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45(손진길 소설)
백제 의자왕 10년인 서기 650년 8월말에 책귀와 사오리는 행상부부의 모습으로 서호산성에 도착한다. 그들이 완벽하게 장사치 모습으로 변장하고 있으므로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이 그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두사람은 성안에 있는 책귀의 집에 들어가서 얼른 목욕하고 군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들은 혼례만 치르지 아니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내연관계인 부부이다. 전방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으므로 아직 아기를 낳지 아니하고 있다.
대장군이며 책사인 책귀와 그의 부관인 백부장 사오리가 거의 한달만에 적정을 살피고 전방사령부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동일한 임무를 띠고 비교적 가까운 삼산성으로 떠난 무영 대장군 일행이 잘 도착하였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따라서 무영 대장군의 집무실부터 들린다.
무영은 벌써 여러 날 전에 도착한 모양이다. 그가 절친 책귀 대장군을 만나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귀야, 너는 적 진영 정탐에 나서더라도 부관은 집무실에 남겨두고 갈 일이지 어떻게 여성인 부관을 데리고 그 위험한 곳에 함께 들어간 것이냐? 내가 도착하여 너를 찾았더니 그 방에 아무도 없어서 너무 궁금하더라!...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내 친구 무영이 나를 보고 싶어했구나. 그래서 내가 최대한 빨리 임무를 수행하고 이제 서호산성에 돌아온 것이야. 사령관에게 보고하기 전에 우선 무영이 네 안부가 궁금하여 먼저 들렸다. 그래 갔던 일은 잘 처리한 것이냐?... “.
그 말에 무영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 나야 그런 일이 내 전공이 아니냐? 그래서 아예 삼산성에 침투한 김에 성주와 수비대장을 전부 제거하고 돌아왔지;
그 성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야. 우리가 그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갔더라면 아주 쉽게 삼산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야. 나는 그것이 아쉽다!...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무영아, 서둘러서는 안된다. 우리가 삼산성을 그렇게 취한다고 하면 그 서쪽에 있는 신주성의 공격을 받게 되지. 그 동쪽에는 또 신탕성이 있으니 아군이 불리하게 되는 거야. 게다가 큰 성 신주성에는 유능한 재사 연타귀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
그는 두 성 사이에 우리가 끼이게 되면 아예 우리를 포위하여 고사시키고 말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그가 한마디를 한다; “어련하겠어. 역시 책사인 내 친구 책귀는 대단해. 그래서 이번에 좋은 기회이지만 삼산성이나 신탕성을 점령하지 아니한 것이군!... “.
그 다음에 무영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그러면 이제부터 내 친구 책귀가 큰 성 신주성을 도모하겠네! 그 성을 정복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구만,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무영에게 묻는다; “무영아, 네가 삼산성에서 성주와 수비대장을 해치우고 그 성을 떠나올 때에 그곳에서는 어떠한 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혹시 정탐한 내용이 있니?... “.
무영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역시 책귀 네가 예상한 것이 맞더라. 그들은 경비를 강화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신주성에 파견나가 있는 군대를 다시 불러들였어;
책귀 네가 도착하면 내가 그 점을 말하고자 사실은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
책귀는 무영의 집무실을 나서자 급히 가눌치 사령관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관 사오리와 함께 그 방에 들어서자 책사 책귀 대장군의 모습을 본 가눌치 상장군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긴다.
회의용 탁자 상석에 가눌치 사령관이 좌정하면서 책사인 책귀 대장군에게 자리를 권한다. 책귀의 부관인 백부장 사오리는 주군의 뒤에 서있다. 그것을 보고서 가눌치 상장군이 한마디를 한다; “여보게 사오리 백부장, 이번에 책귀 대장군과 함께 활약을 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어. 그러니 시립하지 말고 의자에 앉도록 하지!...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자신의 옆자리에 사오리가 앉도록 조치한다. 그러면서 얼른 가눌치 사령관의 얼굴을 살핀다. 혹시 사오리와 자신이 내연의 관계인 것을 알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이다. 그런데 그런 것 같지는 아니하다. 하기야 절친인 무영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니 공무에 바쁜 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이 그것까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러나 그것은 책귀의 섣부른 판단이다. 다음 순간 40대 중반인 가눌치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가벼운 웃음과 함께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허허허, 책사는 언제 내게 국수대접을 할 것인가? 나는 두사람이 언제 혼례식을 올리는지 그것이 궁금해, 하하하… “.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가눌치 사령관이다. 그는 내심 책귀가 마치 자신의 조카인 것만 같아서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웃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순간 백부장 사오리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다. 그러나 책사인 책귀 대장군은 그 모습이 여전히 늠름하다.
