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7. 06:06

7세기의 2235(손진길 소설)

 

의자왕 10년인 서기 650년에는 좌룡 유기룡1월 하순에 산동반도 등주에 있는 번왕부에서 백제의 거상 오덕(吳德)의 딸인 오해미와 결혼식을 가졌다. 그리고 3월에는 산동번을 은밀하게 방문한 백제국왕 부여의자(扶餘)4부여연을 수행하여 당제국의 수도인 장안을 방문했다.

장안에는 백제의 대사로 달솔 여자신 대감이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택이 일종의 대사관저인 셈이다;

 그곳에 왕자 부여연이 머물면서 여자신 대감으로부터 당조정의 형편과 국제정세에 관하여 상세한 보고를 받는데 그 자리에 호위부장인 유기룡 부부도 배석했다.

그 다음에는 여자신 대감의 추천으로 두사람을 차례로 왕자 부여연이 만났다. 처음 만난 인물이 당나라에 오래 머물고 있는 백제의 승려 도침이다. 그가 국제정세와 백제의 안보문제에 관하여 나름대로 식견을 가지고 있기에 차제에 백제의 왕자 부여연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전해주고 있다;

그 다음에 왕자 부여연이 은밀하게 만난 인물이 서쪽의 토번제국에서 당나라 장안에 들어와서 체류하고 있는 귀족 가르친링이다. 그는 토번제국의 재상인 가르통첸의 차남이며 장안에서 은밀하게 국제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가르친링과의 대화를 통하여 부여연은 장차 토번제국을 이용하여 당제국을 견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백제의 왕자 부여연은 장안에 머무는 동안 저자거리를 방문하면서 당나라의 문물과 외국과의 교류의 정도에 대하여 실제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한 생생한 정보들이 당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왕자 부여연의 활동은 전부 천부장 유기룡의 호위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왕자 부여연의 진지한 활동상황을 지켜보면서 좌룡 유기룡은 그가 백제의 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가져본다. 그러나 당시 백제국왕 부여의자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다. 그는 장남 부여융을 태자로 삼고 있다;

그런데 태자가 다소 병약한 것 같다. 따라서 국왕은 차남인 부여태3남인 부여효를 사비성에 머물게 하면서 만약 태자 부여융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그들 가운데 한사람을 차기 태자로 세우고자 결심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록 4남인 부여연이 사비성에 머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태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한 백제왕실의 깊숙한 사정을 유기룡이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이듬해 5월에 등주의 번왕부를 방문한 장인 오덕을 통해서이다.

6504월에 왕자 부여연이 당나라에서의 잠행을 마치고 등주에서 무역선을 타고 백제 사비성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자 유기룡 부부는 등주에 있는 오덕관을 통하여 이듬해 봄에 상단의 주인 오덕 부부가 딸과 사위를 보기 위하여 번왕부를 방문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고 있다.

유기룡의 아내 오해미는 계속 오덕상단의 분소인 오덕관에서 행수로 일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유기룡이 한가지 요청을 한다; “여보, 오덕상단에서는 분기별로 계속 상단을 꾸려서 등주를 방문하고 있어요. 그러니 사비성 변두리에 살고 있는 나의 모친 귀실복녀를 이곳으로 모시고 왔으면 좋겠어요;

 다음번에 오는 상단에게 부탁을 해주세요!... “.

오해미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벌써 사비성의 오덕상단으로 연락을 취해 놓았어요. 내년 봄에 저의 친정부모님이 이곳을 방문하신다고 하니 그전에 제가 반드시 시어머님을 이곳으로 모시고 오도록 하겠어요. 빠르면 금년안에 등주에 오실 거예요, 호호호… “.

행수 오해미의 말이 사실이다. 65011월에 귀실복녀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서 등주에서 아들부부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독자인 아들 기룡이가 결혼을 하고 등주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고서 너무나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걱정이 되는 일이 있다.

따라서 그녀가 기룡이 부부에게 당부한다; “나는 너희들이 이곳 등주에서 잘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니 참으로 기쁘다. 하지만 나의 친동생인 귀실복신이 내 아들과 동서간이 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니 가능하면 당분간 사비성으로 들어오지 말고 이곳 등주에서 너희들이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

그 말을 듣자 며느리 오해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어머님, 아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의 친정아버지께서 그 점을 미리 아시고 어머님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니 저희들은 이곳에서 오래 지낼 생각입니다. 그렇게 아시고 이왕 오신 김에 어머님도 이곳 등주에서 저희들과 오래 함께 지내도록 하시지요!... “.

귀실복녀가 며느리 오해미를 보니 영민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너를 보니 생각보다 영리하구나. 남편을 잘 보필하겠구나. 그러면 내가 너를 믿고서 우리 집안이야기를 차제에 해주마. 잘 헤아려서 처신해주기를 바란다!... “.

모친의 말을 들으면서 유기룡은 아내 오해미의 얼굴을 살펴본다. 무슨 말씀이신지 몰라서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것을 보고서 유기룡이 말한다; “어머니, 잠깐 기다려주세요. 사실은 제가 저희 집안 이야기를 아내에게 소상히 아직 말하지 아니했어요. 제가 먼저 조금만 이야기를 할께요!... “.

