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6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18. 11:02

7세기의 2260(손진길 소설)

 

시간을 일년전으로 되돌리면 신라의 왕도인 서라벌에서는 신왕 김법민(金法敏, 626-681)이 군부의 최고지도자인 김유신(金庾信, 595- 673)을 만나고 있다;

 작년 서기 6616월에 신라의 국왕으로 등극한 태자 김법민이다. 그러므로 서기 6628월인 지금은 훗날 문무대왕이라고 불리게 되는 36세의 국왕 김법민이 신라를 통치한지 1년하고도 2달이 지났기에 일국의 국왕으로서 그 위세가 뚜렷하다.

특히 김법민은 문무에 밝아 태자시절부터 당나라 장안에서 외교업무를 곧잘 처리했다. 그리고 부왕과 함께 백제정벌에 나서서는 당군과의 협조를 원활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재작년 곧 서기 660718일에 백제국왕을 사로잡은 이후부터 당나라 원정군 사령관 소정방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소정방은 대당 황제의 뜻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사비성 국왕의 자리에 앉아 웅진도독의 이름으로 백제를 다스리고 있다;

 물론 그의 통치영역은 당나라 군대가 장악하고 있는 사비성과 웅진성에 국한되고 있다. 웅진성에서는 당나라에 협조하고 있는 예식진이 그대로 성주자리에 앉아 있다.

그렇다고 하면 신라의 원정군 사령관인 김유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소정방은 대국의 위세를 빌려서 김유신에게 명령하고 있다; “대당 황제의 충실한 신하인 신라국왕을 대신하여 그대 김유신은 신라군을 이끌고 백제의 잔당을 모조리 소탕하라. 그리하여 백제의 경향각지를 전부 황제에게 진상하라. 황제폐하는 백제 땅에 6개의 도독부를 설치하고자 하신다!... “.

소정방의 만행을 2년간 지켜본 김유신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는 6628월에 서라벌에 들러 국왕 김법민과 비밀회담을 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김유신이 먼저 말한다; “국왕 폐하, 소정방의 만행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그는 사비성과 웅진성을 지키는데 당군을 전부 사용하고 있고 기타 백제의 땅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흥운동에 대해서는 그 진압의 책임을 모조리 우리 신라군에게 떠맡기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

개인적으로 신라의 국왕 김법민의 외숙이 바로 김유신 공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김유신이 늦은 나이에 김춘추의 딸 지소공주와 다시 결혼했으므로 국왕 김법민과는 처남 매부 사이가 된다. 그러한 촌수를 떠나서도 군부의 최고지도자인 김유신 공은 신라군의 영웅이며 군사력의 상징이다.

그와 같은 형편을 잘 알고 있는 국왕 김법민이 노장 김유신에게 부드럽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외숙,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소정방의 만행과 당 황제의 지나친 탐욕에 대해서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금만 참아주세요. 당의 군사력을 이용하여 삼한일통만 이룩한다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당군을 몰아낼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삼한일통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

국왕 김법민의 말이 큰 위로가 되고 또한 그의 약속이 확실하다. 따라서 김유신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알겠습니다, 폐하. 고구려를 멸할 때까지는 제가 참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더 하교하실 말씀이 무엇인지요?... “.

그 말에 김법민이 말한다; “다름이 아니라 북쪽의 고구려가 혹시 남진할까 싶어서 우리가 상주에 지금도 10만 대군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제의 번왕부가 있는 왜에서는 지금 어떠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요? 그들이 백제부흥운동을 돕기 위하여 대군이라도 파견한다면 그것이 큰 일이지요!... “.

그 말을 듣자 김유신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따라서 소신이 왜의 땅에 간자를 많이 심어 두고 있습니다. 최근의 첩보에 따르면 30명 정도의 군사가 탈 수 있는 함선을 수도 없이 많이 건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일이 끝나면 대규모 파병이 있을 것입니다!... “;

그 말에 국왕 김법민이 다른 사항을 물어본다; “그렇다면 북쪽의 고구려에서는 어떠한 조짐이 있는지요?... “. 김유신이 정확하게 대답한다; “그곳에 심어 둔 간자들의 보고로는 아직 별다른 조짐이 없습니다. 그들은 백제의 부흥운동에 대하여 크게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5년전에 당과의 큰 전쟁을 경험했기에 아직도 군사적으로 그 복구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김법민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외숙부는 상주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에서 3만명을 차출하여 백제의 수도권으로 보내세요. 그 임무는 만약 왜에서 지원군이 백강으로 들어오는 경우 그들의 함선을 깨부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작전에 필요한 투석기와 기름 등을 함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

