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27. 06:11

7세기의 2243(손진길 소설)

 

백제 의자왕 10년인 서기 6503월말에 책사 책귀 장군이 개인적으로 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을 만나고 있다. 주위를 물리치고 두사람이 은밀하게 대화를 시작한다. 그때 책귀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상장군 각하, 우선 두가지 말씀을 먼저 드리고 그동안 마련한 앞으로의 전략을 보고하고자 합니다... “;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고 있는 책귀 장군이다. 가눌치 사령관이 그 점을 눈치채고서 귀를 기울인다. 그때 책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로, 우리가 이미 서호산성을 취하고 있으므로 이제 고구려식민왕국이 보유하고 있는 성은 그 동쪽에 있는 6개의 성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정복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 이유는 2군데에 강력한 방어선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그 말의 의미를 가눌치 사령관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귀 장군의 설명이 상세하다; “첫번째 방어선은 우리 서호산성의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신주성’(信州城)입니다. 그런데 신주성을 다스리고 있는 연태양(淵太陽)은 백성들에게 덕망이 있고 이웃성주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인물이라 그 세력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

가눌치 상장군이 아연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책귀 장군이 이어서 설명한다; “신주성은 동쪽의 삼산성’(三山城)과 북동쪽의 신탕성’(新湯城)의 군사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비군의 수가 25천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주 연태양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재사 연타귀(淵打鬼) 장군이 그곳에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바로 북쪽에 있는 신주성이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말이군. 그렇다면 책귀 장군, 우리의 타개책은 무엇인가?... “.

그 말에 책귀가 조용히 말한다; “그 점이 바로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두번째 사항입니다. 지금 우리 원정군의 규모는 애초 다마구릉성에서 이끌고 나온 23천명에 포로로 잡은 군사를 재교육시켜서 편입한 8천명을 합하여 도합 31천명입니다. 그런데… “.

책귀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우리가 이곳 서호산성에 수비군 6천명 정도를 남기고 원정에 나서면 그 규모는 2 5천명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주성을 공격할 경우에는 쌍방 간에 군사의 수가 비슷하기에 이론적으로 점령이 불가능합니다!... “.

가눌치 사령관은 두해동안 계속 책귀 장군과 함께 원정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그는 책사인 책귀로부터 한번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말을 듣고 있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가눌치 상장군이 다음과 같이 책귀에게 말한다; “책귀 장군,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다마구릉성에 남겨두고 온 2만명의 군대에서 1만명 정도를 차출하는 것은 어떠한가?... ”.

그 말에 책귀가 난색을 표명하면서 말한다; “그것이 어렵습니다. 만약 우리가 다마구릉성에 1만명의 수비군만 남기고 원정에 나서게 되면 야마토의 번왕부에서 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

도중에 가눌치 사령관이 침울하게 말한다; “설명을 아니해도 알겠군! 너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원정에 나서면 번왕과 조정대신들이 불안하여 나를 크게 의심하겠군. 내가 만약 딴 마음을 품고 회군이라도 하면 야마토정권이 위험하니까 말이야. 그것 참, 심각한 문제로군 “.

책귀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단기간에 적성인 신주성을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장기전으로 가야합니다. 앞으로 이곳 서호산성에서 3년 정도 머물면서 천천히 신주성의 힘을 약화시켜야 합니다. 그 방법이… “.

가눌치 사령관이 바짝 정신을 차리고 책귀 장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책귀의 작전이 나타난다; “신주성과 연합하고 있는 삼산성신탕성의 지도부를 먼저 무너뜨려야 합니다. 우리가 양성해 놓은 인자부대를 대거 투입하여 삼산성과 신탕성의 성주와 수비대장을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틀림없이 신주성에 파견한 군사를 되찾아오고자 할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렇지, 그런 방법이 남아 있구만!... 만약 연합군체제가 깨어지고 각자도생을 한다고 하면 신주성의 군사는 15천명 수준이 되겠군. 그렇다면, 우리가 잘하면 그 성을 점령할 수도 있겠어… “.

그 말에 책귀가 신중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수비에 철저를 기한다고 하면 15천명이 지키는 성을 25천명의 군사로는 점령할 수가 없지요. 더구나 그 성에는 연타귀라고 하는 고구려식민왕국에서 자랑하고 있는 뛰어난 재사가 전략과 전술을 총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특단의 조치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그것이…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다시 긴장을 한다. 그의 귀에 책귀의 설명이 들려온다;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우리는 신주성을 고사시키는 방법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 성을 완전히 고립시켜야 합니다. 그 방법은 동쪽의 삼산성으로 가는 길목과 북동쪽의 신탕성으로 가는 길목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안에서 들판으로 나오는 길을 전부 봉쇄하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군량미가 떨어져서 3년안에 두 손을 들고 말 것입니다!... “;

그 말을 가눌치 사령관이 읊조린다; “북쪽의 신주성을 정복하는데 3년이 걸린다책귀 장군,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정복하기 어려운 고구려식민왕국의 성은 또 어디인가?... “.

