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5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11. 13:47

7세기의 2254(손진길 소설)

 

7. 좌백과 유기룡이 맞이하고 있는 백제의 운명

 

백제의 수도인 사비성을 방어하고 있는 서남쪽의 요새지가 주류산성이다. 그곳의 성주인 계백 대장군은 국왕 부여의자가 다스린지 16년 곧 서기 656년에 왕궁에서 발생한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좌평 성충이 연일 흥청망청 연회에만 빠져 있는 국왕에게 직언하다가 그만 반역죄로 몰려서 감옥에 갇히고 단식투쟁 끝에 생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상소를 올렸는데 그 내용을 전해 들은 계백 성주는 통곡을 멈출 수가 없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내우에 시달리고 있는 백제는 멀지 아니하여 외적의 침입을 받게 될 운명이다. 그때에는 부디 탄현 좌우산지에 미리 군사를 매복하여 그 유일한 협곡 고개길을 통하여 사비성으로 직진하고자 하는 신라군의 침입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 책략을 실시하지 아니하면 군사력의 차이로 말미암아 조국 백제는 멸망을 당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마지막 충신의 유언이다. 그러나 오만한 국왕 부여의자는 새로 상좌평이 된 아우 의직이 보고하고 있는 고() 성충의 충언마저 무시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의직은 좌평 흥수와 더불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수도권을 지키는 중앙군(中央軍)을 확충하고자 열심이다.

그러나 이듬해 657년부터 실시한 그 정책이 무산될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해 혹독한 가뭄과 흉년이 백제의 곡창지대 호남평야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백제의 수도 사비성에 살고 있는 왕가와 대신들 그리고 조정의 관리들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조공을 받아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수익이 흉작으로 말미암아 반감되고 만 것이다;

그에 따라 현재의 중앙군을 유지하는 군량미도 부족하다. 그러한 형편에 어떻게 중앙군을 확충할 수가 있을 것인가?... 상좌평 의직과 좌평 흥수는 곤경에 빠지고 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결과 지방장관으로 나가 있는 국왕의 서자 41명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들도 전혀 힘을 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명색이 국왕의 서자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에 의하여 지방장관으로 내려와 있지만 실제로는 관할지역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재정과 사병을 장악하고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지방의 토호들이거나 중앙에서 내려온 귀족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직을 빼앗아 독차지하고 있는 국왕의 처사를 미워하고 있으며 지방장관 자리를 꿰차고 있는 국왕의 아들들이 눈의 가시이다. 당연히 교묘하게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현실에 직면하자 의직흥수는 그 다음해를 기다린다. 다행히 서기 658년에는 평년작이다;

따라서 그들은 조정에서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나름대로 군량미를 확보하여 중앙군을 확충한다. 그 결과 중앙군의 규모가 6만명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사비성을 비롯한 수도권역의 군사를 전부 합산한 수치이다. 그러므로 제2의 수도인 웅진성과 북과 남의 요새지인 임존성주류성에 각각 5천명씩 군사를 배치하고 기타 주변 4개의 성에 3천명씩 군사를 떼어주고 나면 실제로 왕도인 사비성에는 33천명의 군사만이 남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의직흥수는 이듬해에 풍년이 들면 중앙군의 수를 더 늘이고자 계획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659년에 다시 가뭄이 들어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 부여의자는 무엇을 믿고 있는지 자주 연회를 즐기면서 국고를 계속 탕진하고 있다.

그러한 때에 국왕이 느닷없이 조정회의에서 대신들에게 신라의 요새지 옥문곡으로 가는 길에 있는 2성 곧 독산성동잠성을 공격하여 정복하라고 명령한다. 사실 국왕 부여의자의 전략은 일리가 있다. 만약 백제군이 독산성과 동장섬을 차지하고 있으면 신라의 서라벌과 달구벌에서 백제의 요충지 탄현으로 직진하는 길목을 그 전방에서 미리 차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3년 전에 성충이 감옥에서 죽어가면서 올린 상소문에 벌써 탄현고개를 잘 지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국왕 부여의자가 아예 그 전방의 길목인 독산성동잠성에서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좋은 전략이다.

