 것이다. 내공을 수련한 자는 정식 호위무사로 근무하고 있지 시시하게 가마꾼으로는 일하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아룡이 속으로 생각한다; “가마꾼을 뽑는데 무예를 익힌 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공을 익힌 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구나... 내공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희귀한 것인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도학스님 덕분에 쉽게 익혔는데 그것이 무지하게 귀한 것이구나!... “.

아룡이 스스로 내공을 절정으로 익힌 자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 자신이 벙어리신세를 스스로 만든 이유가 바로 본연의 실력을 숨기기 위한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잠자코 교관 장승우가 하고 있는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을 뿐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장승우가 이어서 말한다; “오늘부터 한달간 내가 가르칠 내공법은 백부장 무활 장군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분은 이 집의 교관들을 가르치고 있는 무예 스승이시다. 그 무예실력이 고려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고 있는 분이시지… “.

장승우가 무활 장군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는 표가 나고 있다. 정말 무활 장군의 무예가 대단한 모양이다. 그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그 분의 내공심법은 백두산의 어느 도인으로부터 전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호흡법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터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

장승우가 잠시 4사람을 쳐다본다. 그리고 계속 말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한달 안에 필요한 내공을 습득하여 가마를 흔들림없이 메고 달려야만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내공으로 몸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만을 가르쳐주고자 한다. 흥미가 있는 자는 계속 그 호흡법을 수련하여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

그 말을 한 다음에 장승우가 눈으로 주위를 멀리 휘둘러본다. 자기들 5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설명을 시작한다; “내공심법은 다른 사람에게 발설이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내가 설명하는 조그만 소리를 귀기울여 듣기를 바란다”.

나직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그 내공심법의 구결이 4명의 귀에 들려오고 있다. 아룡도 귀를 기울여서 경청한다. 그런데 그 구결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단전에 기를 모으는 방법은 비슷한데 그것을 365군데로 나누어 보내는 순서와 경로가 상당히 다른 것이다.

교관 장승우는 자신이 가르쳐준 심법의 구결대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한번 시범을 보인다. 잠시후에 그의 머리에서 김이 오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4명의 훈련생들이 깜짝 놀란다. 아룡도 함께 놀라는 척을 하고 있다.

장승우가 갑자기 한쪽 손에 쥐고 있던 목검에 힘을 준다. 그러자 목검이 단숨에 두 동강이 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4명이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한 차력이 행사가 되고 있으니 장승우의 주먹에 맞으면 뼈가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장승우가 통쾌하게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지난 7년간 무활 사부로부터 지도를 받아서 이 정도의 경지에 올라 있지. 이제는 여러분들이 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내게서 배운 그 호흡법을 한번 시험해보기 바란다. 실시”.

아룡도 동료들과 함께 그 자리에서 앉아 그 호흡법대로 한번 시험을 해본다. 그 구결에 따라 운기를 하였더니 영 모양새가 이상하고 기운이 크게 모이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도학스님으로부터 배운 서우진왕의 내공심법을 사용하여 다시 운기를 해본다.

단전에서부터 모인 내기가 전신을 휘감으면서 몸이 훈훈해지고 있다. 천공을 통하여 내력이 품어져 나가려는 것을 아룡이 자제한다. 즉시 안으로 갈무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 천공에서 흘러들어온 외기가 있다. 그래서 아룡이 얼른 자신의 내기와 혼합하여 슬며시 꽁무니 삼각뼈를 통하여 아무도 모르게 내보내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기운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기에 교관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는 4명의 수련생에게서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장승우가 말한다; “좋다. 내가 가르쳐준 심법대로 매일같이 수련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매일 조금씩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달 후에는 무거운 가마를 가볍게 들고서 달리게 된다. 그러한 경지를 향하여 오늘부터 나를 태우고 개경시내를 일주한다. 실시”.