책귀가 즉시 대답한다; “두번째로 어려운 요새가 바로 신탕성의 동쪽에 있는 동북성(東北城)입니다. 그 성을 다스리고 있는 고현부(高賢夫)가 그 지역의 맹주입니다. 구체적으로… “.

책귀가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설명한다; “동북성의 북쪽에는 신궁산성(神宮山城)청백성(靑白城)이 차례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들 2개의 성이 고현부를 맹주로 섬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동북성에는 뛰어난 재사가 한사람 있는데 그 자가 바로 성주의 아우인 고현탁(高賢卓)입니다. 그러므로 동북성을 정복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장기전이 필요합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말한다; “책사가 장기전이라고 하면 그것 역시 3년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군요.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은 신주성을 고사시킨 것과 비슷하겠군요. 잘 알겠어요. 그 정도의 책략이라도 마련한 것이 다행입니다. 우리 한번 그렇게 알고 이곳에서 6년 이상 지낼 생각을 하도록 합시다. 책귀 장군, 수고 많이 했어요!”.

그 다음에 가눌치 사령관이 슬쩍 책사의 의견을 물어본다; “책귀 장군, 나중에 여기 서호산성을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 책귀가 자신의 복안을 설명한다; “순서에 따라 제9장군 구지(舊地)를 성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번왕부 야마토의 수비군은 제10장군 시강(侍强)이 혼자서 지휘해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

가눌치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일이 또 남아 있는가?’. 그때 책귀가 말한다; “다마구릉성에는 2만명이나 되는 대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오(細吾) 장군 혼자서는 전부 관리하기가 힘이 들지요. 그에 따라 이번에 천부장 가운데 능력이 있는 자를 승진시켜 그 성의 수비대장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상장군 각하께서 마음에 두고 있는 인물이 혹시 있습니까?...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상장군이 크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하하하, 있지요. 한사람이 있어요. 내가 유심히 살펴보니 천부장 가운데 한사람 주한규(朱漢奎)가 지휘능력이 뛰어나더군요. 그를 장군으로 승진시키면 능히 1만명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

그 말에 책귀가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주한규를 장군으로 승진시키고 다마구릉성의 수비대장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저와 무영장군은 계속 원정군을 편성하고 군사훈련을 시키는데 주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차제에 서호산성을 점령하는데 있어서 전공이 있는 모든 장졸에게 논공행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기분 좋게 지시한다; “좋습니다. 당연한 조치이지요. 책귀 장군, 이번에는 책사인 그대무영장군을 각각 대장군으로 삼도록 하고 기타 천부장 이하에 대한 승진안을 만들어 내게 올리도록 하세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아요. 그리고 새로이 장군도 10명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세요!... “;

가눌치 사령관이 그와 같은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구상하고 있는 이유를 책사인 책귀 장군을 내심 짐작하고 있다. 그것을 크게 보아 두가지 이유이다; 하나는, 이제부터 고구려식민왕국의 6개성을 취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원정에 나서야 한다. 원정군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위해서는 10명 정도의 장군이 별도로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는, 전공을 세운 백부장을 천부장으로 그리고 오십부장을 백부장으로, 나아가서 병사 가운데 전투경험을 쌓은 자를 십부장으로 대거 발탁함으로써 원정군의 사기를 크게 높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장졸들에게 전투력을 스스로 배양하게 하는 방법이다;

역시 전쟁은 사람이 치루는 것이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사령관이 바로 가눌치 상장군인 것이다. 그러므로 책사 책귀는 자신이 가눌치 상장군과 함께 원정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비록 야마토에서는 번왕 부여용이 번왕부를 다스리고 있지만 실제로 전방에서 생활하다가 보면 그곳 전쟁터의 왕은 군사령관인 가눌치 상장군이다. 각하라고 불리고 있는 가눌치 사령관이 그와 같이 인재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또한 논공행상에 공정하니 책귀장군이 그를 크게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서호산성에 진을 치고 있으면서 그 북쪽에 있는 고구려식민왕국의 신주성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 장기전이 어떻게 전개되는 것일까? 과연 3년이라는 긴 세월이 꼭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