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44(손진길 소설)
서기 650년 6월말에 번왕부의 전방사령부가 자리잡고 있는 서호산성에서는 엄청난 논공행상이 발표가 된다. 한달전에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의 명의로 야마토 번왕부 조정에 신청한 논공행상의 건이 승인이 되었다. 그 결과를 보고서 전방사령부에서 그대로 시행을 한다;
가눌치 사령관이 가장 먼저 3명의 장군을 호명하여 앞으로 나오게 한 후에 그들을 대장군으로 승진시킨다. 그 순서가 책사 겸 제4장군인 책귀, 특수부대장 겸 제5장군인 무영, 그리고 제9장군인 구지(舊地)이다. 특히 구지 대장군은 서호산성의 성주로 임명이 되고 있다. 그는 6천명의 수비군을 지휘하게 된다.
이제 2만 5천명의 군대를 지휘하게 되는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은 11명의 천부장을 일일이 호명하여 앞으로 나오도록 한다. 그들을 일계급 특진하여 전부 장군으로 삼고 있다.
그 순서가 다음과 같다; 주한규(朱漢奎) 장군, 일로(日路) 장군, 두한(頭漢) 장군, 세침(細針) 장군, 사군수(師君首) 장군, 다호령(多號令) 장군, 유준수(劉俊秀) 장군, 치우세(治優勢) 장군, 파군호(坡群豪) 장군, 구자신(舊自信) 장군, 시라손(侍羅孫) 장군 등이다;
그 가운데 주한규 장군은 다마구릉성의 수비대장으로 발령이 나서 임지로 떠나고 있다. 책귀 대장군은 여전히 책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무영 대장군은 3천명의 군사를 지휘하는 한편 특수부대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책귀 대장군은 책사의 집무실에서 자신의 부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오리 백부장에게 말한다; “지난번 전투에서 공을 세운 장교들을 이번에 대거 진급시켰어요. 그렇지만 사오리 당신을 이번에 진급명단에 넣지 아니했어요. 그 대신 다음번에는 천부장으로 진급할 수가 있을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사오리가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천부장으로 진급하게 되면 부하 통솔에 바빠서 나는 당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저는 백부장으로 그냥 지내는 편이 훨씬 좋아요!... “.
그 말에 책귀가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한가지 내가 당신에게 알려줄 것이 있어요. 어쩌면 당신과 나는 작년에 우리가 부부 행상이 되어 적정을 염탐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활동에 나서야 할 것 같아요. 멀리 신탕성으로 가야할 지 모르니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세요!... “.
그 말을 듣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사오리가 말한다; “여보, 그것은 제가 당신에게 부탁할 내용이예요. 왜냐하면, 나의 아버지 사일명이 고구려식민왕국의 장군 유일청의 암수에 걸려서 10년전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나는 유일청의 행방을 수배하여 그에게 복수를 해야 해요. 이번이 참으로 좋은 기회이군요!... “;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책귀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이번 기회에 신탕성을 들러서 유일청의 행방을 수소문하자. 유일청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게 되면 훗날 그를 만나 복수를 하도록 해야지. 사오리의 한을 풀어주어야 하는 거야!... '.
책사인 책귀 대장군의 계획은 치밀하다. 그는 그해 7월 중순에 적의 성에 대한 탐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전방사령관의 결재를 받는다. 그 다음에 무영 대장군을 책사의 집무실로 불러서 작전의 실시방안에 관하여 상의한다.
책귀의 설명을 들은 다음에 무영이 아주 쉽게 말한다; “뭐, 작년에 내가 인자부대를 이끌고 적진의 동태를 살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 내용과 별로 차이가 없군.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특수부대를 이끌고 삼산성으로 침투를 하면 되는 것이구만. 그곳의 형편을 살피는 한편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아예 그곳의 성주와 수비대장까지 전부 없애 버리도록 하겠네. 그러면 되지, 책귀 대장군, 하하하… “.
일반인이 들으면 까무러칠 내용인데 무영 대장군은 그것이 별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무영아, 나는 이번 기회에 더 멀리 신탕성으로 간다. 너에게 배운 대로 나도 한번 전공을 세워보고 싶다. 우리 한번 잘 해보자꾸나. 이번 일이 잘되면 의외로 쉽게 신주성, 삼산성, 신탕성이 모두 우리 손에 떨어질 수도 있어, 하하하… “.
서호산성에서 신탕성까지는 천리길이다. 그러므로 책귀와 사오리는 하루에 백리길을 걸어 열흘이 걸려서 신탕성이 멀리 보이는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마침 계절이 8월 초순 여름이라 길을 가기에 좋다. 물론 행상으로 꾸미느라고 무거운 등짐을 짊어지고 있어 그것이 고역이다;
그렇지만 평소 무예수련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그들 젊은 부부이기에 그 짐이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남이 보지 아니하는 산길에서는 그 걸음이 상당히 빠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게 되면 힘이 드는 시늉을 잘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전형적인 행상의 모습인데 물건을 많이 짊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행인들의 동정을 얻고 있다. 누군가 옆을 지나치면서 말한다; “젊은 부부가 힘든 행상일을 하고 있구만. 하기야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도 못 산다고 하니 열심히들 살아 보시게. 나중에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야… “.
