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룡전2(작성자; 손진길)
김재룡은 13세인 1213년 가을부터 십리길을 걸어 북쪽산에 있는 암자를 찾아간다. 그곳에 자신의 사부가 된 도학스님이 기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 또는 사흘에 한번씩 혼자서 그 길을 걸어 암자로 가다 보니까 이제는 산길을 걷는 일이 상당히 익숙하다.
재룡은 자신을 제자로 맞아들이면서 도학스님이 호젓하게 2박 3일 동안 고려무예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해준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도학스님의 본명은 김성곤인데 그는 김해 김씨로서 개경의 서문 가까이에 검술도장을 설치하고서 오래 제자들을 가르친 청객이라는 별명의 무예가라고 한다. 그가 20대 중반에 개경에서 자신을 찾아온 서우진이라는 인물을 만난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천우신조라고 한다. 그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절정의 무예가 그에게서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고려인들이 수련하고 있는 무예는 대체로 그 뿌리가 그 옛날 한반도 남단 김해지역에 들어온 천축국의 무사들이 전해준 것이라고 도학스님이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야의 왕국 가운데 왕비가 된 허씨가 있는데 그가 무사들을 이끌고 들어왔으며 또 한 무리는 신라로 들어가서 한때 그 놀라운 무예로 왕가를 이루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세월이 지나 가야의 무예와 신라의 무예가 일전을 벌였는데 세력이 큰 신라가 전쟁에서 이겨 가야를 하나씩 합병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야의 무예의 정수는 그 후손인 김해 김씨의 집안에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도학스님이 자신의 가문에 전해지고 있는 무예를 절정으로 익혀서 고려의 무예가로 이름을 날린 것이다. 그는 청객이라는 별호로 개경에 도장을 열어 오랜 세월 그 무술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는 것이다.
셋째로, 그런데 그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내공술과 외공술을 그가 기이한 인연으로 배우고 익히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개경이 낳은 천재 서우진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우진이 야율종진이라는 이름으로 함경도와 만주에 종진국을 세우기 이전에 청객이 그를 만났다. 서우진이 청객을 찾아온 이유는 김성곤 자신이 사촌형인 고려출신의 장군 김영웅이 세운 대웅국의 첩보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우진은 김영웅의 사제였다.
넷째로, 1180년대에 고려의 북쪽에는 고려사람들이 세운 3개의 왕국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형제간인 김영웅, 채고수, 서우진이 세운 나라들이다. 온성에 수도를 두고 있는 대웅국, 혜산에 수도를 두고 있는 종진국, 강계에 수도를 두고 있는 고수국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종진국이 가장 컸다. 여진족을 포함하여 인구가 500만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고려의 인구와 맞먹는 대국이었다. 그러나 창건자인 서우진 곧 야율종진이 단명하여 죽고 나자 그만 후금의 침략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그 즈음 작은 왕국 대웅국과 고수국도 망한 것이다.
다섯째로, 서우진은 자신이 단명할 것임을 알고서 자신의 절정의 무예를 3개의 왕국의 장군 가운데 인재를 골라서 미리 전수하였다. 그 가운데 청객이 포함된 것이다. 청객이 딱 한달동안 서우진의 무예를 배웠는데 그것이 실로 인간의 경지를 진작에 뛰어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배웠어야 완전한 성취를 얻을 수가 있는데 그만 나이가 들어서 그 절기를 익혔기에 내공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13살에 불과한 김재룡에게 그 절기를 전수하고서 완전한 성취를 얻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씀이다.
그와 같은 긴 이야기를 듣고서 김재룡은 큰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것은 천축국에서 전해져 온 김성곤 집안의 무공과 서우진이 가르쳐준 새로운 무공의 차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평소 부친 김문종의 사숙에서 같으면 다른 학도들이 그 점을 먼저 물으면 재룡이 자신은 훈장의 대답을 조용히 듣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곳 암자에서는 새로 사부가 된 도학스님과 자신밖에 없으니 그것이 안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재룡이 질문한다; “그런데 사부님, 가야의 무예와 서우진의 무예의 큰 차이가 무엇인데요?... “. 도학스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즉시 대답한다; “가장 큰 차이는 내공술에 있다. 다같이 깊은 호흡을 통하여 단전의 기를 길러 전신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바깥으로 분출한다. 하지만 그 호흡법의 차이에 따라 내력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재래의 것이 서우진이 고안한 내력의 절반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지… “.
재룡은 부친에게서 학문과 무예를 배우고 있지만 그 호흡법에 대해서는 크게 배운 바가 없다. 그래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다음 질문을 한다; “그 호흡법의 차이가 어째서 발생하고 있는데요?... “. 그 말을 듣자 도학스님이 제자가 된 재룡의 눈을 한참 내려다본다.