귀실복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유기룡이 천천히 아내 오해미에게 말한다; “내가 아직 당신에게 말하지 아니했어요. 나의 아버지는 신라와의 전쟁에서 전사하신 유수(劉秀) 장군이지요;

 그런데 나의 외조부 곧 어머니의 부친은 백제의 무왕(武王)의 동생인 부여산(扶餘散)입니다. 이제부터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하실 것입니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오해미가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시모(媤母) 귀실복녀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성왕의 뒤를 이은 위덕왕이 오래 통치를 하다가 말년에 그만 왕자들의 난이 발생하여 피살이 되지요… “.

잠시 숨을 쉬고서 귀실복녀가 설명을 계속한다; “그 뒤를 혜왕법왕이 짧게 잇고 있지만 그들은 선왕을 해친 악을 행했어요. 따라서 왕자 부여진이(扶餘辰爾)가 그들을 치고 자신의 장남을 다음왕으로 세웠어요. 그가 바로 무왕이지요. 그런데… “;

귀실복녀의 이야기를 며느리 오해미가 경청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그녀가 이어서 설명한다; “부여진이는 형제의 피를 묻힌 자신은 국왕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장남을 다음왕으로 세웠어요. 또한 훗날 발생할지도 모를 왕자의 난을 예방하기 위하여 지차 아들들에게 재물을 주고서는 왕도를 떠나 숨어서 살라고 명령했어요. 그 결과… “.

그 대목에서 귀실복녀의 목이 메이고 있다. 그녀가 흐느끼듯이 말한다; “나의 아버지 왕자 부여산은 평생을 변방에서 숨어서 지냈어요. 그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여 매일 술을 드셨지요. 그러나 부친 부여진이를 원망하지는 아니했어요. 저와 남동생 복신은 부모님이 돌아 가시자 비로소 사비성으로 올라갔지요!... “;

어느 사이에 흐느낌이 멈추고 귀실복녀의 음성이 똑똑하게 들린다; “부친이 아예 성씨를 촌스럽게 귀실’(鬼室)로 바꾸어서 살았기에 사비성에서 우리 남매는 귀실복녀귀실복신으로 살았어요. 나는 운이 좋아 백제의 젊은 장군 유수(劉秀)공과 결혼하고 동생은 오덕상단에 들어가서 호위무사로 일했어요. 그 다음 이야기는 며느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이지요!... “.

영특한 오해미는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전부 알아들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이야기이다. 자신은 결혼할 때에 남편 유기룡이 그저 백제의 장군 유수의 아들인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집안의 비사를 듣고 보니 그것이 아니다. 복신 형부는 백제의 국왕 부여의자의 사촌동생이고 남편 유기룡은 위덕왕의 손자 부여산의 외손자인 것이다.

그러나 이웃에게 그 말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해미가 다음과 같이 시모 귀실복녀와 남편 기룡에게 말한다; “저는 집안의 비사를 남에게 발설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그저 가슴에 묻고 백제의 장군 유수공의 며느리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두 분은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백제의 가까운 왕족이라는 사실만은 명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귀실복녀가 고개를 끄떡인다. 유기룡은 총명한 아내가 고마워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도 당신과 같이 현명한 며느리를 얻게 된 것을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이야기는 처가식구들에게 일체 비밀로 해주시기 바래요!... “.

그와 같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기룡 부부와 귀실복녀 3사람은 한가족이 되어 등주에서 잘살고 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나고 이듬해 6515월이 되자 오덕상단이 다시 등주에 들어온다. 그 상단과 함께 오덕 부부가 산동반도에 들어온 것이다.

오덕 부부는 상단과 함께 가장 먼저 등주에 있는 오덕관에 들린다. 무역선에 싣고 온 물품을 오덕관에 보관하기 위하여 짐을 수레에 실어서 그곳 창고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상단이 들어오게 되면 행수들이 일꾼들과 함께 바쁘다. 일년에 4차례 곧 2월초, 5월초, 8월초, 11월초가 그러하다;

행수 오해미는 오덕관에서 들어온 물품을 순서대로 창고에 입고하기에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서 상단의 주인 오덕 부부는 딸이 빨리 일을 마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날 무역선이 도착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유기룡이 번왕부에서 조퇴하여 오덕관에 들러 그 모습을 확인한다.

행수 오해미는 바쁘지만 유기룡은 그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가 오덕 부부에게 다가가서 큰절부터 하면서 말한다; “제가 작년에 따님 오해미와 결혼한 사위 유기룡입니다. 장인 장모님께 이제서야 절을 올리게 됩니다”.

오덕 부부는 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사위의 절부터 받고 있다. 그러나 두사람은 너무나 흐뭇하다. 유기룡의 모습을 보니 미남자에 매우 총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덕이 말한다; “반갑네, 사위, 참으로 반가워!... 이제서야 우리 부부가 이곳을 찾아오게 되어 미안하네… “;

역시 사위사랑은 장모인가 보다. 오덕의 부인이 손수 유기룡의 손을 잡아서 일으키면서 말한다; “오해미의 배필이 이와 같이 준수하다니!... 해미가 남편복이 있구만, 호호호… “.

3사람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대충 큰 일을 마친 행수 오해미가 그때서야 친정부모님을 찾아온다. 그들은 그날 참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유기룡은 장인 오덕과의 대화를 통하여 백제왕실과 귀족사회에 관하여 어떠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