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7(작성자; 손진길)
왕궁의 대전에 입시하여 있는 10여명의 대신들 가운데 엘리아김 왕자의 장인인 엘라단이 들어있다. 그는 수도인 예루살렘의 명문거족이다. 호족의 대표로 특별히 그날 왕궁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이번 거사를 위하여 그의 가문의 사병 3천명이 벌써 동원되고 있다.
엘라단이 먼저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음 두가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로, 주전파가 아니라 이제는 주화파가 전면에 나서서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는 성군 요시야의 장남이신 엘리아김 왕자가 신왕이 되어 유다왕국의 기풍을 새로이 해야 합니다”.
엘리아김 왕자의 장인이 아니면 그 자리에서 함부로 말하기가 힘든 이야기이다. 더구나 엘라단이 예루살렘에서 가장 유력한 가문의 수장이기 때문에 엘리아김 왕자를 신왕으로 세우자고 감히 말할 수가 있다. 그 말을 듣자 반대하는 대신들이 없다. 다만 군단장인 나홀과 르우가 한동안 눈을 감고 있다.
그 모습을 일견한 다음에 엘라단이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애굽의 바로인 느고2세와의 전쟁을 중단하고 빨리 화친해야 합니다. 전쟁이 아니라 외교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소신은 오늘 참석한 대신 아히감을 외무대신으로 삼자고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대신들 가운데 이번에는 가레아가 앞으로 나선다. 그 역시 예루살렘의 명문거족의 수장이다(렘41:14). 그의 집안은 유다왕국의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그 세력이 엘라단의 가문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가 서슴지 아니하고 말한다; “소신은 귀족 엘라단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속히 그대로 시행하여 예루살렘의 정국을 안정시키고 애굽과의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수도인 예루살렘을 지탱하고 있는 두 명문거족의 수장들이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을 듣자 나머지 대신들이 전부 찬성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제1군단장인 나홀이 발언을 신청한다. 엘리아김 왕자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발언을 허락한다.
나홀 군단장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장인 저로서는 애굽 바로의 군대와 싸워서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지키는 것이 소임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왕국의 군사력으로는 애굽의 바로 느고2세가 동원하고 있는 40만명의 군대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저 수성만이 가능할 따름이지요. 그 결과는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
예루살렘성을 지키고 있는 2개의 군단 가운데 하나를 책임지고 있는 나홀 장군의 말이다. 그래서 모두들 경청한다. 그것을 보고서 그가 이어서 말한다; “전략적으로 일단 애굽과 화해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옳습니다. 만약 그러한 생각으로 새로운 왕을 세운다고 하면 저는 찬성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니고 대권만 차지하기 위하여 신왕을 세우는 것이면 저는 반대입니다”.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전면에 나선다. 그리고 힘주어 말한다; “저는 나홀 장군과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왕국의 군사력이 약하여 어쩔 도리가 없어서 제가 새로운 왕이 되어 살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저는… “.
잠시 숨을 쉰 다음에 엘리아김 왕자가 숙연하게 말한다; “속으로 분루를 삼키며 애굽의 바로에게 머리를 숙이고 화친을 청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가 지나가게 되면 반드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주적인 다윗왕조 유다왕국 본연의 모습을 되찾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저를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화답한다; “신왕 엘리아김 전하, 만세 만만세, 다윗왕조 유다왕국, 만세 만만세… “. 그렇게 솔로몬의 왕궁에서 대신들과 군단장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내부적으로 엘리아김 왕자가 유다왕국의 새로운 왕 엘리아김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재사 하나니는 이제 겨우 한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이미 작성하여 품 안에 간직하고 있던 인사안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신왕이 된 주군 엘리아김에게 바친다. 그것을 받아서 읽어본 다음에 엘리아김왕이 선포하기를 시작한다.
