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1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5. 12. 06:00

불타는 용14(손진길 소설)

 

202812월 초순에 국방부의 박일도 준장이 부부동반으로 친구인 국정원의 하영웅 국장 부부를 초청하여 자신의 아파트에서 조촐하게 송년회모임을 가진다. 남편들 보다는 역시 부인들의 대화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하영웅 국장의 부인 장주옥(張珠玉) 여사가 박일도 준장의 부인인 조미숙(趙美淑) 여사에게 자신의 장조카인 장민국(張民國)의 이야기를 한다; “지난 여름에 저는 시흥에 살고 있는 친정 큰오빠의 집에 들렀어요. 오빠가 인근에서 유기공방을 경영하고 있지요. 요즘 수출이 잘되고 있어서 호황이래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장주옥조미숙의 얼굴을 한번 보고 이어서 말한다; “그 집 아들이 부친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장차 가업을 이을 거래요. 그런데 나이가 올해 32살이니 그 집에서는 이제 장가를 보내려고 신부감을 찾고 있어요. 혹시 조 여사 주변에 좋은 신부감이 있으면 소개를 해주세요!... “.

지나가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조 여사가 관심을 보이면서 질문한다; “그 조카분은 어떤 공부를 했나요?”. 장주옥이 얼른 대답한다; “미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부친의 유기공방에 뛰어들었지요. 그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여 다양한 유기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이 잘 팔리고 있다고 해요. 아주 실속이 있는 청년이지요!”.

조미숙이 조금 생각을 하다가 말한다; “미대를 나온 24살 처녀가 있는데 신부감으로 어떨까요? 나이가 너무 차이가 나지 않겠어요?... “.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8살이나 어린 처녀라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어디서 그런 좋은 처녀를 구할 수가 있을까요? 너무 나이가 어려서 그 처녀의 집안에서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이 더 걱정이지요, 호호호... “;

그 말에 조미숙이 조용히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슬며시 혼자서 웃다가 말한다; “그 집에서는 당사자들만 좋다면 시집을 보낼 의향이 있어요. 그러니 청춘남녀가 서로 만나볼 수 있도록 장 여사가 한번 소개를 해주세요!... ”.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조 여사 혹시 그 처녀의 집안이 아주 가까운 친지인가요? 어째서 그렇게 그 부모에게 물어보지도 아니하고 단정적으로 딸을 시집 보낼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

그 말에 조미숙은 웃음기를 거두면서 대답한다; “장 여사, 그 처녀가 바로 우리집의 딸인 박영주(朴英珠)예요. 작년에 미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저는 마땅한 혼처가 있으면 딸을 시집 보내고 싶어요. 장 여사의 오빠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맞벌이를 하지 아니해도 생활할 수가 있겠다고 생각이 되네요. 한번 소개를 해주세요!”.

그 말을 듣자 장주옥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딸 사진이 있으면 한번 보여주세요”. 조미숙이 호호라고 웃으면서 거실로 나와보라고 말한다. 거실 벽면 중앙에 커다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박일도 부부와 딸 그리고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을 가리키면서 조미숙장주옥에게 설명한다; “큰애가 딸 박영주이고요, 그 다음이 아들 박상욱(朴尙旭)입니다. 2살 터울이지요. 저희 아들은 지금 공대에서 항공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요. 따라서 우리 부부는 큰애부터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그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장주옥은 남편 하영웅에게 박일도 부부의 딸 박영주의 이야기를 한다. 한번 친정의 장조카인 장민국과 선을 보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박일도가 기분 좋게 말한다; “두 젊은이가 맺어지면 좋겠군요. 내 친구 박일도는 군인다운 군인이라 딸 교육을 철저하게 잘 시켰을 것입니다!... “.

그것도 인연인가 보다. 서둘러서 그해가 가기 전에 선을 보게 했더니 장민국박영주가 서로 대화가 통한다고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새해가 되고 가을에 접어들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그렇게 되자 하영웅박일도에게 말한다; “이거 우리는 오랜 친구 사이인데 이제는 사돈관계가 되는 것인가? 그것 참, 우리는 그래도 그냥 친구사이로 지내지. 어때?... “. 그 말에 박일도가 우선 껄껄 웃는다.

그리고 재미나게 대꾸를 한다; “영웅이, 자네는 언제나 나의 친구야. 그 점을 명심하고 이제는 사돈의 매제가 된다고 하여 괜히 시집식구처럼 굴지 말고 부디 내 딸을 잘 돌보아주게. 그것이 나에 대한 진정한 우정이야, 하하하… “. 나이가 50대 중반이 되었지만 그들은 역시 꾸김살이 없는 절친이다.

