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용(손진길 소설)

불타는 용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4. 27. 04:24

불타는 용2(손진길 소설)

 

남편 기노네스6시경에 잠이 깨어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다. 그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와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관계가 돈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은밀하게 이야기들을 하다가 이제는 수면위에 그러한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

잠시후에 그의 생각이 이어지고 있다; “조심스럽게 여론조사를 빙자하여 한국인의 과반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서서히 보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점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가?... “. 

기노네스는 공부를 마치자 25세에 미국 중앙정보부에 입사하여 벌써 30년째 일하고 있는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그는 서울에 파견되어 25년을 일하고 있으니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기노네스가 여전히 한국인의 친미와 반미의 여론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이 이상하다.

30분이 지나자 같은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 아내 오백희 교수가 잠을 깬다. 그녀는 7살이나 연상인 남편 기노네스가 벌써 잠이 깨어 침상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는 것을 본다. 그 얼굴을 슬쩍 보니 무언가 생각의 갈피가 잡히지 아니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부가 되어 살아온 세월이 벌써 23년이다. 그러니 남편의 안색만 보아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다. 따라서 오백희가 미소를 띠고서 정답게 남편 기노네스에게 아침인사를 한다; “허니, 안녕? 좋은 아침이예요. 그런데 어째서 몸을 뒤척이고 있어요?... “.

기노네스가 아내 오백희의 아름다운 중년의 얼굴을 마주한다. 한국여인 특유의 끈기와 은근한 사랑을 지니고 있는 좋은 아내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도 기노네스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아침키스를 가볍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말한다; “내가 먼저 잠이 깨어 지금까지 반시간이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직 하나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 그래요. 도대체 한국사람에게 있어서 친미반미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요? 아니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이요? 도통 한국사람의 속내를 나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그 말을 듣자 아내 오백희 교수는 별것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 “호호호, 별 생각을 다하고 계시는군요. 똑똑한 당신이 오늘 아침에는 그만 망각의 샘물을 마신 모양이군요. 그것은 상황변화에 따라 입장의 차이가 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요. 부부사이에도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호호호… “.

그 말에 기노네스가 고개를 약간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요, 그 말이 맞군요. 남편이 잘해주면 아내가 얼굴을 마주 보고 상냥하게 웃지만 만약 잘못하게 되면 아예 얼굴을 돌려버리고 말지요. 그것과 같다는 말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오백희가 하품을 한번 하고서 말한다; “아직도 나는 졸려요. 그래요, 아내가 외면하기 시작하면 남편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와야 다시 만나는 사이가 되지요. 그러니 언제나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거예요, 호호호… “.

그 말에 기노네스가 아내 오백희의 얼굴을 보고서 말한다; “나야 당신 얼굴만 쳐다보고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아내 바보이지요. 그러면 당신은 항상 친미를 하고 있겠군요?... “. 오백희가 푸웃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은 98퍼센드 완벽한 좋은 남편이지요, 호호호… “.

아내 오백희가 기분이 좋은 것을 보고서 기노네스가 슬쩍 물어본다; “도대체 한국사람의 반미정서는 언제 시작이 된 것이지요. 그 원형인 뿌리를 알게 되면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만 같아요!... “.

그 말을 듣자 오백희가 남편 기노네스의 잘 생긴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역시 당신은 스마트해요. 얼굴도 스마트하고 생각도 스마트해요. 그렇지요, 뿌리를 알게 되면 줄기와 잎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지요. 어차피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과 양분이 각 세포에 배분이 되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

오백희가 눈을 반짝이면서 잠시 기노네스의 얼굴을 찬찬히 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내가 오늘 아침에 사랑하는 당신에게 한가지 팁을 드릴께요. 그것은 한국의 초대대통령 이승만이 친미와 반미를 함께하게 된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

이승만이라고 하는 말을 듣자 기노네스가 금방 한마디를 한다; “, 그 이승만 말이지요. 그는 1960년에 한국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하와이로 망명하여 5년후에 죽었지요. 그야말로 이승만은 친미정권의 수장이었지요. 그런데 그가 왜요?... “.

남편 기노네스가 아는 체를 하자 아내 오백희 교수가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제가 간단하게 이승만 대통령의 스토리를 말해 드릴께요. 내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여담삼아 강의하는 내용이 있어서 그래요. 한번 들어보세요!... “.

기노네스는 졸지에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그렇지만 아내 오백희의 차분한 음성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귀를 기울인다. 먼저 오백희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이승만은 19세기 후반인 1875년에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났어요. 그곳은 평산 신씨의 본향이 되고 있는 지역이지요. 전주 이씨인 그는 20살에 배제학당에 들어가서 신식학문을 배우게 되면서 미국에서 온 서재필을 만났어요. 그런데… “.

오백희가 잠시 숨을 쉬고서 계속 설명한다; “서재필의 영향으로 미국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 그는 30세가 되자 미국의 수도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는 학구열이 대단해요. 왜냐하면… “.

