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3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9. 16. 01:55

허굉필() 허선비 이야기39(손진길 소설)

 

허굉필최선미와 함께 육조거리로 들어와서 호조(戶曹)를 찾는다. 19세기 중엽인 당시 조선의 임금이 거처하고 있는 창덕궁에서 서편으로 나서면 육조거리가 북에서 남으로 펼쳐지고 있다;

 왼편으로는 이조, 예조, 호조가 자리를 잡고 오른쪽으로는 병조, 형조, 공조가 위치하고 있다.

1844년에 대과에 급제한 약관의 허굉필이 어전에서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아깝게 차석을 했다. 당시 장원을 한 인물이 안동 김씨 문중의 김호선(金好善)인데 그는 33개의 어사화가 장식이 된 관모를 사용했다. 차석을 한 김해 허씨 문중의 허굉필23개의 어사화가 있는 관모를 머리에 쓰게 되었다.

그때 한양에 머물면서 허굉필은 육조거리의 배치의 특징을 익히게 되었다;

 그 옛날 경복궁 자리에서 남쪽으로 바라보게 되면 왼쪽으로 가장 먼저 이조(吏曹)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곳이 인사동 거리인 것이다. 이조가 관리들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그 동네의 이름이 비록 한자는 다르지만 인사동(仁寺)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이 예조(禮曹)인데 거기서 동쪽으로 진행하면 종묘()가 나타난다. 종묘야 말로 유학을 숭상하고 있는 조선의 예절이 집약되고 있는 상징이 맞다. 그 다음은 호조(戶曹)이다. 당연히 호조에서부터 운종가(雲從街)가 시작되고 있다. 그 끝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이 있는데 그것이 별칭 한양의 동대문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경복궁 자리에서 남쪽으로 오른쪽을 바라보면 곧바로 병조(兵曹)가 자리를 잡고 있다. 병조는 조선의 군부를 통제하고 있다. 조선을 지키고 있으므로 훗날 그 줄기에 군사력으로 나라를 지키자고 하는 의미에서 독립문(獨立門)이 세워지게 된다.

병조 다음에 형조(刑曹)가 위치한다. 형조는 법을 집행하는 곳이므로 묘하게도 훗날 일제시대가 되면 형조의 거리에 서대문형무소가 세워지게 된다. 마지막이 공조(工曹)이다. 왕궁을 보수하고 조선의 개발계획을 수립하며 집행하고 있다. 따라서 경복궁을 훗날 흥선대원군이 다시 지을 때에 공조가 그 일을 맡아서 진땀을 흘리게 된다;

문과시험에서 전체 차석을 한 허굉필이 종8품 봉사의 벼슬을 받고 출사를 하여 한성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그 다음해인 1845년이다. 당시 그가 근무하던 한성부가 100년이 지나면 서울시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위치가 한성부에서 남쪽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1845년부터 5년간 허굉필이 한성부에서 야경담당으로 일했기에 한양의 4대문과 그 안쪽의 여러 길거리에 대해서는 익숙하다. 특히 야간에 흥청거리고 있는 한양의 밤거리와 기방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절에는 호판의 자제인 김유진을 만나 호형호제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김유진을 통하여 헌종의 계비인 남양 홍씨의 당숙이 되는 홍재덕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주로 만난 장소가 종로에 있는 기방이었다. 그러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허굉필이 호조에 가서 정4장령()으로 일하고 있는 김유진을 찾는다;

허굉필은 그동안 지방의 수령이 되어 외직(外職)으로 떠돈 지 8년이 지나고 있다. 따라서 두사람은 8년 동안 한양에서 다시 만나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1살 연상인 김유진이 얼마나 허굉필을 보고서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따라서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굉필이 아우, 나는 자네가 정말 보고 싶었어. 어째 이제서야 한양에 나타나는 것이야! 당장 오늘밤에 술한잔을 하고 회포를 풀자고, 하하하어느 기방이 좋을까? 하하하 “.

김유진은 정이 많은 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허굉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말한다; “오늘 저녁에 우리가 옛날에 자주 만나던 그 종로의 기방으로 나오게. 내가 홍재덕 참의에게도 연락하여 함께 자네를 만나도록 하지. 술시(戌時)가 시작되면 그곳에서 무조건 만나도록 해. 이따 보자구! 하하하… “.

