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8(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4. 08:59

7세기의 2248(손진길 소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난 외아들 책귀이다. 그가 혼자서 신주성으로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무장을 하고 있는 여성부관과 함께 온 것이다;

 그런데 외아들 책귀가 부모님을 만나서 예를 갖추어 절을 하고 있는 그 자리에 그 여성부관이 그냥 배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책귀와 나란히 서서 책귀의 부친인 신주성주 책윤과 성주부인 가화란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서 책윤 부부가 크게 당황해 한다. 따라서 일단 큰절이 끝나자 책윤이 급히 아들 책귀에게 묻는다; “책귀야, 너는 어째서 여성부관이 너와 함께 우리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을 금하지 아니한 것이냐?...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조용하게 대답한다; “아버지, 어머니,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저의 부관으로 있는 여성백부장 사오리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이미 굳은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지난 1년반동안 멀리 ()에 홀로 떨어져서 지내고 있었기에 미처 수도 사비성에 계시는 부모님께 자세한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

살아오면서 한번도 부모 속을 썩인 적이 없는 외아들이다. 두뇌가 명석하여 학문선생 가람의 말을 빌리면 약관의 나이에 벌써 사비성에서는 책귀의 학문을 따라갈 인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게다가 책귀7년전 서기 644년에 백제의 수도 사비성에서 실시한 무과와 문과시험에 모두 급제를 하였다.

그후 책귀는 백제의 동부전선에서 5년간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왜의 번왕부에 파견을 와서는 지난 1년반 동안 주변의 10개 성을 정복하는데 있어서 책사(策士)로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러므로 외아들 책귀는 언제나 책윤 대감부부에게 있어서는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그러한 그가 부모에게 한마디 언질도 없이 제멋대로 왜의 땅에서 여성부관과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책윤 대감 부부는 실망스럽기가 그지없다. 그렇지만 역시 좌평 벼슬을 10년이나 지낸 책윤 대감이 오랜 경륜에 어울리게 아주 빠르게 제정신을 차리고 있다.

어느 사이에 분노를 진정시키고 책윤 대감이 담담한 어조로 아들에게 물어본다; “영민한 네가 그러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 책귀가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이 간결하다; “부관 사오리는 저보다 1살이 적은 26살입니다. 그녀는 지난 11년 동안 홀로 무예를 배우고 야마토의 번왕부에 투신하여 백부장에 이른 여성입니다. 사오리의 부모님은 본래 직계왕국에서 무술도장을 경영하였는데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사오리와 함께 부부로 변장하여 적진을 살피러 자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정이 들어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

그 말을 듣자 부친 책윤 대감이 말한다; “사정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너는 사비성의 귀족인 우리 집안의 외아들이다. 게다가 문과와 무과를 동시에 급제한 보기 드문 인재이다. 그러하기에 너를 사위로 달라고 하는 명문 집안이 많다. 그런데 네가 그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부관 사오리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내가 미처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대답을 해다오!... “.

책귀가 천천히 자신의 심경을 이야기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책윤 대감이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귀족가문의 장자라는 신분에 매여 한평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제 힘으로 좋은 나라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일본이 아니라 여기 왜의 땅에서 그리하고 싶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는 저의 반려자는 백부장 사오리가 가장 좋습니다. 게다가 제가 사오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

그 말을 듣고 남편 책윤 성주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을 보고서 그 사이에 가화란이 아들 책귀에게 말한다; “아버지는 같은 남자이기에 아들인 너를 이해하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녀자가 되어서 그런지 그러한 결정을 한 책귀 네가 실망스럽구나. 얼마든지 명문거족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사비성에서 출세가도를 달릴 수가 있는데 그 모든 장래를 네가 스스로 마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

그 말에 책귀가 눈을 들어 모친의 얼굴을 새삼 바라본다. 생각보다 많이 늙으신 것 같다. 모친의 심려가 무엇인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책귀는 그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기에 잠잠히 말씀을 올린다; “어머니, 지금은 다소 실망스러우시더라도 좀 참고 기다려주세요. 나중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저는 그저 귀족가문을 지키는데 결코 머물고 싶지가 않습니다!... “.

그날 그 자리에서 부관 사오리는 진정 책사인 책귀가 무엇을 소원하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그는 백제의 명문귀족의 자리에 만족하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하는 걸물이다. 그것도 이곳 왜의 땅에서 그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 사실을 깨닫고서 사오리가 자신의 입술을 자기도 모르게 깨물고 있다. 그 모습을 생각에 빠져 있던 책윤 대감이 스르르 눈을 뜨고서 조용히 지켜본다. 그 다음에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책귀야, 나는 백제의 국왕을 주군으로 모셔온 사람이다. 무왕에 이어 그의 장자인 지금의 국왕 부여의자를 오래 모셨다. 그런데 너는 그러한 길을 가고자 하지 아니하고 있구나. 너의 꿈이 나보다 더 큰 것이기에 내가 함부로 입을 대지는 않으마. 부디 매사 신중하게 처신하여 반드시 너의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  

남편이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리자 가화란으로서도 그 말에 토를 달 수가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인 네 부친이 긍정적인 말씀을 하셨으니 나도 그 뜻에 따르고자 한다. 그렇지만 책귀야, 혼례를 올리고 같이 사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너는 언제 혼례식을 거행하고 싶으냐?... “;

