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2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0. 05:39

7세기의 2229(손진길 소설)

 

다마구릉성으로 되돌아간 가눌치 사령관과 책사 책귀는 그때부터 한달동안 투항한 군사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기에 바쁘다. 그리고 전쟁포로를 재교육하여 번왕부의 군대로 편성하는 일이 바빠서 나중에 야마토로 개선하겠다는 뜻을 번왕 부여용에게 전한다. 동시에 강호성에서 취한 귀중품을 번왕에게 전리품으로 먼저 보내고 있다;

그와 같은 조치는 책사 책귀가눌치 사령관을 보호하기 위한 책략이다. 그대로 멋모르고 야마토 번왕부로 개선하였다가는 어떠한 흉계에 빠질지 모르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게 되는 사람이 전공을 크게 세운 상장군 가눌치와 책사인 책귀 장군이다.

그들의 놀라운 능력을 시기하는 대신들이 번왕부에서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야심가 부여풍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그 점을 미리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느라고 책사 책귀는 서쪽에 있는 방계왕국을 도모할 작전계획을 세울 여유가 전혀 없다. 그러한 안타까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만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어느덧 해가 바뀌어 서기 650년이 되고 한달이 지나 2월달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번왕국의 수도인 야마토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뒤로 미룰 명분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요코하마로 불리고 있는 다마구릉성에서 책사인 책귀 장군이 사령관 가눌치 상장군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책귀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다; “각하, 한달동안 4만명의 전쟁포로를 집중적으로 정신교육하고 군사 훈련시킨 후에 전원 우리 군대에 편입하였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쓸 만한 장수가 상당수 있어 그들의 무예와 학문을 모두 평가한 후에 우리 군대의 장수로 배치하였습니다. 그리고… “.

 책귀는 잠시 말을 끊고 가눌치 사령관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신중하게 설명을 계속한다; “앞으로 전향장수의 전공을 보고서 원칙적으로 별다른 차별없이 모두 승진의 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상장군 각하께서는 원정군으로 사용할 수 있는 43천명의 대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

책귀 장군이 잠시 숨을 쉬고서 천천히 가눌치 사령관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가눌치 사령관 역시 나직하게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책귀 장군, 나는 상관없으니 할말을 다 하도록 하세요. 그래 군부의 최고책임자인 내가 43천명의 대군을 이끌고 개선하게 되면 번왕부의 반응이 어떠할 것 같습니까?... “;

그 말을 듣자 책사인 책귀가 조용히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고로 말씀을 드리자면 열해성에 3, 다마구릉성에 6, 강호성에 6천명의 군사를 벌써 수비군으로 배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의 군사를 별도로 그곳에 둘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 많은 군사를 전부 야마토로 이끌고 갈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소장의 생각으로는... “.

책귀의 말을 가눌치 사령관이 경청하고 있다. 그의 귀에 놀라운 책귀 장군의 작전내용이 들려온다; “차라리, 전장에 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여기 다마구릉성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고구려 식민지왕국의 성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허락만 하신다면 소장이 전쟁의 빌미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

가눌치 상장군의 귀가 번쩍 뜨이고 있다. 그가 속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책귀 장군의 책략이 바람직하다. 야마토 번왕부에 돌아가보아야 감시의 대상이 될 따름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시 전장에 나가는 것이 좋다. 그래, 전장에서 살고 전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가장 무인다운 일이지, 허허허… “;

이제 46세가 된 가눌치 상장군의 눈에 언뜻 습기가 머무는 것 같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책사 책귀의 눈에도 이슬이 맺히려고 한다. 가슴이 아프기는 두사람이 매한가지이다. 놀라운 전공을 세웠기에 장래가 크게 염려가 되고 있는 그들이다. 그런데 무인이란 그 결심과 결단이 빠르고 정확하다.

따라서 가눌치 사령관이 애써 웃으면서 말한다; “좋아요, 좋아! 책귀 장군, 우리 그렇게 한번 시도해봅시다. 우리가 갈 방향은 서쪽의 야마토가 아니라  북쪽의 고구려 식민지왕국이지요. 한번 다시 전장으로 달려가봅시다!... “;

가눌치 사령관의 결단이 있자 책사인 책귀는 늦은 시간이지만 부관 사오리를 전령으로 보내어 절친 무영 장군을 자신의 집무실로 부른다. 그리고 그가 미리 생각해둔 전략을 무영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무영아, 방금 상장군 각하의 허락을 얻었다.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전이다. 그러므로 무영이 너의 실력을 한번 믿어보아야 하겠다!... “.

무영책귀가 밤시간에 그것도 은밀하게 부탁을 하자 상당히 긴장한다. 그렇지만 그는 절친 책귀를 누구보다 믿고 있다. 따라서 여유를 되찾아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책귀야, 걱정하지 말고 작전보따리를 풀어보아라. 내가 멋지게 성공할 테니까!...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여기 다마구릉성의 북서쪽에는 큰 호수와 높은 산이 있어. 거기에 고구려 식민지왕국의 큰 산성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이 서호산성’(西湖山城)이야. 그 산성이 서쪽에서 오는 적을 막는 가장 주요한 요새이지. 그런데… “;

갑자기 말을 끊고 책귀무영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무영이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조용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우리가 그 산성을 차지해야 배후를 걱정하지 아니하고 고구려의 식민지왕국을 정벌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러므로 무영이 네가 그 산성의 군대를 이곳으로 끌고 오는 미끼가 한번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

무슨 말인지 무영 장군이 금방 알아 들었다. 왜냐하면, 그는 책귀와 사비성 귀족동네에서 같이 자란 죽마고우일 뿐만 아니라 10년간이나 곡나 도장에서 무예를 함께 수련한 동창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비성에서 무과에 동시에 합격한 후에는 전방인 동부전선에서 5년간 신라군과 싸운 전우가 아닌가!...

