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12. 05:24


소설 여고냐5(작성자; 손진길)

 

엘리아김 왕자가 자택에서 심복이며 재사인 하나니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전 609년 예루살렘성에서 가을밤이 깊은데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심각하게 나누고 있는 것일까?

사실은 그날 두사람만이 있는 자리에서 재사 하나니는 자신이 은밀하게 기안한 소위 여호아하스 정권 전복 계획안을 주군인 엘리아김 왕자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구두로 보고한 것이다. 그 내용을 천천히 검토하면서 수차례 엘리아김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 내용을 전부 읽은 다음에 엘리아김 왕자가 하나니에게 질문하기를 시작한다; “군부대신과 근위대장을 사로잡고 여호아하스왕을 체포하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군요. 그렇다면 왕궁으로 침투해야 하는데 여기에 적혀 있는 대로 단지 5,000명의 사병으로 그 일이 성사가 되겠어요?... ”.

그 말을 듣자 하나니가 대답한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 두가지입니다. 첫째로, 그날 그 일을 위하여 애굽의 군대가 예루살렘성을 점령하고자 적극 공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야 예루살렘성의 병력이 대부분 성을 수비하기 위하여 외성으로 몰려가고 왕성의 수비병 수가 최대한으로 줄어 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

하나니가 잠시 숨을 쉰 후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군부대신이 전투상황을 여호아하스왕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수시로 왕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근위대장은 항상 왕궁에서 국왕을 호위하고 있고요. 그러므로 그날 왕궁으로 침투하여 5천명의 결사대가 왕궁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그들을 체포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추가로 질문한다; “우리 왕국에서는 군부대신 아마사가 전쟁의 신으로 불리고 있으며 또한 근위대장 데라의 무예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우리가 단지 사병의 수가 많다고 하여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지요?... ”.

옳은 말이다. 그래서 먼저 하나니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은밀하게 대답한다; “이제부터 제가 구두로 보고를 드리고자 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은 주군의 휘하에 지금 숨겨져 있는 무예의 고수가 있습니다. 그가 진면목을 드러낸다고 하면 능히 군부대신 아마사 장군을 잡을 수가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깜짝 놀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즉시 물어본다; “유다왕국 최고수를 꺾을 수 있는 무예의 고수가 우리 집에 있다고 하니 그가 도대체 누구요?... “.

그 말을 들은 재사 하나니가 빙그레 미소를 띄면서 대답한다; “제 의동생인 무장 하달이지요. 그는 자신의 진면목과 실력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의 무예는 제가 아는 한 지금 유다왕국에서 단연코 최고입니다. 그러니 노장인 아마사를 꺾을 수가 있지요… “.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엘리아김 자신이 아는 한 재사 하나니는 냉정한 인물이다. 그는 부풀리거나 폄하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언제나 객관적인 잣대로 적군과 아군의 실력을 평가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한 성품의 심복 하나니가 그렇게 자신하고 있으므로 엘리아김 왕자가 믿기로 한다.  

그것을 보고서 하나니가 설명을 계속한다; “우리가 5천명의 사병을 동원하여 은밀하게 왕궁의 담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곳에는 수비대와 근위대 3천명이 주야로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근위대 백부장 가이난을 은밀하게 포섭했습니다 .지금은 서로가 의기투합하여 의형제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가 내부에서 호응할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이 말한다; “큰 일을 성사했군요. 천하의 재사인 그대가 내 옆에 있다고 하는 것이 내게 복이군요. 이제는 거사일만 결정하면 되겠어요. 언제로 예정하면 좋을까요? 혹시 생각해둔 날이 있나요?... ”.

하나니가 대답한다; “범궐을 하는 것이므로 밝은 낮이 아니라 어스름한 밤이 좋습니다. 그리고 달이 그다지 밝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3일후 그믐날 밤에 거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거사일이 늦어지면 계획이 새나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엘리아김이 찬성한다. 그리고 말한다; “거사일에는 밤낮없이 애굽의 군대가 성을 공격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협력이 잘되고 있습니까?”. 하나니가 즉시 대답한다; “지금 그 연락업무를 전적으로 무사장 하달이 맡고 있습니다. 거사일을 알려주고 나면 그때에는 그를 왕궁침투조에 투입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알아 주십시오, 저하”.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심복 하나니에게 묻는다; “그러면 그날 왕궁침투조는 그대가 지휘하게 되는 것이요?... “. 하나니가 진중하게 답변한다; “그렇습니다. 여호아하스왕을 사로잡아야 가장 적은 희생으로 애굽과 화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도탄에 빠진 유다왕국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지요. 그러니 제가 앞장을 서는 것입니다”.

