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0(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1. 09:24

7세기의 2230(손진길 소설)

 

5. 대륙 산동번의 좌룡(左龍) 유기룡과 본국 백제의 좌호(左虎) 좌백

 

한편 작년 6497월초에 왜의 번왕부를 떠나 백제 사비성으로 되돌아간 오덕 상단의 오명()행수 일행이 그해 12월초에는 산동반도 등주(登州)에 있는 백제의 번왕부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번 왜번을 방문한 때와 마찬가지로 대행수 오명은 이번에도 조카딸인 오해미오나미를 대동하고 있다.

중국대륙의 동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백제의 번왕부가 지금은 강력한 중원의 통일왕조 대당(大唐)의 군사력 때문에 그 영토가 너무나 축소되어 있다. 산동반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등주지방을 관할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넓은 중원과 북쪽의 동()동궐까지 전부 지배하고 있는 대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백제의 번왕부는 그저 하나의 지방 호족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백제의 조정에서는 여전히 그 조그마한 번왕부를 산동번이라고 부르고 있다. 직전의 통일왕조 수나라 시대에도 산동반도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와 같은 속사정을 그곳 번왕부에서 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25세의 젊은 무장 유기룡이 익히 알고 있다. 그의 별호가 백제의 왕도인 사비성에서는 동무들로부터 좌룡(左龍)이라고 불리고 있었기에 걸출한 무인인 그는 그의 별호에 걸맞게 청운의 원대한 꿈을 품고서 이곳 대륙 산동번으로 바다를 건너왔다;

그러나 무장 유기룡이 지난 3월부터 11월말까지 당나라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염탐을 해본 결과 당제국의 군사력이 너무나 강력하다. 그들과 전쟁을 벌여서 번왕부가 영토를 넓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점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무장 유기룡이다.

그와 같은 상태에 있는 천부장 유기룡이 그해 12월초에 번왕부를 방문한 오덕 상단의 대()행수 오명(吳明)과 상단 주인 오덕(吳德)의 막내딸들을 우연히 만나고 있다. 그들을 보자 유기룡은 마음속으로 반갑다. 그의 외숙 귀실복신(鬼室福信)이 그 상단에서 호위대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복신(福信)이 상단의 주인 오덕(吳德)의 큰 사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귀실복신으로 보자면 장인인 오덕은 자신의 무예 스승이기도 하다. 오덕은 장사에도 수완이 있어 당대에 백제 제일의 부자가 되었지만 본래 그는 절기가 뛰어난 대단한 무예의 고수였다.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유기룡이 개인적으로 오덕의 딸인 오해미에게 슬쩍 귀실복신의 소식을 묻는다; “복신(福信) 호위대장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까?... “. 그 말을 듣자 오해미가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 형부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천부장께서는 어떻게 우리 형부를 알고 계시는지요?... “.

그 말에 유기룡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한다; “, 개인적으로 저의 가까운 친척입니다. 그래서 안부가 궁금하여 차제에 한번 여쭈어 본 것입니다”;

오해미가 이상한듯이 고개를 갸웃한다. 천애의 고아출신이라고 알고 있는 형부에게 가까운 친척이라고 하는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해미가 신중하게 물어본다; “복신 형부가 혈혈단신(孑孑單身)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가까운 친척을 만나게 되는군요. 구체적으로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 그녀는 묘한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물어보고 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들려온다; “사실은 저의 외숙(外叔)이십니다. 저는 그 분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이지요!”. 그 말을 듣자 오해미가 생긋 웃으면서 말한다; “듣고 보니 복신 형부님의 하나뿐인 조카 분이시군요. 제가 부장님의 성함을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

유기룡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 금방 대답한다; “, 저는 이곳 번왕부에서 천부장을 맡고 있는 유기룡입니다. 그런데 행수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유기룡은 그녀가 상단의 주인 오덕의 딸임을 벌써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호칭을 하려고 하니 그것이 어렵다. 그러므로 편하게 행수라고 부르고 있다.

유기룡의 질문에 오해미가 갑자기 여성스럽게 대답한다; ‘, 저는 오해미라고 합니다. 상단 주인 오덕의 딸입니다. 저의 언니가 바로 호위대장 귀실복신님의 아내입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저희들은 사형간이 되는 셈입니다, 호호호… “.

사형관계가 된다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듣자 유기룡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따라서 읍을 하면서 정식으로 인사한다; “이거, 사돈관계 사형인 줄 모르고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사돈 처녀로 잘 모시겠습니다!... “.

그 말에 오해미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말한다; “너무 그렇게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이곳은 백제가 아니고 바다건너 산동반도의 등주이지 않습니까? 호호호… “. 유기룡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뛴다. 그래서 자신의 오른손으로 얼른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애써 진정시키고 있다.

그날 번왕부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오해미가 천부장 유기룡의 집무실을 찾아와서 말한다; “저희 상단은 이곳에서 2달간 머물면서 교역을 하게 됩니다. 숙소가 이곳에서 별로 멀지 아니한 오덕관입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한번 들러 주시기 바랍니다!... “.

