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고냐(손진길 작성)

소설 여고냐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0. 4. 10. 08:39


소설 여고냐3(작성자; 손진길)

 

2. 예루살렘에서 무르익는 반란의 기운

 

요시야왕의 장남인 엘리아김 왕자는 본래 솔로몬의 궁궐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줄곧 살았다. 그가 18세에 예루살렘의 귀족인 엘라단의 딸 느후스다와 결혼하였지만 출궁하여 분가하지 아니하고 왕궁에서 계속 살았다. 아직 세자로 책봉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첫째왕자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친 요시야왕이 갑자기 별세하고 이복동생인 여호아하스가 유다의 왕이 되고 나자 엘리아김의 식구들은 졸지에 왕궁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것도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예루살렘의 서편지역으로 쫓겨난 것이다. 그 북쪽에는 공동묘지가 즐비한 골고다언덕이다.

엘리야김 왕자에게 주어진 저택에는 모친 스비다가 함께 살게 된다. 성군 요시야의 정식왕비인 스비다는 예루살렘 인근 루마의 호족인 브다야의 딸이다. 귀족의 가문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 그녀가 16세에 13세인 국왕 요시야와 결혼했다. 그리고 이듬해에 왕자 엘리아김을 생산했다.

그러므로 왕비 스비다는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었다. 비록 후궁인 하무달2년후에 왕자 여호아하스를 생산하고 나중에 또 왕자 맛다니야를 낳았지만 정식왕비인 스비다에게 도전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39세의 일기로 남편 요시야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그것이 아니다. 갑자기 중신들이 회의를 하더니 왕비인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아니하고 후궁 하무달의 아들인 여호아하스를 유다의 왕으로 삼는다. 그리고 왕비인 자신과 자신의 소생인 첫째왕자 엘리아김의 가족을 모조리 예루살렘 변두리로 몰아내고 만 것이다.

그와 같은 불이익을 당한 왕비 스비다는 억울하다. 한갓 시골 립나의 호족에 불과한 예레미야의 딸인 하무달, 그것도 정식왕비가 아니고 후궁인 그녀에게 대비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 게다가 이제는 궁궐에도 있지 못하고 변두리 주택지로 쫓겨나고 말았으니 스비다의 원한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하루는 스비다가 부친 브다야를 집으로 조용히 불러서 말한다; “아버지,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갑자기 성군인 남편이 적을 막다가 승하하신 것도 원통한데 옥좌를 후궁의 소생이 차지하고 말다니요?... 게다가 제 처지를 보세요. 왕궁에서 쫓겨나 누추한 지역에서 초라하게 살고 있습니다... “.

귀하게 자란 딸이 그것도 유다왕국의 왕비였던 그녀가 그렇게 하소연하자 부친 브다야의 마음이 좋지가 않다. 그래서 브다야가 간곡하게 딸을 위로한다; “마마, 지금 예루살렘에서는 애굽과 전쟁을 하자는 주전파의 세력이 강하여 그렇게 정국이 흘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

브다야가 갑자기 목소리를 아주 낮추어서 말한다; “저희 유다왕국이 역사적으로 애굽을 이긴 때는 이스라엘제국의 시대 곧 다윗대왕과 솔로몬대왕의 제국시대 뿐입니다. 남북으로 분열이 된 이후에는 한번도 애굽제국을 이긴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앞날을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

딸 스비다가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브다야가 이어서 말한다; “만약 애굽의 바로인 느고2의 군대가 갈그미스를 점령한 다음에 남하한다고 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됩니다. 애굽에게 지고 나면 신왕인 여호아하스는 주전파인 신하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애굽으로 끌려가게 되고 말 것입니다. 그때가 곧 올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옳은 말씀이다. 그래서 스비다가 조용히 웃으면서 부친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역시 루마의 귀족이시며 천하의 재사이십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소녀의 마음이 상쾌합니다. 부디 저의 아들 엘리아김 왕자를 도와주세요. 최소한의 희생으로 예루살렘이 애굽의 바로와 화친할 수 있도록 힘을 써주세요. 저는 남편 요시야 성군처럼 백성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그 말을 듣자 60대 중반의 브다야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마마의 남동생인 멜기앗디에게 엘리아김 왕자를 적극 도와주라고 지시할 것입니다. 멜기는 나를 대신하여 대신들을 규합하고 앗디는 사병을 끌어 모아 조카인 엘리아김 왕자가 정권을 잡도록 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부친이 친정으로 돌아간다. 부친을 전송한 다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스비다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역시 친정이 든든해야 출가한 여자가 힘을 얻는다. 그녀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 엘리아김 왕자에게 외조부의 말씀을 전해 준다.

그 말을 듣자 엘리아김 왕자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호아하스 정권은 결코 오래가지를 못합니다. 부왕이 애굽 바로의 저격병에 의하여 억울하게 돌아가셨기에 그 복수를 한다고 지금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애굽의 바로에게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지를 알게 됩니다. 작은 나라가 결코 큰 나라를 이길 수가 없지요… “.

