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4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3. 5. 16:08

7세기의 2249(손진길 소설)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扶餘義慈)가 즉위한지 12해가 되는 서기 652년에 들어서자 정월에 사비성 조정에서는 국왕의 친서를 야마토의 번왕 부여용(扶餘勇)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내용이 중요한지 백제의 사비성에서는 일부러 사자를 왜의 야마토로 보내어 직접 친서를 번왕부의 조정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번왕 부여용은 제1좌평 계백호(階伯虎)가 읽어주는 국왕의 친서의 내용을 들으면서 그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그 친서의 내용이 한마디로, 번왕의 독자적인 권위를 훼손하고 있으며 내정간섭이 심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이 다음과 같다; “번왕 부여용은 들으라. 짐은 작년에 좌평을 역임한 책윤과 수비대장을 지낸 무상을 야마토의 번왕부로 보내어 각각 신주성동북성을 맡아서 다스리도록 조치를 했다. 그런데 그대는 동북성을 아직도 점령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게 지체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과인은 그것이 궁금하다... “.

그 정도의 내용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백제의 국왕은 번왕인 8왕자 부여용의 효성이 미흡하다고 은근히 질책하고 있다; “번왕 부여용은 왜의 번왕이기 이전에 짐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조속히 동북성을 점령하여 아비의 신하에게 넘겨주도록 하라. 그것이 아비에 대한 효성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상”.

금년에 28세가 된 번왕 부여용이다. 그가 야마토(大和)에서 번국을 다스린지 벌써 8년이나 된다. 그리고 재작년에는 야마토를 둘러싸고 있던 직계왕국을 완전히 정복하고 작년에는 고구려식민왕국의 7개성 가운데 4개성을 점령하였다. 작은 번국이 이제는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도로 정복전쟁을 계속하면 수년내에 왜의 땅에서 천하통일을 하고 백제의 왕자가 다스리는 천황가(天皇家)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규모는 해가 뜨는 본국 일본(日本) 곧 조국인 백제(百濟)보다 훨씬 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 있는 백제의 부왕 부여의자이다. 왜의 젊은 번왕 부여용의 마음속에서는 늙은 부왕에 대한 반항심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때마침 야마토 조정에서 번왕을 섬기고 있는 2명의 좌평 가운데 제1좌평 계백호가 은근히 부여용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조정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계백호가 젊은 번왕에게 차제에 다음과 같이 간언하고 있는 것이다; “번왕 전하, 백제의 국왕 폐하의 내정간섭이 심합니다. 우리 번국의 독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으니 앞으로 큰일입니다!... “.

번왕 부여용이 귀를 기울이는 것을 간파하고서 그가 더 열심히 간한다; “필사적으로 전쟁하여 어렵게 성을 취하였더니 그것을 공짜로 전부 차지하겠다고 하는 것이니 우리의 정복전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차제에 적당한 명분을 내걸고 전방의 군대를 후방으로 물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번왕으로서도 그렇게 조치를 하고 싶다. 그러나 마땅한 명분이 없다. 어떻게 동부전선에서의 정복전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가 있을 것인가? 그때 야마토 조정에서 이른바 꾀보로 불리고 있는 달솔 하상도(河上道)가 앞으로 나선다. 그는 제1좌평 계백호와 함께 번왕을 알현하려고 왔다가 좋은 기회를 만난 것이다;

달솔 하상도가 자신의 계책을 말한다; “번왕 전하, 소신의 생각으로는 서쪽의 신라식민왕국의 성에서 우리 번왕부의 국경지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그럴듯하게 핑계를 대고서 차제에 동부 신탕성에 있는 군사를 1만명 정도 신호성()으로 이동을 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

듣고 보니 묘수이다. 번왕 부여용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제1좌평 계백호가 얼른 말한다; “전하, 참으로 좋은 묘책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한편 서토를 정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게다가 무상(無常)대감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 동북성을 천천히 도모하면 되는군요. 참으로 좋습니다!... “.

마침내 번왕 부여용이 파안대소를 하면서 그 비책을 승인한다; “하하하, 듣고 보니 정말 묘안이군요. 경들은 그대로 시행하세요. 짐이 파악하기로는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원정군의 규모가 28천명이나 되는 대군이예요. 그가 딴 마음을 품고 회군이라도 하면 우리 야마토 번왕부가 위험해요!... “.

번왕 부여용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그의 내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그 중 1만명을 서쪽 국경지대의 신호성으로 보내도록 왕명을 전달하세요. 그리고 책사 책귀 대장군에게 인솔책임을 맡기도록 하세요. 책귀가 빠지게 되면 가눌치 사령관도 그 힘이 반감되고 말 거예요. 후환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아요!... “;

서기 652년 정월 하순에 야마토 조정에서 온 왕명을 받아본 전방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은 갑자기 손에서 맥이 빠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책사 책귀가 얼른 왕명을 적은 교지를 읽어본다; “서부전선에서 신라식민왕국의 군대가 우리 국경을 침범하고 있으니 시급히 1만명의 구원병을 신호성으로 보내라. 인솔책임자는 대장군 책귀로 한다!... “.

