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25. 14:00

 

7세기의 2242(손진길 소설)

 

6. 야마토 번왕부의 장군 책귀와 무영의 활약

 

서기 650210일 저녁 늦은 시간에 번왕부의 장군 무영3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다마구릉성을 떠나 그 북서쪽에 있는 서호산성을 향하여 조용하게 진군하고 있다;

 날이 밝아오자 그들은 인근 숲 속에 들어가서 쉬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다시 밤새도록 행군을 계속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틀을 진행하자 드디어 서호산성이 멀리 보이는 산기슭에 다다르게 된다. 그때 무영은 전군을 살며시 남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서호산성의 동문이 보이는 산속에 숨긴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자 50명의 인자()부대를 따로 소집한다.

은밀한 무영장군의 지시사항이 다음과 같다; “이제부터 인자부대는 나와 함께 자정이 끝나기 전에 고구려식민왕국의 첫번째 성 서호산성으로 침투한다. 우리가 할 일은 첫째, 성주와 장수들의 숙소를 찾아내어 지붕위에서 아래로 독침을 사용하여 그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둘째, 군량미 창고를 색출하여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동문을 지키는 수비병을 해치고 바깥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

엄청난 작전인데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적들은 우리를 잡으려고 뒤쫓아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은신한 3천명 군대를 천부장 3사람이 지휘하여 적들을 쳐라. 그렇게 많지 아니한 적군이 우리를 치려고 나왔다가 낭패를 당하고 다시 성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 후에는 5천명 이상의 적군이 성을 빠져나와 우리를 치려고 할 것이다. 그때는 싸우는 척하면서 우리는 온 길로 도망한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임무이다!... “.

3명의 천부장들이 무영장군의 설명을 듣고서 어리둥절해 한다. 어째서 끝까지 싸우지 아니하고 도망을 치는 것일까?... 그들의 귀에 무영장군의 말이 들려온다; “그 뒷처리는 가눌치 사령관과 책사 책귀장군이 전부 맡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세가 역전되면 그때 적을 치면서 서호산성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상당히 이상한 작전계획이지만 무영장군의 지시를 따라서 그대로 실시한다. 그날 밤 서호산성의 성주와 수비대장이 불운하게도 무영이 인솔하는 인자부대의 암습으로 죽고 만다. 그리고 축시가 끝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군량미창고 두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잠을 자던 병사들이 깨어나 야심한 밤에 화재를 진압한다고 야단이다.

그때 동문에서 성문을 지키던 50명의 수비병들이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괴한 50명의 습격을 받는다.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한식경만에 몰살을 당한다. 그리고 성문을 활짝 열고서 무영의 인자부대가 전원 성밖으로 무사히 탈출하고 만다.

서호산성은 높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 요새지이다. 그곳까지 적들이 침투하여 성주와 수비대장을 암살한 것이다. 그리고 군량미창고에 방화까지 자행했다.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장수가 수비부대장 고한주(高漢柱)이다.

고구려식민왕국은 서호산성에서부터 시작하여 동쪽으로 도합 7개의 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서쪽국경을 서호산성이 굳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서호산성에는 1만명의 군사가 주둔하고 있다. 수비대장이 대장군이고 그 아래에 장군이 한 명 있는데 그가 부대장인 고한주이다;

졸지에 성주와 수비대장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기에 40세의 장군 고한주10명의 천부장에게 급히 명령을 내린다; “1, 2 천부장은 수하를 지휘하여 빨리 군량미 창고의 불을 끄라. 그리고 제3, 4, 5 천부장은 군사를 거느리고 적들을 추격하라. 나와 나머지 천부장은 5천명의 군사로 성의 수비를 강화한다”.

고한주 장군의 명령에 따라 3천명의 군사가 전투소리가 요란한 동문 쪽으로 달려간다. 성문수비병이 몰살을 당했는지 성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그리고 검은 복면을 쓴 적군들이 마치 그림자같이 성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 뒤를 3천명의 군사들이 결사적으로 추격한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아니하자 갑자기 숲속에서 3천명의 적군이 출현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검은 복면인들이 도망을 멈추고 되돌아서서 추격군에게 칼을 휘두른다. 하나같이 검술이 뛰어난 자들이다. 주춤하고 있는 추격군을 3천명의 번왕국 군사들이 덮치고 있다. 그 결과 한시진도 못되어 추격군이 패퇴하여 다시 성문안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무영은 전군을 지휘하여 천천히 퇴각을 실시한다. 조금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화가 치민 고한주 장군이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맹추격에 나선다. 무영장군은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빠른 속도로 3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도망을 친다.