그와 같이 20299월 하순에 하영웅은 처조카인 장민국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부 박영주의 부친인 친구 박일도를 만났다;

 그들은 고교 동창이며 업무적으로도 오래 개인적인 의견을 나누어 오고 있는 절친이다. 따라서 그날 너무나 즐거워서  그러한 익살스러운 말까지 나누면서 서로 웃은 것이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자 10월 상순에 갑자기 박일도가 친구 하영웅에게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자신의 집에서 좀 만나자고 요청을 한다. 국정원 자신의 국장실에서 핸드폰으로 국방부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는 소장 박일도의 연락을 받은 하영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군! 그러면 우선 만나야지’, 하국장은 빨리 업무를 끝내고 박소장이 살고 있는 과천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박일도도 일찍 퇴청하여 집에서 하국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하국장의 소매를 끌고 당장 서재로 들어간다. 박일도의 부인 조 여사가 금방 다과를 내다 주고서 곧바로 안방으로 건너간다.

차를 마시고자 하는데 마음이 급한 지 박일도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웅아, 중국이 과연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처럼 합중국을 형성할 수가 있는 것이냐? 내부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라인에서 첩보가 들어오고 있다. 너희 회사에서는 어떠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하영웅박일도에게 우선 말한다; “일도야, 네가 금년에 진급하여 소장이 되더니 이제는 해외업무를 다루면서 군사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 군사적으로도 능동적으로 대처를 하는 것이 좋겠지. 지금 그 문제는 우리 회사에서도 해외파트에서 깊이 정보를 수집하여 그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

박일도가 차를 마시지도 아니하고 하영웅의 입을 쳐다본다. 그것을 보고서 하국장이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설명한다; “애초에 일도 네가 일본의 관료 히로타의 말에서 짐작하여 나에게 전한 것처럼 중국정부에서는 일본의 내각에서 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중국을 마치 미국처럼 합중국 비슷하게 재편함으로써 대만싱가폴을 껴안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지. 그런데 문제는… “.

하영웅이 잠시 숨을 돌리고 정확하게 말한다; “공산주의체제 아래에서 미국식의 자치정부를 구성한다고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 그 옛날 소비에트 연방이 구성했던 자치정부 비슷한 것이라고 하면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재정적인 자립조차 무망해. 따라서 대만싱가폴은 결코 그러한 엉터리 자치정부의 하나로 중국합중국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는 아니할 거야!... “;

그 말을 듣자 박일도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자신의 의문사항을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공산당이 재정적인 자립까지 가능한 자치정부를 결코 허용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대만 등은 가칭 중국합중국에 가입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군. 그것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닌가?... “.

그 말에 하영웅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내 생각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전쟁을 통하지 아니하고서 한족(漢族)들의 나라 대만싱가폴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중국공산당의 책략에 허점이 있는 것이지. 그렇다고 하여 대만 등이 원하고 있는 완전한 자치정부를 민주적으로 허용할 수도 없지. 그러니 아직 수년간 지켜보는 것이 좋아. 지금은 오리무중이라고 보아야지!... “.

그 말을 듣자 박일도가 말한다; “그래, 나는 하국장의 견해를 참조하여 상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겠군. 그에 대비한 군사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니까 말이야. 잘 알겠어. 고마우이, 하국장… “.

두사람은 그날 저녁식사를 즐겁게 함께 하고서 헤어진다. 그런데 그해가 지나가고 대망의 새해 2030년에 들어서자 놀라운 뉴스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굉장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제 중국은 14개의 자치정부를 거느린 중국합중국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거기에 대만싱가폴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결정사항이 발표가 된다; “각 자치정부는 주민들의 민주적인 투표에 의하여 구성이 되고 재정자립을 이룩할 것입니다. 우리의 유서가 깊은 공산당민주적인 정당체계에 편입이 됩니다. 그 점이 확실하기에 대만싱가폴이 자치정부의 하나로 들어오고자 찬성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

마지막 발표는 지금의 극동경제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역공동체에 이제는 중국이 아니라 중국합중국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기에 당연히 자치정부인 대만과 싱가폴도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일찍이 북한과 남한이 한민족연방을 형성함으로써 북한이 자연히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과 그 원리가 같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거대한 역사의 획기적인 물줄기가 동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이 민주화를 선언하고 거대한 한족의 합중국으로 재탄생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1949년에 마오쩌둥의 미약한 인민군이 동진하여 장제스의 거대한 국민군을 중국에서 대만으로 몰아낸 것과 같은 기적이다;

과연 극동경제공동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와 같은 놀라운 변화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구미지역의 여러 나라에는 어떠한 여파를 미치게 되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그것은 기존의 극동경제공동체를 동아시아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막대한 시장의 힘은 미국의 패권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