신라의 국왕 김법민은 마치 미래의 전투를 머리에 그려보고 있는 것만 같다. 그의 구체적인 전술이 나타난다; “그것들을 현지까지 운반하여 미리 설치함으로써 장차 백강하구 기벌포에 들어오는 왜의 군선을 전부 파괴하도록 하세요. 그것으로 백제의 부흥운동이 숨을 죽이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군이 협조한다면 모든 토벌이 끝날 수도 있겠군요!... “.

그 말을 듣자 김유신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좋은 전략 전술입니다. 폐하께서 이렇게 문무에 두루 밝으시니 장차 삼한일통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 신라군이 백제 땅에 3만명이나 증원이 된다고 하면 소정방도 기를 쓰고서 당군을 증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년말까지는 백제의 땅에서 부흥운동이 완전히  끝나게 되겠지요!... “.

국왕 김법민과 군부의 최고지도자 김유신의 판단이 맞다. 이듬해 6636월에 상주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 가운데 3만명이 백제의 중심부로 들어온다. 그것을 보고서 소정방이 당조정에 강력하게 건의하여 5만명의 지원군을 받아낸다. 그러자 7월에 신라군은 도합 6만명이 되고 당군은 12만명이 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왜의 번왕부에서 보낸 1천 척의 함선이 27천명의 군사를 싣고서 그해 6638월에 백강하구 기벌포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보고서 언덕에 주둔하고 있던 신라군의 기지에서 일제히 투석기가 작동되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바위와 기름이 함선위에 쏟아진다. 그 뒤를 불화살이 뒤따르고 있다.

왜선은 기껏해야 30명정도의 군사가 탈 수 있는 작은 배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이 건조하느라고 얇은 송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투석기에서 날아온 바위를 맞고 쩍쩍 쪼개어지고 만다. 게다가 기름이 날아오고 그 뒤에 불화살이 날아오니 그만 불바다가 되고 만다. 그 결과 한나절만에 400척의 함선이 바다에 가라앉는 참극이 발생하고 있다;

그대로 백강으로 진입하다가는 양쪽 언덕에서 날아오는 돌덩어리와 기름 그리고 불화살 때문에 함선이 전파되고 병사들이 전부 수몰되고 말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원정군 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이 결단을 내린다; “뱃머리를 돌려라. 다시 바다로 빠져나간다. 서둘러라!... “;

후퇴의 명령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침몰을 간신히 면한 600척의 함선이 방향을 바꾸어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김유신 사령관과 그를 보좌하고 있는 대장군 김관수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왜에서 온 지원군이 전부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가고 말았다는 비보가 부흥운동의 중심지 주류성과 임존성에 전해진다. 주류성의 실권을 차지한 풍장왕이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임존성을 지키고 있는 흑치상지도 앞일이 걱정이다. 아니다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나당연합군이 두 성을 향하여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와 동시에 경향각지의 의병들이 크게 실망하여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그와 같은 미묘한 시기에 갑자기 주류성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용사가 한사람 있다. 그의 정체가 좌룡(左龍)으로 불리고 있는 걸물 유기룡 장군이다. 그가 어째서 그 시기에 주류성에 들어와서 있는 것일까?…

왜의 산동성 등주에 있는 백제의 번왕부를 지키고 있던 인물이 유기룡 장군이다. 그의 아내 오해미는 등주의 오덕관에서 행수로 일하고 있고 모친 귀실복녀는 손자 유청람을 잘 키우고 있다. 그런데 유청람9살이 되는 6607월말에 갑자기 사비성에서 비보가 오덕관으로 날아들고 있다;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와 태자 그리고 왕자들이 당나라의 포로가 되어 곧 산동성으로 압송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 소식을 듣고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에 당의 군사가 등주의 번왕부를 포위하기 시작한다. 번왕 여몽은 물론 사령관 곡나진수와 장군 유기룡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를 못하고 있다.

