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2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6. 14:30

7세기의 2226(손진길 소설)

 

11월 하순 어느 날 저녁에 번왕부의 책사인 책귀 장군이 은밀하게 군부사령관 가눌치 상장군의 집무실을 방문한다. 미리 부관 사오리를 보내어 사령관과의 비밀면담을 요청하였기에 가눌치 상장군이 퇴청하지 아니하고 장군 책귀를 기다리고 있다.

그 자리에서 책귀 장군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연다; “상장군 각하, 동쪽에 있는 직계왕국 3개성의 연합군을 격파할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지금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대단히 내밀한 작전이므로 성사가 될 때까지 완벽한 비밀유지가 필요합니다!… “;

그럴 줄 알고 사령관이 벌써 부관들을 모두 바깥으로 내보낸 상태이다. 그 자리에서 책귀가 설명을 시작한다; “다음 원정에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23천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적들의 연합군은 3만명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따라서 다른 변수가 없이 그대로 강대강으로 넓은 들판에서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가 불리합니다. 그에 따라…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사령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면서 책사 책귀의 설명에 계속 귀를 기울인다. 그의 귀에 놀라운 책귀 장군의 책략이 들려온다; “비밀리에 가장 동쪽 가까이에 있는 열해성(熱海城)을 우리가 차지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제가 무영 장군과 함께 침투조를 편성하여 11월말 그믐에 열해성으로 잠입하고자 합니다… “;

가눌치 사령관이 책귀의 얼굴을 쳐다본다. 책귀가 조용히 설명을 계속한다; “50명 정도의 침투조가 먼저 열해성주 부여태(扶餘太)를 해치우고 서문을 열 것입니다. 그때 은밀하게 숲 속에 숨어있던 우군이 일시에 성안으로 쳐들어와야 합니다. 기마병을 앞세운 우리 군사 1만명 정도이면 충분히 적성을 손에 넣을 수가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

가눌치 사령관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질문한다; “일단 열해성을 손에 넣은 다음에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 그 말을 듣자 책귀 장군이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 병력 23천명을 전부 열해성에 집합시켜 강호성주(江戶城主) 부여장(扶餘長)이 지휘하고 있는 연합군과 자웅을 결할 생각입니다. 소장이 판단하기로는… “.

드디어 책귀의 입을 통하여 세밀한 작전내용이 공개가 된다; “적장 부여장(扶餘長)부여신(扶餘信)3만명에 가까운 병력으로 우리 군을 상대하고자 할 것인데 그때에는 전장(戰場)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서 전투에 돌입하겠지요. 구체적으로 분석하자면… “.

유능한 책사인 책귀가 예상하고 있는 전장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그 전장은 십중팔구 열해성(熱海城)다마구릉성(多摩丘陵) 사이에 있는 구릉 지대입니다. 그것도 구릉의 모습이 동고서저’(東高西低)이겠지요왜냐하면, 적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곧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힘차게 한꺼번에 쳐 내려오는 것이 가장 유리하니까요!...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상장군이 즉시 질문한다; “책귀 장군,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즉시 대답이 들려온다; “지난번 저희 척후조가 적지를 샅샅이 탐색하여 작성한 군사용지도에 따르면, 그러한 지형이 2군데입니다. 그러므로 사전에 적들이 은신할 수 있는 고지대의 동편에서 우리 군사들이 하나의 공격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은… “.

가눌치 사령관은 들으면 들을 수록 심오한 것이 책귀 장군의 비책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2군데의 지형은 하나같이 동편으로 바다가 가까운 지점입니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산지의 바람보다 우세합니다. 그 점을 감안하여 우리의 매복부대가 동편에서 서편으로 불길이 번지도록 화공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

그 말을 듣자 가눌치 상장군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좋아요, 좋아. 참으로 좋은 작전이군! 고지대에 숨어 있는 적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나면 우리 군이 불길을 피하고 있는 적들을 섬멸하는 것이군. 그야 말로 제갈공명도 울고 갈 만한 놀라운 계책입니다, 하하하… “.

세부적인 작전계획이 가눌치 사령관의 승인을 얻고 있다. 따라서 다음날 책귀 장군은 무영 장군을 불러 함께 특수군을 편성한다. 지난번 정찰에 나갔던 천부장 하말, 백부장 오다육리, 오십부장 구월, 전전, 그리고 사오리 등을 모두 동원한다. 그들을 포함하여 사전에 인자술을 배운 장졸을 불러모은다.

