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3. 01:10

7세기의 2247(손진길 소설)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扶餘義慈)의 통치 11년인 서기 6516월에 사비성의 조정으로 왜의 번왕 부여용(扶餘勇)이 정식으로 보낸 전령이 도착한다. 그가 보고한 내용은 고구려식민왕국이 보유하고 있는 왜의 7개의 성 가운데 벌써 4개의 성을 정복하였다는 것이다. 그 보고를 받고서 백제 사비성의 조정이 얼마나 축하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상좌평으로부터 그 보고를 받고 있는 국왕 부여의자의 태도가 상당히 이상하다. 그는 겉으로는 왜의 번왕 부여용의 놀라운 활약에 대하여 크게 축하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속은 그것이 아니다. 내심 8남 부여용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극히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부여의자의 마음에 불을 짚이고 있는 왕자가 한사람 왜에 있다. 그 자가 바로 야심이 큰 그의 5부여풍(扶餘豊)이다. 그는 비밀리에 자신의 전령을 사비성으로 보내어 부왕인 부여의자에게 한가지 보고를 하고 있다;

그 내용이 구구절절하다; “그대로 버려 두면 왜에서 번왕 부여용의 세력이 너무 커지게 됩니다. 그는 2년도 되지 아니하여 벌써 직계왕국이 다스리고 있던 6개의 성을 전부 정복하고 이제는 고구려식민왕국의 7개 성 가운데 4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왜의 천하를 통일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렇게 그가 왜의 천황이 되는 경우에는 백제의 국왕의 명령을 듣지 아니하고 독자적인 큰 세력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는 부여용이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

왕자 부여풍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이 실로 다음과 같이 경천동지할 내용이다; “직계왕국의 영토를 그가 모두 흡수하여 다스리는 것은 용인하지만 고구려식민왕국을 치고 얻은 성에 대해서는 사비성에서 별도로 대신을 파견하여 국왕께서 직접 다스리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부디 그렇게 조치하시어 후일의 불안을 사전에 예방하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왜에서 부왕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아들 풍이 간곡히 진언합니다”. 

  그와 같은 부여풍의 비밀보고를 받은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는 조정회의에서 대신들에게 지시한다; “나이가 많아 물러나는 좌평 책윤(策允)과 수비대장 무상(無常)은 들으라. 그대들은 과인의 충신들이다. 그러므로 짐이 그대들에게 더욱 충성할 수 있는 길을 특별히 마련하여 주고자 한다… “.

국왕이 실로 이상한 지시를 하고 있다; “사비성의 조정에서 물러나는 좌평 책윤을 짐은 왜로 파견하고자 한다. 지금 왜의 번왕 부여용이 점령하였다고 하는 3개의 성 곧 신주성(信州城)삼산성(三山城) 그리고 신탕성(新湯城)책윤이 신주성주가 되어 전부 다스리도록 하라. 그리고… “;

이번에는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가 무상을 똑바로 보고서 지시한다; “무상도 책윤과 함께 왜의 번왕부로 가라. 앞으로 번왕부가 고구려식민왕국 가운데 남아 있는 3개의 성을 정복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인수하여 그대가 다스리도록 하라. 구체적으로 그 성들의 이름은 동북성(東北城), 신궁산성(神宮山城), 청백성(靑白城)이다. 가장 큰 성인 동북성을 무상 그대가 차지하고 나머지 2성을 함께 다스려야 한다. 알겠느냐?... “.

부여의자가 깊이 생각하였는지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그리고 짐을 지키는 수비대장은 무송(無宋) 장군이 맡도록 한다. 이상이다”. 무송무상의 장남이다. 그러므로 왜의 번왕부에서 대장군으로 근무하고 있는 무영의 부친 무상이 갑자기 왜로 파견이 되고 친형 무송이 부친의 뒤를 이어 백제의 국왕을 지키는 수비대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하여 책귀무영이 듣게 된 시점이 바로 그해 7월이다. 당시 무영은 신주성의 임시성주로 일하고 있고 책귀는 신탕성에 머무르고 있다. 그와 같은 사비성 조정의 이상한 인사내용을 번왕부의 집사 도미다(都味多)로부터 전서구로 급히 전해 듣자 책사인 책귀가 신탕성에 함께 머물고 있는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을 우선적으로 방문한다;

책사인 책귀가 비교적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는 그 보고를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한동안 말이 없다. 잠시 후 한숨을 한번 쉬고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번왕 부여용의 상심이 크겠군요. 그의 영토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분일 것입니다. 본국의 부왕의 명령이니 수용을 하기는 하겠지만 내적으로 그 반감은 클 것입니다, 후유!... “;

책귀의 내심도 가눌치 사령관의 입장과 한치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는 항상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는 책사이다. 따라서 그가 냉철한 이성을 동원하여 나름대로 현실을 분석하고 있다.

책귀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번왕은 효자입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백제국왕의 명령을 수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야마토의 조정 대신들입니다. 자신들이 진급하여 다스릴 성을 억울하게 빼앗기게 된다고 판단하고 그 반감이 클 것입니다. 그것이 앞으로 문제가 되겠지요. 게다가… “;

이어지는 책귀의 설명이 가눌치 사령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있는 우리의 무장들이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부하들의 목숨을 바쳐 기껏 적의 성을 차지하였더니 그것을 그대로 백제의 사비성에서 온 대신에게 넘겨주어야 하니까요!... “;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자신도 모르게 가눌치 상장군이 다시 후유라고 한숨을 쉬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책사 책귀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저는 작금의 이상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두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왕 부여의자의 지나친 권력독점욕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번왕 부여용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고 있는 자의 내밀한 부추김이 있기 때문입니다… “.

