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6(작성자; 손진길)
유다왕국 제일검으로 알려지고 있는 군부대신 아마사를 바라보고서 흑의의 사내가 말한다; “역시 유다왕국 최고수의 솜씨가 녹 쓸지 아니하였군요. 이번에는 좀더 강한 공격이니 이것도 막아보세요”. 말이 끝나자 마자 갑자기 검을 던진다. 그런데 그 검이 방향을 바꾸어 아마사를 공격한다.
마치 검에 눈이 달려있는 것과 같다. 그것을 보고서 아마사가 더욱 놀란다; “이것은 내공으로 검을 비도로 사용하고 또한 원격 조종하는 엄청난 어검술의 경지이다. 전설로만 알려지고 있는데 이것을 내가 여기서 보다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나도 올라가지 못한 이 경지를 습득하고 있는 너는 누구이냐?”.
그러나 더 이상 물을 수가 없다. 겨우 검을 계속 쳐내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하나의 검이 자신의 허리를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달이 하나의 검을 던져서 먼저 상대방을 교란하고 그 다음에는 검신일체로 날아와서 즉시 상대방의 허리를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군부대신 아마사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 근위대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도무지 믿어지지 아니하는 경지의 무공을 직접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목격자들이 하나 둘 씩 쓰러지고 있다. 하나니가 복면의 무리들에게 근위대를 하나도 살려 두지 말고 전부 제거하라고 거듭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거짓말처럼 근위대가 전멸하고 만다. 이제는 반란군의 앞길을 막는 자가 아무도 없다. 그때 한무리의 근위대가 하얀 완장을 차고서 복면인들과 합세한다. 그 인솔자가 하나니를 용하게 찾아가서 말한다; “형님, 제가 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복면속에서 하나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동생, 잘 왔어. 이제는 국왕의 집무실로 들어가서 근위대장을 잡아야지… “. 두사람이 앞장서서 국왕의 집무실로 당당하게 들어선다. 그것을 보고서 여호아하스왕 뿐만 아니라 근위대장 데라가 눈에 쌍심지를 켠다. 이제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고 마는 것인가?
여호아하스왕의 집무실로 들어가는 도중에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내시들이 몇 사람 있다. 그들을 모두 죽여버린 자가 근위대 백부장이면서 이번의 내부반란에 스스로 참여한 가이난이다.
그가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내시들이 근위대 백부장인 가이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난은 출세를 위하여 반란에 가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약간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외부인에게 자신의 정체가 사전에 탄로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막는 자가 없으니 국왕의 집무실에 금방 도착한다. 여호아하스왕과 근위대장 데라는 군부대신 아마사가 참모들을 데리고 나갔으니 금방 진압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정작 넓은 집무실로 저벅저벅 걸어서 들어오고 있는 자들은 복면의 흑의인들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서 한사람의 근위대 백부장이 들어서고 있다. 그 자를 보자 갑자기 근위대장 데라가 호통을 친다; “네 이놈, 가이난. 네가 상관을 배신하고 근위대의 직무를 저버리고 말았구나. 국왕을 지키지 아니하고 반대로 적에게 가담을 하다니… 천인공노할 일이구나!... “.
그것을 보더니 말릴 사이도 없이 가이난과 그의 심복인 십부장 요담이 근위대장 데라를 공격한다. 양쪽에서 칼이 들어오자 데라가 정신이 없다. 한눈으로는 국왕인 여호아하스를 보살피면서 동시에 두사람의 공격을 막자니 완벽한 수비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그만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23세의 국왕인 여호아하스가 두손으로 근위대장 데라를 부축한다. 하지만 피가 낭자하게 흘러내리고 있으므로 그를 바닥에 눕히고 급하게 탁자의 보를 가지고 지혈부터 하고자 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데라가 혼절하고 말기 때문이다.
넓은 국왕의 집무실에 여호아하스왕만이 멍하니 남아 있다. 자신을 지키는 부하들이 한사람도 없다. 기가 막힌 처지가 된 여호아하스가 부르짖는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째서 근위대 복장을 한 간부들이 적들과 한패가 되어 있는가?... ”.
그 말을 듣자 백부장 가이난이 실소를 흘리면서 대답한다; “나라와 민족을 애굽과의 전쟁터에 끌고 들어가는 국왕을 저지하고자 모인 무리들이지요. 부왕의 원수를 갚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것이요. 그러니 주전파인 국왕을 애굽에 바치고 우리 백성들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
말이란 하기 나름이고 명분이란 만들기 마련인 모양이다. 흑의인들이 근위대 백부장 가이난이 말하는 내용을 듣고 보니 그것도 우국충정인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래도 근위대 간부가 국왕을 지키지 아니하고 반란에 가담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가 아니하는 배신행위이다.
침투조를 이끌고 있는 하나니가 그러한 분위기를 눈치채고서 얼른 수하들에게 명령한다; “여호아하스왕을 결박하라. 그를 옆방에 감금하고 입에 자갈을 물려라. 우리 유다의 백성들이 애굽의 침략을 중단시키고 살아남는 방법은 그를 곱게 넘겨주는 방법 밖에 없다”.