책사 책귀는 멀리 동부전선 신탕성에 나와 있지만 야마토 조정의 정세흐름에 대해서는 미리 심어 둔 간자를 통하여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잡히더니 마침내 번왕의 교지를 통하여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와 같은 묘안을 생산할 수 있는 대신은 아마도 꾀보로 불리는 달솔 하상도일 것이다. 그리고 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제1좌평 계백호가 찬성하고 번왕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평소에 전방사령관 가눌치의 힘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동시에 백제의 조정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하고 있다;

그와 달리 제2좌평인 상우종(尙友宗)과 달솔 기하진(奇河鎭)은 백제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조속히 고구려식민왕국의 남은 3성을 정복하여 사비성에서 온 무상(無常)대감에게 넘겨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야마토의 번왕부 조정에서 양론이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집사 도미다가 가장 먼저 전방에 있는 책사 책귀에게 전서구로 알려주고 있다. 그는 그동안 벼슬이 높아져서 이제는 은솔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야마토 조정의 문신 가운데 최상위 벼슬자리인 좌평이 무신으로 보면 상장군이다. 그리고 문신인 달솔은 무신으로는 대장군에 해당한다. 따라서 문신인 은솔은 무신으로 따지면 장군의 반열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 집사 도미다가 그 정도로 출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집사 도미다3년전에 야마토의 번왕부에서 처음으로 책귀무영을 만난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책귀는 그 재주가 뛰어나서 책사로서 큰 공을 세웠다. 가눌치 사령관과 함께 원정에 나서서 단 2년만에 10개의 성을 정복하는 대업을 이룬 것이다;

그러한 책사 책귀를 집사 도미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그에게 야마토 번왕부 조정의 일을 그때 그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선에서 생활하고 있는 책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책귀는 훗날 기회가 되면 도미다에게 신세를 갚아줄 생각이다.

어쨌든 번왕의 왕명이 떨어졌기에 신탕성의 전방사령부에서는 책사 책귀에게 1만명의 군사를 내어준다. 그들을 지휘하여 책귀 대장군이 서쪽 끝에 있는 신호성으로 이동한다. 차제에 책귀3명의 장군을 휘하에 두고 각각 3천명의 군사를 지휘하게 한다. 그들의 이름이 파군호(坡群豪) 장군, 구자신(舊自信) 장군, 시라손(侍羅孫) 장군 등이다;

그리고 길을 떠나기 전에 신탕성 전방사령부에서 백부장 사오리가 일약 천부장으로 승진한다. 그녀가 이제는 별도로 1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남편인 책귀 대장군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무려 20일을 도보로 행군하여 서부국경지대에 있는 신호성으로 들어간다. 그때가 서기 6522월 하순이다.

그때부터 책사인 책귀 대장군은 신호성주 여상(呂常) 대장군과 협의를 거친 후에 그 성에 주둔하면서 서부 야전사령부를 설치한다. 신호성에는 5천명의 수비대가 있다. 그보다 두배나 되는 병력 곧 1만명이 서부 야전사령부에 소속되어 있다;

1만명의 군대를 지휘하여 서부에 있는 신라식민왕국의 4개성을 도모하기에는 중과부적이며 어려움이 많다.;

그러므로 책귀사오리1만명의 병사를 강군으로 거듭나도록 매일같이 훈련에 박차를 가한다.

가장 먼저 책사인 책귀 대장군이 시행한 것이 3명의 장군 곧 파군호(坡群豪)구자신(舊自信) 그리고 시라손(侍羅孫)에게 자신의 절기를 전수한 것이다. 3개월간 집중훈련을 시킨 다음에 그들로 하여금 천부장과 백부장 그리고 오십부장에게 3개월간 그 무예를 전수하도록 만들고 있다;

한편 천부장 사오리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10명의 백부장과 20명의 오십부장을 모아 놓고 연일 인자(忍者)수법을 전수하고 있다. 무려 6개월 동안 인자수법과 더불어 사오리는 그녀가 남편 책귀 대장군에게서 배운 상승무예를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 반년의 세월이 지나 그해 서기 6528월말이 되자 책귀 대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1만명의 군대는 그야말로 막강한 강군이 되고 있다. 그 정도의 준비를 마친 다음에 책귀사오리는 적정을 탐지하여 군사용지도를 작성하기 위하여 특수부대를 편성한다.

그 일에 경험이 있는 책귀사오리가 앞장을 선다. 그리고 비교적 젊은 시라손(侍羅孫) 장군과 천부장 강온수(姜溫手)를 선발한다. 또한 백부장 및 오십부장 가운데 무예가 뛰어난 20명을 선발한다. 도합 24명이다.

그들을 책귀6명씩 4개조로 나누고 있다; 1조를 책귀가 인솔한다. 그들이 가장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북구주성(北九州城)으로 들어가 정탐활동에 나선다. 2조를 시라손 장군이 인솔하여 황금성(黃金城)으로 들어간다. 3조는 천부장 강온수가 인솔하여 남섬에 있는 송산성(松山城)으로 들어간다. 4조는 천부장 사오리가 인솔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길비성(吉備城)으로 들어가 정탐활동에 나선다;

 

그들 24명의 특수부대가 활동하는 과정과 그 결과는 과연 어떠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