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1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5. 13. 02:55

불타는 용15(손진길 소설)

 

6. 싱가폴리안 리쑨원(李孫文)

 

박일도(朴日渡) 소장의 아들 박상욱(朴尙旭)은 여행을 좋아한다. 미대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에서 수업이 끝나면 편의점 알바를 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 돈을 벌어서 방학기간에 해외여행을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박상욱은 착실하고도 활동적인 크리스천이다. 따라서 그는 평소 서울에 있는 교회의 대학생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방학이 되면 국제적인 청년전도기관인 YWAM”(Youth With A Mission)의 본부가 있는 하와이로 건너가서 선교훈련프로그램에 즐겨 참석하고 있다;

박상욱이 하와이의 와이웸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그곳에 참석한 외국인 친구들을 더러 사귀었는데 그 가운데 리쑨원(李孫文)이 들어있다. 그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니라 싱가폴리안(Singapolian)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젊은이이다. 나이는 박상욱보다 3살이 연상인데 2028년과 그 이듬해 2029년에 2년간 연속으로 하와이에 와서 와이웸의 훈련에 참석했다;

박상욱 역시 2년간 같은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다. 자연히 그는 리쑨원과 좋은 친구가 되었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라 금방 친해진 것이다.

상당히 친해지자 작년 곧 2029년 여름에 박상욱리쑨원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내가 보기에 쑨원이 너는 만다린을 사용하고 있는 완전한 한족이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단지 싱가폴에 살고 있다고 하여 중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민족 곧 싱가폴리안이라고 그토록 강조할 수가 있는 것이냐?... “;

박상욱은 그저 그 점이 궁금하여 슬쩍 물어본 것인데 리쑨원의 설명이 의외로 심각하다; “상욱, 너는 한족과 화교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있는데 사실은 인종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 내가 화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너에게 좀 해주고자 해. 첫째로… “.

리쑨원이 정색을 하고 있으므로 박상욱이 바짝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그의 설명이 나타난다; “화교는 중국본토를 떠나 일찍이 해외로 진출하였는데 그 가운데 크게 보아 두개의 흐름이 있어. 하나는, 광둥성(廣東省)의 소수민족인 객가족(客家族)이 홍콩이나 마카오를 거쳐 말레이로 진출하였지;

또 하나는, 푸첸성(福建省)객가족이 인근 섬인 대만으로 진출하고 그 다음에는 필리핀 등 동남아로 진출한 거야. 그리고… “;

설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흥미로운 대목이다. 따라서 박상욱이 계속 경청한다; “객가족(客家族)이란 한자로 주인이 아니고 손님 곧 이주민이라는 뜻이야. 역사적으로 중국의 남동쪽으로 이주하여 온 북쪽의 민족인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동북쪽의 동이족(東夷族) 또는 서북쪽의 돌궐족(突厥族)이라는 양설이 있어. 그런데 나는 돌궐족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박상욱은 한민족을 의미하고 있는 동이족이라는 용어가 나타나자 흥미가 있다. 그런데 리쑨원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동이족이라고 하면 한민족을 일컫고 있는데 그들은 중원을 지배한 적이 없어. 그러므로 한족의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 그렇지만 객가족은 그것이 아니거든. 그 이유는… “.

잠시 숨을 돌리고 리쑨원이 이어서 설명한다; “객가족은 특이하게도 중원의 주인이라고 하는 한족(漢族)의 오래된 문화를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따지면, 돌궐족이 수나라가 생기기 전 6세기에 벌써 중국을 지배하였기에 그렇다고 볼 수가 있어요. 그러니 객가족(客家族)의 뿌리는 동이족이 아니라 돌궐족이 더 맞는 거지요… “;

과연 그런 것일까?’, 박상욱이 다소 의아해하자 얼른 리쑨원이 말한다; “하여튼 복잡한 역사 이야기를 그만두더라도 현대에 들어서서 21세기에 타이완을 통치하는 집안이 푸첸성 출신 객가족이고 싱가폴을 통치하는 집안이 광둥성 출신 객가족인 것은 분명하지“.

리쑨원이 자신의 결론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돌궐족의 후손이고 광둥성 객가족의 후손이라고 나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는 거야. 그러한 뚜렷한 정체성이 내가 말하는 현대의 싱가폴리안이야. 그러니 어떻게 한족인 중국인과 동일하겠어. 우리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다른 민족이야!”.

