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5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13. 10:51

7세기의 2256(손진길 소설)

 

신라의 대장군 김흠순은 독산성 안에서 신라군과 대혈전을 치루고 있던 백제의 대장군 계백이 돌연 전투를 중지하고 물러가자 의아한 생각이 들고 있다. 잘못하면 독산성을 계백의 군대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그들이 별안간 전투를 중지하고 급히 성을 빠져나간 것이다.

그 이유는 반()시진도 지나지 아니하여 밝혀지고 있다. 동쪽에 있는 동잠성에서 성주 손일성3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독산성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틀이 지나자 서라벌에서 대장군 최일도1만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역시 독산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달려오고 있다.

독산성주 갈현과 대장군 김흠순은 성주 손일성 및 대장군 최일도와 함께 금번 독산성 전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장군 김흠순이 먼저 대장군 최일도에게 질문한다; “서라벌에서는 어째서 1만명의 추가병력을 독산성으로 보낸 것이지요?... “;

대장군으로 진급한지 오래지 아니한 최일도가 노장군 김흠순에게 공손히 대답한다; “백제 계백의 군대가 1만명입니다. 그들을 대장군께서 1만명의 군사로 대항하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김유신 공께서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추가로 1만명의 군대를 주면서 즉각 지원에 나서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김흠순이 다시 최일도에게 묻는다; “유신 공께서 내게 달리 전하라고 하신 말씀은 없으신지요?... “. 최일도가 즉시 대답한다; “한가지 당부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백제군보다 군사력이 우세하다고 하여 함부로 북진에 나서지 말라는 당부를 반드시 전달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

김흠순은 형님 김유신 공이 당부한 말씀을 되씹어 본다; “어째서 내게 이번 기회에 북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계시는가? 이제 우리의 군사의 수가 계백의 군대보다 배나 되는데 그 참 이상하군!... “.

북진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 구태여 독산성에 계속 머물고 있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다음날 김흠순은 치열한 전투로 말미암아 절반으로 줄어든 5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서라벌로 돌아간다. 그는 군부에 들리자마자 친형인 김유신 공을 찾는다.

형을 만나자 마자 급히 질문한다; “형님, 어째서 저보고 북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최일도의 지원군까지 합하면 군사력이 우리가 훨씬 우세하여 북진하면 분명히 백제의 무산성을 점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김유신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아우 김흠순에게 다정하게 말한다; “아우는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다음 기회에 더 큰 공을 세우도록 내가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니, 허허허… “. 김흠순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아니하여 고개를 갸웃한다.

그것을 보고서 김유신이 주위를 한번 살핀 다음에 은근하게 김흠순에게 말한다; “며칠 전 대당(大唐)의 황제 이치(李治)가 우리의 국왕에게 밀서를 보내어 왔어. 그 내용이 백제를 치고자 하는 신라의 계획에 찬성한다는 것이야. 구체적으로… “;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김흠순이 귀를 바짝 형에게 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작은 목소리로 김유신이 말한다; “만약 우리 육군이 탄현(炭峴)고개를 넘어 사비성으로 직행하면 당나라 해군이 백강(白江) 하구에 있는 기벌포로 진입하겠다는 것이야! 그러니 우리가 군사력을 아꼈다가 사비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필요해. 그렇게 알고 있어!... “;

김흠순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역시 조그만 음성으로 형에게 질문한다; “형님, 그 시점이 언제쯤 될 것 같아요?”. 김유신이 단호하게 대답한다; “모든 준비를 빨리 끝내고 내년 여름에는 사비성을 쳐야지. 여름이 끝나기 전에 나는 백제를 끝장낼 생각이야! 전격적으로 백제의 왕도를 치고 국왕을 사로잡아야 해. 만약 시일이 오래 걸리면 북에서 고구려가 남진할 가능성이 있거든!... “.

한편 사비성에서는 그와 같이 신라와 당과의 군사계획이 긴박하게 진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태로 국왕 부여의자는 통치 20년인 서기 660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에 배치된 중앙군의 규모가 56천명으로 줄어들어 있지만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있다.

2년전에 상좌평 의직과 좌평 흥수가 긴축재정을 운영하여 중앙군의 수를 확충하여 6만명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제2수도인 웅진성을 포함하여 남과 북의 요충지 주류성과 임존성에 각각 5천명의 수비군을 주고 그 다음에 수도권의 주요 4성에 각각 3천명의 수비군을 떼어주고 나니 정작 수도인 사비성에는 중앙군의 규모가 33천명에 불과하다;

  

그 중 1만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계백 대장군이 신라의 독산성과 동잠성을 정복하기 위하여 작년에 원정을 떠났다. 그러나 신라에서 2만명의 원군을 차례로 보내는 바람에 대혈전을 벌였으나 결국은 성의 점령에는 실패하고 돌아왔다. 당시 신라군 6천명이 죽었지만 백제의 원정군도 4천명이나 전사하고 말았다. 그 결과 사비성의 중앙군은 그 규모가 이제는 29천명이 되고 있다.

