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24(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4. 07:56

7세기의 2224(손진길 소설)

 

오명(吳明) 대행수는 번왕부가 있는 야마토(大和)에 머무르는 동안에 숙소를 오덕관(吳德館)으로 정하고 있다. 큰 규모의 객잔인 오덕관2층 건물인데 1층은 식당이고 2층에는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담장이 높은 오덕관의 뒷마당에는 큰 창고가 여럿이다;

백제에서 제일가는 상단인 오덕 상단은 당나라 및 왜국과 교역을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있는 백제의 산동번(山東藩) 등주(登州)오덕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곳 ()에 있는 백제의 왜번(倭藩)의 도성인 야마토에도 역시 오덕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 객잔의 이름은 오덕 상단의 주인 오덕(吳德)의 이름을 딴 것이다. 따라서 본국 백제에 있는 오덕 상단의 왜번 지사라고 볼 수 있는 그곳 오덕관에는 요즈음 대행수 오명과 그의 두 조카딸 곧 오덕의 막내딸인 오해미오나미가 머물고 있다.

지난 3월말에 야마토에 도착한 그들 3사람은 본국 백제에서 가지고 온 상품을 6월 중순에 거의 다 팔았고 이제는 왜국에서 생산한 물품을 구입하여 7월초에 다시 백제의 사비성으로 되돌아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상세한 이야기를 책귀는 동무인 무영을 통하여 듣고 있다. 지난 619일에 번왕부를 방문한 오명과 오해미 및 오나미를 만난 무영은 그때부터 5일 동안 매일같이 책귀에게 그 상단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책귀는 빙그레 웃고 있다.

사실 그 시기에 책귀는 두번째 원정에 나설 준비를 하느라고 매우 바쁘다. 그는 처녀 오해미오나미를 만나서 사귈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처녀와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사적으로 나누고 있는 무영 천부장이 동무 책귀에게 그 동안의 경과를 재미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무영 천부장은 시간만 나면 야마토에 있는 오덕관을 찾아가서 그녀들과 이야기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녀들이 백제의 사비성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날이 자꾸만 다가오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있는 무영은 오해미의 동생인 오나미를 마음에 두고서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있다;

차제에 무영은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그녀에게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영오나미에게 설명한다; “저보다 15살 나이가 많은 형님이 한 분 있어요. 친형 무송(無宋)은 왕도 사비성의 근위대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지요. 그리고 형수님은 거상 왕호(王虎)의 딸 왕설화(王雪花)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오나미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저희 상단 다음으로 규모가 큰 왕호 상단의 따님이시군요. 그렇지만 부친이 근위대장 무상(無常) 장군이시고 모친이  귀족 중의 귀족인 사택가문 출신이라 그 결혼에 대해서는 반대가 심했겠어요!... “.

그 말에 무영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왕설화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대하다가 나중에는 승락하셨어요. 왜냐하면, 형님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

 잠시 말을 멈추고 오나미를 바라보다가 무영이 확실하게 말한다; “저는 백제 거상의 딸인 오나미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제가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이번에도 저의 어머니는 형수 왕설화의 경우와 같이 승낙할 것으로 저는 믿어요!... ”.

그 말을 듣자 오나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저는 2살위의 친언니가 오해미입니다. 우리 자매는 무척 친해요. 그러므로 결혼을 함에 있어서도 언니가 먼저 결혼하고 그 다음에 제가 결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

오나미의 결심이 다음과 같다; “언니가 먼저 결혼하는 것을 보고서 제가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 그것은 오나미의 마음에도 무영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집안에서 언니를 제치고 그녀가 결혼을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오나미가 백제의 사비성을 다녀온 다음에 다시 야마토에 들리게 되면 그때에 확실한 답변을 하겠다는 것이다. 용의주도한 그녀이다. 그렇지만 무영은 궁금하다; ‘그때가 언제일까?... ’. 따라서 무영이 단도직입적으로 오나미에게 물어본다. 그녀가 한참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애초 저희 자매의 계획은 사비성으로 돌아가서 그 다음에는 산동번 등주(登州)로 가는 상단(商團)을 따라가려고 했어요. 숙부인 오명 대행수님이 그렇게 하자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러니 다시 이곳으로 오는 것은 숙부님을 따라 아마도 내년 3월경이 될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무영이 말한다; “확실히 내년 3월경에 온다고 하면 나는 기다릴 수가 있어요. 아무쪼록 그 사이에 언니의 혼처가 결정되고 오나미 당신도 나와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이곳으로 오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이곳으로 오는 상단은 없습니까?... “.