그 모습을 서호산성의 남문이 보이는 지점 숲속에서 척후를 통하여 자세하게 살피고 있는 자가 바로 책사인 책귀장군이다. 그가 가눌치 사령관에게 보고한다; “사령관님, 서호산성의 군사 5천명이 무영장군의 군대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무찌르고 서호산성을 차지할 시간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지시한다; “나는 1만명의 군사를 지휘하여 성문을 나온 저들을 모조리 사로잡을 것이다. 그러므로 책귀장군은 나머지 1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호산성을 점령하라!... “;

책귀가 군사를 지휘하여 서호산성의 남문이 멀리 보이는 지점까지 도착한다. 그는 일단 숲속에 전군을 숨긴다. 그 다음에 도중에서 습득한 고구려식민왕국의 병사 복장을 사용하여 100명의 군사를 변장하게 한다. 그들을 성문 쪽으로 보내어 적들이 스스로 성문을 열도록 유도한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전술이지만 그것이 통한다. 그 이유는 남문을 통하여 5천명의 대군이 빠져나가 적들을 추격하고 있기에 그 중에 일부가 다시 성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그들이 오인한 것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아니하고 책귀장군이 지휘하는 기마대가 먼저 성문으로 뛰어든다. 2천명의 기병들이 휩쓸고 지나가는데 그 뒤를 8천명의 보병들이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 성주와 수비대장이 죽고 고한주 장군마저 성을 비우고 있기에 5천명이 채 되지 아니하는 군사로는 적들에게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아니한다.

그 결과 4천명의 포로를 잡고서 책귀장군은 서호산성을 점령한다;

 2시진이 지나자 가눌치 사령관과 무영장군이 역시 4천명의 포로를 이끌고 서호산성으로 들어온다. 그날부터 서호산성에는 23천명의 번왕부 군대가 주둔하게 된다.

책귀장군은 8천명의 포로를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서 번왕부의 군대에 편성하기에 바쁘다. 그렇지만 야마토에 있는 번왕 부여용에게 승전보고를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일단 가눌치 사령관의 허락을 얻어서 간략하게 승전보고를 하면서 한가지 사실을 덧붙이고 있다.

그것은 서호산성을 점령하였기에 고구려식민왕국에서는 그 성을 탈환하고자 곧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이 되므로 적들을 물리친 다음에 야마토 번왕부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전장에서 그러한 장계를 올리고 있으므로 번왕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야마토로 회군을 하라고 명령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원정군은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달포간 서호산성에 주둔하게 된다. 책귀무영과 함께 사로잡은 포로들을 장졸로 분리하여 일일이 심문을 한다. 그리고 그 무예실력과 행정능력을 평가하여 적성에 맞게 번왕부의 군대에 편입한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전령이 부지런히 서호산성에서 야마토의 번왕부로 오가고 있다. 하루는 번왕부에서 온 전령이 무영장군을 찾는다. 그리고 서신을 하나 주고 있다. 무영장군이 궁금하여 내용을 살펴보니 오덕상단의 행수인 오나미가 보낸 것이다;

그녀의 오라비 오정수 대행수가 상단을 이끌고 왜번을 방문하는 기회에 그 서신을 무영에게 전해주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녀는 금년에 산동번을 방문하고 다시 사비성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1살 위의 언니 오해미의 혼처가 정해지면 오나미가 다시 무영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내용을 살피고나서 전방에 나와있는 무영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어차피 여기서는 고구려식민왕국의 나머지 6개성을 정복하기에 바쁘다. 앞으로 2-3년은 줄곧 전장에서 살아야 할 형편이다;

그러므로 책귀나 나나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

그러나 그러한 무영장군의 판단은 현실적으로 책귀의 경우에는 맞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그즈음 책귀장군은 부관인 여성백부장 사오리와 무척 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귀가 금년 초엽 사오리의 신상이야기를 들은 다음 그녀를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책귀는 아예 자신의 무예 가운데 절기를 아끼지 아니하고 부관 사오리에게 전수하고 있다. 근골이 뛰어난 사오리책귀의 지도를 받게 되자 무예실력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그녀가 책귀를 의지하고 존경하게 되자 이제는 오라비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생을 의지할 사내로 보고 있다.

그 점은 천리만리 고국을 떠나 왜의 번왕부에서 살아가고 있는 책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보면 볼 수록 사오리가 노총각인 그의 마음에 들고 있다. 따라서 책귀는 조용한 시간에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신중하게 그녀에게 전하고 있는 책귀의 말이 다음과 같다; “사오리, 나는 26살이 되도록 전장에서 무장과 책사로 살아오면서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없어요. 그런데 요즈음 나는 그대를 자꾸만 나의 여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대와 나는 전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당장은 결혼할 수가 없지요. 그러나 서로 정인으로 여기고 의지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사오리의 생각은 어떠해요?... “.

평소 무장다운 여인이 사오리이다. 백부장 가운데서도 성격이 남자 같고 시원하게 행동하는 그녀이다. 그러나 그 순간만은 얼굴에 홍조가 붉다. 그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조용하게 대답한다; “, 저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 뜻을 따르도록 하겠어요!... “;

서호산성(西湖山城)은 산이 높고 호수가 깊고도 넓다. 그곳에 비추고 있는 달은 휘황찬란하다. 그 아래에서 책귀사오리는 서로 떨리는 마음으로 포옹한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 평생 함께 살아가기를 소원하고 있다. 그때가 백제 의자왕 10년인 서기 6503월 중순이다;

사비성에서 22으로 불리고 있는 책귀, 무영, 유기룡, 좌백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을 한 인물은 유기룡이다. 그가 6501월에 산동번에서 오해미와 결혼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좌백65112월에 사택홍련과 결혼하고 있다. 그 둘 사이에 책귀사오리가 내연관계에 들어가고 있다. 만약 정식으로 혼례를 하게 되면 좌백보다 먼저 결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친구 무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언제 오나미와 결혼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