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4(작성자; 손진길)
한편, 여호아하스왕은 집무실에 군부대신 아마사를 불러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먼저 여호아하스가 아마사에게 말한다; “요즘 대신들 가운데 바로의 군대와 싸우지 말고 화해하자고 주장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과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성군 요시야가 외적을 막다가 억울하게 암살을 당했는데 그 복수를 하지 아니한다고 하면 다윗왕조 유다왕국은 존재할 가치가 없어요… “.
그 말을 듣자 강성인 군부대신 아마사가 무장 출신답게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전하. 제사장나라의 국왕을 이방인들이 욕보이는 것도 큰 죄인데 하물며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애굽의 바로라고 하더라도 그 죄를 물어야만 합니다. 그러니 유다왕국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바로의 군대를 치고 그를 잡아서 사죄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여호아하스왕이 군부대신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우리의 상비군은 지금 4개 군단으로 10만명 정도입니다. 비록 예비군 병력이 8개 군단으로 20만명 정도가 별도로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전투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군부대신이 보기에는 그 정도의 군사력으로 바로의 40만 대군을 물리칠 수가 있을까요?”.
군부대신 아마사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전하, 우리는 성안에서 수비하는 군사가 30만명이나 됩니다. 일반적으로 공성작전에 성공하자면 3배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바로의 군사가 90만명이 되어야 유다왕국을 집어삼킬 수가 있지요. 그런데 바로의 원정군은 잘해야 40만명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우리의 요새나 예루살렘성을 뺏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다만… “.
이제는 아마사가 웃음기를 지우면서 말하기 시작한다; “예외적으로 두가지 경우에는 수성작전에서 실패하게 됩니다. 첫째로, 내부에서 봉기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그때에는 적을 방어하지 못하여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되지요. 둘째로, 적의 침투조가 비밀리에 잠입하여 군량미창고를 불태우거나 성문을 안에서 열어버리는 경우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여호아하스왕이 말한다; “군부대신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겠어요. 예루살렘 성안에서 주화파들이 세력을 규합하여 내란을 일으키는 경우를 미리 예방하자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왕성을 수비하고 있는 군사들에게 적의 침투를 확실하게 막도록 단속하자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여호아하스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은 군부를 단속하여 바로의 군대가 비밀리에 침투하는 것을 철저하게 예방하세요. 그러면 짐은 근위대장을 통하여 예루살렘 성내에서 모반을 도모하는 무리를 색출하여 엄벌에 처할 것입니다. 그렇게 처리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
여호아하스왕이 잠시 말을 끊고서 군부대신 아마사의 얼굴을 한참 보다가 말을 잇는다; “지금 상비군 4개 군단 가운데 예루살렘 성안에 절반을 두고 나머지 2개 군단은 미스바 요새와 라기스 요새에 각각 나누어 배치하고 있지요. 그것으로 내침하는 적을 방어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치고 바로를 사로잡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닙니까?... “.
그 말을 듣자 군부대신 아마사가 조용하게 대답한다; “전하, 그 점을 제가 제장들과 상의하여 두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첩보부대를 가동하여 갈그미스를 정벌한 후 회군하고 있는 바로의 군대의 동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그 정보를 분석한 후에 침투조를 적 진영으로 들여보내고자 합니다. 바로의 목을 따버리고 군사령관을 암살하고 나면 애굽의 군대도 무력해질 것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여호아하스왕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정정당당한 방법은 아니지만 부왕의 원수를 갚자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겠군요. 더구나 애굽 대군의 공격을 눈 뻔히 뜨고서 당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짐이 승인할 터이니 경은 그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주세요”.
아마사 군부대신이 예를 표한 후에 물러가자 여호아하스왕이 곁에 서있는 근위대장 데라에게 말한다; “데라, 엘리아김 왕자와 그의 측근들에 대한 감시는 잘하고 있겠지?... “. 근위대장 데라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 전하, 심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백부장 가이난에게 별동대를 지휘하여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벌써 지시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보고를 최근에 받았습니다”.
두사람의 의논이 거기에서 끝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비밀내용을 하나 모르고 있다. 그것은 백부장 가이난이 은밀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귀족 출신이 아니라 평민 출신인 가이난이 근위대의 백부장으로 출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대단한 능력 두가지 덕분이다; 하나는, 무예가 뛰어나다. 또 하나는, 처세술이 뛰어난 것이다.
가이난은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기에 왕의 죽음이나 복수 또는 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에 그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크게 출세하는 일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한 그를 조금 인정해준 자가 상관인 근위대장 데라이다. 십부장에 불과한 가이난 자신을 근위대의 백부장으로 발탁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이난은 데라를 볼 때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40살이다. 그런데 귀족출신인 그는 벌써 근위대장이다. 그에 비하여 무술실력이 비슷한 자신은 아직도 백부장에 불과하다. 게다가 맡은 일이 별동대를 이끌고 왕족을 감시하는 따분한 일이다.
그래서 가이난은 여호아하스왕에 의하여 밀려난 엘리아김 왕자와 그의 측근인 재사 하나니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에게 잘 보이면 벼락 출세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근히 하나니에게 줄을 대어 보았다.
모사를 꾸미고 있는 하나니는 왕궁내에서 돌아가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이난을 흔쾌히 만나서 그와 의기투합한다. 나이가 2살 많은 하나니가 개인적으로 가이난 백부장을 자신의 의동생으로 삼고 있다. 두사람은 은근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들이 한번 유다왕국의 실세가 되어보자고 굳게 약속하고 있다.
