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1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5. 15. 04:31

불타는 용17(손진길 소설)

 

7. 기노네스와 토빈의 활약

 

20317월부터 동아시아경제공동체(EAEC, East Asia Economy Community)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의 회원국 10개국에 대하여 무관세의 혜택을 부여한다. 그것은 현재 동아경제공동체 회원국들이 누리고 있는 무관세 혜택을 그대로 부여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아세안에서는 동아경제공동체와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내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그해 9월에 서울과 동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과장 기노네스(Quinones)와 일본과장 토빈(Tobin)이 급히 만남을 가지고 있다. 장소는 동경에 있는 비밀장소 안가(安家)이다;

그날 그들이 다루고 있는 이슈는 어떻게 하면 한국과 일본을 이엑’(EAEC)에서 탈퇴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두사람은 21세기를 전후하여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에 각각 파견되어 지금까지 30년 넘게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보수집과 분석 그리고 정치공작의 대가들이다.

그렇게 베테랑인 두사람이 급히 동경에서 만나 회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상황이 미국의 이익과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25년에 일본과 한국이 자체 핵무기개발에 성공을 하고 나자 이듬해 2026년에는 중국이 두나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그들 극동 3국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킨다;

그런데 극동경제공동체의 경제규모가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경제규모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그들이 역내에서 완전 자유무역을 실시하면서 역외 국가에 대해서는 그 혜택을 주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위시한 유럽각국은 무역에 있어서 그만큼의 상대적인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극동경제공동체 회원국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면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들 3국이 구미각국과 무역을 하는 경우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11월에 극동경제공동체가 대만과 싱가폴을 가입시키면서 동아시아경제공동체로 개편이 되자 미국정부는 잔뜩 긴장하게 된다.

향후 아세안 회원국이 동아경제공동체 소위 이엑’(EAEC)에 가입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 20317월이 되자 이엑아세안10개 회원국에게 일제히 무관세 혜택을 주고 만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아세안 각국이 이엑에 가입하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엑이 세계의 경제적 패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을 타파하고자 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치공작의 베테랑인 기노네스토빈에게 밀명을 내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이엑에서 탈퇴하도록 만들라!”.

본국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하여 기노네스가 서울에서 은밀하게 친미(親美)인사들을 만나서 설득에 나선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그 이유는 이엑에서 탈퇴하는 경우 한국이 입을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탈퇴하게 되면 무관세의 혜택이 사라지고 만다. 그것은 세계시장의 절반을 잃어버린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한 현상을 초래할 것인데 어떻게 한국이 이엑에서 탈퇴하는 무리수를 감행할 수 있는가?... 기노네스는 마지막 방법으로 한국의 친미정치인과 경제인들에게 끝까지 말을 듣지 아니하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미국에 옮겨 놓은 재산에 대하여 압류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은근히 위협했다;

그러나 그들의 하소연이 동일하게 대단하다; “우리는 한국국민을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어요. 어째서 현실적으로 결코 가능하지 아니한 일을 우리에게 강요하나요? 그 점을 부디 미국정부에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그 문제는 예를 들자면, 그 옛날 영국유럽공동체를 탈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왜냐하면… “.

친미인사들의 넋두리가 다음과 같이 끝나고 있다; “유럽의 섬나라인 영국은 대외무역의존율이 낮아서 여러가지 미국의 도움으로 생존할 수가 있지만 우리 한국은 이제 세계시장의 2할에 불과한 미국만 바라보고서는 도저히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어째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까? 우리는 심히 답답합니다!... “.

8월말까지 공작을 하였지만 도저히 그 일에 앞장을 서는 친미인사가 없다. 한국의 그 어떤 정당에서도 미국의 의도에 맞는 목소리를 대담하게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노네스(Quinones)9월에 들어서자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한 동료 토빈(Tobin)에게 연락을 취하여 한번 만나자고 제안한 것이다.

두사람이 9월초 동경의 안가에서 비밀회담을 한다. 먼저 토빈이 말문을 연다; “기노네스, 동경을 방문하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그 말에 기노네스가 껄껄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야 잘 지냈지. 하지만 토빈 그대는 요즈음 전혀 정치공작이 먹히지 아니하여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토빈이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할 말을 자네가 하고 있군. 먼저 나를 만나자고 연락을 취한 인물이 기노네스 자네가 아닌가? 그래 서울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는 모양이지, 하하하… “.

