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1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5. 11. 05:35

불타는 용13(손진길 소설)

 

20287월 중순이라 그런지 서울의 날씨가 매우 덥다. 한여름인 것이다. 양재동에 살고 있는 하영웅 국장의 아내 장주옥(張珠玉) 여사는 오래간만에 친정나들이에 나선다. 친정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그녀의 큰 오라버니인 장만수(張萬壽)시흥에 살고 있다.

나이가 60세인 장만수는 아들 장민국(張民國)과 함께 집근처에서 전통적인 놋그릇을 만드는 유기공방(鍮器工房)을 경영하고 있다;

 시누가 모처럼 친정에 들렀기에 손위 올케 오경미(吳慶美)가 그녀를 반긴다. 그녀는 시누 올케 사이를 떠나서 장주옥을 좋은 여동생처럼 여기고 서로 정답게 지내고 있다.

따라서 올케인 오경미는 얼른 공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연락을 취한다; “오래간만에 아가씨가 우리집에 들렀어요. 오늘 일이 크게 바쁘지 않으면 집에 와서 점심식사를 함께 해요.  아들 민국에게 잠시 일을 맡겨 놓고 오세요”. 그러자 장만수가 점심시간에 맞추어 집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한다.

금년에 나이가 50세인 장주옥10살 위인 큰오빠 장만수를 만나자 십 수년 전에 별세하신 친정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만 같아서 기쁘다. 나이가 들어가니 큰 오빠의 모습이 선친을 많이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장주옥장만수에게 말한다; “오빠, 요즘은 유기공방이 어때요? 장사는 좀 되시나요?... “. 그저 안부삼아 회사일을 물었더니 장만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요즘 경기가 좋아. 특히 이웃나라에 수출까지 되고 있어서 매상이 상당히 오르고 있지, 하하… “;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이 궁금하여 질문한다; “오빠, 이웃나라라고 하면 일본을 말하는 거예요?”. 장만수가 얼른 대답한다; “일본 뿐만이 아니다. 우리 극동경제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이 모두들 우리나라 유기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특히 공동체내에서는 무관세(無關稅)로 수출입을 하고 있으니 그 덕을 크게 보고 있는 것이지, 하하하… “.

장주옥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오빠 말을 들으니 제가 남편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나네요. 극동경제공동체에서는 참여국들이 시장을 공유하면서 무관세로 필요한 물품을 우선적으로 서로 유통하고 역내에서 조달이 되지 아니하고 있는 물품에 대해서만 공동체 바깥에서 수입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요!... “.

그 말에 장만수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그렇지. 주옥이 네 말이 맞다. 그래서 우리 공방에서는 우선적으로 지역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에 먼저 제품을 수출하고 그 다음에 남는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지. 그 경우에는 관세가 붙어서 유기 값이 높아요.  그러니 공동체 내의 주민들이 관세를 물지 않고  싸게 유기제품을 사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지, 허허… ”.

그제서야 장주옥은 큰조카인 장민국(張民國)의 생각이 나는지 오빠에게 묻는다; “오빠는 집에 와서 점심식사를 하시는데 아들 민국이는 어디서 식사를 하나요?”;

장만수가 얼른 대답한다; “보통은 공방에서 사장인 내가 민국이는 물론 모든 직원들과 함께 음식점에서 요리를 배달시켜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지. 그렇지만 오늘은 그 일을 민국이가 나대신 하고 있을 것이야… ”.

장주옥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이번에는 손위 올케인 오경미(吳慶美)가 말한다; “아가씨, 혹시 주변에 괜찮은 신부감이 있으면 우리 민국이의 짝으로 소개를 좀 해주세요. 민국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었으니 이제는 결혼을 시켜야 하겠어요”.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이 기분 좋게 대답한다; “그래요 언니, 제가 한번 알아볼께요. 공방에서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 좋은 신부감을 얻을 수가 있을 거예요”. 그녀는 큰조카 장민국이 상당히 실속이 있는 신랑감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장주옥의 말이 맞다. 미대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한 장민국이 집안의 가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그 일에 뛰어든 것이 벌써 5년이나 된다. 그는 서민갑부(庶民甲富)로 알려진 부친의 기업을 이어 받아 훗날 집안의 유기공방을 운영할 것이다. 그러니 앞길이 창창한 실속이 있는 신랑감이 바로 장조카 장민국이다.

그리고 장주옥이 알기로는 장민국은 대학을 마치고 군을 다녀온 후에 곧바로 유기공방에서 일을 시작하여 나름대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가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여 유기제품의 품격을 한층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기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것들이 잘 팔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친정나들이를 마치고 장주옥이 집에 돌아와서 저녁에 귀가한 남편에게 유기공방 이야기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인과 커피를 즐기고 있던 남편 하영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럴거예요. 우리의 전통적인 유기제품이 고품격이라 경쟁력이 있어요. 게다가 공동체 내에서는 관세가 없이 수출되고 있으니 분명히 호경기이지요. 그 반면에 불경기를 겪고 있는 업종도 있어요“.

장주옥이 남편의 말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이해를 하고서 얼른 말한다; “불경기를 겪고 있는 업종은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들이겠군요. 중국의 공산품 러시아의 수산물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물이 경쟁력이 없지요. 한마디로, 한국의 농축수산업 그리고 경공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겠지요”.

