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5. 07:49

7세기의 2233(손진길 소설)

 

서기 650320일을 좌룡(左龍) 유기룡은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날 산동번의 천부장 유기룡이 백제의 왕자 부여연(扶餘演)과 함께 장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제의 대사 여자신(餘自信)의 저택에서 토번제국의 명문거족 가르(, , 喝爾) 가문의 젊은이 가르친링(論欽陵)을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여자신의 장안 저택은 나름대로 백제의 대사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대사 여자신은 당나라 말은 물론 토번의 말도 구사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유능한 외교관이다. 대사 여자신이 왕자 부여연과 토번의 젊은 귀족 가르친링 사이에서 그들의 대화를 통역하고 있다.

당시 새신랑인 유기룡의 나이가 26살이고 왕자 부여연의 나이는 30세이다. 그런데 두사람이 보기에 처음 만난 가르친링20대 중반의 나이로 보인다. 따라서 부여연가르친링에게 말한다; “여자신 공이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귀하를 만나게 됩니다. 초면에 실례지만 귀하께서는 30살인 저보다 젊어 보이십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르친링이 껄껄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렇지요. 제 나이가 올해 26살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이 맞지요, 하하하… “. 그 말에 부여연이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하기야 작금의 당나라 황제 이치도 21살에 즉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귀하가 26세의 나이에 토번제국의 실력자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하하하… “;

젊은 가르친링이 웃음을 거두면서 백제의 왕자 부여연에게 질문한다; “멀리 백제에서 바다건너 산동반도로 그리고 당의 수도 장안까지 와서 저를 비밀리에 만나고자 하신 이유가 무엇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왕자 부여연이 역시 웃음을 거두고 진중하게 대답한다; “지금의 당 황제는 신라를 가까이 하는 한편 우리 백제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신라와 연합하여 동쪽에 있는 고구려와 우리 백제를 침략할지 모릅니다. 그때에는 토번제국이 동방으로 원정을 떠난 당의 빈틈을 보고서 서쪽에서 공격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그 말에 가르친링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과거에 당 태종이 북쪽의 동()돌궐을 정복하고자 원정을 떠났을 때에 우리 토번은 동쪽으로 영토를 확장하였지요. 그 다음 그가 고구려를 치고자 동북면으로 원정을 떠났을 때에도 우리는 영토를 확장할 수가 있었어요. 그러니 당나라가 또다시 동방원정에 나선다고 하면 우리는 그때에도 영토를 확장할 것입니다!… “.

젊은 가르친링이 너무나 대답을 쉽게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왕자 부여연이 신중하게 질문한다; “그것은 그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까? 아니면 토번제국의 공식적인 입장입니까?... “.

그 말을 듣자 가르친링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 가르 가문은 토번제국의 동쪽에 영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그 옛날 한나라가 망하고 삼국이 정립되어 있을 때에 서쪽의 ()나라가 수도로 삼고 있던 성도(成都)의 서남부 사천지방이 지금 우리 가르 가문의 영지의 중심지이지요. 따라서… “;

잠시 숨을 돌리면서 젊은 가르친링부여연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 옛날 촉나라 제갈공명이 삼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동쪽의 위나라를 계속 공격하였듯이 과거 촉나라의 서부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가르 가문도 토번제국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라와 계속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 말을 듣자 왕자 부여연이 아주 신중하게 질문한다; “그렇다고 하면 당의 조정은 당신의 가르 가문을 아주 적대시하고 있겠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대는 적국의 수도인 장안을 활보할 수가 있지요?... “.

그 말에 가르친링이 웃으면서 말한다; “물론 서로 영토분쟁을 할 때에는 전시이며 적대적이지요. 그렇지만 평시에는 서로 사신단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저는 월초에 정식 사신단의 일원으로 장안에 들어왔지요. 그러나 지금은 외가인 왕부에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제가 더 이상 가르 가문의 친링이 아닙니다. 당의 공주 집안의 자손이니 왕부의 외손이지요, 하하하… “;

부여연가르친링의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에게 물어본다; “어째서 그러한 이중신분이 가능합니까?... “. 그가 즉시 대답한다; “당나라는 동쪽의 바다를 제외하면 삼면이 온통 적국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따라서 당의 황실은 안보상 필요하여 많은 주변국들과 결혼동맹을 맺고 있지요… “;

잠시 숨을 돌리고나서 가르친링이 설명을 계속한다; “요컨대, 당나라의 대외정책은 채찍과 당근 두가지입니다. 그들은 잠재적인 적국이라고 하더라도 평시에는 혼인정책을 통하여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외가의 연줄로 장안에서 활동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들어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자 부여연이 추가로 질문한다; “그러다가 가르 가문과 당나라 사이에 갑자기 전쟁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신병이 위험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

