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3(작성자; 손진길)
3년동안 도학스님은 제자인 김재룡에게 내공을 수련하게 한 다음에 그후 3년 동안에는 외공을 수련하게 한다. 몸의 단련을 위해서는 수박희와 발차기를 익히게 하는데 그것은 격투를 위한 몸기술이다.
그 다음에는 여러가지 무기를 사용하는 법을 하나씩 가르친다. 검과 도, 창과 철퇴, 도리깨와 물매돌, 그리고 활쏘기 등이다. 특히 활 가운데 한번은 대궁을 구해와서 그것을 사용해 보라고 지시한다. 재룡이 내력을 사용하여 대궁을 쏘았더니 놀랍게도 보통활보다 절반이 더 날라간다.
그것을 보고서 껄껄 웃으면서 도학스님이 말한다; “재룡아, 내가 대웅국의 장군으로 있을 때에 후금의 장군을 쓰러뜨렸는데 바로 고려의 대궁을 사용하였다. 여진족이 세운 나라 대금에서는 대궁이 없어서 나에게 당한 것이지. 사정거리가 멀기 때문에 거뜬하게 적장을 그 활로 꿰뚫은 것이야… “.
그 뿐만이 아니다. 도학스님은 작은 손방패와 커다란 방패를 사용하는 법을 제자 재룡에게 가르친다. 그 다음에는 말을 구해와서 기마술까지 전부 가르친다. 그것으로 도학스님의 가르침이 끝난 것이 아니다. 재룡이의 습득능력이 대단한 것을 보고서 신이 났는지 종래에는 군대를 지휘하는 방법과 진형을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그렇게 다양한 외공술을 가르치면서도 도학스님은 제자인 재룡의 내공의 수위를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3년전에 재룡이 폭포 아래에서 벌써 정수리를 통하여 하늘의 기를 받아 들이는 놀라운 경지에 도달하였지만 철저하게 함구하였기 때문이다.
하늘의 기를 사람이 받아들이게 되면 외관상 표시가 난다. 자신도 모르게 은은한 하늘의 빛을 얼굴에서 광채처럼 풍기게 되는데 재룡은 그러한 변화를 속으로 갈무리하는 법을 나중에 스스로 터득하고 만 것이다. 그 사이에 그는 일체 외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나중에는 그것을 스스로 갈무리해버렸기에 스승인 도학스님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
만약 도학스님이 16세에 재룡이 외기를 받아들였으며 17세에는 그것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고안하여 자신의 실력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룡이 전혀 내색하지 아니하였기에 3년간 여러가지 외공술을 가르치면서도 전혀 짐작조차 못한 것이다.
재룡이 19세가 되자 도학스님의 가르침이 끝이 난다. 내공술을 익히는데 3년, 외공술을 익히는데 3년 도합 6년의 세월이 소요가 된 것이다. 마지막 수료를 앞두고서는 일대일로 사제간에 결투를 벌이는 시간을 갖는다. 재룡은 여전히 자신의 내력의 6할만을 사용하여 감히 스승인 도학스님과 실력을 겨루게 된다.
도학스님이 손에 내력을 불어넣어서 재룡을 날카롭게 공격한다. 그것을 똑같은 방법으로 재룡이 손에 내력을 집중하여 막는다. 도학스님이 제자가 상할까 염려하여 그런지 다소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다. 그것을 알고서 재룡은 공격을 일체 하지 아니하고 철저하게 방어만 한다.
무려 한시진을 도학스님이 공격하였지만 제자인 재룡이의 숨소리가 편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때서야 도학스님은 제자 재룡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한시진이나 나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운이 빠져서 헉헉거리고 다리가 풀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
공격을 계속하면서도 도학스님의 생각이 이어진다; “이 녀석은 움직임이 처음과 똑같이 기민하고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용한 것보다 본래의 내공수위가 훨씬 높다는 증거이다. 어째서 재룡이가 스승인 나에게까지 자신의 내공수위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 “.
그래서 도학스님이 공격을 멈춘다. 그리고 제자인 재룡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질문한다; “재룡아, 네가 이 스승을 속이고 있구나. 너는 이미 내공술을 나에게서 3년간 배우고 이제는 외기를 끌어들여서 폭포수와 같이 내력을 사용하는 경지에 들어가 있구나. 그러한 놀라운 변화가 있었는데 어째서 내가 전혀 몰랐을까?... 어떻게 그러한 변화가 나에게 들키지 아니한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재룡이가 담담하게 말한다; “사부님, 언젠가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천공이 열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내력의 6할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숨기라고 말씀하셨어요. 전력을 다하게 되면 반드시 상대방이 상하게 된다고 주의를 주셨지요. 그래서 저는 그 다음부터는 항상 6할의 내기만 가지고 외공을 익힌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도학스님이 여전히 의문이 있어서 다시 묻는다; “그것은 알겠다. 그런데 천공이 열리고 외기를 받아들이게 되면 반드시 얼굴색이 변하는 등 표시가 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재룡이 너에게서 그러한 변화를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것인가?... ”.
그 말을 듣자 재룡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한참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말한다; “처음 천공이 열리고 하늘의 기운이 저에게 들어왔을 때에 저는 얼굴색이 변하고 광채가 어리는 줄을 몰랐어요. 그렇지만 나중에 물빛에 비추어 보니 그러한 현상이 있었어요. 그때 제자는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변화를 바깥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외기를 운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
그 말 도중에 도학스님이 급히 묻는다; “그렇다면 너는 그 방법을 찾아낸 모양이구나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재룡이 그때서야 천천히 말한다; “저는 호수의 물이 어떻게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이치는 들어오는 물과 나가는 물이 똑같기 때문이지요… “.