허굉필이 보기에 나이가 34세나 되는 김유진 장령은 전혀 구김살이 없다. 그 이유는 호판을 오래 지내고 물러난 안동 김씨의 실세였던 김형술 대감의 자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19세의 젊은 나이에 일찍 대과에 급제한 인물이다. 계속 호조에서 근무했으며 이제는 그 벼슬이 정4품 장령이다.

출세가 빠르다고 하는 허굉필이 지금 종4품 첨정이다. 그리고 김포군의 군수이다. 그런데 김유진은 그보다 품계가 하나 더 높은 것이다. 호조 내에서는 10여년이 지나면 장차 김유진 장령이 부친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전도가 창창한 인물이 바로 김유진인 것이다.

그렇게 별안간 약속이 되었기에 허첨정최다모와 함께 남산골 하숙집에 돌아온 다음에 저녁시간에 말을 두고서 혼자 걸어 종로의 기방으로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굉필이 간편하게 무복으로 갈아 입고 어깨에는 활을 옆구리에는 화살통을 지니고 있다. 보기 드물게 그가 무관의 복장을 하고서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최다모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말한다; “여보, 어째서 그러한 무관의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이예요? 오늘 당신 좀 이상해요!... “. 여자의 직감이 어떤 때는 예리하다. 그 말을 듣자 허첨정이 말한다; “내가 오늘밤 두사람을 만나요. 그런데… “.

잠시 생각을 하더니 허굉필이 말을 잇는다; “한사람은 문과에 급제한 인물 김유진이고, 또 한사람은 무과에 급제한 인물 홍재덕이지요. 그 가운데 내가 중시하고 있는 인물은 병부의 참의인 홍재덕입니다. 그는 이미 나의 무예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따라서 오늘 저녁에는 그를 만날 겸 이렇게 무복으로 갈아입고 갑니다, 허허허 “.

그날 저녁 허첨정이 무관의 복색을 하고서 기방에 왔기에 평생 무관으로 살아오고 있는 홍재덕이 참으로 그를 반긴다. 호탕하게 웃는 그의 말이 다음과 같다; “하하하, 이거 오늘 허군수를 오래간만에 만납니다. 군수가 되더니 아예 김포군의 군대를 총지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반가워요. 오늘 허군수를 보니 그 옛날 내가 동래에서 함께 활약하던 그 시절이 되살아나네요. 다시 보니 정말 반가워요!... “;

그 말을 하면서 35세의 홍재덕33세의 허굉필을 힘차게 포옹한다. 그러자 김유진 장령이 술병을 들고 오면서 말한다; “, 이제 좌정들 하시고 내 술을 한잔 씩 받으시지요”. 얼른 두사람이 자리에 앉아서 자신들의 술잔을 든다. 거기에 김유진이 가득 술을 붓는다.

그것을 보고서 그 옆에 앉아 있던 기생이 금방 김유진의 잔에 술을 부어준다. 그 잔을 높이 들면서 김유진이 외친다; “, 이제는 그 옛날의 구호를 외치고 우리 의리로 뭉친 3형제가 다시 건배를 합시다. 우리가 남이가? 의리에 죽고 사는 우리는 3형제이다, 건배… “.

두사람은 김유진의 말에 후창을 하면서 잔을 비운다. 그때부터 3사람은 기생들이 부어주는 술을 계속 마시게 된다. 한양의 밤은 2월 초순의 차가운 날씨이지만 기방 안에서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 3명의 벼슬아치들의 호기가 뜨겁다.

그렇게 진탕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 그 시간이다. 그런데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사건이 그곳에서 그날 밤 발생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검은 복장에 검은 복면을 한 5명의 괴한이 갑자기 장검을 들고서 그 기방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대문간에서 그들을 막던 기방의 문지기들이 모조리 그들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복면 괴한들은 무서운 기세로 마당을 통과하여 김유진홍재덕 그리고 허굉필이 술을 마시고 있는 그 방으로 쳐들어온다.