따라서 무영이 씨익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귀야, 그것이 무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나 조심스럽게 말하냐?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소규모의 군대를 끌고가서 그들에게 시비를 걸고서 냅다 이곳으로 도망을 하마. 그러면 그들이 나를 추격하여 자연히 우리의 국경을 침범하게 되겠지!... “;

그 말에 책귀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다. 그러면 되고 말고, 하하하그것을 빌미로 하여 나는 대군을 이끌고 서호산성으로 쳐들어가마. 우리 그렇게 하여 한번 이곳에서 전쟁을 일으켜보자고. 그것이 좋아! 우리는 개선을 해보아야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할 운명이니까! 그것이 백 번 낫지, 하하하… “.

무영도 따라서 웃고 있다. 두 친구 곧 우룡(右龍)으로 불리고 있는 책귀우호(右虎)로 불리고 있는 무영이 함께 손을 잡으면서 웃고 있다. 그들이 앞으로 그곳에서 어떠한 파란을 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한편 그러한 미묘한 시점인데 새해 들어 하루는 부관인 사오리가 상관인 책귀 장군에게 은밀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장군님, 작년 649년에는 너무나 많은 전공을 세우셨어요. 우리 번왕부를 옥죄고 있던 직계왕국을 완전히 정복하는데 있어서 책사님의 작전계획이 가장 큰 힘이 되었지요. 그런데… “.

책귀 장군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서 부관 사오리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 한다; “그런 만큼 금년 새해에는 부디 자중하시고 그저 조용히 숨 고르기를 하셔야 합니다. 무릇 자질이 너무 뛰어나면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니까요!... “;

진심으로 책사인 책귀 자신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면서 책귀가 대답한다; “맞는 말이요. 사오리 백부장의 말 그대로 내가 처신에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할께요. 그런데 큰 공을 세운 그대를 내가 오십부장에서 겨우 한 계급 승진을 시켜주고 말았으니 그것이 미안하군요!... .

그 말에 사오리 백부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백부장이 된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책귀 책사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 더 좋아요. 책사님으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 많거든요!... .

그 말을 듣자 책귀사오리에게 개인적으로 질문한다; “그동안 업무에 바빠서 내가 사오리 그대의 신상이야기를 한번도 듣지 못했어요. 내게 이야기를 해줄 수가 있겠어요?... . 그 말에 사오리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한다; “좋아요. 저도 정직하게 한번 말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

책귀가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 무엇이 이 여인을 이토록 강한 무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 사오리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저는 본래 강호성에서 큰 무술도장을 운영하고 있던 관장 사일명의 딸입니다. 그런데 10년전에 그곳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지요!... .

사오리가 잠시 책귀의 얼굴을 쳐다보고 말을 계속한다; “이웃왕국 고구려 식민지에서 유명한 무인이 은밀하게 저희 도장을 방문하여 아버지에게 도전을 했지요. 순수한 무술가였던 아버지는 여러 제자들 앞에서 그 자와 대련을 했어요;

 그런데 그만 그 자의 암수에 걸려서 목숨을 잃고 말았지요!... .

그 말에 책귀가 깜짝 놀라서 묻는다; “어떤 수법에 당한 것이지요?... . 사오리가 즉시 대답한다; “대련 도중에 은밀하게 무색의 가루약을 살포한 것이지요. 그 약에 취하게 되면 힘을 쓰지 못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사전에 해독약을 복용한 자는 멀쩡해요. 그 점을 이용하여 그 자는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아예 목숨을 빼앗고 만 것입니다… “.

어이가 없는 일이다. 책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사오리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 일에 충격을 받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무남독녀인 저는 그 원수를 갚고자 그때부터 훌륭한 무예선생을 찾아 천하를 떠돌게 되었지요. 4년간 무예를 연마한 다음에 이곳 번왕부에 들어와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이제부터이다; “제가 그 자의 정체를 파악해보니 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 자가 바로 고구려의 식민지왕국에서 큰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장군 유일청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목표는 이곳 번왕부의 힘을 빌려서 장차 장군 유일청이 있는 그 성을 함락시키는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책귀가 조용히 부관 사오리에게 말한다; “잘 들었어요. 내가 별로 힘은 없지만 그래도 사오리 그대의 한을 풀어주도록 할게요. 함께 노력해봅시다. 반드시 이곳 ()의 땅에서 고구려의 식민지왕국을 전부 정복하게 될 것입니다!... .

그와 같은 약속을 얻게 되자 그때부터 사오리책귀를 오라버니로 생각하고서 모든 정성을 바쳐서 그를 섬기게 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자신이 가진 절기의 상당부분을 부관 사오리에게 전수한다;

 그들은 전방에서 생활하면서도 무예수련을 결코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있다;

 과연 두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