책귀가 천천히 대답을 하다가 종래 크게 웃는다; “그것 참, 각하께서는 언제 저희 두사람이 상하관계를 떠나서 내연의 관계인지 그것을 알아채셨습니까? 혹시 저의 집무실에 염탐꾼을 배치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상장군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아닐세 아니야. 우연히 내가 두어 달 전에 잠행하여 책귀 자네의 숙소에 들렸다가 두사람이 너무나 다정하게 같이 있는 것을 보고서 그만 슬쩍 나온 적이 있어;
그날 우연히 나 혼자 본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는 마시게, 하하하… “.
그 말에 책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빨리 고구려식민왕국의 견고한 성 신주성을 점령한 다음에 백부장 사오리와의 혼례식을 올리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때에는 아무쪼록 각하께서 축의금을 듬뿍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
가눌치 상장군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것은 걱정 마시게. 내가 아주 축의금을 많이 주려고 지금부터 준비를 할 테니까! 그러니 저 큰 성 신주성부터 빨리 도모를 하도록 하자고, 하하하… “.
사령관의 웃음소리가 끝나자 책귀가 다음과 같이 정식보고를 시작한다; “각하, 이번에 무영 대장군이 특수부대를 이끌고 삼산성에 잠입하여 그곳의 성주와 수비대장을 없애고 저는 신탕성을 염탐하면서 우연히 그곳 성주의 숙소를 알게 되어 그를 제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회를 살려서 적성을 공격하지는 아니했습니다. 그 이유는… “.
책귀가 잠시 숨을 돌리고 천천히 설명한다;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원정군의 수가 2만 5천명인데 적진영에는 신주성에 1만 5천명, 삼산성에 1만명, 신탕성에 1만명이라는 대군이 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우리가 그들 중간에 끼이게 되면 양쪽에서 공격을 받아 크게 위험하게 되지요... “;
가눌치 사령관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책귀가 이어서 설명한다; “게다가 가까운 큰 성 신주성에는 고구려식민왕국이 자랑하는 재사 연타귀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연타귀를 제거할 생각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조용히 책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방책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놀라운 책귀의 계획이 들려온다; “성동격서의 양면전술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우선 신주성에서 비교적 가까운 삼산성을 먼저 공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연타귀를 속여서 많은 군대를 삼산성으로 보내기 위한 술책입니다. 그러므로… “.
책귀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삼산성을 공격하는 우리의 군대는 실제로는 5천명을 보내지만 그들은 인근 숲속에서 허장성세를 시행할 것입니다. 마치 2만명 정도의 대군이 은신한 것으로 보이도록 많은 밥을 짓는 것처럼 연기를 올릴 것이고 먼지도 많이 일으킬 것입니다. 그렇게 한 열흘 정도만 위장을 하면 틀림없이 큰 성 신주성에서 상당한 수의 병력이 구원병으로 삼산성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말을 한다; “그렇지, 신주성의 수비병력이 1만 5천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삼산성을 구원하고자 달려가게 되면 그 사이에 우리가 대군을 이끌고 가서 신주성을 치는 것이구만! 그 참, 대단한 책략이야. 성공만 한다면 이번 기회에 신주성을 취할 수가 있겠어… “.
그 말에 책귀가 천천히 부연설명을 한다; “그래도 고구려식민왕국에서 연타귀는 최고의 재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를 완전히 속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요. 따라서 저는 무영이 지휘하고 있는 특수부대에 특별히 요청하여 먼저 연타귀를 제거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신주성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
일단 가눌치 사령관의 허락이 떨어지자 책사인 책귀가 그 작전을 실시한다. 그는 2명의 장군 곧 일로(日路) 장군과 두한(頭漢) 장군을 불러서 작전계획을 설명한다; “첫째로, 두 분은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비밀리에 신주성의 동쪽에 있는 삼산성으로 이동하세요. 그곳 성문이 멀리 보이는 숲속에서 1천명의 군사에게 특별지시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
책사인 책귀의 지시가 은밀하다; “마치 2만명의 군사가 그곳에서 밥을 짓고 훈련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연기와 먼지를 피워 올리는 것입니다. 둘째로, 나머지 4천명의 군사를 가지고 두 분은 삼산성을 계속 공격하세요;
물론 끝까지 싸울 필요는 없어요. 그저 공격하고 뒤로 빠지는 전술을 사용하세요. 그렇게 열흘만 버티고 있으면 됩니다“.
일로 장군과 두한 장군은 작년 한해동안 책사인 책귀가 직계왕국의 성들을 어떻게 정복하는지 그 신출귀몰한 작전을 현장에서 경험한 무장들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책사에 대한 신뢰가 크다. 따라서 두말없이 그 작전을 그대로 실행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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