그 다음 하나니가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애굽군이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와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주전파가 중심이 되어 있는 현정권을 전복하고 있지만 우리도 외세의 지배는 배격합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나도 다윗왕조의 왕자입니다. 우리의 역량으로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자주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지금은 국력이 약하여 애굽과의 화친을 적극 도모하겠지만 반드시 훗날에는 외세를 배격하고 제국의 침탈을 벗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세밀하게 의견조율을 하고 나자 어느 사이에 동창이 밝아오고 있다. 밤새 처량하게 울던 풀벌레소리도 그치고 있다. 그렇게 예루살렘 성내에서는 주전론자와 주화론자들이 왕을 세우고 또한 폐하고자 하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지난 3개월간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있는 첫째왕자 엘리아김이 마침내 칼을 뽑고 있는 것이다.

그 비밀계획이 과연 실현이 되는 것일까? 그런데 신왕이 된 둘째왕자 여호아하스이거나 자신의 왕좌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첫째왕자 엘리아김이거나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위기에 처하고 있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의견과 행동방향이 가장 옳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위 창조주 여호와를 섬긴다고 하는 신정국가 유다왕국인데 그들 두사람은 아무도 여호와의 뜻과 생각을 묻지 아니하고있다. 더구나 그것으로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조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다윗왕조의 지도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마치 사사시대에 제멋대로 인본주의적으로 행동하던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돌이켜보면, 왕정시대가 시작되자 대선지자가 기름을 부어서 여호와의 일꾼을 국왕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다윗왕조를 시작한 다윗대왕이 가장 여호와의 뜻에 합당한 군주라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역사서와 선지서에서는 다윗대왕의 본을 받는 군주가 여호와의 가호를 받을 수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신앙의 본을 여호아하스왕이거나 그 도전세력인 엘리아김 왕자이거나 전혀 따르지를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혹 엘리아김 왕자가 거사에 성공하여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이 지나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어김없이 희미한 그믐달이 예루살렘왕궁을 어설프게 비추고 있다. 그때 갈고리와 사다리를 이용하여 일시에 왕궁의 담을 넘고 있는 5천명의 무리들이 있다. 앞장을 서고 있는 자들은 마치 부엉이와 같이 담벼락을 날아서 올라간다.

가장 먼저 월담한 자가 하달하나니이다. 그들의 무예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은 복장을 하고 검은 복면을 사용하고 있다. 5천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한꺼번에 왕궁으로 침투하여 여호아하스왕이 자고 있는 거처로 쇄도한다.

그 길을 인도하고 있는 안내자가 두사람이나 있다. 그들은 근위백부장인 가이난의 심복인 십부장들이다. 그러니 침입자들이 곧장 국왕의 침실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밤에도 성밖에서는 전투가 한창이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성이 환하다. 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유다의 병사들이 관솔불을 많이 피워 놓았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왕궁내 주요한 시설이 있는 곳에는 3천명의 수비병들이 환하게 불을 밝혀 두고서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그들이 먼저 달려오고 있는 검은 옷의 무리들을 목격하고서 목청껏 외친다; “적이다. 침투조가 궁궐에 들어왔다. 무조건 막아라”.

왕궁수비대가 그들의 정체를 애굽군대의 침투조로 오인하고 있다. 그럴 것이다. 그동안 엘리아김 왕자나 주화파에서 거사를 할 것이라고 하는 정탐보고가 전혀 왕궁에 보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늦은 시각까지 여호아하스왕은 집무실에서 군부대신 아마사 및 근위대장 데라와 함께 그날의 전투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왕이 23세이고 근위대장이 40세에 불과하니 늦게까지 정사를 돌보아도 전혀 지치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리고 군부대신은 상승무예를 익히고 있는 인물인지라 여전히 피곤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집무실과 대전의 바깥에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적의 침투조가 왕궁으로 들어왔다. 빨리 적들을 막아라황급하게 전장으로 달려가는 근위대의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것을 보고서 야전에서 오래 살아온 군부대신 아마사가 젊은 국왕에게 말한다; “전하, 제가 한번 나가서 상황을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근위대장께서는 전하의 안전을 확실하게 챙기도록 하세요”.

60대의 아마사가 바깥으로 나와보니 일단의 무리들이 검은 옷을 입고 또한 검은 복면을 하고서 근위대와 맞서고 있다. 그런데 그 선두에 서고 있는 몇 사람의 무예가 대단하다. 유다왕국에서는 정예병 중에 최고 정예라고 불리고 있는 근위대의 무사들이 볏단처럼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때 느닷없이 후미에서 근위대를 공격하고 있는 무리들이 또 나타나고 있다. 그들이 바로 내부에서 호응하고 있는 근위대 백부장 가이난의 부하들이다. 앞뒤에서 공격을 받고 있으니 근위대 병사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노장 아마사가 즉시 칼을 뽑아 들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순식간에 검은 옷의 무사들 서너 명을 베어 넘긴다. 그것을 보고서 한사람의 흑의인이 달려온다. 그가 바로 하달이다. 그는 검과 몸이 하나되어 아마사에게 비호같이 날아드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노장 아마사가 기겁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부르짖는다 너는 누구냐? 도대체 누구이기에 내외공을 하나로 시현하고 있느냐?”. 급하게 휘두른 아마사의 검이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게 하고 있다. 과연 그들 두사람의 대결은 어떻게 결말을 맺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