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5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7. 11:57

7세기의 2250(손진길 소설)

 

서부 야전사령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장군 책귀가 서기 6529월 중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24명으로 구성된 4개조 정탐부대를 신라식민왕국의 4개성으로 출발시킨다. 그 조장이 제1책귀 대장군, 2시라손 장군, 3강온수 천부장, 그리고 제4사오리 천부장이다;

그들의 정탐대상이 가장 멀리 큐슈 동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북구주성에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길비성까지이다. 그 중간에 물론 본섬 서단에 있는 황금성과 남섬에 있는 송산성이 차례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출발하기 이틀전에 책귀 대장군이 자신의 아내인 제4조장 사오리 천부장에게 특히 강조하고 있다; “여보, 4개의 정탐조의 임무가 전부 중요하지만 특별히 당신이 인솔하고 있는 제4조의 임무가 가장 중요해요. 왜냐하면 그 대상이 우리 신호성 바로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기름진 땅 길비성이기 때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사오리가 남편에게 더 정확한 이유를 듣기 위하여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천천히 말한다; “우리가 지금 서부 야전사령부를 설치하고 있는 신호성은 몇 년 전에 엄청난 지진피해를 입었어요. 따라서 여전히 피해복구를 계속하고 있지요. 자연히 농업생산이 적어서 성의 수비병력 5천명 정도를 먹일 수 있는 군량미만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

그 말에 영리한 사오리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우리가 반년 전에 이곳으로 올 때 가지고 온 군량미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군요. 그렇다고 하여 이곳 신호성주 여상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구요! 자체 해결의 방법은 기름진 평야를 지니고 있는 길비성을 빨리 점령하는 것이군요. 잘 알겠어요. 제가 상세하게 정탐을 하고 돌아 올께요 “;

4개조의 정탐부대는 모두가 보부상으로 변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지고가는 등짐은 백제에서 수입하여 번왕부에서 팔고 있는 상품들이다. 백제의 예술품과 화장품 등이 최고급이므로 자연히 장사치로 변장한 그들이 각성을 방문할 때에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기야 백제와 신라가 같은 민족이므로 그들 사이에는 사투리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탐부대는 한달동안 합숙하면서 언어훈련과 장사치 훈련을 철저하게 받았다. 특히 책귀 대장군과 천부장 사오리가 그 방면에 경험이 많아서 아주 완벽하게 훈련을 시킨 것이다.

가장 가까운 서쪽 길비성으로 떠난 제4사오리 조장의 6명 소부대는 성내에서 물건을 팔면서 군사용지도를 그릴 수 있는 정보를 내밀하게 수집하고 있다. 그들이 방문하고 있는 기름진 들녘에는 바야흐로 벼가 무르익어서 추수가 시작되고 있다.

그 탐스런 곡식단을 보고서 사오리는 남편 책귀의 말을 새삼 기억한다. 그리고 그녀가 속으로 생각한다; ‘빨리 이 성을 점령하여 저 곡식을 거두어 우리의 군량미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이 성만 차지한다면 양식 걱정없이 시간을 두고 나머지 성들을 여유 있게 도모할 수가 있다!... ’.

한편 강온수 천부장이 이끌고 있는 제3조는 배를 타고 남섬으로 들어가 송산성을 방문하고 있다. 오늘날 시코쿠(四國)로 불리고 있는 남섬은 살기가 좋고 독자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본섬에서 약간 떨어져 있기에 외적의 침입을 별로 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장사치로 변장한 정탐조가 크게 어렵지 아니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시라손 장군이 이끌고 있는 제2조는 본섬의 서단에 있는 황금성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름 그대로 그곳은 문물이 발달하고 신라와의 교역이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장사치로 변장하고 있는 정탐조가 백제에서 바다 건너온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만약 신라나 가야에서 생산한 물품을 가지고 갔더라면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시라손 장군은 조원들과 함께 장사를 하랴, 그곳의 지형지물을 살피랴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교육을 받은 그대로 별로 실수를 하지 아니하고 정보와 자료를 잘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시라손 장군은 그 지역이 마음에 드는지 훗날 황금성을 점령하게 되면 그곳에서 자신이 성주로 근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1조 대원 5명을 거느리고 책귀 대장군은 신호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큐슈지역 동편의 북구주성으로 간다. 그 거리가 무려 13백리나 된다;

 보부상으로 변장한 그들이 하루 백리길을 걸어서 14일이 지나서야 그 성에 도착한다. 도착하기 하루 전에는 본섬과 큐슈 섬을 오가는 배를 얻어 타고서 겨우 그곳에 당도한 것이다.