그 말을 듣자 그때서야 여호아하스왕이 복면인들의 정체를 눈치채고서 부르짖는다; “네놈들은 애굽의 침투조가 아니라 반란군들이구나. 그리고 근위대 간부인 저놈은 내통한 무리이고… 분하다. 안에서부터 나라가 망하는 것을 모르고 국왕인 내가 이 꼴을 당하고 말다니… “.
그러나 길게 넋두리를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복면인 가운데 한사람이 얼른 천뭉치를 가지고 여호아하스의 입을 틀어막고 말기 때문이다. 이미 재빠르게 결박이 지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천뭉치를 손으로 떼어낼 수가 없다. 그 다음에는 검은 천으로 눈마저 가리고서 옆방으로 끌고 간다.
하나니가 애초에 5천명의 결사대를 동원하여 솔로몬궁전을 점령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3천명이나 되는 왕궁수비병과 근위병을 베어 넘기느라고 자신들의 희생도 만만하지가 아니하다. 그 결과 적에 비하여 절반의 숫자인 1천 5백명이 죽고 이제는 3천 5백명 정도가 살아 남아 있다.
그 정도의 병력으로 일단 왕궁을 점령했지만 그 다음 문제는 애굽의 포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유다의 병력들이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리고 애굽의 군대를 예루살렘 성안에 들이지 아니하고 어떻게 화해를 이끌어낼 것인가?
두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나니는 하달과 함께 그 밤이 새도록 바쁘다. 그 결과 두사람은 무예가 뛰어난 무장 두사람과 근위대의 백부장인 가이난을 동시에 천부장으로 세운다. 사병출신인 천부장의 이름이 오벳과 갈마이다. 그러자 가이난이 얼른 자신의 심복인 요담을 백부장으로 천거한다. 하나니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그렇게 발령한다.
3명의 천부장에게 흑의인 3천명을 지휘하게 하고 왕궁을 철통같이 지키게 한다. 그 다음에 하나니와 하달이 500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안가에 있는 엘리아김 왕자를 왕궁으로 모시고 온다. 그리고 엘리아김 왕자의 이름으로 전령을 예루살렘에 있는 두명의 군단장과 10여명의 대신들에게 보낸다. 날이 밝는 대로 왕궁으로 입궐하라는 내용의 급보이다.
그와 동시에 하니니와 하달이 별동대 500명을 이끌고 주전파의 중심에 서있는 중신 3명을 긴급 체포한다. 이제는 한가지 문제만이 남아 있다. 그것은 예루살렘성을 지키고 있는 2개의 군단 사령관들이 과연 이번의 반란에 호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군단장 나홀과 르우가 갑자기 엘리아김 왕자의 이름으로 왕궁에 들어오라고 하는 기별을 받고서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그 초청에 응하고자 한다. 아직도 예루살렘 외성에서는 계속 기어오르고 있는 애굽의 군사들을 막느라고 유다의 병사들이 바쁘기 그지없다. 하지만 왕궁에서 급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짐작이 되므로 두 군단장이 함께 입궐한 것이다.
대전에 10여명의 대신들이 모여서 서 있다. 그리고 왕좌의 한 칸 아래에는 엘리아김 왕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나홀과 르우가 혹시 몰라서 부하들 10여명을 데리고 입궐했더니 군단장 두사람만 대전에 들어가라고 제지한다. 두사람이 그대로 따랐다. 현황파악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엘리아김 왕자가 천천히 좌석에서 일어나서 말한다; “그대로 버려 두면 애굽의 군대에 의하여 다윗왕조 유다왕국이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10만명도 아니되는 상비군 4개 군단으로 40만명이나 되는 애굽의 원정군과 전투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나는… “.
엘리아김 왕자가 비통하게 말한다; “구국의 일념으로 눈물을 머금고 예루살렘에 있는 주전파 대신들을 제거하고 신왕인 동생을 감금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애굽의 바로와 담판을 짓고자 합니다.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더라도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있는 다윗왕조 유다왕국을 살려내야 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저를… “.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는지 엘리야김 왕자가 말을 멈춘다. 잠시 진정을 한 후에 이어서 말한다; “저를 반란의 수괴라고 욕해도 그 비난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왕국이 망하는 것은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
엘리아김 왕자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저는 성군 요시야의 장남입니다. 부왕의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의 군사력이 애굽의 원정군을 이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명분에 휘둘려서 전쟁을 계속하게 되면 그 결과는 비참한 멸망 뿐입니다. 그러니… “.
말을 잠시 끊고서 엘리아김 왕자가 단 아래에 서있는 대신들과 두명의 군단장의 얼굴을 살핀다. 그 다음에 힘있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부디 저의 충심을 이해하시고 함께 조국을 구하도록 하십시다. 그리고 나중에는 반드시 조국의 자주성을 되찾도록 하십시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무릎을 꿇고서 호소합니다”.
그 말을 마치면서 실제로 엘리아김 왕자가 단 아래로 내려와서 자신의 무릎을 대신들과 두 군단장 앞에 꿇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대신들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흘리고 군단장들은 고개를 돌리고 만다. 나머지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과연 그들 대신들과 군단장 두사람의 의견은 무엇일까? 그들의 견해에 따라 다윗왕조 유다왕국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아울러 엘리아김 왕자의 반란이 성공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 그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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