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8. 03:24

7세기의 2236(손진길 소설)

 

백제 제일의 거상인 오덕(吳德)은 아내 충효주(忠孝珠)를 매우 아끼며 사랑하고 있다. 상처(喪妻)한 거상 오덕이 귀족 집안의 규수인 충효주를 우연히 만나 서로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오덕은 그녀를 아내로 얻기 위하여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총명하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충효주를 아내로 얻게 되자 오덕의 상단은 더욱 번창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에 밝은 충효주의 오라버니인 달솔 충상(忠常)이 힘을 보태어 주자 10년전부터 오덕의 상단은 백제 제일의 상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동번 등주의 번왕부에서 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좌룡 유기룡이 아내 오해미에게서 들은 장인 오덕과 장모 충효주의 사랑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유기룡이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장인 오덕이 문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장사수완도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유기룡은 자신의 무예가 오덕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룡이 사비성에서 외숙 귀실복신으로부터 은밀하게 상승무공을 배웠는데 그것이 바로 복신 외삼촌이 오덕을 사부로 모시고 그에게서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상단의 주인 오덕은 어디서 그러한 고강한 무예를 배운 것일까?... ;

그렇게 오덕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유기룡이 등주를 방문한 오덕의 딸 오해미를 만나고 그녀와 사귄 다음에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처가 집안에 관하여 관심이 많은 유기룡이기에 등주에 머물고 있는 장인과 장모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자주 오덕관을 방문하고 있다.

6515월초에 산동성 등주를 방문한 오덕 부부는 사위 유기룡과 딸 오해미를 만난 다음날 곧바로 사위의 집을 방문하여 안사돈 귀실복녀(鬼室福女)를 만났다. 안사돈 귀실복녀가 큰 사위 귀실복신(鬼室福信)의 누님이면서 동시에 작은 사위 유기룡의 모친이기에 오덕 부부로 보아서는 참으로 인연이 깊은 것이다.

며칠 후 유기룡이 쉬는 날 오덕은 그를 오덕관으로 불러서 오후에 둘이 호젓하게 술을 마신다. 그 자리에서 오덕은 작은 사위 유기룡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내가 자네의 외삼촌 귀실복신을 큰 사위로 두고 있기에 작은 사위인 자네를 사비성으로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어! 그것이 미안하구만…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장인어른,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충분히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외삼촌과 조카가 자매를 각각 아내로 취하였다는 불필요한 세간의 수근거림을 예방하고자 취하신 부득이한 조치이시지요. 그 점을 감수한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제가 오해미와 사귄 것입니다“;

잠시 숨을 쉬고서 유기룡이 이어 말한다; “장인어른, 저는 그저 아끼시는 따님과의 결혼을 허락하여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 말에 60대의 노인 오덕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자네를 보니 무예도 출중하고 사리분별이 뛰어나. 장차 큰 일을 할 인물이야, 허허허… “.

오덕은 작은 사위인 유기룡이 마음에 드는지 자신의 술잔을 비우고 그에게 한잔을 부어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작은 사위인 자네를 만난 김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차제에 좀 해주고 싶어. 이제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처남인 좌평 충상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내가 스스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이야기들이지. 어때, 한번 들어보고 싶은가?... “;

부자의 귀는 밝은 법이다. 그러니 백제 제일의 거상인 장인 오덕이야 말로 가장 많은 정보를 분석하여 그것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백제의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점을 알고 있는 좌룡 유기룡이기에 고개를 연신 끄떡이면서 숨소리도 내지 아니하고 경청한다;

드디어 오덕의 설명이 나타난다; “지금의 백제국왕 부여의자(扶餘義慈)는 내적 외적인 부담에 크게 시달리고 있는 인물이야. 그는 그러한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사람이지. 그 점을 내가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 ”.

오덕의 구체적인 설명이 뒤를 잇고 있다; “무엇보다 뛰어난 국왕 무왕(武王)의 장남인 의자는 무왕 통치 33년에 겨우 태자로 책봉이 된 인물이야. 생각보다 태자책봉이 늦어진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그의 첫번째 문제이지!... “.

유기룡이 귀를 기울인다. 장인 오덕의 설명이 들려온다; “부여의자의 모친은 신라사람이야. 신라의 공주 또는 호족의 딸이라고 하는 양설이 있지만 신라여인임은 분명하지. 그러니 왕자 의자는 국내에 기반이 없어. 따라서 무왕의 장남이지만 쉽게 태자가 되지 못하고 37세가 되어 무왕 33년에 겨우 태자가 된 것이지. 그때부터 그는 극히 몸을 낮추고 처신에 매사 신경을 쓴 것이야. 예를 들면… “.