넓은 대전에서 25세로 유다왕국의 왕이 된 엘리아김의 목소리가 다음과 같이 울리고 있다; “짐은 엘라단을 궁내대신으로 삼고 아히감을 외무대신으로 삼아 속히 애굽과의 화친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홀 장군을 군부대신으로 삼고 제1군단장을 겸임하도록 한다. 그러니 나홀 장군은 애굽의 군사들이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끝까지 성을 방어해주기 바란다”.
그 말을 듣자 엘라단과 아히감 그리고 나홀 장군이 한발 앞으로 나서서 같은 목소리로 외친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소임을 다하겠습니다”.그 다음에 엘리아김왕이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그리고 재사 하나니를 외무서기관으로 임명하니 외무대신 아히감과 함께 속히 애굽의 바로 느고2세를 만나 이 전쟁을 끝내도록 하라”.
하나니가 앞으로 나서서 말한다; “삼가 전하의 명을 받듭니다”. 그 다음에 엘리아김 왕이 말한다; “짐은 초대 근위대장으로 가이난을 임명하고 그 아래 3명의 근위 천부장을 둔다. 그 이름이 오벳, 갈마, 요담이다.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엘리아김왕이 이어서 말한다; “짐의 아들인 여고냐를 세자로 세우고 그 스승으로 하달을 임명한다. 또한 악볼을 궁내서기관 겸 사관으로 삼아 왕명의 출납을 맡길 것이니 이 모든 일을 기록하고 필요한 인사조치를 시행하도록 하라”.
일사천리로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굉장히 합리적이다. 대신들과 군단장들이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래서 그들이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하면서 그날 대전에서의 회의를 끝내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퇴궐한다.
하지만 하나니와 하달은 금방 퇴궐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할 일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두사람이 새로이 근위대장이 된 가이난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가이난이 하나니에게 말한다; “형님, 감사합니다. 평민 출신인 제가 근위대장이 되었습니다. 형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일입니다”.
그 말을 듣자 하나니가 말한다; “그대는 나의 의동생이다. 그러니 형제의 의리로 국왕 전하를 잘 지켜 주기 바란다. 그리고 내게는 의동생이 또 한 명 있지. 여기 세자의 스승인 하달이야. 나이가 가이난 자네보다 5살이 적으니 막내동생으로 알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하게나… “.
그 말을 들은 하달이 가이난에게 말한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가이난이 말한다; “이제 좋은 의동생까지 생겼으니 이 가이난의 인생이 활짝 폈습니다. 앞으로 전하를 모시는데 힘을 합하도록 합시다. 하달 동생… ”.
역시 가이난은 무인이다. 한번 마음에 들면 호탕하게 호형호제를 한다. 그것이 단순하면서도 의기투합하는데 있어서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왕궁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한 다음에 하나니가 하달과 함께 성밖으로 나가서 애굽의 군사령관 호루가와 천부장 보디베라를 만난다.
그 자리에서 하나니가 애굽 말로 말한다; “계획대로 엘리아김 왕자가 유다왕국의 신왕으로 대신들에 의하여 추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주장했던 중신 3명과 여호아하스왕을 체포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두분께서 느고2세 폐하에게 잘 말씀을 드려서 다음 두가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하나니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첫째로, 엘리아김왕을 유다왕국의 왕으로 인정하고서 애굽과 화해를 하도록 해주십시오. 둘째로, 여호아하스왕의 신병을 인도할 것이니 그것으로 노여움을 거두고 그만 회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그 말을 듣지 호루가가 말한다;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문제는 폐하의 의중이시지... 그러니 여기 근위천부장인 보디베라가 직접 리블라로 가서 바로 폐하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대답을 듣고 와야 하네. 그러니 한 5일 정도 말미를 주시게나… “.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하나니가 허리를 굽혀서 사의를 표한다; “사령관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고마운 말씀을 제가 주군에게 그대로 전해 올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호루가 사령관이 껄걸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와 보디베라는 하나니 자네와 하달을 좋아하고 있지. 그러니 한번 기다려 보시게나. 하하하… “.
