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2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8. 06:28

7세기의 2227(손진길 소설)

 

백제 의자왕 9년인 서기 649년 마지막 달 12월 중순에 훗날 가마쿠라(鹽倉)로 불리게 되는 넓은 들판에서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려고 한다. 동쪽 구릉지대 높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계왕국의 4만명 군사들이 공격진형을 갖추면서 서서히 연맹왕 부여장(扶餘長)의 공격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번왕부의 가눌치 사령관이 총지휘를 하고 있는 군사는 2만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3천명의 군사를 열해성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임시성주 일석 장군이 3천명의 군사로 포로 7천명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염창지역에서 가눌치 사령관의 군대는 지형적으로 상당히 불리하다. 왜냐하면 적군이 동쪽의 고지대 구릉지를 선점하고 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쪽의 저지대 평지에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두 진영이 기마병을 앞세우고 격돌하게 되면 번왕부의 군대가 필패(必敗)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점을 현장에서 깨닫고 있는 가눌치 상장군 휘하의 장졸들은 마음속으로 동요와 공포를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는 적성을 하나씩 공격하여 쉽게 얻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책사 책귀의 비책을 사용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한 조짐이 없다!… ‘.

번왕부의 군사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의 전투는 확연히 다르다. 쌍방이 기마대를 앞세워 한꺼번에 충돌하게 된다. 그때에는 고지대를 선점하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 그리고 백병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쪽수가 많은 쪽이 이긴다. 그런데… “.

그들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결국 두가지가 전부 불리한 우리는 여기서 모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책사인 책귀 장군은 미동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인가? 그도 이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인가?... “.

그 반면에 적장인 부여장부여신은 의기양양하다. 그들이 내심 생각하고 있다; ‘알고 보니, 번왕부의 가눌치 사령관은 바보로군.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면 필패라는 사실도 모르고 낮은 저지대 평지에서 기마전을 대비하고 있으니 말이야!... ‘.

연맹왕인 부여장은 자신만만하다. 따라서 속으로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대오가 완전히 갖추어지면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일제히 밀어버려야지, 하하하이번의 결전으로 번왕부의 군대는 지상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야, 하하하... ‘.

그렇게 생각을 굴리고 있는 바로 그때에 놀라운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그것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을 타고서 갑자기 화마(火魔)가 발생하여 빠른 속도로 구릉지역을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지대 구릉지에서 대오를 갖추고 있던 부여장부여신의 군대가 순식간에 강한 불길을 피하기 위하여 우왕좌왕한다;

기마대의 군마(軍馬)들이 먼저 날뛰고 있다. 뜨거운 불길이 접근하자 군마들이 본능적으로 도망치기에 바쁜 것이다. 말위에서 기마병이 아무리 고삐를 세게 당겨도 소용이 없다. 군마들이 기마병을 내팽개치면서 불길을 피해 달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

그것을 보고서 부여장부여신이 큰 목소리로 외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전군은 그대로 대오와 상관없이 언덕 아래로 질주하라. 그곳에 적군이 있다. 그들을 칼과 창으로 모조리 도륙만 하면 된다!... “. 그 명령에 따라 군마가 별로 없는 장졸들이 그대로 아래로 돌진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가눌치 상장군이 외친다; “진형을 바꾼다. 미리 연습한 대로 긴 창 부대가 일렬로 서서 큰 방패를 앞세우고 한꺼번에 적의 군마와 보병을 찔러라. 여러 원형의 밀집대형이 그 뒤를 엄호하라. 빠져나오는 적들을 원형부대가 칼과 창으로 모조리 도륙하라. 이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

가눌치 사령관의 장담이 맞다. 진형이 흐트러지고 군마가 많이 달아나버린 적병들이 언덕 아래로 밀고 나왔지만 그들은 번왕부 원정군의 방패진형을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긴 창에 찔려서 무수히 목숨을 잃고 있다. 일부가 적의 가로밀집대형을 뚫고 나가고 있지만 그들은 여러 개의 원형대형에서 뻗어 나오는 긴 창에 다시 찔리고 마는 것이다;

그때 더욱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동쪽의 언덕 위에 갑자기 번왕부의 기마대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 동쪽에서 화공을 실시한 무영 장군의 기마부대이다. 무영 장군은 화마가 일단 구릉지를 휩쓸고 지나가자 그때를 노려서 구릉지를 넘어와서 적의 배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전후 양쪽에서 공격당한 부여장부여신의 군대는 제대로 대항 한번 하지 못하고 무기를 버리고 있다. 그렇지만 부여장부여신은 무기를 버리지 아니하고 최후까지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장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많은 장수들이 끝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그 뒤를 따르고 만다.

그때 책귀 장군이 급하게 소리친다; “이미 지휘부가 무너졌다. 너희들의 연맹왕과 성주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니 저항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빨리 완전히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항복을 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다!... “.

그 뒤를 이어 가눌치 상장군이 소리를 친다; “그렇다. 항복하면 내가 너희들을 모두 살려줄 것이다. 나는 번왕부의 원정사령관이다. 빨리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 그 소리를 듣자 끝까지 저항하려고 하던 적들이 일시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다.