그러니 가이난 백부장이 수집하여 보고하는 정보에 따르면 엘리아김 왕자나 그의 축근들은 모반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엉터리 보고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근위대장 데라와 여호아하스왕의 사정이 딱한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예루살렘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엘리아김 왕자의 수하인 무장 하달이 바로의 군사령관 호루가가 지휘하고 있는 10만 대군의 남진을 돕고 있다. 하달이 길을 안내하기 위하여 호루가 사령관 옆에서 함께 말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호루가의 옆에는 근위대의 천부장 보디베라가 역시 말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애굽군대의 남하의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그들은 재주껏 유다왕국의 성읍과 요새를 피하여 남진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렇게 요령 있게 길을 잡고 있는 이유는 하달의 충고를 그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갈릴리 근방 리블라를 출발할 때에 하달이 호루가 사령관과 천부장인 보디베라에게 애굽 말로 말했다; “도중에 유다왕국의 성읍과 미스바 요새가 있습니다. 그곳을 피하여 빨리 예루살렘으로 직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루살렘성을 점령하고 여호아하스왕을 잡으면 어차피 이 전쟁은 끝나기 때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호루가와 보디베라가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동의한다. 그 결과 그들은 단 5일만에 예루살렘성의 기슭에 도착하여 성을 공격할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들이 가지고 온 공성기구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 이유는 예루살렘성이 골짜기에서 780미터나 높이 솟아 있는 산지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호루가 사령관이 1개 군단 2만 4천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산기슭을 기어 올라가서 시험적으로 예루살렘성을 공격해보았다. 그 결과 절반 가까운 병력만 희생되고 예루살렘성은 끄떡없다. 그것을 보고서 호루가 사령관은 기가 막힌다; “저 철옹성을 공격하여 점령하자면 도대체 얼마의 병력이 필요한 것인가?... ”.
그가 이제 바랄 수 있는 것은 예루살렘 성안에서 봉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호루가 사령관은 물론 보디베라 천부장이 엘리아김 왕자의 심복인 하달을 계속 막사로 불러 들이고 있다. 그때문에 하달이 참으로 바쁘다.
애굽의 대군이 예루살렘성을 봉쇄하고 있으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완벽하게 금지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한데 하달이 성내와 성밖을 자주 오가고 있다. 그 방법은 오로지 자신의 무예실력을 의지하는 길 뿐이다.
하달이 묘하게도 상승무예를 익히고 있다. 그의 가문은 히스기야왕 때 헤브론 성주를 지낸 삼마 장군의 부관 야렛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삼마 장군은 사울 장군과 함께 여분네의 아들 갈렙에서 창기스로 이어지고 있는 무공을 전수받은 제자이다.
그 삼마 장군이 노년에 헤브론 성주로 있으면서 무예에 재능이 있는 부관들에게 상승무공을 전수했다. 그 가운데 천부장 야렛이 들어 있다. 그는 그 비기를 재능이 있는 자손들에게 가르쳤는데 여려서부터 하달이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익힌 것이다.
20세 중반의 나이가 되자 하달은 헤브론 고향을 떠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들어간다. 엘리아김 왕자가 호위무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그곳에 살고 있는 친척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하달은 당당하게 합격하여 엘리아김 왕자의 호위무사가 된다.
하달이 엘리아김 왕자의 호위무사로 일하면서 사귄 인물이 하나니이다. 그는 귀족가문의 자제이면서 문과 무에 두로 뛰어난 인재이다. 그러므로 엘리아김 왕자의 신임이 두텁다. 서로 친해지자 하나니는 자신보다 7살이나 나이가 적은 하달을 의동생으로 삼고 있다.
하달의 무예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 하나니가 의동생 하달을 크게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니는 진정한 하달의 상승무예의 경지를 모르고 있다. 과연 35세의 무장 하달의 숨은 실력이 어느 정도인 것일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달의 무공은 놀랍게도 유다왕국에서 당시 무예의 신으로 추앙 받고 있는 군부대신 아마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하달은 언제나 자신의 실력의 6할 정도만 선을 보이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달은 예루살렘에서 지내는 지난 10년 동안에 자신에게 부족한 학문을 닦는데 전념했다. 하달 자신의 가문은 헤브론의 하급 귀족에 불과하지만 하나니의 가문은 예루살렘에서 유명한 집안이다. 더구나 하나니가 문과 무에 두루 통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애굽 말에도 능통하다.
따라서 하달은 의형인 하나니에게 부탁하여 자신에게 학문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하나니가 학문의 기초를 가르쳤더니 놀랍게도 하달의 습득능력이 대단하다. 하도 기특하여 의동생인 하달에게 나중에는 애굽 말까지 가르친 것이다.
요 근래 하달은 비밀리에 애굽 군대와 엘리아김 집안을 오가면서 전령 노릇을 하고 있다. 그 일은 상승무예를 극성으로 익히고 있는 하달의 무공실력이 아니면 가능하지 아니한 일이다. 양쪽 군사의 눈을 피하여 780미터의 성을 출입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달의 활약 덕분에 하나니는 거사계획을 현실성 있게 짜고 있다. 그는 가장 적은 희생으로 여호아하스왕의 수족을 제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떠한 일이 예루살렘성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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