2029년 여름에 리쑨원의 장황한 설명을 들은 바가 있는 박상욱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듬해 2030년에 들어서서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중국합중국의 탄생을 선언하고 대만싱가폴이 자치정부의 하나가 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는 발표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2월이 되자 그에 대한 외신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폴에서 젊은 세대들이 중국합중국에 들어가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선두에 싱가폴리안 리쑨원이 등장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시위의 주동자로 전면에 나타나자 박상욱으로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박상욱은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부친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싱가폴 젊은이들이 하나의 자치정부가 되어 중국합중국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요. 그들의 반대시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싱가폴이 중국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

그 말을 듣자 박일도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물론 그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될 거야. 그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왜냐하면, 싱가폴은 중개무역을 하는 나라이거든. 특히 해외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구매하여 관광객들에게 대거 팔고 있지. 그런데 극동경제공동체에 가입을 해야 앞으로 관세가 없이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가 있는 거지. 그 이익을 결코 놓칠 수가 없을 거야“.

그 말에 아들 박상욱이 반론을 제기한다; “아버지, 그렇지만 싱가폴 사람들은 공산주의 역사가 오랜 중국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일찍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사람들을 크게 탄압한 그들이기 때문이지요!... “.

아들의 말에 박일도는 역시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렇지. 분명히 그랬지. 하지만 두가지의 단계를 거쳐서 그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야; 하나는, 중국의 주석이 말한 그대로 공산당 이외에 다른 정당이 창당되고 대권경쟁을 하도록 민주화조치를 취하는 것이야. 또 하나는, 자치정부는 철저하게 주민들의 민주적인 투표로 구성이 되도록 조치하는 것이지. 그러니 앞으로 한번 두고 보자고… “.

2030년 여름에 박일도의 예측 그대로 중국본토와 대만 그리고 싱가폴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거 투표에 참여한다. 그 결과 14개의 자치정부가 먼저 구성이 된다. 그 다음에 마치 미국처럼 연방대통령을 선출하는 대대적인 정책대결이 벌어진다.

역사가 오랜 공산당 이외에 대만의 민진당의 영향을 받은 중국에서 민주당이 창당이 되어 대권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다른 정당들도 창당이 되어 나름대로 대권후보를 내고 있지만 크게 보아 연방대통령은 공산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사이의 각축전이다.

그 대결이 생각보다 치열하다. 신생정당인 민주당은 완전한 민주화를 위하여 자신들의 후보가 연방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반면에 공산당은 후진국 중국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정당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대결이 끝나고 선거결과가 그해 2030년 가을 10월에 발표가 된다;

()백년 만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을 건설하였다고 홍보한 공산당 후보가 연방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있다.  비록 공산당 출신의 대통령이 중국합중국을 4년간 이끌고 가게 되지만 연방의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있다.

그와 같은 모든 절차가 끝나자 극동경제공동체는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다. 일약 동아시아경제공동체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합중국이 완전히 성립이 되자 대만싱가폴이 자동 가입을 하였기에 이제는 기타 동남아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따라서 아세안(ASEAN)에서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에 가입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독자적인 지역공동체로 남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한 시점에 세계의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이 아세안의 동아공동체 가입을 만류하고 나선다. 과연 그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일까?...

한편, 아세안 정식명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지만 정치적인 연합의 성격이 아니라 일종의 지역경제공동체이다. 따라서 정식명칭은 협의회의 의미를 담고 있는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로 되어 있다. 그것을 줄여서 쉽게 아세안(ASEAN)이라고 부르고 있다;

회원국은 라오스, 말레이지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10개국이다.  참고로, 그들을 전부 합하면 아세안의 면적은 452만 제곱km로서 한국의 45배 정도이다. 그리고 전체 인구는 66천만명이 넘는다.

게다가 그들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하면 10조불이 넘는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단한 경제력이다. 더구나 아세안은 공식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아세안을 중국의 영향력이 큰 대동아경제공동체에 순순히 넘겨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일도 소장과 하영웅 국장은 앞으로의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과연 동아시아경제공동체가 아세안까지 가입을 시키고 세계적인 경제적 패권을 행사할 수가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유럽연합은 물론 아세안까지 손에 쥐고서 계속 세계 제일의 경제적인 패권을 행사할 것인지? 그것이 주요 관심사인 것이다.

그와 같은 시점에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한국과장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는 기노네스는 어떠한 공작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