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22. 17:19

7세기의 2239(손진길 소설)

 

서기 6546월 하순 좌룡 유기룡은 외숙 귀실복신과 함께 오상수 상단을 호위하여 당제국의 수도인 장안에 도착한다. 그때 대행수 오상수복신유기룡을 데리고 장안의 거상 왕소평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오상수가 말한다; “왕대인, 저는 이번에 귀하의 상단과 함께 토번의 동부지방에 가서 백제의 산물을 한번 팔아보고 싶습니다. 그 길을 열어주십시오. 이미 약정한 그대로 절반의 이익을 왕대인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왕소평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그 일은 벌써 내가 동생인 왕자치 호부시랑과 합의한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동생에게 통지하고 그의 허가서를 발부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우리 함께 국경을 넘어 토번의 땅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수속을 마치는데 아마 3일 정도가 걸릴 것입니다!... “.

오덕상단으로서는 처음으로 토번제국의 땅에 들어가서 백제의 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그렇지만 호부의 승인서를 받을 때까지 3일간 장안에 체류하여야 한다. 그 기회를 이용하여 유기룡은 장안에 상주하고 있는 백제의 대사 여자신 대감을 만나고자 그의 저택을 방문한다;

천부장 유기룡이 먼 길을 와서 자신의 저택을 방문하자 달솔 여자신 대감이 그렇게나 반긴다. 그에게 인사부터 하고 유기룡이 말한다; “대사님, 4년 전 왕자 부여연이 장안을 방문하였을 때에 대감님의 주선으로 그와 함께 저희들이 여기에서 토번의 재상 가르통첸의 차남 가르친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여자신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럼, 잘 알고 있지. 그때 유 부장 자네의 부인이 오덕상단의 행수임을 알고서 가르친링이 자신의 영지에 와서 교역을 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지. 내 기억이 맞을 것이야!... “;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유기룡이다. 따라서 즉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사실은 그때 가르친링이 오덕상단을 초청한 일이 있기에 이번에 제가 오덕상단을 이끌고 이곳 장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마침 호부에 아는 관리가 있어 토번으로 가는 통행증을 받는 절차를 지금 거치고 있습니다. 대사님, 제가 토번에는 초행길입니다. 혹시 도움이 될 정보가 있으시면 차제에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여자신 대감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여보게, 유 부장. 나도 함께 갈 수가 없을까? 토번제국의 땅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 쉽지가 않거든. 나도 차제에 가르 가문의 영지를 한번 살펴보고 싶어!... “;

그 말에 유기룡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흔쾌히 말한다; “좋습니다. 저도 대감님을 모시고 함께 토번제국에 들어 가고 싶습니다. 제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신변의 안전을 위하여 부득이 대사님의 정체를 숨기고 상단의 사람으로 위장하여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그 말을 듣자 여자신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이 사람아, 그것이 당연하지. 백제국의 장안 주재 대사인 내가 신분을 드러내고 토번제국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그러니 신분을 속이고 다녀오는 것이 백 번 낫고 말고그러면 이제부터 토번과 당과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해주겠네. 첫째로… “.

유기룡여자신 대감을 찾아온 목적이 바로 토당(吐唐)관계이다. 따라서 그가 경청한다. 여자신이 천천히 알기 쉽게 설명을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이연이 당나라를 건국하기 1년전 곧 서기 617년에 토번의 왕 송첸이 천하를 통일하고 토번제국을 출범시켰어… “;

잠시 숨을 돌리고 여자신이 이어서 말한다; “토번에서는 왕을 캄포라고 부르고 있지. 그런데 송첸캄포가 대단한 영웅이야. 그가 동쪽으로 진출하여 641년에는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을 유린했어. 그 이유는 이세민이 토번의 송첸캄포에게 조공을 바치고 공주와 공녀를 보내어 달래는 한편 은밀하게 북쪽으로 원정군을 보내어 630년에 동() 돌궐을 정복하고 말았거든… “;

여자신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유기룡을 한번 보고서 이어 말한다; “송첸캄포는 그대로 있다가는 이세민이 군대를 정비하여 멀지 않아 토번을 도모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야. 따라서 먼저 원정군을 편성하여 당나라로 쳐들어간 것이지. 토번의 군대를 천하의 영웅인 당의 2대황제 이세민도 막지를 못하고 그만 수도인 장안이 짓밟히고 말았어. 결국 이세민은 많은 재물을 주면서 화해를 요청했어!… “.

그 결과가 어떻게 된 것일까?’, 유기룡이 궁금하여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다. 그의 귀에 여자신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 결과 장안 서쪽에 주둔하고 있던 토번의 대군이 그만 국경 바깥으로 물러났어. 그것이 참으로 이상하지. 거기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두번째 대목이지… “.

다시 숨을 돌리고 여자신이 말한다; “둘째로, 당나라는 소출이 많은 농업국가이지만 토번은 일부 밭농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유목을 하고 있어 그 생산이 넉넉하지가 않아. 그러므로 토번군은 당나라의 농업생산물은 탐이 나지만 그 땅을 점령하여 논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지. 그러니 많은 재물을 얻으면 곧장 군대를 국경 바깥으로 물리고 마는 것이야. 그렇지만… “;

여자신이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토번은 당나라를 압박하기 위하여 국경지대 당의 땅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데 거기에 재상인 가르통첸의 영지가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해의 남부인 청인지역과 사천성의 서부지역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여자신 대감에게 질문한다; “제가 알기로는 당나라가 644년경 고구려와 전쟁을 시작했어요. 당시 토번의 군대에게 장안을 유린당한 바 있는 당 태종 이세민은 어째서 그 복수를 하지 아니하고 그 반대로 동쪽 만주의 고구려를 정복하고자 원정에 나선 것일까요?... “.