어느 사이에 장승우가 낡은 가마에 들어가서 좌정한다. 그러자 4명이 두개의 채를 앞과 뒤에서 나누어 손에 쥔다. 그것을 보고서 가마안의 교관이 말한다; “내가 너희들의 키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전부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관창과 장무가 앞의 채를 좌우에서 잡아라. 그리고 조룡과 아룡이 뒤의 채를 좌우에서 잡아라. 그러면 더 키가 맞아서 가마안의 아가씨가 편할 것이다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장승우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가마꾼은 세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가, 팔을 아래로 바로 뻗어서 채를 잡는 방법이다. 그것은 가마를 가장 낮게 운반하는 기술이다. 둘째가,가마채를 잡은 손을 어깨에 받치고 가는 방법이다. 그것은 가마가 높아지지만 힘이 적게 든다. 그리고… “.

장승우가 잠시 말을 끊은 다음에 설명을 계속한다; “셋째가, 위기를 만났을 때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마채를 위로 높이 들고서 빨리 달리는 것이다. 그때는 경신술을 사용해야 한다. 그 방법은 한달이 거의 끝나게 될 때 잘하면 한번 정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안되면 내가 다른 조를 불러서 한번 시범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면 먼저 가마채를 내린 팔로 잡고서 그냥 보폭을 맞추어서 걷도록 한다. 실시”.

그들 4명이 가마채를 잡고서 나란히 걸으면서 대문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문지기들이 재미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씩 한다; “오늘 또 녹초가 되어서 돌아오겠군. 말이 쉬워 가마꾼이지 그것이 쉬운 노릇인가?... 서문밖으로 나가서 두문동 산지를 한바퀴 돌아서 오자면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날 것이야. 쯧쯧… “.

그 말이 사실이다. 그날 관창과 장무 그리고 조룡과 아룡은 하루 종일 교관 장승우를 가마에 태우고 개경시내를 한바퀴 돈 다음에 산지로 진행한다. 서문 바깥에 있는 두문동 산지가 그렇게 높고 험한 지 처음 알았다. 그러한 험한 길을 가면서 조금이라도 가마가 크게 흔들리게 되면 안에서 고함소리가 난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오후 2시쯤에 개경시내로 들어오자 잠시 주막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한다. 그 다음에 다시 똑같은 경로로 훈련을 강행한다. 4명의 훈련생들은 뻣뻣한 팔이지만 억지로 가마채를 쥐고서 다시 운행한다. 먼저 앞장을 선 관창과 장무가 지쳐서 헉헉거린다.

아룡이 그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좌측을 보니 조룡 역시 숨이 거칠다. 그래서 아룡 자신도 얼른 지친 체를 하면서 크게 숨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은 아직 내력의 1할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처지라 지칠 것이 하나도 없는 아룡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조를 맞추어야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지 아니하는 것이다.

고려의 최고권력자인 최우의 저택은 황궁에서 가깝다. 자연히 개경의 북촌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저택으로 오후 늦게 가마꾼 수련생들이 도착한다. 무사의 복장이 땀에 젖어서 흥건하다. 그 모습을 보고서 문지기와 마당쇠들이 허허라고 웃는다. 그때 늙수그레한 마당쇠가 한마디를 한다; “젊은이들 오늘 고생 많이 했어.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니 장하구먼… “.

그 소리를 아룡이 정확하게 듣고 있다. 귀가 밝으니 남의 소리를 필요할 때 전부 들을 수가 있어서 좋다. 나중에 그 늙은 마당쇠가 누구인지 알아보니 그 이름이 청수라고 한다. 그 집에서 벌써 20년이나 근무하고 있는데 마당쇠 가운데 으뜸이라고 한다. 그 자의 무예가 대단하다고들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룡은 최우의 저택이야 말로 호랑이 소굴과 같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므로 행동과 처신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상승의 내공과 무예를 지니고 있는 고수 중의 고수라고 하는 사실이 탄로가 나는 경우에는 어떠한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짝 긴장하면서 그 한달을 훈련기간으로 보내고 있는 아룡이다. 이제 본격적인 개경의 추위가 밀어닥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내년 1220년 새해가 되면 아룡이가 약관의 나이 스무살이 된다. 그런데 새해가 되자 마자 한달 간의 훈련과정을 전부 마친 아룡이 동료 가마꾼들과 함께 그들의 상전인 최보령 아가씨를 대면하게 된다. 그녀는 과연 어떠한 성격의 여인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