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5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9. 16:35

7세기의 2252(손진길 소설)

 

서기 6552월에 길비성에 자리잡고 있는 서부 야전사령부의 회의실에서는 책귀 사령관이 휘하 6명의 장군과 함께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그날의 토의안건은 서쪽에 있는 신라식민왕국 3개성에 정탐꾼을 파견하는 문제이다.

책귀 사령관이 먼저 말한다; “3년전 9월에 우리는 신라식민왕국 4개성에 대한 정탐을 실시한 바 있어요. 그리고 그해 11월에는 정탐자료를 이용하여 지금 우리가 주둔하고 있는 길비성을 효과적으로 정복하였지요. 그런데… “;

휘하의 6명의 장군들이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사령관 책귀 상장군이 이어서 말한다; “벌써 2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어요. 그러므로 나는 다시 한번 남아 있는 3개의 적성을 정탐하여 그 변화를 확인한 다음에 구체적인 정복계획을 세우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부사령관의 직책을 겸하고 있는 제1장군 구자신이 먼저 말한다; “사령관님의 생각이 옳습니다. 2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기에 우리가 적성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변화를 정확하게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정탐조를 이끌고 적성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

40대 중반의 나이인 구자신 장군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말한다; “좋습니다. 사령관인 저를 대신하여 그러면 부사령관이신 구장군께서 제1정탐조장이 되어 이번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북구주성으로 잠입하여 적정을 염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는 황금성송산성이 남아 있습니다. 자원하실 장군이 계십니까?...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2장군 시라손이 번쩍 손을 들면서 자원한다; “사령관님, 저는 3년전에 정탐조를 이끌고 황금성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 성에 들어가서 다시 장사치로 활동하면서 그 동안의 정세변화를 염탐하고 싶습니다. 그곳으로 저를 보내어 주십시오!... “.

그 말을 듣자 책귀 사령관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그러면 시 장군이 제2조를 이끌고 황금성을 정탐하도록 하세요. 그 다음에는 제3장군인 강근수 장군께서 3년전처럼 제3조를 이끌고 남섬으로 들어가 송산성의 형편을 정탐하여 주세요. 그리고… “.

책귀의 말을 듣자 제3장군 강근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는 3년전에 벌써 송산성을 한번 염탐하고 돌아온 적이 있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말한다; “각 정탐조는 3년전과 마찬가지로 지휘관을 포함하여 6명으로 꾸미겠습니다. 그렇게 아시고 3분의 장군께서는 5명의 조원을 특수부대에서 차출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

잠시 숨을 돌리고 책귀가 이어서 지시한다; “출발일자는 31일입니다. 모두들 장사치로 변장할 것이며 짊어지고 가는 물품은 백제에서 생산한 고급 화장품과 조각품으로 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목적지에서 정탐활동을 마치고 3월말에 사령부로 돌아와서 상세하게 보고를 해주세요. 이상입니다”.

3년전과 마찬가지로 정탐조가 보부상으로 변장하여 적지로 떠난다;

 그리고 3월이 지나가기 전에 모두들 무사히 사령부로 돌아온다. 3월말 6명의 장군과 18명의 천부장들이 전원 사령관 회의실에 모여서 정탐보고를 듣는다.

정탐조의 조장인 3명의 장군들이 차례로 보고하는 내용 가운데 중요한 사항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신라식민왕국의 3성에는 군비가 강화되어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첫 성인 길비성이 3년전에 책귀의 군대에 의하여 점령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1만명의 적군에 의하여 15천명이 수비하고 있던 길비성이 함락을 당하고 말았으니 그들의 충격이 대단하다. 따라서 그들은 잔뜩 긴장하고서 동시에 군비를 확충하고 있다. 그에 따라 황금성에는 수비병이 2만명이고 송산성에도 2만명이나 된다. 서쪽 끝에 있는 북구주성에도 15천명의 수비병이 성을 지키고 있다;

둘째로, 적의 3성 사이에는 만약의 경우 서로 지원병을 보낸다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적의 공격을 받는 성에 대하여 각성은 5천명의 병력을 즉시 지원한다는 협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염탐하여 차제에 보고하고 있다.

그와 같은 보고를 듣고 나서 책귀 사령관이 한동안 말이 없다. 그는 속으로 깊이 궁리를 하고 있다; ‘적들은 도합 55천의 병력이다. 만약 우리가 황금성을 공격한다고 하면 그 성의 수비병력은 2만명에서 3만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내가 18천명의 병력을 이끌고 가서 3만명이 지키는 성을 취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나?... ‘.

책귀 만이 아니다. 그와 같은 보고를 듣게 된 제장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적성을 공격하여 취할 수 있는 묘안이 없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드디어 책귀 사령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책귀 사령관이 무거운 어조로 말문을 열고 있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비상한 묘책이 아니면 적성을 하나도 취하지 못하겠군요. 적들이 겁을 집어먹고 성문통제를 엄격하게 실시하는 한편 우리가 공격하는 경우에는 수비에만 전념할 태세이니 정상적인 공격으로는 도저히 그들을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러나 한가지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

6명의 장군과 18명의 천부장들이 한꺼번에 48개의 눈으로 책귀 사령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조용한 책귀의 말이 들려온다; “성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 낮은 평지에서 높은 성벽위로 사다리를 걸치고 적들이 올라오는 것을 쳐내는 수성전술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그것을 뒤바꾸면 되지요. 그 방법이… “.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모두들 의아하여 책귀의 설명을 기다린다. 그때 기묘한 이야기를 그가 하고 있다; “2가지 종류의 장비를 사전에 제작하여 적성을 공격하면 됩니다. 하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서 큰 돌과 작은 돌을 차례로 적성에 퍼붓는 투석기입니다;

또 하나는, 실전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아니한 사다리차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것이지요!... “.