잠시 남편 기노네스의 얼굴을 살피면서 그녀가 말을 계속한다; “이승만은 북쪽에 있는 보스톤으로 가서 하바드대학교에서 석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남쪽에 있는 뉴저지로 가서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해요. 6년만에 그 일이 모두 끝나게 되지요. 그것을 보면 이승만은 나름대로 천재성을 가진 인물이지요… “.

같은 침대에서 기노네스가 눈도 깜빡이지 아니하고 듣고 있다. 신이 난 아내 오백희가 설명을 계속한다; “그가 45세가 되기 1년전에 한국에서 만세사건이 발생하고 중국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탄생하지요. 그때 이승만은 조선사람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 박사학위 소지자이기에 임시정부의 대통령직을 얻게 되지요. 하지만… “.

갑자기 오백희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호호호, 그 임시대통령 자리가 별로 돈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승만은 미국으로 되돌아와 버리지요. 그렇지만 그는 명목상으로 한 5년 정도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기노네스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군요. 미국의 외무성을 출입하자면 그러한 공식적인 직함이 필요했겠군요. 이해가 됩니다”. 그 말에 오백희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웃음을 거두면서 설명한다; “19458월에 일본제국이 항복을 하고 한국에서는 미군정이 시작되지요. 그때 이승만은 70세의 노인입니다. 하지만 자식이 없는 그는 권력욕이 대단해요. 그때 미군정 사령관인 하지는 권력욕이 강하고 독선적인 성격의 이승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

잠시 숨을 쉰 다음에 오백희가 말한다; “상황변화가 발생해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지원을 받아 그의 괴뢰인 김일성이 얼른 북한에 정권을 수립하였지요. 그러니 남한을 통치하고 있는 미군정도 급해 졌어요. 이제는 이승만이라도 내세워서 정부를 수립해야 하지요. 따라서 1948년에 73세의 이승만이 한국의 초대대통령이 되지요. 그런데“.

남편 기노네스가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오백희가 말한다; “제가 요점만 간추려서 말씀 드릴게요. 2년후 19506월에 김일성의 북한군이 남한을 적화 통일하고자 밀고 내려와요. 그때 이승만의 외교가 빛을 발해요. 미국이 유엔과 함께 즉시 참전하니까요. 그것은 분명히 친미정책이 힘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

그 다음에 오백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해 9월에 맥아더 사령관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여 서울을 탈환하고 38도선까지 올라가요. 미국은 그곳에서 휴전을 하려고 하지요. 그것을 보고서 이승만이 한국인들을 선동합니다. 이 기회에 통일을 하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101일에 미국의 정책을 무시하고 북진을 개시합니다. 그것이 바로 역사적인 반미정책의 시작이지요! 그런데… “;

남편 기노네스가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오백희가 또 하나의 설명을 한다; “한국군이 밀고 올라가자 어쩔 수 없이 미군도 유엔군과 함께 북진을 하지요. 그것이 중공군의 참전을 초래해요. 다시 38도선에서 휴전이 되려고 해요. 그러자 이번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전격적으로 석방하고 말지요. 그 때문에… “;

  

기노네스의 귀에 예리한 분석을 하고 있는 아내 오백희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북한군에게 포로가 되어 있는 미군과 한국군 수만명이 포로교환의 기회를 영영 박탈당하고 말아요. 그 점을 생각하면 이승만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만 생각하여 엄청난 부작용을 남기는 또 한번의 반미를 한 것이지요. 더구나… “.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기노네스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또 있다는 말인가? 기노네스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때 그의 귀에 놀라운 오백희의 설명이 들려온다; “한국에서 독재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자 이승만은 미국의 정치개입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1959년에 원자력연구소를 만들고 서울대학교에 원자핵공학과를 설치해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미국정부가 깨닫고 있어요. 따라서… “;

차분한 아내 오백희 교수의 설명이 계속된다; “이제는 반미정책을 추진하는 이승만을 한국의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하지요. 그 결과 이듬해 그가 하야를 하게 되지요. 그러니 결론은 하나예요. 한국의 독재자는 미국의 내정간섭을 싫어해요! 그러한 측면에서 “;

기노네스가 아내의 설명을 들으면서 잠시 눈을 감고서 생각에 빠진다. 그때  오백희 교수가 결론삼아 말한다; “지금 한국의 5년 단임대통령제도가 미국에게 있어서는 한국대통령의 반미를 예방하는 좋은 제도이지요. 하지만 한국민은 그러한 임기가 없으므로 충분히 다른 견해를 표출할 수가 있지요. 그 점을 예의주시하셔야 하겠군요, 호호호… “.

이야기가 너무 무거우므로 노련한 오백희 교수가 일부러 웃음으로 자신의 설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아침에 기노네스가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내가 아내에게 재정 지원하여 공부를 계속하게 한 보람을 이번에도 느끼고 있구만. 좋은 견해이군. 그렇지 친미와 반미는 한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처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그 점을 잊어버리고 친미와 반미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군!... “.

그날 미국대사관에 상주하고 있는 미 정보국 소속인 한국과장 기노네스의 생각이 상당히 정리가 되고 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