잠시 말을 끊고서 재룡이 스승의 눈을 본다. 아직도 이해가 부족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좀더 설명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천공으로 외기를 받아 발바닥으로 그만큼 내보내면 되지요. 그런데 그러한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왜냐하면, 먼저 외기와 내기가 하나로 융합이 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1년이나 지나서야 그것이 완성되었어요… “.
그 말을 듣자 도학스님이 경악하여 말한다; “그렇다면 재룡이 너는 이제 내기와 외기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구나… 나의 스승이신 서우진왕이 그 옛날에 그러한 경지에 대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러한 전설적인 경지를 한번 보여주시기도 하셨지... 그렇다면 재룡이 너는 아무런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저 나무를 한번 쓰러뜨려보아라“.
그 말을 들은 재룡이 서서히 자신의 손을 칼처럼 만들어 한번 휘두른다. 그러자 도학스님이 가리킨 나무가 베어져서 넘어지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서 도학이 깜짝 놀란다. 그가 염불을 외우면서 말한다; “서우진왕 다음으로 무예계에 일대 영웅이 탄생했구나. 이제는 내가 더 가르칠 것이 없다. 청출어람이니 나의 홍복이다. 하지만… “.
그 말들 듣자 재룡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신이 끝까지 숨겨야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도학스님이 제자인 재룡이의 눈을 보면서 천천히 말한다; “재룡아, 나는 너의 스승이기에 너의 놀라운 성취가 기쁘기 한량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를 것이다. 반드시 너를 시기하고 해치고자 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 모든 시기와 그들의 암습을 막아내야만 한다”.
재룡의 걱정과 근심이 무엇인지 도학스님이 벌써 알고 계신다. 그래서 재룡이 묻는다; “사부님, 이제 제자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떻게 하면 진면목을 완벽하게 숨길 수가 있을까요? 그리고 시기하는 자들의 암습을 피할 수 있을까요?... “.
그 말을 들은 도학스님이 대답한다; “방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상대방의 경계심을 애초부터 풀어버려야 한다. 그것은 멀쩡한 사람이 장애자 행세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 쉽지가 않다. 따라서 완벽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 일은 내가 도와줄 수가 있다. 또 하나는… “.
도학스님이 잠시 숨을 쉬고 말한다; “재룡이 너도 경험을 했겠지만 내공술의 단계가 마치 소리를 내는 이치와 같다. 제1단계가 목소리이다. 제2단계가 비성과 두성이다. 제3단계가 복부를 이용하는 소리이다. 제4단계가 단전과 전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제5단계가 외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기를 다스리는 자는 적의 암습을 먼저 느끼고 대비를 할 수가 있다. 이제부터 나와 그 연습을 하면 된다”.
그 말을 듣자 재룡이 말한다; “사부님, 외기를 이용하여 적의 암습을 막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장애를 이용하여 적을 속이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 도학이 천천히 말한다; “거짓 시늉을 하면 처음에는 속지만 나중에는 속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완전히 속이자면 스스로 장애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쉽지가 않다… “.
재룡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야무지게 말한다; “아혈을 누르면 잠시는 벙어리가 되지만 오래 지속이 되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침을 사용해야 하겠군요. 그렇게 스스로 침을 사용하여 벙어리가 되면 얻게 되는 유익이 무엇일까요?... “.
도학스님은 재룡이가 지나치게 똑똑한 것을 본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면서 말한다; “너는 어떻게 하나를 가르치면 열은 몰라도 다섯은 그 이치를 꿰뚫고 활용까지 하느냐? 참으로 선골이며 일대의 기재이다. 내가 그 옛날 나의 스승인 서우진왕을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구나… “.
도학스님이 그 옛날을 생각하는 그리움을 느끼면서 제자에게 말한다; “그래 재룡이 너도 아마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도록 벙어리로 만들어버리면 귀와 눈이 밝아진다. 인체는 그렇게 상호보완하고 기능적으로 대신하도록 되어 있다… “.
마치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도학스님이 아련한 눈빛으로 제자에게 말한다; “그러니 엔간한 것은 한번 보면 그대로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무예를 단번에 꿰뚫게 되겠지. 이것은 나의 스승이신 서우진왕의 말이다. 그러니 그 말을 믿는다면 재룡이 너는 앞으로 스스로 아혈을 침으로 찔러가면서 살아가도록 하려무나... “.
도학스님은 제자인 재룡이를 완전히 집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한달간 침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 결과 하산할 때에 재룡이 자신의 아혈을 침으로 찔러버린다. 그것을 보고서 도학스님이 안타깝게 말한다; “멀쩡한 김재룡이를 내가 6년 넘게 가르쳐서 이제는 아룡이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보내게 되는구나… 하지만 그 방법으로 아룡이 너는 장차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될 것이다… “.
과연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버린 19세의 청년 김재룡은 어떠한 일을 만나게 되는 것인가? 그 일이 있자 도학스님은 아룡이를 데리고 그 부모인 김문종과 문가연을 찾아와서 말한다; “여보게들, 내가 죽을 죄를 졌네. 그만 침술을 가르치다가 잘못 찔러서 재룡이가 벙어리가 되고 말았어.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
그 다음에 두부부에게 큰 절을 하고 도학스님은 암자로 돌아가고 만다. 아룡이 혼자 부모님께 절을 한 다음에 한동안 방에서 꼼작하지를 않는다. 사흘이 지나자 아룡이 집을 나선다.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하고서 북쪽으로 길을 잡아 떠난다.
벌써 1219년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차가운 날에 그가 개경으로 들어간다. 이제 그의 운명을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룡이가 주막에서 묵으면서 3일동안 개경구경을 한 다음에 어느 벽보판 앞에 서있다. 그는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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