그 다음에 천천히 말하기를 시작한다; “그 호흡법은 인체의 신비와 직결되고 있다. 인체의 신비에 대한 이해가 깊으냐? 에 따라서 내력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 점 때문에 서우진이라고 하는 고려의 천재가 인체의 내부를 지배하고 있는 기의 흐름에 대하여 탁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궁금증과 호기심이 강한 재룡이다. 그래서 그가 이어서 질문한다; “사부님, 그렇다면 서우진이라는 사부님의 사부님이 파악하고 있는 인체의 신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데요?... “.
그 말을 듣자 도학스님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대답한다; “참으로 좋은 질문이구나. 한마디로, 서우진의 호흡법은 오래하다가 보면 머리가 열리고 하늘의 기가 들어와 자신의 기와 교류를 하게 되는 놀라운 경지를 맛보게 되어 있다… “.
도학스님은 자신의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제자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잠시 설명을 끊고서 재룡을 내려다본다. 그러나 그는 귀를 기울이면서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다. 그것을 보고서 간단하게 설명을 계속하고자 한다.
도학스님의 말씀이 진지하다; “나도 근래에 들어와서야 조금 그 맛을 보고 있지...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인체의 신비를 넘어서서 그 수명까지 짐작하게 된단다. 그래서 서우진은 자신의 수명이 단명임을 미리 알고서 그의 절기를 여러 장군들에게 전해준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재룡이 말한다; “스승님의 말씀을 전부 이해할 수은 없지만 그것은 제가 직접 배우고 익혀보면 자연히 알게 될 내용이군요.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제가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도학스님은 재룡의 그 말이 고마워서 고개를 여러 번 크게 끄떡이고 있다.
그때부터 3년간 매일 그 호흡법을 반복하도록 도학선생이 재룡이를 가르치고 있다. 3일마다 한번씩 불러서 제자의 수련을 도와준다. 재룡이 호흡을 하다가 기력이 어느 부분에서 막히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면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서 그 길을 뚫고 제자의 기를 순조롭게 인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지나 1216년 여름철이 된다. 도학스님이 기거하고 있는 암자의 근처에 계곡이 있는데 그곳의 작은 폭포에서는 더위를 식혀주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아름다운 곳인데 금년에도 그럴 것이다. 자연이 아름답고 깨끗한 그곳에서 재룡이 혼자 내공수련을 하고 있다.
그때 참으로 이상한 경험을 재룡이 하게 된다. 갑자기 머리가 확 열리는 느낌이 든다. 분명히 머리에는 뚜껑처럼 단단한 뼈가 덮고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자신의 머리가 어떤 충격으로 두개골이 부서지고 뚜껑이 열려버린 것인가? 그래서 재룡이 걱정이 되어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만져본다.
분명히 그 자리에는 머리가 있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이 머리카락과 두골로 덮여 있다. 하지만 미세한 구멍이 있어서 그런지 기가 머리를 통하여 바깥으로 분출이 되고 동시에 하늘의 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느낌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재룡은 자신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 순간 지난 봄에 도학스님이 간절하게 말씀하신 대목이 생각난다; “재룡아, 너는 선골이라서 그런지 내공의 성취가 굉장히 빠르다. 아마 이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년을 넘기지 아니하고 하늘이 열릴 것이다. 그때부터 너는 자신의 내력의 6할까지만 사용하고 4할을 숨겨야 한다. 전부 방출하게 되면 상대방은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알겠느냐?... “.
그 말씀이 기억나자 재룡이 머리를 통하여 들어온 진기를 사용하여 손으로 나뭇가지를 휘둘러본다. 그러자 그 예리한 움직임 앞에 상당히 큰 나무가 베어지고 만다. 이것은 강풍의 수준이 아니라 예리한 검이나 도끼와 같다. 그 다음에 재룡은 6할의 진기만 사용하여 그 옆의 나무를 베어본다.
나무가 넘어지지 아니하고 절반쯤 베어진 상태이다. 그 다음에 재룡은 한번 더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그러자 같은 자리가 베어져 나가면서 마침내 나무가 스르르 쓰러지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재룡이 깊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결심한다; “도학스님은 전신의 내력을 항상 6할만 사용하고 그 이상은 숨기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나는 비록 호승심이 일어나더라도 절대로 그 이상을 남에게 보여서는 안된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까지 속이는 것이다. 6할의 실력이 나의 전체실력인 것으로 확고하게 믿고 있으면 되겠구나!... “.
16살의 김재룡이 깜찍한 결심을 한 그때로부터 그의 인생이 이상하게 흘러가기를 시작한다. 과연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스승인 도학스님은 재룡이의 미래를 위하여 구체적인 어떠한 처방을 내리게 되는 것일까?
'소설 아룡전(작성자; 손진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아룡전6(작성자; 손진길) (0) | 2020.05.14 |
---|---|
소설 아룡전5(작성자; 손진길) (0) | 2020.05.13 |
소설 아룡전4(작성자; 손진길) (0) | 2020.05.12 |
소설 아룡전3(작성자; 손진길) (0) | 2020.05.11 |
소설 아룡전1(작성자; 손진길) (0) | 2020.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