그 말에 한쪽에서 사오리가 군복을 입고 있으면서도 얼굴을 붉히고 있다. 책귀가 그녀를 한번 본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부모님께서 이곳 신주성에 계시니 저는 이번에 이곳에서 간단하게 혼례식을 가지고 싶습니다. 사오리는 부모님이 아니 계시니 어머니께서 대신 모든 일을 처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부모님이 고개를 끄떡여주기에 책귀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 말을 듣고나서 책윤 대감이 다른 것을 아들에게 묻는다; “그것은 그렇고, 책귀야, 너는 내가 이곳 신주성의 성주로 부임한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부친의 얼굴을 새삼 살펴본다. 생각보다 나이가 드신 얼굴이다. 일종의 연민의 정이 먼저 일어난다. 하지만 할 말은 하는 책귀이다. 따라서 그가 차제에 정확한 말씀을 부친에게 드리고자 한다.

책귀가 자신의 의견을 이치에 맞게 진술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백제국왕의 신하입니다. 그러므로 주군의 뜻을 쫓아 신주성주로 부임하셨지요;

 이곳 야마토의 번왕부 역시 국왕의 8부여용이 번왕이 되어 다스리고 있으므로 해 뜨는 본국 일본(日本) 백제(百濟)의 국왕의 명령에 따르고 있지요;

 그러므로 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그것이 아닙니다!... “.

책윤 성주가 경청을 한다. 그의 귀에 아들 책귀의 설명이 들려온다; “적의 성을 공격하여 점령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바쳐 전투를 치루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왕은 그 성을 얻는데 크게 전공을 세운 자를 가급적 성주와 수비대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공행상을 합리적으로 시행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러한 관례가 이번에는 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치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앙금을 남기고 있는 결정인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책윤 대감이 자신의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있다. 그러다가 아들 책귀에게 묻는다;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책귀가 단호하게 말한다; “아버지, 주군의 명에 따라 신주성주로 오셨으니 차제에 이 성을 잘 다스리십시오. 그와 동시에 신주성을 얻는데 공이 큰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여 중하게 사용하십시오. 그것이 최선입니다”;

그 말에 책윤 대감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아들 책귀에게 당부한다; “책귀야, 네가 나를 좀 도와다오. 네 말과 같이 나는 신주성을 잘 다스리고 싶다. 그러니 책사인 네가 나의 신하를 천거해다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너의 혼례식을 이 성에서 거행하면 좋겠다”.

책윤 대감과 아들 책귀가 나누는 대화를 그 옆에서 부인 가화란과 백부장 사오리가 모두 듣고 있다. 대화가 끝나자 그녀들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어느 사이에 가화란사오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 손의 따뜻한 기운을 느껴서 그런지 사오리가 책귀의 모친 가화란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 눈길이 정겹기만 하다.

그날부터 열흘간 책귀신주성에 머물면서 성주 책윤의 손발이 되어줄 문관과 무관의 인선을 마무리한다. 그 성을 점령하는데 있어서 공이 큰 장수와 문신들을 대거 등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웃하고 있는 삼산성신탕성의 성주와 수비대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현지사령관 가눌치 상장군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다;

전서구를 통하여 그와 같은 내용을 듣게 되자 가눌치 사령관이 크게 기뻐한다. 책윤 대감이 번왕부가 아니라 현지사령관인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눌치 사령관이 흔쾌하게 삼산성신탕성의 성주와 수비대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있다.

그것을 참조하여 책윤 대감이 무난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그 옆에서 책사 책귀가 도와준다. 그 결과 신주성의 수비대장에는 두한(頭漢) 장군, 삼산성의 성주에는 사비성에서 온 무상(無常) 대감, 수비대장에는 세침(細針) 장군, 신탕성의 성주에는 일로(日路) 장군, 수비대장에는 사군수(師君首) 장군이 각각 낙점이 된다;

그리고 서기 6519월 하순에는 신주성에서 성주의 아들인 책귀 대장군이 자신의 여성부관인 백부장 사오리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가눌치 사령관을 위시하여 많은 장수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고 있다. 차제에 무영의 부친인 삼산성주 무상 대감도 참석한다.

그 두사람이 부부가 되는 것을 보고서 무영이 한마디를 한다; “부럽다, 책귀야, 나도 빨리 오나미와 혼례식을 가지고 싶다. 내년 봄에는 기필코 성사를 시키고야 말겠다!...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웃으며 말한다; “무영아, 내년 봄에 오덕상단이 번왕부를 방문할 때에 오나미를 불러라. 그리고 돌려보내지 말아라. 그러면 간단하게 해결이 된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역시 웃으면서 대답한다; “책귀야, 그거 참 좋은 방법이다. 내가 왜 진작에 그러한 간단한 생각을 못했을까? 하하하… “. 결혼식이 끝나자 하객들이 일찍 임지로 돌아가고 있다. 고구려식민왕국과의 전쟁 때문에 비상시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눌치 사령관과 함께 책사인 책귀 부부도 신탕성으로 간다. 그리고 무영 대장군은 한동안 삼산성에 머물면서 부친 무상 성주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가운데 서기 651년 남은 세월이 비교적 평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과연 이듬해 서기 652년에는 어떠한 일들이 왜의 땅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