북구주성에서 장사를 하면서 책귀는 그 서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7개의 성에 대하여 은근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 성들은 전부 방계(傍系)왕국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 이유는 일찍이 서기 500년에 야마토제국을 건설한 바 있는 무령왕의 직계가 아니라 그 동생인 부여대의 자손 곧 방계들이 그곳 7개의 성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곳의 토착 호족들은 거의가 그 옛날 가야의 후손들이다. 그러므로 방계왕가에서는 그곳 가야의 귀족들과 혼인하여 그들의 지배체제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와 같은 정보를 수집하게 되자 책귀가 속으로 빙그레 웃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다음과 같이 내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계왕국은 전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훗날 외교를 통해서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계왕가와 그 외척인 가야계 귀족 사이의 틈을 파고 들게 되면 우리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군! 그 참 연구의 대상이구만, 허허허‘.

가지고 간 물건이 5일만에 동이 나고 있다. 그렇지만 책귀는 그곳의 물건을 사들인다는 핑계로 3일을 더 북구주성에 체류한다. 그 사이에 밤이면 인자복장을 하고서 성내의 대저택과 군량미 창고의 위치를 은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 모든 일을 끝내고 그들이 다시 서부 야전사령부가 있는 신호성으로 돌아오니 벌써 그해 10월 하순에 접어들고 있다. 다행히 나머지 3개조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대장군 책귀가 무척 기뻐한다.

그때부터 보름동안 그는 각조(各組)의 정찰보고를 들으면서 군사용지도를 작성한다. 그 일이 전부 끝나자 책귀는 서기 65211월 중순에 1만명의 원정군을 이끌고 서쪽에 있는 신라식민왕국의 첫번째 성인 길비성으로 쳐들어간다. 그런데 그 성을 지키고 있는 수비군의 수가 무려 15천명이나 된다;

그와 같이 무모한 책귀 대장군의 도발을 보고서 길비성주 박구현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수비대장 석달수에게 말한다; “허허허, 역시 천하의 책사라고 하는 책귀도 젊은 애송이에 불과하구만. 겨우 1만명의 군사를 끌고 와서 우리 15천명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는 성을 공격하여 취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그가 무모한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바보가 된 것인가? 허허허… “;

그 말을 듣자 수비대장 석달수가 큰 소리를 친다; “성주님, 제게 맡겨 주십시오. 10일내로 저들을 물리치고 모조리 황천길로 보내고 말 것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이 사실이다. 5일 동안 밤낮없이 동쪽에서 책귀가 선발대를 차례로 내보내어 길비성을 공격하지만 사상자만 날 뿐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5일 동안 주야로 전투를 계속하다가 양편의 군사들이 나름대로 지쳐서 모두가 잠들어 있는 그날 밤이다. 한밤중에 갑자기 길비성 내 서편 4곳에서 일시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그곳은 길비성의 기마대가 사용하고 있는 군마들이 잠들어 있는 마구간이다. 뜨거운 불기운이 다가오자 말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

그러므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깜짝 놀란 수비병들이 전부 동원이 되어 일부는 화재를 진압하고 일부는 날뛰는 군마들을 잡아서 진정을 시키느라고 야단들이다;

 그때 일단의 검은 복장과 검은 복면을 사용하고 있는 인자들이 500명이나 출몰하여 동문남문을 지키고 있는 성문지기를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전쟁 중이라고 하더라도 각 성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의 수는 200명이 고작이다. 그런데 그보다 많은 인자들이 갑자기 그들을 공격하니 도저히 당해낼 재주가 없다. 한식경만에 몰살을 당하고 2곳의 성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그때를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책귀의 기마대가 양쪽문을 통하여 성내로 돌입한다;

 그 뒤를 보병들이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무예수준이 대단하다. 일당백은 몰라도 능히 일당열은 되고도 남는 실력들이다. 그러니 화재를 진압하랴, 날 뛰는 말들을 잡아서 진정시키느라고 정신이 없는 수비병들이 된통 당하고 만다.