고마운 말씀이다. 책귀와 사오리가 마침내 신탕성의 서문에 도착한다. 수비병들이 성문을 지키고는 있지만 그렇게 엄중하지는 아니하다. 따라서 쉽게 통과한다. 그날 오후에는 주막에 자리를 잡고 하룻밤을 푹 쉰다. 여독을 풀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서는 절반 이상의 물품을 주막의 창고에 보관시키고 비교적 가벼운 짐을 지고서 행상에 나선다. 백제의 물품을 오덕관에서 미리 구입하여 행상에 나선 것이기에 신탕성의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책귀와 사오리가 영락없이 20대 중후반의 이력이 난 장사치이다. 물건 값을 깎아 주기도 하고 구매자의 입맛을 잘도 맞추고 있다. 그렇게 물건을 팔면서 그들 부부는 신탕성의 서부지역을 전부 둘러본다. 그 다음날은 똑같은 방법으로 동부지역을 둘러본다;
3일째 되는 날에는 신탕성의 중부지역에서 그들이 물건을 판다. 큰 저택이 있으면 일부러 대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서 안채에서 귀부인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 그렇게 여러 집을 다니다 보니 그 성에서 가장 큰 저택을 발견하게 된다;
커다란 대문을 여러 수비병이 엄중하게 지키고 있다. 그것을 보고 사오리가 먼저 접근하여 말한다; “우리는 귀한 백제의 물건을 사서 행상으로 팔고 있어요. 여기 큰 저택에 들어가서 안방마님에게 물건을 팔았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가능할까요?... “.
그 말을 듣자 수비병 3명이 사오리를 둘러싸고서 말한다; “아주머니는 이 성에 처음 오는 행상인 모양이군. 이 집의 안방마님이 누구이신지 전혀 모르고 있구만. 성주님의 부인이신데 이런 물건을 사실 지 모르겠군. 한번 들어가 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가?... “.
그 말에 사오리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들여보내 주신다면야 제가 좋은 물건을 좋은 값에 팔 수가 있지요. 그리고 이것은 더운데 수고하시는 여러분에게 제가 조그만 성의로 드리는 거예요. 댁에 가지고 가셔서 부인에게 주시면 굉장히 좋아하실 거예요. 백제에서 생산한 고급 화장품이지요, 호호호… “;
화장품을 하나씩 품속에 간물하면서 그들이 쉽게 대문을 열어준다. 사오리를 따라 책귀도 등짐을 지고 그 문을 통과한다.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던 행랑어멈이 두사람을 보고서 다가온다. 행상인 줄 알고서 묻는다; “어디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가지고 온 것이지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운데 어느 왕국의 제품이요?... “.
사오리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저희 부부는 주로 백제에서 오는 물건을 받아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싼값에 팔고 있어요. 역시 고급품은 백제의 것이 제일 나으니까요! 안방마님께서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
사오리는 수완이 좋다. 어느 사이에 작은 화장품 하나를 꺼내어 얼른 행랑어멈에게 선물한다. 그러자 두말없이 행랑어멈이 그들을 데리고 안방의 문 앞으로 간다. 그리고 안방마님에게 잘 이야기를 하여 사오리에게 그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사오리가 물건을 파는 동안에 책귀는 행랑어멈에게서 찬물을 한 사발 얻어 마신다. 그러면서 그 저택을 두루두루 살펴본다. 분명히 성주가 살고 있는 곳이다. 밤이면 이집에 와서 잠을 잘 것이다. 그 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 엄청난 행운이다.
다음날은 지금까지 다녀보지 아니한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물건을 판다. 그러면서 사오리는 슬쩍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혹시 이성에는 장군님 가운데 유일청 어른이 계시지 않나요?... “.
여러 번 수소문을 하자 운 좋게 그 질문에 답변하는 한사람을 사오리가 만난다. 자칭 신탕성의 천부장의 부인이라고 하는 여인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유일청 장군님은 3년전에 우리 신탕성에서 대장군으로 승진하셨지요. 그런데… “;
그 여인의 그 다음말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이곳 신탕성의 군사 5천명을 이끌고 신주성으로 파견을 나가 계셔요. 작년에 그곳으로 가셨으니 내년이 되어야 이곳으로 돌아오실 거예요. 그런데 유대장군님을 어째서 찾으시지요?... “.
그 대답에 대하여 사오리가 참으로 감사하는 뜻에서 그 여인에게 조그만 선물을 건네면서 말한다; “저의 일가 어른입니다. 친정에서 유장군님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계신다고 하는 말씀을 언뜻 들은 생각이 나서 차제에 여쭈어 본 것이지요. 그러면 내년 이맘때에 저희 부부가 다시 이곳에 들리면 그때에는 일가장군님을 만나볼 수가 있겠네요, 호호호… “.
5일간 신탕성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가지고 온 물건의 대부분을 팔았다. 내일은 신탕성을 떠나 서호산성으로 일단 돌아가자고 책귀가 부인 사오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날 한밤중에 책귀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하고서 주막을 슬쩍 빠져나온다;
한시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돌아온 책귀가 곤하게 자고 있는 사오리를 깨운다. 그들은 짐을 모두 꾸린 다음에 그 주막을 새벽동이 트기 전에 떠난다. 두사람은 첫새벽에 서문이 열리자 마자 성문 바깥으로 나온다. 그리고 서호산성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그 밤이 지나고 있는데 아침에 사랑방에서 자고 있던 신탕성주가 깨어나지 않는다. 사택을 경비하고 있던 부장이 방으로 들어가서 성주의 기침상태를 확인하였더니 이상하다. 얼굴색이 검게 변하고 숨이 끊어져 있다. 그 일로 말미암아 신탕성에서는 비상이 걸린다;
그러나 범인을 찾을 수가 없다. 어떻게 성주의 저택을 알고서 침투하여 암살을 한 것일까?... 당장은 수비대장이 성주의 직무를 대행하여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그리고 경비를 강화하기 위하여 신주성에 파견나가 있는 유일청 대장군에게 5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빨리 본성으로 돌아오도록 조치한다.
앞으로 번왕부와 고구려식민왕국 사이의 전투는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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