그와 같은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상좌평 의직이 서기 660년 정초의 조정회의에서 국왕 부여의자에게 진언한다; “폐하, 지금 왕도 사비성에서 운용할 수 있는 중앙군의 수가 3만명이 채 되지 못하여 29천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적들이 수도 가까이 쳐들어오는 경우에는 중과부적입니다. 그러므로 중앙군의 수를 증가할 수 있도록 긴축재정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

그 말을 듣자 66세의 늙은 왕 부여의자가 돌연 노한 음성으로 말한다; “작년에 농사가 평년작도 되지 아니하여 짐은 연회를 줄이고 반찬의 가지 수도 줄였다. 그런데 금년에도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과인에게 더욱 긴축을 하라고 하니 그것은 신하 된 도리가 아니다.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이런 괘씸한… “.

다소 진정을 하고서 부여의자가 이치에 맞게 말한다; “삼한(三韓) 가운데 가장 비옥한 농토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백제가 신라에 비하여 군사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상좌평과 여러 좌평은 숨김이 없이 과인에게 그대로 보고하라!... “.

의직이 솔직하게 답변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크게 보아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재작년을 제외하고 계속 흉년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공이 줄어들고 군량미가 부족합니다. 또 하나는, 지방군을 차례로 중앙으로 불러 올려 중앙군으로 활용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왕인 부여의자가 급히 묻는다; “상좌평, 그것이 무슨 말인가? 흉년이 들어서 군량미가 부족하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만 어째서 지방의 각 담로에서 사비성으로 군사를 보내지 아니하고 있는가?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도록 한번 설명을 해보게!... “.

의직은 국왕의 아우이므로 차제에 눈을 질끈 감고서 현실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진술한다; “폐하, 노하지 말고 들으시옵소서. 수년전부터 중앙에서 왕자들이 지방장관이 되어 각 담로로 내려가서 최고의 권력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과 달리 지방에는 토호들과 중앙에서 내려온 귀족과 호족들의 힘이 강합니다. 그들이 지방장관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기에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협조를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국왕인 부여의자가 끄응 신음소리를 낸다. 한참 후에 노한 음성으로 말한다; “감히 지방의 토호들과 호족들이 백제의 국왕인 짐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군. 그리고 중앙에서 내려간 귀족들도 그 일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군. 이런 불충한 무리들 같으니라고! 그래 조정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을 징계할 방도를 마련하여 상좌평은 조속히 과인에게 보고하도록 하라!... “.

국왕의 진노와 무지막지한 요구에 조정대신들은 말문이 막힌다. 그것으로 조정회의는 끝나고 봄이 지나도록 좌평들이 감히 국왕을 찾지 아니하고 있다. 수차례 상좌평 의직이 다른 좌평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해보지만 마땅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다. 좌평 벼슬 대부분을 국왕의 적자인 왕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수도 사비성에서 자란 그들은 지방의 실정에 대해서 깜깜한 것이다. 따라서 의직은 하는 수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과거 좌평 벼슬을 지낸 귀족 가운데 여전히 사비성에서 살고 있는 구() 대신들을 불러모은다.

그 가운데 충상, 상영, 그리고 사택천복 등이 들어있다. 상좌평 의직이 그들 구 대신들과 의논하여 지방군을 중앙군으로 월별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그 계획을 국왕에게 보고하였더니 부여의자가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세요. 만약 이의를 제기하는 지방관이나 귀족들이 있다고 하면 과인에게 보고하세요. 짐이 아주 도륙을 내고 말 것이요!... “;

강력한 왕명이다. 따라서 사비성 조정에서는 국왕의 의지를 모든 담로의 지방장관과 호족들에게 전달하면서 수도권 가까이 있는 지방의 군대부터 차례로 사비성으로 불러 올려 한달 씩 근무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 덕택에 중앙군의 규모가 29천명에서 39천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여름철이 되고 있다. 그해 6607월이 되자 사비성의 날씨는 매우 덥다. 비가 오지 아니하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가뭄이 다시 찾아오고 있는 것만 같다.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은 농업용수가 부족하여 새벽부터 논에 물을 대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한 때에 갑자기 탄현고개를 넘어오는 수많은 군사들이 있다;

 그들이 과연 누구인가? 이제 백제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 좌룡으로 불리는 좌백의 운명은 또한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