그 말에 여자신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허, 유 부장의 지적이 예리하군요. 그렇지요. 그 점이 이상하지요. 그렇지만 고구려에서 서기 64210월에 연개소문의 군사반란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세민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요. 그는 고구려에서 변란이 발생하여 신구(新舊)세력 사이에 갈등과 내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 틈을 노린 것이지요. 그런데… “.

여자신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는 유기룡을 한번 본 다음에 계속 설명한다; “당 태종 이세민이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원정에 나섰는데 그만 그것이 악수가 되고 만 것이지요. 그는 먼저 내분이 발생한 고구려를 쉽게 손에 넣은 다음에 그 여세를 몰아 서쪽의 토번을 도모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그만 고당()전쟁에서 패배함으로 말미암아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지요...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다른 질문을 한다; “제가 알기로는 3년전 서기 651년에 당의 황제인 이치(李治)가 북서쪽의 서(西) 돌궐을 정복하고자 전쟁을 벌였는데 그는 어째서 서쪽의 토번제국을 그냥 두고 그 북쪽의 서돌궐을 먼저 공격한 것일까요?... “.

그 말에 대사 여자신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렇지요. 그것이 이상하게 보이지요. 그렇지만 서돌궐의 경제사정과 토번의 경제사정을 비교하면 금방 이해가 되지요. 토번제국은 목축과 밭농사를 병행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그럭저럭 백성들이 먹고 살만 하지요. 그러나 서돌궐은 그것이 아닙니다!… “.

 여자신의 설명이 명쾌하다; “돌궐은 북방의 유목민들이므로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여 부족 간에 서로 약탈전쟁이 끊이지 않아요. 때로는 부족이 연합하여 남침을 하지요. 잘사는 농업국가 당나라를 침범하여 먹을 것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국가안보를 위하여 당나라는 북쪽의 유목민을 먼저 도모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

여자신의 설명에 유기룡이 연신 고개를 끄떡인다. 그가 서서히 마지막 질문을 시작한다; “대사님, 차제에 두가지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하나는, 만약 토번제국과 당제국이 전면전을 시작하면 누가 이길 것으로 보십니까? 또 하나는, 우리 백제의 상단이 토번제국의 동부에 들어가게 되면 어느 정도 물건을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여자신 대감이 크게 웃는다. 그러면서 익살스럽게 말한다; “하하하, 유 부장은 오늘 저녁 아주 나의 보따리를 전부 털려고 온 모양이야! 그 대답을 다해주면 나는 더 이상 아는 것이 없거든, 허허허. 그렇지만 유 부장이 너무나 알고 싶어하기에 내가 아는 대로 대답을 해주겠네. 첫째로… “.

유기룡이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여자신 대감의 말이 들려온다; “토번은 지형적으로 동서로 긴 나라이고 특히 서부의 산악지역은 수비하기에 쉽고 공격하기에는 아주 험난하지;

 그러므로 당제국의 군대가 토번제국을 대대적으로 침공하더라도 그 동쪽만 일부 얻을 수 있을 뿐이야.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지. 왜냐하면, 전쟁에 뛰어난 가르 가문이 동부에 버티고 있거든! 그리고 둘째로… “.

여자신이 잠시 숨을 돌리고 마지막 설명을 한다; “당나라는 농업이 발달하여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따라서 백제의 상품이 잘 팔리겠지. 하지만 토번은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데 그것도 성읍이 아주 분산이 되어 있어. 그러니 백제의 상품을 판다고 하더라도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야!... “;

여자신 대감의 견해가 뛰어나다. 그 점을 느끼면서 유기룡은 오늘 자신이 대사 여자신을 방문한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여긴다. 그는 대화를 마치고 상단의 숙소에 들린 다음 그날 여자신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곧바로 오상수 대행수와 외숙인 귀실복신에게 전해준다.

두사람은 유기룡의 이야기를 듣고서 여러 번 고개를 끄떡인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다음에 대행수 오상수가 유기룡을 응시하면서 말한다; “매제, 참으로 고마워! 백제의 대사인 여자신 대감을 만나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듣고 내게 전해주니 대단히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

오상수 대행수가 이번에는 유기룡복신을 두루 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여자신 대감을 상단의 일원으로 변장하여 함께 토번의 땅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양국관계를 잘 알고 있는 여대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그것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복신이 한마디를 보태면서 역시 웃는다; “사실 우리가 먼저 부탁해야 되는 일이지요. 불감청(不敢請) 고소원(固所願)이군요, 하하하… “. 통쾌한 웃음은 전염이 되는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좌룡 유기룡이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웃고 있으니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

그렇게 백제 의자왕 14년인 서기 6546월 하순 어느 날 당나라 수도 장안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사나이들의 웃음소리가 끝나자 고요한 적막함이 찾아오고 있다;

 벌써 계절적으로 여름이다. 이제 날씨가 더욱 더워지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한 좋은 계절에 오상수의 상단이 당나라에서 서쪽 토번제국의 땅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어떠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