그렇지만 작금의 백제의 군사력 배치로 보아 그 작전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왜냐하면, 신라의 변경에 있는 그 2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만명이 넘는 원정군을 보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백제는 왕실과 지방귀족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 지방군을 거의 동원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중앙군을 보내어 신라의 독산성과 동잠성을 점령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적성을 차지하자면 수비군사보다 공격군사의 수가 3배는 되어야 한다고 장군들이 말하고 있기에 그것은 불가능한 작전이 맞다;

그렇지만 일단 왕명이 떨어졌기에 군부에서는 작전을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사비성 군부에서는 주류성을 지키고 있는 대장군 계백에게 군령을 내린다; “사비성의 중앙군 1만명을 이끌고 남동진하여 신라의 성 독산성과 동잠성을 점령하라!... ”.

대장군 계백은 제1장군 하동진에게 주류성을 맡기고 아우인 제2장군 좌백과 함께 원정에 나선다;

 이번에는 28세인 천부장 싸울이 동행하고 있다. 그는 8년전에 무과에 급제한 후 그동안 동부전선에서 전공을 세워 천부장이 된 것이다. 그가 부친 계백의 부관으로서 원정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별호가 좌호(左虎)좌백 장군은 조카 싸울을 보면서 자신의 아들 아비를 생각하고 있다. 653년에 태어난 아비는 이제 6살이다. 앞으로 14년만 있으면 아들 아비도 무과시험을 볼 것이다. 사촌형 싸울처럼 훌륭한 무장이 되면 좋겠다고 좌백이 생각하고 있다.

계백 대장군이 1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독산성을 치기 위하여 남하하고 있다는 정보가 진작에 서라벌 조정에 도달하고 있다. 신라의 간자들의 활동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군부의 실력자 김유신이 아우 김흠순에게 1만명의 군사를 내주면서 즉시 독산성을 지원하여 확실하게 지키라고 명령한다;

독산성주 갈현 장군이 자체 수비병 5천명을 가지고 성을 견고하게 지키고자 그 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백제가 자랑하고 있는 명장 계백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하지만 원정군은 1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철저하게 수비만 하고 있으면 그 정도의 군사로는 결코 독산성을 함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갈현 성주의 판단이다;

그의 판단이 맞다. 계백 대장군이 앞장을 서서 공성작전에 모범을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그래서 이틀의 시일이 지나고 있는데 드디어 배후에서 신라의 대장군 김흠순이 지휘하고 있는 지원군 1만명이 당도하여 공격을 실시하고 있다. 계백으로서는 빨리 전장을 벗어나야 한다. 그는 결사적으로 앞길을 개척하면서 군사를 이끌고 무사히 퇴각하는 도리밖에 없다.

퇴각하고 있는 계백의 군대를 김흠순의 군대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꼬리가 잡히게 되면 사상자가 크게 발생할 것만 같다. 그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갑자기 구원병이 나타난다. 인근 서쪽에 있는 무산성에서 수비대장 하서진2천의 기마대를 이끌고 나와서 추격하고 있는 신라군을 급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추격을 하던 김흠순의 군대는 갑자기 2천의 기마대가 습격을 해오자 둘로 갈라지면서 우선 공격을 피하고 본다. 그 사이에 계백의 군대는 큰 피해를 보지 아니하고 무산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무산성주 흑치무(黑齒武) 대장군이 계백 대장군을 환영한다.

계백이 감사의 인사를 한다; “선배님, 이번에 제가 구원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그 말에 흑치무 성주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같은 대장군인데 내가 다소 연배가 있다고 하여 천하의 명장 계백 대장군으로부터 선배대접을 받고 있으니 황송합니다, 허허허아직은 육신이 쓸 만 합니다. 잘 오셨어요, 계백 대장군!... “;

그 옛날 젊은 시절 동부전선에서 함께 말을 달리던 전우이다. 백제 국왕 부여의자 통치 19년인 서기 659년에 계백의 나이는 58세이다. 그리고 흑치무의 나이는 60세이다. 그는 내년이면 현직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계백 대장군도 2년후에는 은퇴를 할 것이다.