왕비 스비다25세가 된 아들 엘리아김 왕자가 든든하다. 그래서 말한다; “너의 견해가 외조부의 생각과 같구나. 결국 예루살렘 정계에서 서서히 애굽과 화친을 하자는 주화파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또 백성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주전파에게 타격을 주어야만 한다. 너는 방법이 있느냐?”.

그 말을 듣자 목소리를 낮추어 엘리아김이 모친에게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말한다; “저는 가까운 신하들과 상의하여 애굽의 바로인 느고2에게 밀서를 보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장인어른 엘라단에게 부탁하여 사병을 비밀리에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처가는 예루살렘의 명문거족이므로 그 세력이 상당하지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

아들의 말을 들은 스비다가 조용히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그래 잘 조치하고 있구나. 이제는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구나. 아무튼 너무 큰 전투를 벌이지는 말고 아주 비밀리에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해라. 동족상잔은 최소한에 그쳐야만 한다”. 그렇게 비밀리에 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좋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단 3개월만에 갈그미스를 정복한 느고2의 군대가 남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호아하스왕을 지지하고 있는 주전파들은 바로의 군대가 갈그미스를 공략하는 경우 그 희생이 막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굽과 메소포타미아 강국 사이에 시리아 땅을 두고서 큰 전투가 벌어져서 바로가 군사를 많이 잃어버릴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면 바로의 군대를 상대하여 유다왕국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마치 길거리에 떨어진 은덩어리를 줍듯이 바로의 원정군이 너무 쉽게 갈그미스와 그 서쪽의 땅을 차지하고 만다. 이제는 유다왕국을 들이칠 것인데 그들을 상대할 군사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예루살렘의 왕궁에서는 신하들이 다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주전파 가운데 상당수가 이탈하여 이제는 화친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신왕인 23세의 여호아하스가 젊은 혈기를 부린다; “부왕이 그들에 의하여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3달도 지나지 아니하여 이제는 애굽의 바로에게 무조건 항복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씀들을 하시니 심히 답답합니다. 그러면 부친의 원수는 누가 갚고 또 유다왕국의 자주성을 누가 지킨다는 말씀입니까?".

명분에 있어서는 젊은 여호아하스왕의 말이 옳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바로의 대군을 막을 능력이 현실적으로 유다왕국에는 없는 것이다. 그 옛날 히스기야왕의 시절과 므낫세왕의 시대에는 유다왕국에 8개 군단 20만명에 가까운 상비군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므낫세의 아들인 아몬이 왕이 된 다음해에 반역사건이 발생하여 그만 왕이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 군부의 몇몇 장군들이 모반하여 왕을 살해하고 만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제사장들과 장로들이 예비군을 동원하여 반란을 진압했다. 그들은 8세에 불과한 요시야 왕자를 신왕으로 모시고 급히 군부개혁을 단행했다.

다시는 군부반란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도적으로 8개 상비 군단을 절반으로 줄이고 만 것이다. 그에 따라 지금 유다왕국에서는 전쟁을 칠 수 있는 병력의 수가 10만명이 채 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40만명이 넘는 바로의 원정군을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신하들이 제정신이 돌아오자 그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상당수가 주전론자에서 그만 주화론자로 돌아서고 만 것이다. 그들은 이제 첫째왕자인 엘리아김을 바라본다. 그에게 애굽과 화친하는 주화파의 선두에 서달라고 은밀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계의 흐름은 사실 엘리야김 왕자의 외조부인 브다야와 외숙인 멜기가 힘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신들을 찾아가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엘리아김 왕자의 장인인 엘라단도 힘을 보탰다.

일찍이 요시야왕은 예루살렘의 가장 큰 실력자인 엘라단의 딸 느후스다를 큰 며느리로 맞이했다. 요시야왕은 엘라단을 사돈으로 삼아서 예루살렘에서 자신의 권력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엘라단의 집안이 지금 애굽과 전쟁을 하지 말고 화친을 하자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엘라단이 두가지 명분을 들고 있다; 하나는, 유다왕국의 군사력으로는 결코 애굽 바로의 군대를 이길 수가 없으므로 전쟁을 하게 되면 그 희생이 너무나 막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예루살렘을 잘 보존하여 훗날 자주성을 되찾는 기반으로 삼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애굽과 전쟁하여 예루살렘이 완전히 파괴가 되어버린다고 하면 다시는 재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민족적으로나 예루살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명문거족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큰 비극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주화파의 주장에 대하여 많은 대신들과 예루살렘의 기득권층이 호응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발생하자 스스로 엘리아김 왕자의 사저로 찾아와서 사병을 내놓겠다고 하는 대신과 호족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엘리아김 왕자와 그의 책사인 하나니가 구체적인 거사계획을 짜야만 하는 시기이다. 그렇게 예루살렘 서편의 주택가 엘리아김 왕자의 집에서는 반란의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