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비 이야기(손진길 소설)

허굉필(許宏弼) 허선비 이야기1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8. 5. 13:57

허굉필() 허선비 이야기13(손진길 소설)

 

5. 쌍문점 골목 살인사건

 

허굉필이 강무관 및 최다모와 한성부 야간순찰 담당실에서 조선의 밤의 지배자 야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헌종 13년인 184755일 신시(申時)무렵이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허직장이 서서히 입을 떼기를 시작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무영에 관한 정보를 사실 나는 호판의 심복인 집사 김호길에게서 우연히 들었어요. 그가 말하기를 3년전부터 한양의 밤을 지배하는 강자로 올라선 무영이 호판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동안 나는 오대방오행수를 살해한 복면인들이 누구인지를 혼자서 조사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정보를 들은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강무관과 최다모가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이윽고 강무관이 먼저 입을 뗀다; “직장 나으리는 호판의 수하들이 그 두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계시는군요. 그 근거가 무엇이지요?... “. 조심스럽게 묻고 있지만 그 관련성이 심히 궁금한 모양이다.

그 점은 최다모 역시 궁금하다. 따라서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허직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상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허굉필흐흠작은 기침을 한다.

그리고 설명을 시작한다; “나는 작년 4월에 호판의 자제인 김유진을 만났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구출한 향옥 낭자와 당시 호조에서 직장 벼슬을 가진 김유진 사이에 혼담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

두사람의 시선이 허직장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허굉필이 즉시 이어서 말한다; “금년 4월 중순에 향옥 낭자와 김유진이 결혼했어요. 그 자리에 나는 하객으로 참석을 했고요. 그런데 두사람이 알다시피 금년 초에 향옥 낭자의 부친이 예판이 되었어요. 조정에서는 신임 예판의 여식과 실력자인 호판의 자제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크게 축하하고 있지만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그것은 “;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무관과 최다모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것을 보고서 허굉필이 조금 상세하게 설명한다; “작년 6월초에 우리가 인신매매단의 무역선을 급습하여 마포나루에서 체포하였지만 막상 주모자인 오대방과 그의 딸 오행수를 체포하지 못했어요. 그 이유는 우리가 당도하기 전에 그만 복면 괴한에 의하여 그들이 살해를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다; “작년말에는 예판이 살수들에 의하여 또한 살해를 당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금년 초에 향옥 낭자의 부친 최광요 영감이 조정에서 신임 예판으로 임명이 되었고요. 그 결과 너무나 부드럽게 최대감이 조정에서 실세인 호판 김대감과 사돈이 된 것이지요. 그러니 결국… “.

조용히 허직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최다모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말씀을 듣고 보니 호판 김형술 대감을 중심으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하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겠군요! 그래서 직장 나으리께서는 호판의 사냥개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신 것이고요... “.

빠른 판단이다. 강무관이 놀란 눈으로 옆에 앉아 있는 최다모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순간 허굉필은 속으로 생각한다; ‘역시 다모 최선미는 머리가 좋아. 내가 어째서 그동안 호판이 비밀리에 부리고 있는 무리를 조사하고 있었는지 그 연유를 금방 깨닫고 있구만. 관비로 두기에는 정말 아까운 여인이야!... ‘;

허직장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한번 끄떡이자 그제서야 무관 강천무가 무슨 말인지를 알아 차린다. 그리고 말한다; “호판이 부리는 자들이 만약 오대방과 오행수의 죽음 그리고 예판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의금부에서 직접 나서야 하는 중대사안이지요. 그러니 직장 나으리께서는 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

맞는 말이다. 그래서 허직장이 신중하게 말한다; “조정대신들 사이의 권력관계라고 한다면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필요가 없지요. 따라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제부터 야왕으로 불리고 있는 그자 무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비밀리에 조사하고 싶어요  내가 판단하기로는 그가 호판이나 권력자들의 일만 처리하는 것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어요. 따라서… “.

강무관과 최다모가 침을 꼴깍하면서 허직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허굉필의 말이 계속 들려온다; “무영은 자신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하여 분명히 조정이 허가하지 아니하는 불법한 일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는 생각해요.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만 있다고 하면 나는 그 일당을 모조리 소탕할 생각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강무관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좋은 생각입니다. 불법거래를 하는 현장을 덮친다고 하면 조정대신들이 달리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겠군요. 그렇게 해서라도 한양의 밤을 지배하는 그 놈들을 잡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다만 한가지 남은 문제는 우리 한성부 병력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지요!... “.

