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25(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5. 17:28

7세기의 2225(손진길 소설)

 

큰 섬 ()에 있어서는 일찍이 동해 바다를 건너온 도래인들이 그 섬을 나누어서 지배하고 있다. 주로 고구려인들은 본섬의 북동부를 식민지로 삼고, 신라인들은 본섬의 북서부를 그들의 식민지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해양민족인 가야인들은 오래전부터 왜의 큐슈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 나머지 지역 곧 본섬의 남부 및 시코쿠 지역을 백제인들이 차지하여 지배하고 있다. 그들 도래인들이 한반도에서 선진문명을 가지고 바다를 건너 왜로 왔기에 미개한 원주민들은 그들을 아스카(飛鳥) 문명인이라고 불렀다. 마치 철새가 날아오듯이 그렇게 바다를 건너 문명을 가지고 왔다는 의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선진문명을 가지고 왜의 남부지역을 지배한 나라가 역사적으로 백제이다;

 그런데 서기 500년경 백제의 왕자 부여융이 큐슈 지역을 정복하여 야마토제국을 형성한다;

 그는 부친 동성왕이 백제에서 피살되자 본국으로 건너가서 내분을 수습하고 이듬해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그가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위대한 무령대왕이다.

그런데 무령대왕이 523년에 타계하자 야마토제국에서 그만 분열이 발생하고 만다. 서부지역에서 반란이 발생하여 방계에 속하는 백제의 왕자들이 독립하고 만 것이다. 그러자 무령왕의 직계왕자들이 결속하여 동부지역을 지키고 있다.

훗날 그것을 보고서 백제의 의자왕이 지차인 4명의 왕자를 파견하여 자체적으로 백제의 번국을 건설하도록 조치한다;

 그러나 의자왕 9년 곧 서기 649년이 될 때까지 백제의 번국은 야마토(大和)로 불리고 있는 오늘날의 나라시()에 국한되고 있다;

그러한 시기 곧 6493월에 본국 백제에서 무장 책귀무영이 왜의 번국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3월말 왜의 번왕부에 전입신고를 한 천부장 책귀와 무영은 5월부터 무령왕의 직계들이 다스리고 있는 지역을 정복하기 위하여 원정에 참여하게 된다.

8월말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3차례의 원정에서 번왕부의 군대는 전부 승리하게 된다;

 오늘날 오사카, 교토, 고베로 불리고 있는 중요한 3개의 성을 정복한 것이다. 그 전공을 인정받아 책귀무영은 일약 장군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9월 중순이 되자 번왕부의 책사인 책귀 장군에게 놀라운 첩보가 날아들고 있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번왕부에서 다음 원정예정지로 삼고 있는 동부의 성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부 3성의 성주들이 서로 군사적으로 연합한 것이다;

열해(熱海) 성주 부여태(扶餘太)다마구릉(多摩丘陵) 성주 부여신(扶餘)이 합의하여 강호() 성주 부여장(扶餘長)을 연맹왕으로 추대하고 그와 연합하였는데 책귀가 판단하기로는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부여장의 영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직계왕국의 3명의 성군 부여종(扶餘宗), 부여황(扶餘皇), 부여장(扶餘長)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군주가 부여장이다. 병고성주인 부여종은 지진을 피하여 바다로 탈출하다가 죽고 말았다. 그리고 평안성주인 부여황은 적에게 투항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부여장3개성의  연맹왕으로 추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백제의 번왕부가 벌써 직계왕국의 3개성을 차지했다. 그러므로 막강해진 번왕부의 원정군을 상대하자면 동부 3개 성주들이 군사적으로 하나로 통합하고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이 옳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첩보내용을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책사인 책귀는 내심 중얼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의 원정은 전부 적성을 각개격파한 것이다. 이제는 그 방법이 아니라 3개성의 연합군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공성작전과는 판이하게 전투양상이 달라진다!… “;

책귀가 깊이 생각한다; “배수진을 친 그들과 넓은 들판에서 결전을 치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크게 보아 두가지이다; 하나는, 결전지역의 고지를 미리 선점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적의 유인술에 넘어가지 아니하고 적의 매복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진을 미리 탐색하고 사전에 지형지물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

그와 같이 판단한 책귀 장군이 그 점을 반영하여 원정계획안을 수립하여 상장군 가눌치에게 보고한다. 보고를 받자 가눌치 상장군이 지시한다; “책귀 장군은 지금부터 적진을 탐색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세요. 그곳 지리에 밝은 간부를 선발하여 군사용지도를 만들도록 하세요”.

가눌치 상장군의 지시가 옳다. 책사인 책귀는 동쪽에 있는 3개성의 지리에 밝은 자를 먼저 물색한다. 다행스럽게도 천부장 1사람, 백부장 2사람, 오십부장 3사람이 그 지역에 연고권을 지니고 있다. 그 이름이 천부장 하말, 백부장 오다육리, 오십부장 구월, 전전, 그리고 사오리이다.

그 가운데 오십부장 사오리는 미혼여성이다. 그렇지만 무예실력이 상당하고 군경력이 5년이나 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 장군이 그녀를 자신의 부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3개 정찰조를 구성한다;

(1)  1조는 조장이 천부장 하말이고 조원이 오십부장 구월전전이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동쪽의 열해성 지역을 탐색하고 군사용지도를 만들도록 한다.