자신이 할 말을 아내가 먼저 말하는 것을 보고서 하영웅이 빙그레 웃으면서 한마디를 한다; “당신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내가 또 깜빡하고서 아는 체를 했군요. 허허, 아까운 인물이 우리 집에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지내고 있는 셈이군요”. 그 말에 장주옥이 따라서 웃고 있다.

그때 하영웅이 생각이 난 듯이 아내에게 말한다; “당신은 혹시 건설회사 부사장인 둘째오빠의 근황을 들은 것이 없나요?... “.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이 말한다; “둘째오빠는 북한에 들어가서 계속 도로와 항만건설을 하느라고 무척 바쁘다고 해요. 오늘 제가 큰 오빠에게서 그렇게 들었어요”.

하영웅이 말한다; “그렇겠지요. 둘째 처남인 장종수 부사장은 한민족연방이 출범하고 북한이 개방되자 건설장비를 가지고 재빨리 북쪽으로 진출했지요. 도로, 항만 등 하부구조가 부족한 북한 땅이므로 할 일이 지금도 태산일 거예요. 분명 한국의 건설업은 두루 호황이지요“;

그런데 한달 남짓 지나자 북한의 원산에서 주로 건설업을 하고 있던 장종수가 서울을 방문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하영웅에게 연락을 취한다; “하국장, 잘 지냈어? 나야 종수야. 자네 손위 처남이지, 하하하 … “. 그 말을 듣자 핸드폰으로 하영웅이 대답한다; “손위 처남이기 이전에 종수 너는 내 친구야! 그래 잘 지내고 있어?... “.

수인사가 끝나자 장종수가 말한다; “나는 잠시 서울에 다니러 왔어. 온 김에 영웅이 네 얼굴이나 보자고 전화를 낸 것이지.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어?“. 하영웅이 즉각 말한다;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종수 너를 보아야지. 그래 어디로 나갈까?... “.

그 다음에 친구인 장종수가 대답하기 전에 하영웅이 고쳐서 말한다; “아니, 그것이 아니지. 종수야, 아예 우리집으로 와. 오늘 저녁 7시에 우리집에서 만나자고! 내가 집사람에게 연락을 해 놓을 테니까”.

두사람이 그날 저녁에 양재동에 있는 하영웅의 집에서 만난다. 장주옥은 오래간만에 둘째오빠 장종수가 자기집에 찾아오자 그렇게 즐거워한다. 대학시절 그녀는 오빠 장종수의 절친인 하영웅을 만나 자연스럽게 사귀고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장종수하영웅장주옥에게 참으로 좋은 소식을 전한다; “나는 건설회사 부사장으로 처음에 북한 땅에 들어갔지. 그런데 그곳에서는 할 일이 무진장 많더라고. 따라서 아예 요즘은 내가 건설회사를 하나 차리고 사장이 되어 내사업을 그곳에서 하고 있어. 원산지역에서 도로와 항만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할 일이 태산이야”;

그 말을 듣자 하영웅 부부가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그리고 하영웅이 묻는다; “그런데 공사대금은 제대로 결제가 되고 있는 것이야? 북한정부에서는 지급능력이 부족할 것인데… “. 그 말에 장종수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우리는 북한정부에서 돈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야!... “.

하영웅 부부는 그 말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한다. 그것을 보고서 장종수 사장이 부연설명을 한다; “북한에는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이 많아. 따라서 북한정부에서는 조광권과 조업권을 한시적으로 주는 조건으로 외국의 대기업과 대자본을 끌어들였지. 그리고 “.

 처음 듣는 이야기이므로 관심을 가지고 하영웅 부부가 귀를 기울인다. 장종수 사장의 설명이 들려온다; “북한당국은 영리하게도 도로와 철도 항만 등 하부구조를 기반시설로 함께 건설하는 조건으로 외국의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리고 극동경제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의 대기업에 교섭의 우선권을 주었고요. 그 결과 “.

장종수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우리와 같은 건설회사는 북한당국이 아니라 외국의 대기업 및 대자본과 계약을 체결하고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연히 공사비용은 그들이 부담하고 있지요. 그러니 공사를 하고 기성고(, completed amount) 대금을 떼일 염려는 전혀 없어요, 하하하… “;

참으로 듣기에 기분이 좋은 설명이다. 그 말에 하영웅장주옥이 동시에 크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양재동의 아파트 촌에도 어느 사이에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지 저녁 늦은 시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날 장종수는 오래간만에 서울에서 만난 친구 하영웅 그리고 여동생 장주옥과 이야기를 실컷 나누다가 아예 그 집에서 잠까지 잔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가족은 작년 가을에 북한 땅 원산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줄곧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연방이 작년 2027년 여름에 발족이 되었으므로 남북한의 국민들은 그때부터 서로 거주이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연방이 성립되어서 자치정부의 주민들이 얻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남북이산가족의 비극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민족에게는 의미가 큰 통일의 해 2027년에 이어서 북한의 경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2028년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다음해 2029년이 되면 어떠한 일들이 한반도 일대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