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1(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2. 06:52

7세기의 2231(손진길 소설)

 

그렇게 산동번에서 서기 6501월 하순에 유기룡 천부장의 결혼식이 있고 나자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백제 사비성에서 귀한 손님이 그곳 번왕부로 오고 있다. 그 손님이 바로 백제국왕 부여의자(扶餘義) 4남인 부여연(扶餘)이다. 백제의 왕자 부여연이 방계 왕족인 번왕 여몽(餘夢)과 비밀회담을 한다;

그 결과 번왕 여몽이 은솔() 벼슬에 올라 있는 사령관 곡나진수(谷那晋首)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장군, 당나라 조정의 움직임이 수상하여 그 실태를 파악하고자 고국 백제에서 부여연 왕자가 직접 이곳을 방문하였어요. 그러니 장군은 유능하고 믿을 수 있는 천부장을 골라 그 호위를 맡도록 조치해주세요. 적정을 탐지하는 것이니 비밀리에 일을 진행해주세요!... .

곡나진수 장군은 믿음직한 제자 유기룡(劉起龍) 천부장의 생각이 가장 먼저 나지만 신혼인 그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좀 걱정스럽다. 따라서 집사 주천웅(朱天雄)과 그 문제를 상의한다. 그러자 주집사가 한참 생각을 한다.

그 다음에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장군님, 그 문제라면 제가 함께 따라가서 유기룡 천부장 부부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들 신혼부부가 당나라의 수도 장안구경을 하는 것으로 꾸민다면 오히려 일이 쉽겠습니다. 제가 부여연 왕자님을 신혼부부의 친척으로 변장하게 하고 동행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

듣고 보니 그것이 묘수이다. 따라서 곡나 장군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동의한다. 그리고 집사 주천웅에게 다음과 같은 밀명을 준다; “주 집사, 장안에 가게 되면 백제의 대사(大使)로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솔 여자신(餘自信) 대감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이요. 그러면… “.

은솔 곡나진수가 목소리를 낮추어서 은밀하게 집사 주천웅에게 당부한다; “장안에서 왕자 부여연이 어떻게 활동할지 일정표를 작성할 때에 반드시 현지사정에 능통한 여자신 대감의 지시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세요. 30세의 젊은 부여연 왕자가 자칫 과욕을 부려서 행동하게 되면 장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요. 그 점을 명심하도록 하세요!... “;

거기까지 당부하고 나서 장군 곡나진수가 껄껄 웃으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부여연 왕자에 대한 경호문제는 전적으로 천부장 유기룡이 맡아서 할 것이니 크게 염려할 것이 없을 것이요. 내 제자인 유 부장의 무예가 출중하니 말이요, 하하하그러면,  주 집사 잘 부탁합니다!... “.

역시 사령관 곡나진수의 심복은 주천웅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각별한 당부를 곡나진수가 제자인 유기룡이 아니라 집사인 그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졸지에 의자왕 10년인 서기 650 3월 중순에 유기룡 부부가 장안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귀추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부여연 일행은 장안에 있는 당나라 조정에서 과연 무엇을 탐지하게 되는 것일까?... 이제부터 그 점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그들 일행이 당제국의 수도인 장안(長安)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이 백제의 대사(大使)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솔 여자신(餘自信) 대감이다. 고국에서 4왕자 부여연이 당의 장안에 도착하였으므로 일행이 대감 여자신의 저택에 도착하자 대사가 예의를 갖추어 백제국왕의 특사로 방문한 부여연 왕자에게 신하의 절부터 올린다.

그것을 보고서 왕자 부여연이 말한다; “대사께서는 개인적으로 나의 친척이십니다. 그러니 그렇게 깍듯이 예를 차리지 아니하셔도 됩니다. 그저 편하게 저를 대해주십시오”. 부여연이 번왕부에서 번왕 여몽으로부터 대사 여자신이 사실은 왕족의 후예임을 벌써 들어서 알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개인적으로 친밀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왕자 부여연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 함부로 그렇게 대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왕가의 핏줄에서 멀어져 있기에 성씨마저 이제는 부여씨를 버리고 여씨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겸양의 말씀을 올린다; “왕자전하, 그저 왕가의 일족에 불과한 소신이 어떻게 그렇게 처신할 수가 있겠습니까?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부여연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대감께서 그것이 편하시다고 하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래, 이곳 장안에서는 당나라의 조정이 우리 백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여자신이 간략하게 대답한다; “작년에 당 태종이 서거하고 그의 아들이 황제가 되었는데 그는 부황과 달리 우리 백제나 고구려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두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당 태종이 워낙 강력한 황제였기에 그 아들이 그러한 위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지요. 아직은 국내적으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하기에 바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