일종의 개인적인 초청이다. 유기룡은 조국 백제를 떠나온 지 10개월이나 되기에 사비성에서 온 사돈 처녀 오해미의 초청이 반갑다. 따라서 선선히 대답한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덕관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

그렇게 허물없는 사형관계로 만남을 가지게 되는 유기룡오해미이다. 그렇지만 12월 한달동안 유기룡이 무려 10번이나 오덕관을 방문하고 있다. 남이 보기에는 그저 사형 간에 이국 땅에서 친하게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사람의 감정은 그것이 아니다. 유기룡은 진작에 그녀 오해미를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런데 오해미유기룡이 사형이 된다고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그가 형부 복신의 조카이기에 그녀가 사돈 총각인 유기룡을 만나는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별로 문제가 없다. 그것은 분명 편하고 좋은 점이다.

그 반면에 그녀의 감정은 그것이 아니다. 자꾸만 유기룡이 마음에 들고 그에게 반하고 있다. 오해미유기룡을 또 만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하여 두사람은 혼인이 가능한 사이인가? 문제가 없을 것도 같고 어찌 생각하면 문제가 될 것도 같다. 그래서 그녀는 은근히 고민이 된다. 

오해미는 여동생 오나미와 무척 친하다;

 따라서 한번은 동생에게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말한다; “나미야, 나는 자꾸만 유기룡 천부장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그는 형부 복신 대장의 조카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해도 되는지 그것을 나는 모르겠다. 나미 네 생각은 어떠냐?... “.

오나미로서는 친언니 해미로부터 그러한 고민상담을 들어보는 것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다고 말하던 언니가 이제서야 좋은 상대를 만나고 있다. 하지만 그자가 사돈간인 사형이 된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지만 오나미는 개인적으로 언니를 응원하고 싶다. 따라서 별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언니, 그것이 걱정된다면 아예 여기서 살림을 차리면 되는 것이 아닐까? 사비성이 아닌 이곳에서야 사형 간에 결혼을 못한다고 누가 입을 대지는 아니할 것 같은데!… “.

동생 오나미의 대답이 크게 소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해미는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숙부 오명에게 말한다. 그런데 오명 대행수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이 조카딸에게 대답한다; “듣고 보니 복신 대장의 누나의 아들이구나. 그리고 성씨가 귀실이 아니고 씨이다. 그러니… “.

오명이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 “구태여 사형관계를 밝히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해미 네가 남자로 유기룡 천부장을 사귄다고 하더라도 말릴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보기에도 유기룡 천부장은 앞길이 창창한 무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숙부 오명 대행수의 대답을 듣고 나자 오해미는 용기가 생긴다. 따라서 그녀는 2달 동안 등주에 머물면서 적극적으로 유기룡과 사귀게 된다. 두사람은 한 쌍의 원앙새가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오명 대행수가 인편으로 사비성에 있는 형님 오덕에게 서신을 보낸다;

새해가 되자 1월 중순에 오덕의 답신이 등주의 오덕관에 도달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오해미의 인연이 그곳에 있다고 하니 오명 대행수가 혼주(婚主)가 되어 두사람의 혼례를 올려주어라. 나중에 우리 부부가 그곳을 한번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막내 오나미에게는 그녀의 편지를 벌써 왜의 번왕부 무영 장군에게 전해주었다고 말해주기 바란다. 이상”.

그 서신을 보자 대행수 오명은 상단의 주인인 오덕 형님의 속셈을 짐작할 것 같다. 따라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형님의 생각은 사비성의 시위대장 무상의 아들 무영장군을 막내사위로 삼는 것이 중요하구나. 따라서 나미의 언니 해미를 빨리 시집 보내려고 하는 것이야. 더구나… “.

역시 형의 생각을 잘 읽고 있는 동생 오명이다; “상대가 어찌 보면 사돈관계가 된다고 하니 그 점을 감안하여 아예 이곳 산동반도에서 혼례를 치루고 살림을 차리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이야! 과연 형님의 결정은 빠르고도 정확하구나. 역시 남는 장사를 하시는 무서운 분이시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허허허… “.

그와 같은 부친 오덕의 결정사항을 대행수 오명이 당사자인 오해미와 그녀의 동생인 오나미에게 전해준다. 그 소식을 오해미유기룡에게 전한다. 그 말을 듣자 유기룡이 한참을 생각한다.

그 다음에 그가 확실하게 답을 한다; “그렇게 합시다. 나는 오해미 그대와 이곳에서 살림을 차리고 살고 싶어요. 어차피 사비성에는 노모만이 계시는데 나중에 이곳으로 오시도록 제가 조치를 하겠습니다!... “.

오명 대행수는 1월하순에 서둘러서 오해미유기룡의 혼례식을 치루어 주고 2월초에 등주를 떠나 백제의 사비성으로 출발한다. 유기룡 천부장은 번왕 여몽과 사령관 곡나진수 장군의 축하를 받는다. 특히 집사 주천웅 부부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면서 혼례준비를 도와준다;

요컨대, 2호와 2룡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한 자가 좌룡(左龍) 유기룡이다. 그 다음에 이듬해 12월에 좌호(左虎) 좌백이 결혼하고 있다. 그리고 왜의 번왕부에서 장군으로 근무하고 있는 책귀무영의 결혼은 늦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두사람이 고구려의 식민왕국과의 전쟁에 동원이 되어서 많이 바쁘기 때문이다. 

유기룡오해미가 산동번의 번왕부에서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 서기 6502월부터 등주(登州)에서 살게 된다;

 그들 부부의 앞날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