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5. 4. 00:19

불타는 용8(손진길 소설)

 

2025530일은 금요일이다. 그날 이토 히로타는 일본내각의 정보조사실에서 국장으로 승진을 한다.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이 된 것이다. 45세에 국장이 되었으니 일본의 행정부에서는 굉장히 진급이 빠른 것이다. 2년이 지나면 그는 관례에 따라 이사관이 된다. 그리고 50세 정도가 되면 차관보가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의 동료들은 히로타 국장이야 말로 일반직 공무원에서 정무직으로 비상하여 장차 장 차관 대신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히로타는 국제관계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비범한 구상으로 동료들과 상관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보석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히로타는 국장이 되었기에 이제는 별도의 집무실을 가지고 있다. 그가 국장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한통 걸리어 온다. 그 전화는 업무용 전화가 아니다. 히로타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개인의 핸드폰이 울린 것이다. 아마 지인이 승진축하의 전화를 내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핸드폰을 받으면서 히로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이 박 상, 이거 전화를 다 주다니 고맙군. 그래 어쩐 일인가?... “. 박 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것은 박씨 성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람의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핸드폰으로 박 상으로 불린 상대방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이 히로타, 그대가 승진하였다고 하는데 내가 당연히 축하전화를 내야지. 그래 이제는 히로타 국장님이시군. 그대가 군인이라면 스타가 된 것이야! 정말 축하를 하네. 나는 자네와 친구가 된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워!... “.

그 말에 히로타가 정답게 말한다; “박 상, 자네는 벌써 나의 도모다치야. 우리가 뒤늦게 동경에서 만났지만 뜻을 함께하고 있으니 벗 중의 벗이 아닌가! 그래 자네도 이제는 진급을 해야지. 한국군에서 별을 달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이번에 우리가 함께 각자의 조국에 큰 공을 세운 것이 아닌가! 그래, 언제 서울로 돌아가서 스타가 되는 것이지?... “.

그 말을 듣자 박 상으로 불린 사내가 대답한다; “그래, 나도 사실은 다음달에 서울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어. 자네 말처럼 스타가 되도록 벌써 내정이 되었어! 그야 말로 내가 동경에서 히로타 상을 만나 친구가 되었기에 그러한 기적이 발생한 것이지. 정말 고마워, 와타시노 도모다치 히로타! 다시 한번 승진을 축하한다. 사요나라!... “.

그들의 통화는 그 정도에서 끝난다. 그렇지만 히로타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잠시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지난 1년 남짓 공작을 하면서 박 상과 나는 뜻을 함께했지… “.

잠시 눈을 감고서 히로타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가 일본을 위하듯이 한국의 무관인 박 상도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헌신한 것이지. 목숨을 걸어 놓고 그 위험한 프로젝트를 우리들이 진행한 것이 아닌가! 박 상도 나만큼 멋있는 친구야, 하하하… “;

중얼거리면서 히로타가 무엇이 즐거운지 미소를 띄고 있다. 그들은 남에게 쉽게 발설하기 힘든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다. 그렇지만 히로타를 국장으로 승진시킨 내각의 정보조사실 장관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지난 2023년말에 히로타가 기상천외한 구상을 기획하여 보고하였을 때에 조사실 장관은 크게 놀랐다. 그리고 당장 총리에게 그 계획을 보고했다. 일본수상이 그 내용을 참조하여 한국대통령과 긴급하게 상의를 했다. 그 결과 양국간에 모종의 합의가 비밀리에 성사가 된 것이다.

히로타는 이듬해 2024년 봄부터 수상실과 방위성 장관실을 들락거리면서 상당히 바빴다. 그렇지만 자신의 구상이 성사가 되어 진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속으로는 흐뭇했다. 그 즈음 그가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무관인 박 상을 은밀하게 접촉한 것이다.

대령인 그는 소령 시절에도 일본에서 한국의 무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직업군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일본 통인 것이다. 그만큼 박 상은 일본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히로타가 한국말을 모르지만 두사람은 대화에 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박 상은 일본사람의 의식구조까지 잘 알고 있다;

히로타가 조국인 일본을 위하여 일하는 공무원이듯이 한국군인인 박 상도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진정한 군인이다. 따라서 실무자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하나의 작전을 전개했다. 그것이 일본이 과다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239를 일부 한국으로 보내고 한국이 자랑하고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일부 일본으로 반입하는 비밀작전이다.