기노네스는 스페인계 미국인이다. 그리고 토빈은 영국계 미국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노네스는 반도(半島)의 기질을 가지고 있고 토빈은 섬나라의 근성을 지니고 있다. 기노네스는 성격이 급하고 열화와 같다. 그와 달리 토빈은 급할수록 더욱 냉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기질의 두사람이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기노네스이다. 그들은 20세기말에 미국의 정보부에서 함께 신입생활을 한 동료가 아닌가? 그때부터 서로 친구가 되어 각자의 성품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근무지가 오랜 세월 이웃인 한국과 일본인 것이다.

따라서 기노네스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토빈, 내 앞에서는 괜히 급하지 아니한 척 허세를 부려보아야 소용이 없어. 공작이 먹히지 아니하기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말이야! 그래 토빈 너의 대안은 무엇이지?... “.

이제는 토빈도 진지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이미 경제적으로 이엑이 너무 커지고 말았어. 미국의 경제규모를 진작에 추월하고 있지. 이제 아세안까지 넘어가게 되면 미국과 유럽공동체를 합한 것만큼 거인이 되고 마는 거야. 그러니 그 전에 이엑의 발전을 저지해야만 해!... “.

그 말을 듣자 기노네스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한다; “그거야 이제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 현실적으로 타개책이 없어. 내가 친미인사들에게 세계시장의 2할이나 되는 미국시장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효과가 없어. 그 대답이 이엑에서 탈퇴하는 즉시 한국의 경제는 붕괴가 되고 만다는 것이야!... “.

이번에는 토빈이 한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말한다; “여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래 기노네스 자네의 복안은 무엇인가?... “. 크게 기대를 하고서 되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기노네스가 우연히 내뱉고 있는 한마디가 토빈의 뇌리를 때리고 있다; “얼마나 좋으면 이엑에서 꼭 붙어서 살려고 하겠어. 그러면 얼마나 좋은지 우리도 한번 들어가보면 되지 뭐“.

갑자기 토빈이 탁자를 치면서 말한다; “그렇지, 그 방법이 아직 남아 있군. 일본이나 한국을 이엑에서 떼어낼 것이 아니야. 그 반대로 우리 미국이 이엑에 가입하는 것이야. 그리고 이엑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면 되지. 그러면 세계적인 경제적 패권은 여전히 우리 미국이 행사하게 되는 것이야,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기노네스도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토빈, 그거 정말 기가 막힌 묘책이야! 맞아, 그렇게 추진하면 되겠네. 궁하면 통한다고 하는 한국말이 있어, 하하하… “.

웃음을 멈춘 토빈기노네스에게 말한다; “기노네스, 역발상(逆發想, reverse idea)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맞아. 그러니 우리 두사람은 그 내용을 담아서 보고서를 상부에 올리자고. 그리고 우리 미국이 이엑에 들어가는 방안과 그곳에서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한번 구상해보자고. 그것이 좋겠어!... “;

기노네스토빈9월 중순에 똑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정보부에 제출하자 수뇌부에서 회의가 열린다. 회의장 분위기가 무겁다. 그것은 한마디로 현지에서의 공작이 전혀 먹히지 아니하고 있기에 그와 같은 역발상의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부에서는 백악관에 건의를 한다; “현지에서 친미인사들을 설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본수상한국대통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설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이 첨언되고 있다; “유럽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독일수상프랑스 대통령도 만나야 합니다. 그들에게 아세안이 이엑과 합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구미에 맞먹는 거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니 그 현상을 함께 힘을 모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해야 합니다”;

그 어느 내용에도 토빈기노네스가 말하고 있는 역발상에 관한 것이 없다. 그것은 중앙정보부에서 끝까지 마지막 대안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이 백악관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있는 부처의 복안도 있는 법이다. 그것이 장관이나 관료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법인 것이다.

한달 후 203110월 중순에 일본수상이 먼저 백악관을 방문하고 있다;

 미국대통령의 계속되는 초청에 일본수상이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불타는 용인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여 보유하기 전까지는 미국대통령이 일본수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면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아니다. 군사적으로는 일본의 불타는 용이 미국의 핵우산을 대신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동아경제공동체인 이엑이 뒷배가 되고 있으므로 일본수상이 미국대통령에게 쩔쩔 매고 있을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대통령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세계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위험한 공산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이엑에서 탈퇴한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일본수상을 설득하지만 그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

일본수상의 대답이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님의 오해입니다. 중국은 이제 공산주의국가가 아닙니다. 중국합중국이 벌써 민주적으로 탄생하였지요. 그래서 대만과 싱가폴이 자치정부가 되어 거기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각하는 중국의 연방대통령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세계의 평화질서를 유지하는 문제를 상의하십시오! 그것이 훨씬 실효성이 있는 방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의 대통령백악관으로 불러서 설득하거나 강압을 해보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과연 어떻게 그 일을 진행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