모두들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사다리차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것인가?’, 의아하기 때문이다. 그때 책귀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 이치는 간단해요. 성의 한쪽면에 집중적으로 투석기를 사용하여 돌을 퍼붓는 것이지요. 그 다음에는 재빨리 그 쪽에 사다리차를 진입시키고 높은 위치에서 사다리가 성벽위에 걸쳐지면 우리 병사들이 우루루 성벽안으로 쳐들어가는 것입니다, 하하하 “;

어리벙벙하고 있는 제장들을 위하여 책귀가 한번 상세하게 설명한다; “사다리차를 이용하여 적성에 들어가는 선발대는 가장 무예가 뛰어난 장수들로 구성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나는 공격을 한밤중에 퍼부을 것이며 또한 사전에 인자부대를 그 성으로 대거 잠입시켜 둘 것입니다. 그렇게 안팎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야 우리 군사보다 많은 적들을 무찌를 수가 있어요!... “.

더 이상의 설명이 없다. 그 대신에 책귀는 직접 설계도를 그려서 공병부대장을 맡고 있는 공무치(公務治) 천부장에게 준다. 공무치가 투석기 그림을 보고서는 금방 이해를 한다;

 그런데 사다리차의 그림을 보고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다음에 그가 중얼거린다; “만약 이것이 작동이 된다면 성벽을 기어오르는 수고를 덜 수가 있겠군.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전개가 되겠구나. 그것 참 묘안이구만!... “.

책귀공무치에게 주문한 투석기의 수가 30대이고 사다리차가 20대이다. 그것을 모두 제작하는데 꼬박 2달이 걸린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비밀리에 황금성 가까이 옮기는데 보름이 걸린다. 그와 같은 준비를 마치자 드디어 서기 6556월 하순에 책귀의 군대가 황금성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처음 5일 동안 밤낮없이 선발대를 번갈아 내보내어 황금성의 동쪽 성벽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황금성주 김사달은 수비대장 김하문과 함께 책귀의 부대의 공격을 막아내느라고 잠을 편히 자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4일을 견디고 5일 째가 되자 장졸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이 슬슬 감기고 있다.

그때를 노려서 한밤중에 500명의 인자부대가 어두움을 타고서 남쪽에서 적성으로 침투한다. 그 다음에 갑자기 남쪽에서 책귀의 투석기 30대가 큰 돌을 날리면서 성벽을 부수고 있다. 그런데 나중에는 작은 돌이 마치 소낙비처럼 우수수 성벽위로 떨어지고 있다;

한밤 야음 중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무리를 피하느라고 황금성의 군병들이 성벽에서 상당한 거리로 떨어지고 있다. 그때 언제 적들이 준비하였는지 높은 사다리차가 대거 등장한다;

 성곽보다 높은 위치에서 갑자기 사다리가 내려오면서 성벽위에 걸쳐진다. 그 사다리를 디디면서 적병들이 우루루 성곽을 넘는다.

황금성의 수비병들이 그들을 막아 서지만 무예실력의 차이로 인하여 방어가 어렵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성안에서 갑자기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500명의 무리가 대담하게도 5천명이 넘는 수비병에게 달려든다;

사다리를 타고서 들어오는 5천명의 병사들이 합세하자 수비병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무예실력의 차이로 말미암아 수비병들이 방어하지를 못하고 어둠속으로 도망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인자들이 얼른 성문을 연다. 그 남문을 통하여 책귀의 대군이 성안으로 진입한다. 동이 틀때까지 책귀의 군사 18천명이 황금성의 수비병 2만명을 수색하느라고 바쁘다.

수비병들이 두 군데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 사령관이 수하 제장들에게 지시한다; “ 2곳에 성주 김사달과 수비대장 김하문이 몸을 숨기고 있다. 그들을 사로잡든가 부득이하면 죽여도 좋다!”.

그런데 신라의 화랑출신인 그들은 적에게 항복할 줄을 모른다;

 끝까지 전투를 지휘하면서 대항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화살부대에게 명령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다른 성에서 지원병력이 오기 전에 일제히 화살을 퍼부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책귀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큰소리로 외친다; “성주와 수비대장이 운명을 달리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의미가 없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순순히 항복하라. 투항하는 자는 새로운 삶을 얻을 것이다!... “.

붉게 떠오른 해아래에서 처참한 전사자들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2만명의 수비병 가운데 희생자가 많다. 무려 5천명이 목숨을 잃고 15천명의 장졸이 포로로 잡힌 것이다. 책귀 상장군의 부하들도 희생자가 많다. 1천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17천명이 승리의 개가를 부르고 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