말을 꺼내지 못해서 그렇지 가눌치 사령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잠시 주저한다. 그러나 그의 임무가 책사이기에 마지막 말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마침내 무거운 마음으로 책귀가 첨언한다; “제가 보기에 장차 백제 사비성이 곤경에 처하게 될 때에 번왕 부여용은 분명히 구원병을 쉽게 보내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는 정복전쟁을 별로 좋아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전방사령부도 고구려식민왕국을 정복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

책사의 말에 가눌치 사령관이 다음과 같이 동의한다; “책사의 냉정한 분석과 미래전망에 대하여 감사해요. 그렇지요. 우리의 전쟁은 앞으로 적장 고현부(高賢夫)가 다스리고 있는 동북성 그리고 그의 영향 아래 있는 2성을 정복하면 일단 멈추게 되겠군요. 3성을 사비성에서 오는 대신 무상공(無常公)에게 넘겨주면 되는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지요, 허허허… “;

그 말을 듣자 책사인 책귀가눌치 사령관이야 말로 번왕 부여용의 어진 신하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한마디로, 충성스러운 무인이다. 그는 다른 마음을 먹지 아니하고 끝까지 번왕 부여용을 섬길 것이다;

  

그렇다면 책귀 자신은 어떠한가? 그는 부친 책윤이 신주성주로 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지 그 때문에 전우들이 받게 되는 충격에 대하여 그의 마음이 크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만 하는가?... ;

책귀는 신탕성을 지난 5월에 점령하게 되자 내연의 아내인 백부장 사오리의 한을 풀어주게 되었다. 끝까지 저항하고 있는 신탕성의 대장군 유일청의 목숨을 사오리가 일대일 대결을 통하여 취할 수 있도록 책귀가 특별히 조치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적장 유일청이다. 그것을 부하들이 화살을 쏘아 죽이려고 하는 것을 책귀가 말린 것이다. 그리고 그를 빙 둘러 싸도록 명령하면서 자신의 부관인 백부장 사오리에게 책귀가 지시하고 있다; “당당하게 일대일로 대결하여 정당하게 적장 유일청의 목숨을 끊도록 하라!...”;

대장군 유일청의 무예가 대단하다. 한시진이나 전장에서 전투를 계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기력이 왕성하다. 그리고 평생에 갈고 닦은 무예가 사오리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빛나고 있다;

그렇지만 책귀가 보기에 사오리는 전력을 다하지 아니하고 있다. 분명 사오리가 책귀에게서 전수받은 절기가 많다. 그 가운데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절기를 사용하여 유일청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청은 만만한 상대로 보고서 빨리 해치우고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꾸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유일청이 어째서 그런 것인지 그 이유를 깨닫고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무공이 자신보다 훨씬 강한 것이다.

그 점을 알게 되자 그가 마지막으로 모든 내력을 쏟아붓고서 달려든다. 그것을 보고서 사오리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절기를 한꺼번에 뿜어낸다. 두줄기의 강한 힘이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있다. 두사람의 검이 부딪히는 공간에서 큰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 순간 내공이 약한 쪽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다. 그 자가 바로 유일청이다. 그가 크게 끄윽하고 소리를 지른 다음에 그만 절명하고 만다. 그것으로 10년이 넘도록 원수를 찾아 헤맨 사오리의 한이 순식간에 풀리고 있다.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책귀가 얼른 소리를 친다; “백부장 사오리, 정신을 차려라.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 그 말에 사오리가 급히 정신을 수습한다. 그리고 재빠르게 자신의 연인이자 상관인 책사 책귀 대장군의 옆에 서고 있다.

그리고 4달이 지나자 서기 6519월에 사오리책귀 대장군을 모시고 신주성을 방문한다. 그 이유는 그곳에 새로운 성주로 백제 사비성에서 좌평을 지낸 책윤(策允) 대감이 부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윤 대감의 아내인 가화란(佳花蘭)도 사오리가 만나고 싶은 분이다.

사실 책윤은 젊은 시절 사비성에서 학문이 높은 인물 가덕진(佳德晉)의 제자였다. 그의 문하생이 되어 오래 학문을 배우면서 동문인 가람(佳藍)과도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책윤은 스승의 딸인 가화란과 사귀고 그녀와 결혼하여 외아들 책귀(策貴)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조정에서 벼슬을 하다가 도중에 물러난 동창이며 처족인 가람(佳藍)에게 부탁하여 외아들 책귀에게 글공부를 열심히 시킨 것이다;

 그리고 무예도 잘 배우도록 아들 책귀를 사비성 최고의 무예선생 곡나진수(谷那晉首)의 문하생으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사비성 조정에서 10년이나 좌평 벼슬을 지낸 책윤 대감이 이제는 멀리 왜로 와서 신주성주가 되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외아들 책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번왕 부여용이 다스리고 있는 그 성을 자신이 그냥 차지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자신의 주군인 백제국왕 부여의자의 명령이 아닌가? 그런데 참으로 오래간만에 자신을 신주성으로 찾아온 외아들 책귀가 어이없게도 자신의 부관인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에 아내 가화란도 깜짝 놀라고 있다. 과연 책귀는 사오리(思吾理)와 무사히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