그때 당의 군사를 지휘하고 있는 장군 왕학필이 준엄하게 번왕 여몽에게 통지하고 있다; “지금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쳐서 멸하고 백제왕과 왕자들을 포로로 끌어오고 있다. 따라서 이 시간부로 멸망 당한 나라의 번왕부는 해체한다. 지휘관들은 전부 군대를 해산하고 대기하라. 조정의 다음 조치가 내려오면 알려줄 것이다”.

사령관 곡나진수와 장군 유기룡1만명의 번왕부 소속 군대를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군사로는 대당의 군사력을 상대할 수가 없다. 인명피해만 속출할 따름이다. 따라서 순순히 그 지시에 따라 군대를 해산하고 번왕부에서 당조정의 후속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유기룡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오덕상단의 오덕관에서 행수로 일하고 있고 집에는 이제 9살이 된 아들 유청람이 자라고 있다. 그러므로 함부로 혈기를 부릴 수도 없다. 벌써 그의 나이가 36세나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당나라 조정에서는 평화스럽게 번왕부를 해체한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유기룡은 모친과 처자식을 등주에 남겨두고서 멀리 서쪽으로 향한다. 그는 가장 먼저 토번제국의 땅으로 들어가서 그곳의 젊은 실력자 가르친링을 만난다.

유기룡의 판단으로는 대당을 상대할 수 있는 군사력은 오로지 토번제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군이 백제를 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백제를 내놓고 물러가는 것은 토번제국과의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유기룡가르친링을 만나서 한번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때 가르친링이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깐부 기룡, 잘 왔다.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멸하였다고 하니 조만간 그들이 만주의 호랑이 고구려까지 멸망하고 나면 그때는 우리 토번제국을 치고자 나서겠구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만들 것이다. 그렇게 알고 백제로 돌아가서 형편을 알아보고 나의 도움이 구체적으로 필요할 때 즉시 말해 다오. 내가 여기서 당의 서부전선을 칠 것이다!... “;

그 약속을 얻자 유기룡은 다시 등주로 돌아와서 사비성과 백제를 왕래하는 상단을 통하여 백제 현지의 소식을 열심히 듣고 있다. 그사이 유기룡은 그저 오덕관의 행수의 한사람으로 처신하고 있다. 그는 외삼촌 귀실복신이 승려 도침과 함께 주류성에서 백제부흥운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있다.

그리고 6619월에는 왜에서 왕자 부여풍이 귀국하여 신왕으로 주류성에서 즉위하였다는 소식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이듬해 662년에 들어서자 도침이 암살을 당했다는 비보까지 듣게 된다. 그렇다면 그 성에 남아있는 외삼촌 복신풍장왕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갑자기 이듬해 6638월이 되자 외삼촌 복신이 풍장왕에 의하여 제거가 되었다고 하는 비보가 들려오고 있다. 그 소식을 듣자 모친 귀실복녀가 울면서 아들 유기룡에게 호소한다; “기룡아, 여기서 마냥 소식만 듣고 있을 수는 없다. 너 혼자라도 빨리 주류성으로 가서 그 소식이 사실인지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원수를 갚아 다오. 감히 그 누가 무왕의 조카인 내 동생을 겁도 없이 살해했단 말인가?... “.

이 세상에 단지 오누이 밖에 없다. 귀실복녀는 아들 유기룡에게 간곡하게 동생 귀실복신의 원수를 갚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맹세한다; “어머니, 반드시 외숙의 원수를 갚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청람이를 잘 돌보아 주시고 집사람 오해미를 부탁합니다. 백제를 다녀와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6638월 백강 하구 기벌포에서 유기룡은 왜의 함선이 격파를 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재빨리 주류성으로 들어가서 의병의 한사람으로 행세한다. 아무런 의심없이 그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다음에 그는 풍장왕복신의 심복들을 수색하여 철저하게 제거하는 광경을 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유기룡이 정체를 숨긴 채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가 속으로 수차례 다짐한다; “이놈, 부여풍, 네놈이 겁도 없이 나의 외삼촌이자 무예 스승인 복신 공을 살해하였구나! 내가 반드시 네놈을 죽여서 우리 집안의 원수를 갚고 말 것이다!… “.

과연 유기룡복신의 원수를 갚을 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주류성의 운명은 어떻게 되고 마는 것일까? 나아가서 뒤늦게 백제로 수많은 병사를 보낸 야마토 번왕부의 속사정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