오덕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부친 무왕에게 효도를 다한 것이지. 따라서 해동증자(海東曾子)라는 별호까지 얻었어. 공자의 제자 가운데 증자가 가장 효도가 뛰어난 사람이었거든!... 그리고 그는 신라와의 전쟁에 뛰어 들었지. 전공을 크게 세우는 것이 자신의 지위를 탄탄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거든!... “.

사위 유기룡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서 오덕이 설명을 계속한다; “그렇게 살아간지 10년만에 46세의 부여의자가 마침내 부왕이 죽자 즉위를 했어;

 그는 이듬해 모친이 죽자 자신의 친동생들까지 모조리 섬에 유배를 보내고 말았어. 그것은 이유가 있지. 그해 서기 64210월에 고구려에서 반란이 발생하여 연개소문이 국왕을 죽이고 말았거든. 그러한 반란의 여지를 부여의자는 백제에서 없애 버리고자 한 것이야…”.

잠시 숨을 쉬고서 오덕이 이어 설명한다; “그리고 신라에서는 선덕여왕 다음에 다시 여왕이 들어섰어.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진골 김춘추김유신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다시 여왕을 내세운 것이야. 그것을 보고서 부여의자는 백제조정에서 권신들을 제거하기 시작했어. 그 방법이 자신의 아들 가운데 적자를 조정대신 좌평으로 발령한 것이야. 그 때문에 중앙의 귀족들이 벼슬을 내놓고 낙향하고 있어!...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은 어째서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가 지금까지 그러한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그 점이 손쉽게 이해가 된다. 그래서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장인 오덕이 한마디를 더한다; “지금 백제국왕의 가장 큰 문제는 몸을 너무 사리다가 보니 그만 그 옛날 직접 전쟁에 참여하여 혁혁한 무공을 세우던 그 늠름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지!… “.

그 말을 하면서 오덕이 후유하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태자시절에는 전공을 세우기에 열심이었던 부여의자가 왕이 되고부터는 본색이 드러나고 만 것이야. 그의 효심과 우애가 꾸민 것이듯이 전선에 나아가 용맹한 모습을 보이던 것도 그저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지. 그러니 아우 의직(義直)을 대신 전방에 내보내고 자신은 왕궁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것이야… “;

오덕이 서서히 마무리를 짓고 있다; “다행히 우리 백제는 기름진 평야를 가지고 있어. 따라서 척박한 토지를 가진 신라보다 잘 살고 있지. 그러므로 군사를 먹이고 기르기에 좋은 나라야. 그런데 지금의 국왕은 장군들에게 전공을 세우라고 독려만 하고서 군사를 기르는데 있어서는 소홀하고 있어. 더구나… “.

 마지막 언급이 다음과 같다; “사병을 가진 귀족들도 이제는 국왕을 믿지 못하고 자신들의 영지만 지키려고 하고 있어. 그것이 국가안보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야. 나는 백제의 앞날이 걱정이야. 이대로 계속 흘러가게 되면 어떠한 위험을 초래할지 모르는 것이거든!...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은 불현듯 스님 도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국왕과 귀족들이 서로 척을 지고 있으니 백제의 안보가 위험하다고 그가 말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왕 부여의자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러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유기룡오덕에게 질문한다; “장인어른, 그런데 국왕도 무언가 믿는 데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그러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 그 말을 듣자 오덕이 즉시 대답한다; “그렇지, 그도 믿는 데가 있지. 그것이 두가지야; 하나는, 그 옛날 수나라와 지금의 당나라가 모두 고구려를 정벌하고자 했지 결코 백제를 공격한 적은 없거든!... 또 하나는… “;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백제와 당나라 사이에는 큰 바다가 가로놓여 있어. 그러니 당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수군을 동원하여 백제를 직접공격하고 도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그러니 백제는 신라의 공격만 막아내면 안전하다고 국왕 부여의자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야!... “.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오덕이 말한다; “그런데 사위, 만약에 말이야. 지금과 같이 백제의 국왕이 마음을 턱 놓고 있다가 신라의 육군과 당의 수군의 공격을 동시에 받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별로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러나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돼!... “.

오덕이 결론을 내린다; “나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적어도 20만명의 대군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3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백제 그것도 기름진 평야를 가진 잘사는 나라 백제야. 그 정도의 군사력은 충분히 유지할 수가 있지. 그런데 그러한 강병책을 펴지 아니하고 국고를 국왕이 탕진하고 있으니 그것이 가장 큰 안보상 위험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역시 장사꾼의 귀와 눈이 밝고 그 생각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 점은 무인이나 문관보다 더욱 실제적이고 정확하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그날 유기룡이 거듭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해 5월 산동반도 등주는 화창한 봄날씨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오덕유기룡은 백제의 앞날을 두고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가느다란 한숨을 교환하고 있다.

과연 650년대의 백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그리고 22으로 불리고 있는 유기룡좌백 그리고 책귀무영, 그들 4명의 젊은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