그 말에 허직장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나는 순라군을 지휘하고 있는 금위영의 종사관을 한사람 사귀어 두고 있습니다. 장차 그들 병영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허허허… “.

그렇게 논의가 되자 최다모도 찬성이다. 생각보다 대담한 그녀이기에 야왕 무영의 동태를 살피는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야간순찰을 하면서 허직장은 강무관 및 최다모와 함께 종로 뒷골목에 있는 쌍문점 일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런데 18475월이 지나가고 6월 중순에 접어든 어느 날 밤에 쌍문점이 있는 골목에서 황급히 큰길로 도망쳐 나오고 있는 한사람이 있다;

 마침 허직장이 강무관 및 최다모와 함께 야간순찰을 위하여 종로통을 걸어갈 때에 그 일이 발생하고 있다.

3사람이 그 사람을 향하여 달려간다. 그때 골목에서부터 그 사람의 뒤를 따라 나오고 있던 괴한 2명이 급히 비도를 날리고 있다. 두개의 비도를 등에 맞고서 도망자가 꼬꾸라진다. 허직장이 아주 빠른 몸놀림으로 그자에게 다가간다.

그것을 보고서 괴한들이 그 골목안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순간 강무관과 최다모가 괴한을 향하여 골목길로 달려간다. 그리고 허직장은 즉시 쓰러진 사람의 상세를 살핀다.

등줄기에서부터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허굉필은 자신의 허리끈을 풀어서 급한대로 지혈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등에 꼽힌 비도 두자루를 살펴보니 보통 솜씨가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심장과 폐를 노리고 정확하게 박혀 있는지 모른다. 굉장한 무예를 지닌 고수의 솜씨이다.

그렇지만 비도를 맞은 그 인물도 보통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안고 있는 허직장을 보고서 숨이 차지만 근근이 말을 한다; “나는 쌍문점에서 왜국과 불법거래를 하고 있는 사실을 조사하기 위하여 그들 패거리에게 잠입하여 활동하다가 이번에 정체가 탄로나서 급히 도망을 쳤어요. 하지만“.

말을 이어가기 힘이 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온몸의 힘을 모아서 끝까지 말한다; “놈들에게 추격을 당하여 이제 죽게 되네요. 부디 저의 원수를 갚아 주세요. 무영 그 놈이 대담하게도 왜국에서 은을 밀수하고 이제는 철전까지 만들어 와서 시중에 풀고 있어요. 그대로 두면 우리 조선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해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그동안 조사한 내용입니다. 비밀리에 호판에게 전해주세요!... “.  

그 말을 끝으로 그 자가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축 늘어지고 만다. 허굉필이 그 자의 맥을 살피고 동시에 호흡여부를 살핀다. 이미 숨이 끊어지고 절명한 것이다. 허직장이 그 자의 허리춤에서 호패를 꺼내 본다. 호패에 장필우(張筆友)라고 적혀 있다. 민첩하게 허직장은 그 사내가 남긴 책자를 자신의 품 안에 간직한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시 빠진다; ‘무영은 김집사의 말에 따르면 호판의 사냥개이다. 그런데 어째서 호판은 장필우를 잠입시켜 무영을 감시한 것일까? 그것 참 호판은 실로 무서운 인물이구만. 자신이 부리고 있는 무영까지 그토록 은밀하게 감시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거 어떻게 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 ‘.

생각은 길었지만 허굉필의 결단과 행동을 빠르다. 그는 골목안으로 괴한들을 추격한 강무관과 최다모를 일단 기다린다. 한식경 후에 그들이 돌아와서 보고한다; “골목안이 어두워서 종내 놓쳐버렸어요. 하지만 그 골목에 쌍문점이라는 편액이 있는 것을 보았어요. 틀림없이 그 놈들은 그 저택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나으리,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

허직장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빠르게 지시한다; “이자는 두개의 단도에 심장과 폐를 다쳐서 그만 즉사하고 말았어요. 그 신분은 내가 그의 허리춤에서 꺼낸 호패에 따르면 장필우입니다. 일단 우리 한성부 야경담당실에서 사건을 접수하고 시신은 호패와 함께 포도청으로 넘기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부터 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

과연 그 자가 남긴 책자를 보관하면서 허굉필은 어떻게 비밀수사에 착수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