그들은 백제의 대장군으로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날 만찬의 자리에서 무산성주 흑치무계백에게 자기 성의 수비대장을 소개한다; “계백 전우, 여기는 우리 성의 수비대장인 하서진 장군입니다. 그의 친형 하동진 장군이 주류산성에서 근무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계백 대장군은 물론 그 옆에 앉아 있던 좌백 장군도 깜짝 놀란다. 얼른 계백이 말한다; “오늘 기마대를 이끌고 나와 우리 군대를 구해준 분이 바로 하서진 장군이군요. 감사합니다. 게다가 우리 주류성의 하동진 수석장군의 친아우가 되신다고 하니 정말 반갑습니다!... “;

그 말을 듣자 하서진 장군이 공손하게 읍을 하면서 말한다; “말씀을 낮추십시오. 계백 대장군님. 저는 한참 후배입니다. 저의 형님을 잘 돌보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그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좌백이 일어나서 읍을 하면서 말한다; “저는 좌백 장군입니다. 오늘 구명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서진 장군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 옛날 동부전선에서 좌호라고 불린 좌백 장군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그저 몇 살 연상에 불과하니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하하하… “. 그날 좌백하서진을 만나 흉금을 터놓고 좋은 친구 사이가 되고 있다.

그러자 하서진이 자신의 천부장 2명을 좌백에게 소개한다; “오늘 출전한 2천명의 기마대를 지휘하는 천부장이 여기 2사람입니다. 이쪽은 29살의 흑치상지이고 또 이쪽은 28살의 무오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좌백(佐伯) 장군이 하서진(河西珍) 장군에게 질문한다; “혹시 여기 흑치상지(黑齒常之) 천부장은 무산성주이신 흑치무(黑齒武) 대장군님의 친척이 아닙니까? 그리고 무오(無吾) 천부장은 왜의 번왕부에 파견나가 있는 무영(無影) 장군의 친척이 아닙니까?... “.

그 말에 하서진이 하하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하하맞습니다. 천부장 흑치상지는 성주님의 조카분이지요. 그리고 무오 천부장은 무영 장군의 조카분입니다, 하하하두사람은 같은 해에 사비성 무과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오래 이 성에서 기마대 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좌백 장군 옆에 앉아 있던 천부장 싸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무오흑치상지에게 다가가서 두 사람의 손을 덥석 잡는다. 그가 너무나 좋아하면서 말한다; “무오야, 상지야, 내가 싸울이다. 동부전선에 있을 때에도 서로 근무지가 달라 만나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는구나. 정말 반갑다!... “;

그러자 무오흑치상지싸울의 손을 마주 흔들면서 대답한다; “, 이거 사비성에서 같이 무예수련하고 무과에 함께 합격한 싸울이 맞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정말 반갑다!... “.

그날 저녁에 그 3 젊은이가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면서 뭉친다. 그것을 보고서 하서진좌백에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역시 같은 무장이지만 20대와 30대는 다르군요. 우리가 이제는 저 젊은이들에게 밀리고 있네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상좌에 앉아 있던 흑치무 성주가 계백 대장군을 보면서 허허라고 웃으며 말한다; “허허허, 저들을 보니 이제 우리 시대는 확실히 저물고 있군요. 우리는 내일을 위하여 이만 숙소로 돌아가도록 하시지요, 허허허… “. 

그날 그 자리에서 만난 여러 젊은 무장들은 그날의 만남이  그들 사이에 장차 어떠한 좋은 인연이 될지 그때에는 아무도 알지를 못했다. 1년이 지나자 백제에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또한 묘한 인연 따라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