그 말에 가르친링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때에는 당의 인질이 되지 아니하기 위하여 즉시 국경을 넘어 탈출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당의 장안에 들어와 있을 때에도 항시 당 조정의 눈치를 보는 한편 우리 토번제국의 군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

정작 가르친링이 백제의 왕자 부여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나타난다; “이곳 장안에서 저는 여러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멀리 동쪽에 떨어져 있는 고구려, 백제, 신라, 왜에 대한 정보는 장안에 거주하고 있는 당나라의 무역상과 고위관리에게서 얻는 것이 편리하지요. 사실은 그 일 때문에 제가 은밀하게 자주 장안에 들리고 있습니다만… “;

그제서야 부여연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귀하가 이곳에서 일종의 정보수집을 하고 있는 것이군요. 그것이 토번제국을 위해서나 가르 가문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일이겠군요. 그렇다면 가르 가문은 토번제국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까?... “.

사전에 부여연은 대사 여자신을 통하여 가르 가문과 토번 왕가와의 관계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다. 그것은 가르 가문에서 대대로 토번제국의 재상을 맡고 있으며 토번 왕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르 가문의 지지가 없으면 토번의 왕이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를 왕자 부여연이 젊은 가르친링의 입을 통하여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때 가르친링의 대답이 다음과 같다; “토번의 왕은 서쪽의 수도 라사에서 다스리고 가르 가문의 수장은 동쪽 청인에서 영지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토번제국에 있어서는 왕이 황제이고 우리 가문의 수장이 재상입니다. 그리고… “;

가르친링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지금은 저의 부친 가르통첸(薛東贊) 재상직을 맡고 있지요;

 저는 재상 가르통첸 차남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친형 가르친네(論贊悉若) 집안의 장자이므로 훗날 부친의 뒤를 이어 재상이 되겠지요. 또 하나… “.

그 다음 가르친링의 설명은 부여연이 듣기에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교활한 당제국은 우리 토번제국의 팽창을 막기 위하여 혼인정책을 여러 방면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토번제국의 황제에게는 당 황제의 딸인 황녀를 아내로 주고 우리 가르 가문의 수장에게는 당 황제의 조카딸인 공주를 아내로 보내주고 있지요… “.

그 말을 듣고서 부여연이 생각해보니 당의 황녀나 공주가 백제의 왕비로 온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하면 부여의 국력은 당의 황제가 보기에 토번제국의 국력과 비교할 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비록 3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백제이지만 그 군사력은 당제국 입장에서는 미미한 것이다.

더구나 백제는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이다. 그와 달리 토번은 당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 옛날 삼국시대의 촉나라가 중원의 위나라에 큰 위협이 되듯이 오늘날의 토번제국의 존재가 당제국에 있어서는 그러한 위협요인인 것이다;

대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가르친링부여연에게 말한다; “오늘 뜻밖에 백제의 왕자를 만나서 양국간의 소상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옛날 촉나라 땅에 있는 우리 가르 가문을 한번 방문해 주시지요. 서로 당의 위협에 맞서는데 있어서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치적인 안목과 안보적인 시각이 뛰어난 젊은 가르친링이다. 대사 여자신의 통역을 통하여 그와 같은 제안을 받자 30세의 부여연이 활달하게 자신의 뜻을 밝힌다; “당장은 주어진 임무 때문에 귀하의 영지를 방문하지 못하지만 훗날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그때에는 부디 홀대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더 젊은 가르친링이 백제의 왕자 부여연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오늘 저의 형님을 만난듯이 좋았습니다. 한번 저의 가문을 방문하시지요. 제가 성심성의껏 대접하겠습니다. 부디 바다건너 백제까지 잘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왕자 부여연이 헤어지기 전에 배석을 하고 있던 천부장 유기룡 부부와 집사 주천웅가르친링에게 소개한다. 가르친링은 일일이 읍을 하면서 3사람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오해미를 보고서 말한다; “왕자님의 소개말씀을 듣고 보니 백제에서 가장 큰 상단의 행수이시군요. 기회가 되시면 저희 토번제국에도 들리셔서 교역하시지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

행수 오해미여자신의 통역을 통하여 대답한다; “참으로 감사한 제안입니다. 제가 귀국하면 상단의 주인이신 부친에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가까운 가르 가문의 중심지 청인지방부터 방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당시에는 젊은 가르친링의 초청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들은 알지를 못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나자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들은 토번의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이 미래지사는 당장은 전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라는 것이 훗날 참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