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5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12. 08:54

7세기의 2255(손진길 소설)

 

다음날이 되자 계백흑치무와 함께 깊은 논의를 한다. 두사람은 어떻게 하면 신라의 독산성과 동잠성을 쳐서 점령할 수가 있는지를 의논하고 있지만 별다른 묘수가 없다;

 따라서 계백 대장군이 단안을 내린다; “일단 제가 1만명의 원정군을 이끌고 나가 신라 김흠순 대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1만명의 군대와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흑치무 성주가 말한다; “제가 보기에는 분명히 신라군이 밀릴 것입니다. 11 대결에서 지금까지 진 적이 없는 계백 대장군이니까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계백의 답변이 명쾌하다; “도망가는 적을 쫓아 독산성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지요. 성안에서 결판을 내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흑치무 성주가 말한다; “그렇지요. 적들이 성안으로 도망한다면 쫓아서 들어가는 것이 옳지요. 그렇지만 성안에 생각보다 많은 적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그곳은 용담호혈(龍潭虎穴)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

잠시 숨을 돌리고서 신중한 흑치무 성주의 고견이 나타난다; “내 생각에는 일단 일부 군사로 성문을 지키도록 해 놓고 적들을 쫓아 들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내가 뒤쫓아가서 우리 성의 군사로 하여금 계백 대장군의 퇴로를 확보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다. 따라서 계백이 일어나서 깊이 읍을 하면서 흑치무에게 말한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훤히 아시고 그렇게 살 길을 마련하여 주시니 제가 감읍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전장에서 선배님과 같이 사려가 깊은 분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

그 말을 듣자 흑치무 성주가 계백 대장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금년말까지 여기서 복무하고 내년초에 사비성으로 돌아가 은퇴할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대장군께서는 나중에 주류성으로 되돌아가시더라도 사비성으로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

갑자기 흑치무가 후유 한숨을 쉬면서 천천히 말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나의 죽마고우인 좌평 흥수(興首)가 그만 국왕의 미움을 받아 땅끝마을로 유배를 갔다고 하는군요. 간밤에 사비성을 다녀온 전령이 내게 전해준 최신 정보입니다;

 참으로 우리 백제의 앞날이 위태위태하군요. 저는 그것이 걱정입니다, 후유“.

그 말을 듣자 계백이 눈을 감는다. 한참 후에 눈을 뜨고서 계백흑치무에게 말한다; “제가 작금의 사비성 조정에서 그나마 의지하고 있는 인물이 상좌평 의직과 좌평 흥수입니다;

 그들 2사람이 있기에 지금까지 백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2기둥 가운데 하나가 뽑혀 나가고 말았군요. 정말 큰 일입니다. 저는 빨리 이곳의 일을 마무리하고 주류성으로 되돌아가서 수도권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

그 말에 흑치무 성주가 말없이 자신의 고개를 끄떡이고 있을 뿐이다. 부지런한 계백 대장군은 조반이 끝나자 제장들을 불러모아 작전지시를 한다. 그리고 1만명의 원정군을 이끌고 무산성문을 열고나가 김흠순(金欽)의 신라군이 지키고 있는 독산성으로 접근한다;

신라의 독산성이 멀리 보이는 위치에서 원정군을 머물게 하고 계백은 그 앞에서 입이 거친 천부장 강하백으로 하여금 김흠순을 격분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도발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큰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외치고 있는 말만은 치욕스러운 것이다.

대충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로 적장 김흠순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천하의 겁보 김흠순아, 너는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 계백 대장군님과 싸워서 한번도 이긴 적이 없느냐? 여전히 무서워 벌벌 떨면서 독산성에 쳐 박혀 있구나, 하하하지금 오줌이나 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때 용기가 있으면 한번 성밖으로 나와서 정면승부를 내보자꾸나. 기다리고 있으마!... “.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독산성의 서쪽 성문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문으로 1만명의 군대가 김흠순 대장군의 지휘하에 질서정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들 앞에 역시 천부장 한사람이 서서 크게 외친다; “우리 김흠순 대장군께서 당당하게 맞서기 위하여 역시 동일한 규모의 군대만 이끌고 나오셨다. 어떤 방법으로 자웅을 결하고 싶은가?... “.

그와 같은 변화를 예측하고 있던 계백이 천부장 강하백으로 하여금 대결의 방법을 외치게 한다; “먼저 우리의 위대한 계백 대장군께서 그대들의 김흠순 대장군과 11 마상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 다음에 전군이 맞붙어 대혈전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것이 가장 사나이다운 대결이다!... “.

그 말에 좋다!’라고 소리를 치면서 단숨에 긴 창을 꼬나 쥐고서 필마로 달려 나오는 대장군이 바로 노장 김흠순이다. 그의 나이가 벌써 61세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58세의 계백 대장군도 긴 창을 휘두르면서 군마에 채찍을 가하여 마주 달려나간다.

나이가 60세를 전후하고 있는 두사람이다. 그들은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무장 중의 무장이다. 두사람이 빠른 속도로 말을 마주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슬쩍 비켜나면서 긴 창을 휘둘러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창들이 서로 마주치자 큰소리가 나면서 창을 쥐고 있는 팔들이 함께 밀려난다.