갈릴리 근방 리블라에 머물고 있는 바로 느고2세의 대답이 아직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왕궁에서 엘리아김왕을 만난 하나니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일단 여호아하스왕의 신변을 넘기는 선에서 화해를 추진해달라고 호루가 군사령관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는 리블라에 머물고 있는 바로의 대답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5일만 기다려주십시오”.
5일이 지나서 하나니와 하달이 다시 호루가 사령관의 막사에 들린다. 그 자리에서 호루가가 천부장 보디베라를 부른다. 그런데 사령관의 막사에 들어서는 보디베라의 얼굴이 다소 어둡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보디베라가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폐하께서는 차제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고 그 자리에서 엘리아김왕을 유다왕국의 신왕으로 세우기를 원하고 계시네. 그것이 우리 애굽제국이 유다왕국을 정복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나는 하나니와 하달 자네들이 진언하고 있는 예루살렘의 민심에 관하여 자세하게 폐하에게 말씀드렸지… 그 결과… “.
그 말을 듣자 하나니와 하달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끝까지 보디베라의 말을 들어보아야 한다. 그들의 귀에 다음과 같은 보디베라의 말이 들려온다; “폐하께서는 유다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특별히 이번에는 예루살렘성에 들어가지 아니하겠다고 어렵게 결정하셨어. 그 대신에 다음 3가지 조건을 말씀하셨지 그것이… “.
하나니와 하달은 숨을 죽이고 경청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보디베라가 또박또박 말한다; “첫째로, 엘리아김왕은 느고2세 폐하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도록 한다. 그 이름이 ‘여호야김왕’이다. 둘째로, 폐위를 당한 여호아하스 왕자 뿐만 아니라 주전파 중신 3명 모두를 리블라로 압송하라. 셋째로, 형식적이긴 하지만 전쟁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하라. 그 금액이 금 1달란트와 은 100달란트이다”.
하나니가 얼른 전쟁배상금의 규모를 속으로 셈해본다. 그것은 장정의 품삯으로 따지면 115명이 20년 동안 노동하여 버는 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니 많이 사정을 보아준 것이 맞다. 하지만 요시야왕과 여호아하스왕이 애굽과의 전쟁을 준비한다고 그동안 국고를 많이 사용하였기에 유다왕국의 재정상태가 어떠한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단은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하나니가 얼른 대답한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국왕 전하에게 그대로 보고를 드리고 답변을 받아 오겠습니다”. 하나니와 하달은 예루살렘성에 들리자 마자 신임 궁내대신인 엘라단부터 찾는다.
하나니가 궁내대신에게 애굽의 바로가 말한 전쟁배상금의 규모를 말한다. 그러자 국왕의 장인인 엘라단이 담담하게 말한다; “전란으로 국고가 비어 있어요. 하지만 전하의 근심을 덜어 드리기 위하여 우리 예루살렘의 호족들이 그 돈을 부담하도록 하겠네… “.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다. 그래서 하나니와 하달이 엘리아김왕을 예방하고 그대로 보고한다. 그 보고를 받은 후에 엘리아김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이름이야 무엇이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다. 일단 그들이 철군하는 것이 중요하지… 우리의 왕도에 발을 들여놓지 아니하고 그 정도의 조건으로 물러가겠다고 하니 그것이면 되는 거지. 고생들 많이 했어… “.
주전 609년 늦은 가을에 여호야김왕은 그렇게 극적으로 애굽의 바로인 느고2세와 화친을 맺게 된다. 그 결과 그의 모친인 성군 요시야의 왕비 스비다는 다시 솔로몬의 궁궐로 돌아와서 대비의 자리에 앉게 된다. 그리고 여호야김왕의 아내인 느후스다는 왕비가 되고 아들 여고냐는 세자가 된다. 그때 여고냐 세자의 나이가 아직 7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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