전열을 가다듬고 적들을 막아내라고 성주 박구현과 수비대장 석달수가 아무리 외쳐도 별로 소용이 없다. 한번 무너진 대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그냥 오합지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더구나 호령소리가 나는 쪽을 향하여 일시에 저격병들이 화살을 발사한다;

 마치 그쪽으로 소낙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 화살 무더기를 도저히 피할 재간이 없다. 박구현 성주와 석달수 수비대장이 한꺼번에 고슴도치가 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장수들이 더이상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나없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에 바쁘다.

한시진도 되지 아니하여 동이 트기도 전에 그만 전투가 끝나고 만다. 책귀 대장군이 3명의 장군과 10명의 천부장에게 큰소리로 명령한다; “전투가 끝났다. 이제는 포로들을 장교와 병졸로 구분하라. 그 수를 파악하여 조속히 보고하라. 수집한 무기는 별도로 엄중 관리하라. 그리고 병참부대는 성내의 군량미 창고를 빨리 접수하라!... ”.

책귀 대장군이 자리잡고 있는 성주의 집무실 앞에는 밤새도록 장작불이 환하게 타고 있다. 규모가 큰 연무장에서는 길비성의 포로들을 구분하고 그 수를 파악하느라고 책귀의 군사들이 바쁘다. 마침내 포로의 수를 우장군 파군호(坡群豪)가 보고한다; “장수가 400, 졸병이 126백명, 도합 포로의 수가 13천명입니다!... “.

그 보고에 책귀가 만족을 표시한다. 뒤이어 좌장군 구자신(舊自信)이 보고한다; “적병 가운데 전사한 자의 시신을 전부 구덩이에 매장하였습니다. 군마와 무기류는 빠짐없이 창고에 거두어들이고 철저하게 수비하고 있습니다. 화재진압도 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성민들에게는 계엄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

책귀가 고개를 크게 끄떡이자 마지막으로 친위장군 시라손(侍羅孫)이 앞으로 나서서 마지막 보고를 한다; “군량미 창고를 접수하고 군량미의 양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 부대와 포로들을 1년간 먹일 수 있는 충분한 양식임을 확인하였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책귀 대장군이 모든 장군과 천부장들에게 선언한다; “참으로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대들의 공으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동안 신호성에서 셋방 신세를 지고 있던 우리의 서부 야전사령부를 이곳 길비성으로 이전하고자 합니다. 그리 아시고 조속히 이사를 하고 이제부터는 이곳 길비성의 본부에서 모두들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책귀 대장군의 선포가 있자 휘하의 1만 장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책귀 대장군님 만세! 서부 야전사령부 만세!... “;

그 소리를 들으면서 책귀와 그의 아내이며 천부장인 사오리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제는 양식문제가 해결이 되었구만. 나머지 성들은 천천히 점령해도 된다. 급한 불은 끈 셈이니까!... “.

그때 서기 65212월부터 6개월 동안 책귀 대장군은 길비성에서 포로들을 재교육시키고 새로이 훈련시켜서 자신의 군대에 편입하기에 바쁘다. 그 일이 끝나자 이듬해 6535월이 끝나가고 있다. 이제 책귀의 군대는 225백명이나 된다.

책귀는 야마토 번왕부 조정의 허락을 얻어서 새로운 길비성주로 우장군 파군호를 임명한다. 파군호가 졸지에 대장군이 된다. 따라서 번왕부에서는 서부 야전사령관인 책귀를 좌평 계급에 해당하는 상장군으로 삼는다. 그러자 사령관 책귀는 천부장 가운데 4명을 선발하여 장군으로 승진시킨다. 강온수 장군, 하진호 장군, 세오루 장군, 사군호 장군이 그들이다;

그때부터 책귀는 구자신을 제1장군으로, 시라손을 제2장군으로, 강온수를 제3장군으로, 하진호를 제4장군으로, 세오루를 제5장군으로, 사군호를 제6장군으로 삼는다. 그리고 45백명의 군사를 길비성 수비병으로 삼아 신임성주 파군호에게 지휘권을 넘겨 준다.

그 결과 책귀가 직접 지휘하고 있는 서부 야전사령부의 군사는 18천명 규모이다. 그 정도이면 신라식민왕국의 3성이 보유하고 있는 35천명의 군대와 한번 자웅을 겨루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책귀가 판단하고 있다. 과연 책귀는 나머지 3성을 언제까지 점령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