비밀작전계획에 따라 밤중에 책귀무영은 그들 50명의 특수부대를 이끌고 동편에 있는 열해성 가까이 이동한다. 그들은 서편의 산지에 은신하고서 이제는 가눌치 사령관이 1만명의 원정군을 이끌고 오기를 기다린다. 무사히 조우를 하게 되자 그믐밤을 이용하여 그들 특수부대가 적성으로 침투한다;

지난번 천부장 하말(河末)이 적진 상황을 탐색하여 마련한 지도가 상당히 유용하다. 따라서 그들은 열해성주 부여태가 잠자고 있는 숙소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무영10명의 인자들과 함께 지붕으로 올라가서 그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성주와 간부들을 일시에 독침으로 암살한다;

그들이 지붕에서 마치 고양이처럼 내려오자 책귀는 모든 특수부대원을 이끌고 서문으로 이동한다. 열해성에서는 그날 밤 적의 침입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50명의 성문지기 숙직병사만이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들을 마치 표범처럼 덮치고 있는 자들이 바로 책귀무영의 인자(忍者)부대이다;

한밤중이 지나 축시(丑時)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열해성의 서쪽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바깥 어두운 구석에서 소리도 없이 대기하고 있던 1만명의 번왕부 군사들이 기병을 앞세우고 성문안으로 돌진한다;

 열해성 내의 적병들은 미처 전투를 치룰 태세가 정비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그날 밤 번왕부의 원정군은 날이 새기 전에 열해성을 장악하고 마는 것이다. 성주인 부여태와 그의 부관들이 모두 사전에 피살되고 말았으므로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열해성이 가눌치 사령관의 손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승전보가 번왕부의 도성 야마토에 날아들자 제9장군 구지(舊地)와 제10장군 시강(侍强)이 휘하의 군사들을 이끌고 도성을 수비한다. 그 밖의 모든 장졸들은 열해성으로 이동한다. 책귀가 계산한 그대로 번왕부의 원정군은 23천명이다.

그런데 열해성에서 사로잡은 적군의 수가 무려 7천명이나 된다. 그것을 보고서 책귀가 이번에 사로잡은 적장 해라(海羅)에게 질문한다; “열해성에서 부여장이 지휘하고 있는 연합군에 파견한 군사의 수가 어느 정도인가?... ”.

해라가 살기를 체념했는지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5천명이다. 하지만 연맹왕 부여장은 벌써 총동원령을 발동하여 4만명의 군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평야에서 대규모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너희들은 결코 우리의 연합군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책귀 장군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잘 들었다. 해라장군, 그대의 말이 옳다. 우리 군사의 수가 그들보다 적으니 평야전투가 벌어지면 우리가 패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열해성을 손에 넣었지만 그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 그렇지만 전쟁은 한번 붙어보아야 실제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한번 지켜보세요!... “.

그 말에 적장 해라가 깊은 생각에 빠지고 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자가 책사인가? 놀라운 인물이군.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노장인 내가 단숨에 패하다니!... 먼저 열해성을 기습하여 차지하고 평야에서의 결전에 대비하는 것을 보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이거 어떻게 한다?... “.

한편 열해성이 하룻밤에 번왕부의 원정군에게 넘어갔다는 급보를 듣게 되자 부여장이 크게 놀란다. 적들이 열해성으로 이동하여 오면 그 다음에는 다마구릉성강호성만이 남게 된다. 성주 부여신과 연맹왕인 부여장 자신들이 무조건 그들의 전진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투마당은 어디가 좋을까?...

사전에 현명한 군주인 부여장은 열해성 가까운 구릉지 하나와 다마구릉성에 가까운 구릉지 하나를 염두에 두고서 지형을 세밀하게 살핀 바가 있다. 그 가운데 그는 열해성 가까운 구릉지 보다는 다마구릉성에 가까운 구릉지가 더 마음에 들고 있다.

그 이유는 소금창고’(鹽倉)로 불리고 있는 그 지역에는 동쪽에 커다란 구릉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래 들판을 향하여 일제히 공격하면 적군은 그 기세에 눌려서 허둥대다가 급기야 사분오열이 되고 말 공산이 큰 것이다;

따라서 훗날 왜인들이 가마쿠라라고 부르고 있는 그 지역에서 부여장이 지휘하고 있는 직계왕국의 마지막 군대와 번왕부의 대규모 원정군이 처참한 결전을 하게 된다. 그 전투에서 승리하는 측이 장차 야마토제국을 재건하는 위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서기 64912월 중순에 실제로 그 처절한 전투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열흘 전에 책사인 책귀 장군은 무영 장군을 불러서 하나의 비책을 이야기한다; “무영아, 너는 휘하의 군대를 이끌고 이곳에서 동쪽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가마쿠라의 동쪽 구릉지 그 너머로 비밀리에 이동해라. 멀지 아니하여 그 아래 넓은 들판에서 큰 전투가 발생할 것이다… “.

책귀가 마치 미래의 전쟁을 눈에 보듯이 무영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전투가 발생하기 전에 그 동쪽 언덕에 주둔하고 있는 적군을 향하여 화공을 가하도록 해라. 바다 쪽에서 그 방향으로 큰 바람이 불고 있으므로 화공을 가하기에 수월할 것이야…. 네가 성공하게 되면 이번 마지막 전투에서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얻을 수가 있다!... “;

과연 책귀 장군의 예상대로 그렇게 훗날의 역사가 흘러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