계백김흠순이 다시 말을 달려 몸을 숙이면서 긴 창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이번에도 결판이 나지 아니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 계백의 창보다 김흠순의 창이 더 멀리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힘의 차이와 무예실력의 차이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그 점을 느끼면서 김흠순이 자신의 내력을 창에 전부 불어넣은 후에 다시 한번 계백의 창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 순간 김흠순의 창이 오히려 더 크게 밀리면서 그가 휘청거리며 말에서 떨어질 뻔한다.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잡은 김흠순이 소리를 친다; “대장전(大將戰)은 이 정도로 끝내고 이제는 전면전(全面戰)으로 한번 붙어보자꾸나! 자 오너라,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 “.

계백이 자신의 창을 위로 크게 2번 휘두르고 그 다음에 전방을 가리키자 그 신호를 보고서 1만명의 백제군이 기마대를 앞세우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신라군 쪽으로 달려나간다;

 그 기세가 실로 대단하다. 김흠순도 지지 아니하고 기마대를 앞세우고 상대방을 향하여 마주 달려간다.

그날 독산성 서편 들판에서 벌어진 대회전은 군마와 군마가 서로 부딪치고 병사와 병사가 육탄전을 불사하는 실로 지옥을 방불하게 하는 대혈전이다. 동편에 떠있던 해가 천공 중앙으로 이동할 때까지 결전이 계속된다;

양진영에서 거의 3할의 군사가 쓰러질 무렵이 되어서야 제정신들을 차리고 있다. 그대로 혈전이 계속되면 양패구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김흠순이 얼른 신라군에게 독산성으로 후퇴하라고 외친다.

신라군이 우루루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계백이 아니다. 그가 말을 타고 앞장서서 신라군을 치면서 함께 성안으로 돌진하고 있다. 그 뒤를 죽기 살기로 쫓아가는 신라군의 선두에 좌백싸울이 있다. 그날의 전면전은 독산성 안에서 다시 계속된다.

그때 바깥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그 처절한 들판의 대회전을 지켜보고 있던 무산성주 흑치무하서진 장군이 2천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그 뒤를 쫓고 있다. 성안으로 진입할 때에 천부장 무오가 얼른 백부장 2명과 함께 성문을 지킨다. 그리고 천부장 흑치상지는 숙부 흑치무의 뒤를 쫓아 기병을 이끌고 성안으로 질주한다.

성안 중앙광장에서는 지금 김흠순의 신라군과 계백의 백제군이 승패를 가르고자 계속 혈전을 치르고 있다. 거기에 독산성주 갈현5천명의 수비군을 이끌고 막 달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흑치무하서진18백명의 기마병으로 신라 수비군의 뒤를 쳐들어가고 있다.

대혼란의 와중에 급한 전령이 흑치무에게 도착하고 있다. 그의 전갈이 다음과 같이 엄중하다; “신라의 군부에서 동잠성의 군사 3천과 추가지원군 1만명을 재빨리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러므로 빨리 후퇴하셔야 합니다. 늦으면 전군이 이곳에서 몰살을 당할 수가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흑치무가 한창 전투 중에 있는 계백에게 접근하여 그 소식을 전해준다. 드디어 대장군 계백이 결단을 내린다; “이 정도 신라군을 쳤으면 되었다. 오늘은 무산성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다음에는 이 성을 차지하고 말 것이다. 모두들 되돌아간다!... “.

계백의 명령이 있자 하서진 장군이 기마병을 진두지휘하여 신라군과의 거리를 벌어지게 만든다. 그 사이에 계백의 백제군이 무사히 성문으로 빠져나간다. 물론 무오와 그의 부하 200명이 서문을 잘 지키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계백흑치무가 군사들을 이끌고 무산성에 무사히 돌아오고 나서 척후를 통하여 신라군의 상황을 살핀다. 그러자 동편의 동잠성에서 3천의 지원군이 독산성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달구벌에서 온 1만명의 지원병이 역시 독산성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을 척후를 통하여 파악하고서 흑치무 성주가 계백 대장군에게 말한다; “우리의 현재의 군사력으로는 이제 독산성이나 동잠성을 취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자세하게 장계를 작성하여 사비성군부에 올릴 것이니 계백 대장군께서는 그만 사비성으로 돌아가시지요. 아무도 대장군에게 책임을 물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 귀공께서 주류성에 버티고 계셔야 우리는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

정확한 사태파악이다. 그 말에 계백 대장군이 흑치무 성주에게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원정군을 이끌고 사비성으로 되돌아간다. 이번에 독산성과 동잠성을 취하지는 못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신라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그 점을 알고서 사비성군부에서는 계백의 원정군의 귀환을 문제삼지 아니하고 있다;

계백 성주가 아우 좌백 장군 및 아들 싸울 천부장과 함께 주류성에 돌아와서 지내고 있는 사이에 서기 659년이 지나가고 새해 660년 곧 백제국왕 부여의자가 다스린지 20년이 되는 해가 밝아온다. 과연 새해에는 어떠한 일들이 백제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