여자신이 잠시 말을 멈추고서 30세의 젊은 왕자 부여연을 쳐다본다. 그리고 왕자를 수행하고 있는 천부장 유기룡과 집사 주천웅을 둘러본다. 그 다음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9남인 이치(李治)가 지금의 황제입니다. 그는 21세의 젊은 나이라서 그런지 선황의 후궁이었던 무비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

여자신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황제가 최근에 그녀를 궁으로 다시 불러 자신의 후궁으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조정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황제는 그녀가 개인적으로 선황과 잠자리를 하지 아니하였기에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신들의 강력한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

그 말을 듣자 부여연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것을 보고서 대사 여자신이 얼른 화제를 바꾼다; “당 태종이 북쪽의 돌궐제국과 전쟁하여 국토를 크게 넓혔습니다. 그러나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그만 군사력이 약화되고 말았습니다. 그 틈에 서쪽의 토번과 남쪽의 만족이 당나라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나라는 지금 고구려나 우리 백제에 크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형편입니다!... “;

그 말에 부여연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질문한다; “그런데 어째서 당의 황제는 우리 백제조정에서 보낸 외교사절에 대하여 그렇게 홀대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때로는 신라를 공격하지 말라고 우리 국왕에게 공공연히 친서(親書)까지 보내고 있으니 그것은 어떻게 된 일이지요?... “.

중요한 질문이다. 따라서 대사 여자신이 새삼스럽게 왕자 부여연을 쳐다보면서 신중하게 대답한다; “그것은 작년부터 당나라조정이 신라를 우대하고 우리 백제를 홀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신라의 김춘추당 태종 말기에 일종의 비밀 동맹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관련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

그 말을 듣자 부여연이 다시 질문한다; “만약 지금의 당의 황제 이치(李治)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고 또한 군사력을 강화하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

그 말에 대사 여자신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그때에는 당나라 군대가 두곳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첫째가 토번이고 둘째가 고구려가 될 것입니다. 신라가 아무리 당나라 조정을 설득하더라도 우선순위는 장안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토번의 세력을 물리치는 것이지요!... “.

부여연이 그 말을 듣자 고개를 크게 끄떡이고 있다. 그 정도의 정보수집과 국제적인 정세판단이면 이곳 장안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대사 여자신에게 말한다; “대사, 그동안 장안에서 수고가 크십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면 당나라 조정의 움직임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서 우리 백제조정에 알려주세요. 그리고 이곳에서 제가 만나볼 인물이 따로 없겠습니까?... “.

여자신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왕자님, 격려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분부하신 그대로 당의 조정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서 본국조정에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신의 생각으로는, 이곳에서는 두 인물을 만나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사람은 백제에서 이곳 당나라에 와서 오래 머물고 있는 스님 도침(道琛)입니다. 또 한사람은… “;

스님 이야기가 나오자 부여연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번 물어본다; “스님 이야기를 제가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 말에 대사 여자신이 웃으면서 말한다; “제가 만나보니 뚜렷한 정견이 있는 인물이라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분명히 그 승려의 이야기를 들으시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

그 말을 듣자 알겠다는 의미로 부여연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대사 여자신이 이어서 말한다; “또 한사람은 이곳에 와있는 토번제국의 사신단 가운데 일원입니다. 그자는 토번의 명문거족인 가르씨 집안 사람입니다. 왕자님께서 국제정세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그 말에 부여연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 “좋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한번 만나보도록 하지요. 언제쯤 그들을 만날 수가 있지요?”. 대사 여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말한다; “제가 직접 주선하여 빠른 시일내 만나볼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니 왕자님께서는 며칠 이곳 장안에 머무시면서 두루 이곳 저곳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사 여자신의 말 대로 왕자 부여연 일행은 대사 여자신의 저택에 머물면서 열흘 정도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의 시장과 문물을 살펴본다. 중원의 서쪽에 치우쳐 있는 장안은 국제도시의 면모가 뚜렷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상인들이 많이 보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상품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백제의 왕자 부여연은 특히 서역에서 건너온 물건들에 관심이 가고 있다. 그 점은 왕자를 수행하고 있는 천부장 유기룡 부부와 집사 주천웅 역시 마찬가지이다. 며칠 후 그들이 스님 도침과 토번제국의 인물을 만나게 되면 과연 어떠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