(2)  2조는 백부장 오다육리가 공동조장이다. 두사람은 휘하의 군사 중 필요한 인력을 차출하여 다마구릉성 지역을 탐색하고 역시 군사용지도를 만들도록 한다.

(3)  3조는 조장이 책귀 장군이다. 그는 부관 사오리를 데리고 연맹왕 부여장이 다스리고 있는 강호성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정찰과 지도작성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적에게 잡히게 되면 만사가 허탕이다. 따라서 자신의 몸은 자신이 보호할 수 있도록 책귀 장군이 무영 장군에게 협조를 구한다. 무영장군이 책귀를 비롯한 정찰조를 모아 놓고 보름동안 특수훈련에 들어간다. 그가 익히고 있는 인자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10월초에 그러한 준비가 끝나자 정찰 3개조가 은밀하게 번왕부를 벗어나서 적진으로 잠행한다. 책귀는 아예 부관 사오리와 부부처럼 꾸미고 백제의 패물을 파는 장사치로 변장을 한다;

 그 물품은 오덕관에서 미리 사둔 것이다;

야마토에서 강호성까지는 12백리길이다. 그냥 걸어서 가기에는 시일이 너무 걸린다. 따라서 상단의 행수와 호위무사로 변장한 책귀사오리는 아예 말을 타고 달린다. 말이 4마리나 된다. 두 필에는 그들이 타고 두 필에는 물건이 실려 있다. 그렇게 빨리 달리는데도 강호성에 도달하기까지 무려 4일이나 걸린다;

번왕부에 있을 때에 책귀는 부관 사오리에게서 강호성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투리를 상당히 배웠다. 그 이유는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자면 아무래도 말씨가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십부장이며 부관인 사오리의 성장지가 강호성이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이는 책귀 장군이 25세이다. 사오리가 한살이 적은 24세이다. 그러므로 신혼부부로 변장을 하고 행세하니 안성맞춤이다. 두사람이 말을 끌고 두 필의 말에 백제의 고급물품을 싣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강호성의 문지기 두 병사가 질문한다; “어디서 오는 장사치입니까?”;

순간 책귀는 긴장을 한다. 그런데 사오리가 일부러 남편역할을 하고 있는 책귀의 팔을 끼면서 대답한다; “저희들은 백제물건을 싸게 팔고 있는 객점까지 먼 길을 가서 고급품을 사오는 길입니다. 이 성의 귀부인들에게 팔면 큰 이문이 남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번에 들린 것이지요!... “;

생각보다 사오리의 언변과 섭외 솜씨가 뛰어나다. 그녀가 언제 준비했는지 품에서 백제의 고급 화장품을 두개 꺼내어 그것을 두명의 문지기 병사에게 슬며시 주면서 말한다; “이 성에서 물건을 팔면 어차피 큰 이문이 남을 것이니 이것은 견본삼아 두 분이 부인들에게 가져가서 선물로 주세요. 이곳 왜에서는 귀한 물건이랍니다!... “.

백제 사비성에서 생산한 화장품 백분이다. 그것이 최상급임을 성문지기 두사람이 짐작한다. 따라서 갑자기 극히 호의적으로 변한다; “좋소이다. 통과하시오. 그리고 이문을 크게 남기기 바랍니다. 귀부인들이 분명 좋아할 것입니다, 하하하… “.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자 책귀가 새삼스러운 눈길로 오십부장 사오리를 바라본다. 젊은 처녀가 전투경험이 있고 무예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재주가 비상한 것이다. 그녀의 출신성분이 무엇이기에 그러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두사람은 성내의 주막에서 부부행세를 하면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리고 낮에는 두 마리의 말을 몰고서 성내 대갓집을 찾아다니면서 백제의 고급품을 판매한다. 두사람은 이번 정찰을 떠나기 전에 오덕관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그 판매가와 효능을 정확하게 배우고 익혔다.  

그 덕분에 책귀사오리가 장사치로 행세하는 것이 크게 어색하지가 아니하다. 물건을 팔러 다니면서 책귀사오리는 두가지 사항을 은밀하게 파악하기에 사실은 바쁘다; 하나는, 성내의 구조이다. 성주의 저택의 위치와 군량미 창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4개 성문의 위치와 수비군의 수를 대충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귀부인들이 서로 나누고 있는 대화이다. 혹시 귀중한 정보가 우연히 흘러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쪽에 정신을 팔고 있지만 백제상품이 생각보다 너무 잘 팔린다. 그냥 두면 몽땅 떨이가 될 것만 같다. 그것을 보고서 사오리가 얼른 일부를 따로 보관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책귀가 빙그레 웃고 있다. 그녀의 속셈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급한 순간에 적병에게 그것을 주고서 환심을 사고자 하는 것이다. 용의주도한 여인이군. 이제부터 바깥으로 나가서 지형지물을 두루 살펴야 하는데 그러한 뇌물을 사용하면 위험한 순간을 쉽게 모면할 수 있겠구만!... ‘.

책귀사오리와 함께 그 일을 어지간히 마치고 한달만에 번왕부 야마토성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 2개조도 전부 도착하여 있다. 그때부터 그들은 정보를 서로 나누고 그 다음에 군사용지도를 함께 작성한다. 그 일이 얼추 끝나자 벌써 11월 중순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번왕부의 군부는 언제 다시 원정에 나서게 되는 것일까?... ;

그리고 이번의 전투는 그 양상이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