그 말에 오나미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왜 없겠어요! 저희 오덕 상단에는 한꺼번에 큰 규모의 3개 상단이 움직이고 있어요그 첫째가, 숙부 오명 대행수님이 이끄는 상단이지요. 둘째가, 큰 오빠 오상수 대행수가 이끄는 상단이고요. 셋째가 작은 오빠 오정수 대행수가 이끄는 상단이예요. 참고로… “;

오나미의 말에 무영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그녀가 복잡한 가족관계를 설명한다; “큰 오빠 오상수 대행수는 사실 우리 자매와는 어머니가 다르지요. 왜냐하면, 그 모친이 아버지의 작고한 전처이니까요. 그리고 큰 오빠 오상수에게는 친()누님이 한 분 있는데 상단의 호위대장 귀실복신의 아내이지요. 그런데… “.

무영은 그녀의 설명을 빠뜨리지 않고 듣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다. 갑자기 오나미가 웃으면서 말한다; “오덕 상단의 주인인 아버지와 큰사위인 형부 복신은 모두 무예가 뛰어나답니다,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무장인 무영이 크게 흥미를 느끼고 질문한다; “어째서 거상인 오덕 옹께서 그토록 무예가 출중하시지요? 그리고 그 아들인 오빠들의 무예수준은 어느 정도이지요?... “.

이번에도 오나미가 호호라고 웃으면서 즉시 대답한다; “오빠들도 무예가 출중하지요. 그런데 저의 친오빠인 오정수 대행수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 형제들의 무예는 그저 무과에 합격할 수준이지만 부친과 호위대장의 실력은 백제에서 손꼽을 정도라고 했어요, 호호호… “;

그 다음에 무영오나미의 모친에 대하여 물어본다; “오나미, 당신의 모친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그녀가 이번에는 웃지 않고 대답한다; “어머니는 달솔 충상의 여동생 충효주입니다. 사비성의 귀족가문 출신이지요… “.

무영은 비록 거상이기는 하지만 홀아비인 오덕이 귀족가문의 사위가 된 것이 흥미가 있어서 오나미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그녀가 부연설명을 한다; “상처한 아버지가 우연한 기회에 큰 사찰로 가는 길에 왈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귀족의 딸을 구해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

잠시 숨을 쉬고서 그녀가 이어서 설명한다; “무예가 뛰어난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그 덕분에 큰 봉변을 면하게 된 그 처녀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해요. 그래서 귀족가문의 딸인 그녀가 아버지를 자주 찾아오게 되었어요!… “;

오나미가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한다; “어머니는 거상이며 무예가 뛰어난 아버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어요. 그렇지만 귀족가문이기에 친정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무척 공을 들여서 그분들의 허락을 얻었다고 해요. 결혼을 하자 어머니 충효주에게서 오빠와 저희 자매가 태어났지요. 그런데 오빠 오정수는 저희보다 10살이나 나이가 많아요!... “.

오빠 이야기를 하다가 오나미가 부연설명을 한다; “어쨌든 저희들이 백제로 돌아가고 나면 금년안에 친오빠 오정수 대행수가 상단을 이끌고 이곳 야마토에 도착할 거예요. 그 편으로 제가 무영 천부장님께 안부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

그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무영625일 저녁 늦게 번왕부로 돌아온다. 그러자 그는 자신에게 가눌치 대장군의 명령이 떨어진 것을 책사인 동무 책귀 천부장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것은 내일 당장 물품을 싣고 휘하 1천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평안성에서 남쪽으로 30리 떨어진 산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책귀와 무영이 야마토의 번왕부에 도착한 시점이 백제 의자왕 9년 곧 서기 6493월말이다. 그런데 천부장으로 발령이 난 그들은 5월말에 제1차 원정을 떠나 오사카를 점령하였다. 그리고 7월에 들어서자 이제는 오늘날 교토로 불리고 있는 평안성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일이 7월 중순에 마무리가 된다. 그 이유는 상류에서 강물을 제방으로 모아 한꺼번에 그 둑을 터트리기 때문이다. 한 시진 만에 대규모 홍수를 만난 평안성이 그만 가눌치 사령관의 원정군에게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8월말에는 3차 원정에 나서서 병고성마저 정복한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파괴가 된 성을 이삭줍기한 것이다;

연 이은 3차례의 승전으로 가눌치 장군은 대장군을 거쳐 일약 상장군이 된다. 10명의 천부장은 전부 장군으로 승차한다;

특히 오늘날의 고베 곧 병고성의 성주가 된 제6장군 여상과 오사카의 성주가 된 제1장군 하다는 대장군이 되고 있다. 그와 같은 경사가 발생하자 책귀 장군과 무영 장군은 9월달을 야마토의 번왕부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기간 동안에도 책사인 책귀 장군은 무령왕의 직계인 부여장(扶餘長)이 다스리고 있는 동쪽의 성들을 정복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느라고 바쁘다. 그리고 이제는 따로 집무실을 가지게 된 장군 무영은 연일 연무장에서 장졸들의 무예실력을 격상시키기에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가을이 무르익게 되면 ()의 열도에서는 또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한편 지난 7월초에 백제 사비성으로 되돌아간 대행수 오명과 두 자매 오해미오나미는 언제 산동번이 있는 등주로 가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