그것은 소위 양국사이에 윈윈(win-win)전략이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대담한 구상을 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히로타는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다음과 같이 구상한 것이다; “일본이 혼자서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의 반대가 엄청날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일본수상의 목을 조여올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과 한국이 동시에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

히로타는 미래의 국제관계를 직관한 것이다; “비밀리에 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동시에 핵무장에 성공하고 나면 그때에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의 목을 모두 조일 수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

기상천외하게도 미국의 대전략을 잘 알고 있는 히로타가 얻은 결론이 다음과 같다; “만약 미국이 태클을 걸게 되면 극동이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과 결별하고 새로운 세력권을 하나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극동에서 서구와 같은 공동체가 하나 성립된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패권도 그것을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중국일본한국에 러브콜을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컬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사고를 전환하여 알을 깨면 달걀을 세로로 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현실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나오는 발상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시대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자가 아니라고 하면 누가 그러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전대미문의 그 길을 함께 걸어간 동지가 사실은 히로타 상박 상이다. 실무자로서 히로타이 만나서 서로 장단을 맞추었다. 히로타는 방위성의 차관보와 함께 그 위험한 핵물질을 컨테이너에 안전하게 간수하여 한국으로 보냈다. 그와 반대로 박 상은 한국의 무기를 일부 비밀리에 일본의 기지로 보낸 것이다.

그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일년이 지나자 서서히 국제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2024년 후반기부터 미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레이스가 계속 펼쳐지고 있어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감시가 소홀하다. 그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한 정치적인 일정까지 감안하여 일본의 수상과 한국의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을 보면 그들도 보통인물들이 아닌 것 같다. 결국 1년이 지나자 20255월이 되기 전에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고 만다.

그때부터 미국대통령의 영향력이 극동에서 줄어들고 북한의 핵위협이 쉽게 먹히지 아니하게 된다. 그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도 일본과 한국을 만만히 상대하지 못하게 된다. 과거처럼 핵 강대국이라고 위세를 부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때를 위하여 미래의 국제관계를 미리 바라보고 있는 히로타 국장이 새로운 구상을 은밀하게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무엇인지는 당장 밝혀지지 아니하고 있지만 2025년말부터 일본수상이 한국을 방문하고 이어서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가 어째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

한편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대사관이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무성 그리고 국방성에서 요청하고 있는 자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3가지를 요청하고 있다;

(1)  첫째, 일본과 한국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어느 단계까지 개발되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보고하라는 것이다.

(2)  둘째, 일본수상이 한국대통령과 중국의 주석을 만나서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3)  셋째, 극동의 3국이 패권국 미국을 떠나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하면 그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가 될지를 미리 파악하라는 것이다.

그와 같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과장 기노네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를 보좌하고 있는 제임스, , 피터도 현장직원들을 지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필요한 경우에는 도청과 감청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갈수록 만만하지가 아니하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한국의 정보기관에서도 상당히 짐작하고서 방어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던 제임스가 툴툴거리고 있다; “이거, 갈수록 정보수집이 어려워지고 있어. 고전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아.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역시 자신보다 경험이 풍부한 기노네스 과장에게 고충을 털어놓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상책이다. 기노네스제임스 뿐만 아니라 피터가 공통적으로 그러한 애로사항을 말하자 한가지 대책을 세운다. 그것이 한미협의회를 움직여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기노네스는 별도의 비밀자료를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재미교포 가운데 누가 한국의 정계와 관계(官界) 그리고 재계에 연줄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과 미국에서 학위를 얻은 인물 가운데 한국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들의 리스트이다.

그러므로 기노네스는 제임스와 폴 그리고 피터에게는 친미인사들과 접촉하여 자료를 얻으라고 말해 놓고 자신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비밀자료를 활용하여 유력인사들을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울러 아내인 오백희 교수에게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기노네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오백희 교수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녀의 학연이 도움이 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정부가 은밀하게 극동연합을 발족하기 위하여 일본 및 중국과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역시 중요한 정보는 베갯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기노네스는 자신이 얻은 정보와 아내 오백희 교수가 얻은 정보를 비교하여 본다. 그 결과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것을 기초로 하여 그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 보고서가 미국정보기관을 통하여 백악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과연 미국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