책사인 책귀는 전군에게 즉시 적들을 사로잡고 그 수를 파악하라고 지시한다. 그 결과 3만명이나 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 장군이 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에게 진언한다; “사령관님, 평야에서의 결전이었기에 부득이 1만명의 적군이 전사하고 우리 군사도 5천명이나 희생되었습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전투입니다. 그 상처를 빨리 치유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당장 전사자들을 매장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가눌치 사령관이 전군에게 지시한다; “빨리 전사자를 매장하라. 그리고 포로들을 신분에 따라 분류하라. 그 다음에 두개의 적성을 점령하기 위하여 출발할 것이다!... “.

그곳 전장에서 다마구릉성이 크게 멀지가 아니하다. 그 성에는 1천명 정도의 수비병만이 남아 있다. 그것을 보고서 가눌치 사령관이 재빨리 전령을 보내고 있다;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부여신 성주와 그의 군대는 대패를 하였다. 이제는 너희들이 항복할 차례이다. 투항하는 자에게는 최대한의 정상참작을 할 것이다!... “.

성을 지키고 있던 수비대장 하진 천부장이 번왕부의 군대가 1만 5천명이나 되는 것을 보고서 즉시 항복한다. 가눌치 사령관은 다마구릉성을 접수하고 그 성에서 전군에게 하룻밤의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한다.

그 다음 가눌치 상장군이 책사 책귀 장군을 불러서 의논한다; “책귀 장군, 그대의 책략이 이번 결전을 승리로 만들었어요. 내일은 부여장이 통치하고 있던 강호성을 접수하기 위하여 출발해야 합니다. 앞으로 전후처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그 말을 듣자 책귀 장군이 자신의 복안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먼저 제3장군 세오(細吾)를 다마구릉성의 임시성주로 임명하시고 그의 휘하군사 3천명을 이곳에 남겨두십시오. 그리고 천부장 하말(河末)을 장군으로 승진시켜 이 성의 수비대장으로 삼고 그에게 3천명의 군사를 맡겨 주시지요. 그 이유는 하말 장군이 세오 성주와 함께 우리가 사로잡은 3만 8천명의 적군을 이곳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그 말에 가눌치 사령관이 고개를 끄떡이며 책귀 장군의 얼굴을 계속 쳐다본다. 그의 귀에 책귀의 그 다음말이 들려온다; “내일 이곳을 출발하면 9천명의 우리 군대는 이틀만에 강호성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곳에는 2천명 정도의 수비대가 성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벌써 우리의 척후대가 전서구로 보고를 해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

용의주도하다. 벌써 적성의 수비군의 수를 파악하고 있는 책귀 장군이다. 그가 이어서 설명한다; “강호성을 접수하는 것은 다마구릉성의 선례에서 보듯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한가지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4명에 달하는 적군을 재교육시키고 우리의 군대에 편입하는 문제입니다… “.

 책귀 장군의 결론이 다음과 같다; “그 일이 가장 중요하기에 우리는 강호성을 임시성주와 수비대장을 뽑아 그들에게 맡기고 빨리 다마구릉성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이곳에서 포로를 완전히 분류하고 재교육시킨 다음에 천천히 야마토로 돌아가시지요. 소장이 보기에는 그것이 안전합니다!...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은 책귀가 안전이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다. 따라서 그가 급히 물어본다; “책귀 장군, 어째서 당장 번왕부의 도성 야마토로 개선하지 아니하고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가? 그 이유가 무엇이지?... “.

그 질문에 책귀가 조용히 가눌치 사령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다음에 그가 작은 한숨을 쉬고서 말한다; “우리 군부는 무령왕의 직계 자손들이 다스리고 있던 6개의 성을 모조리 정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실로 대단한 전공이지요. 그 공은 유능한 사령관 상장군 각하께서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

갑자기 책귀가 말을 끊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서 말한다; “이제 개선하게 되면 상장군 각하를 견제하는 문신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들이 터무니없이 각하를 폄하할 때에 번왕 전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실까요? 무릇 왕국의 최고지도자인 국왕은 자신보다 백성들의 칭송을 더 크게 받는 신하를 그냥 둘 수가 없는 법입니다. 저는 그 점이 벌써 염려가 됩니다!... “;

그 말을 듣자 45세의 가눌치 상장군이 25세에 불과한 책사 책귀 장군의 눈을 한참 응시한다. 그 다음에 무겁게 입을 뗀다; “책귀, 그대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 그 말에 책귀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제가 각하의 편에 서고 있기에 그러한 미래지사를 말씀드린 것이지요. 부디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랍니다!... “;

그 말을 들은 가눌치 상장군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책귀에게 말한다; “잘 알겠네. 그대의 진언을 명심하여 내가 반드시 살아 남을 것이야. 나는 당대에 그 옛날 무령대왕의 야마토제국을 재건할 수만 있다고 하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야. 책귀, 그대의 진심에 내가 감사하네!... “.

그와 같은 깊숙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들은 오늘날 요코하마로 불리고 있는 다마구릉성에서 1박을 한 다음에 9천명의 군대를 이끌고 오늘날의 동경인 그 옛날 강호성으로 출발한다. 그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