그 광경을 보고서 아주 빠르게 반응하는 인물이 역시 조선의 제일검으로 허굉필이 생각하고 있는 병조의 홍재덕 참의이다. 그가 언제 빼어 들었는지 자신의 장검으로 복면 괴한들을 막아 선다. 그러자 허굉필도 빛과 같은 속도로 자신의 활에 2개의 화살을 한꺼번에 장착하고서 괴한들을 향하여 시위를 당긴다.

홍재덕이 상대하고 있는 3명의 동료를 도와주려고 하던 뒷줄의 괴한 2명이 동시에 쓰러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허굉필은 쓰러지고 있는 괴한에게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리고 그들의 복면을 벗긴다. 잘 모르겠지만 한양의 밤거리를 횡행하는 무리로 보인다.

허굉필은 쓰러진 자들이 떨어뜨린 검 가운데 한자루를 손에 쥐고서 재빨리 홍재덕을 상대하고 있는 자들의 배후를 공격한다;

 이제 32’의 대결구도가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유진은 얼른 기생들의 뒤에 숨고 있다. 문관출신인 그는 그것이 최선인 것이다.

그런데 홍재덕에 이어서 허굉필 마저 가세하자 3명의 괴한들은 도저히 이길 도리가 없다. 그때 한명이 급히 휘파람을 분다. 그러자 참으로 이상하게도 문간에서 갑자기 5명의 괴한이 더 등장한다. 그들 가운데 2명은 먼저 쓰러진 동료들을 부축하여 기방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이 치열한 결투에 가세를 한다. 홍재덕허굉필이 아무리 무예가 높다고 해도 6명을 모두 상대할 수가 없다. 자연히 뒤로 밀리고 있다. 그때 한명이 다시 휘파람을 불자 괴한들이 모조리 36계 줄행랑을 치고 있다.

그 광경을 기생들 뒤에 숨어서 자세히 보고 있던 김유진홍재덕허굉필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오늘 쓰러진 두 놈 가운데 한 놈의 얼굴을 내가 알 것만 같아요. 그 자는 쌍문점의 주인 김학수(金鶴壽)의 수하입니다. 그런데 누구의 사주를 받고서 오늘 여기로 쳐들어왔는지 그것을 모르겠군요“.

그 말을 듣자 홍재덕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그리고 그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살인청부업자에게 맡겨서 나를 해치우려고 했구나. 그렇다면 은밀하게 내가 추진하고 있는 흥선군과의 일을 벌써 눈치채고 있는 인물이 있다는 말인데그 놈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

그러면서 홍재덕허굉필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굉필이 아우, 자네 덕분에 내가 오늘 위급한 화를 면할 것 같애. 내 옆에 그대가 없었다고 하면 오늘 밤에 내가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야! 참으로 고마워… “.

그 말을 듣자 허굉필이 마주 보면서 웃으며 말한다; “재덕이 형님, 괴한의 침입을 곧바로 막아 주었으니 우리 두사람이 당장의 화를 면하게 된 것이지요. 감사는 오히려 소제가 올려야 합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김유진이 한마디를 한다; “오늘 보니 재덕이 형의 무예도 대단하지만 굉필이 아우도 대단하군요. 두 사람 덕분에 내가 해를 입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고마워… “.

그리고나서 용의주도하게 김유진이 기방의 행수를 불러서 오늘밤의 불상사에 대하여 무조건 함구를 하라고 말한다. 그날 기방의 행수를 보고서 허굉필이 깜짝 놀라고 있다. 그녀가 바로 그 옛날의 기생 명월(明月)인 것이다. 죽은 월향(月香)의 친구가 그녀 명월이다;

게다가 월향은 당시의 이판(吏判) 김용범(金容範) 대감의 아들 김학수(金鶴壽)가 잘못 휘두른 칼에 맞아서 사망하였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쌍문점의 주인이며 살인청부업자인 김학수가 보낸 자객들에 의하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묘한 일이다. 

도대체 오늘밤의 사건은 어째서 발생한 것일까?’... 그 점을 규명하기 위하여 3사람은 그날 기방에서의 모임을 파하면서 내일 병조의 참의 홍재덕의 집무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과연 그들 3인은 어떠한 결론을 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