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의 2호2룡(손진길 소설)

7세기의 2호2룡3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3. 2. 13. 08:02

7세기의 2232(손진길 소설)

 

서기 6503월 중순에 왕자 부여연(扶餘)이 대사 여자신(餘自信)의 주선으로 대사관저 사랑채에서 승려 도침을 처음으로 만난다. 부여연이 왕자의 복장을 하지 아니하고 평상복을 입은 채 도침(道琛)을 만나고 있다. 도침은 평범한 승려의 복장 그대로이다.

40세 정도로 보이는 스님 도침의 첫인상은 강인한 무인의 모습이다;

 왕자 부여연은 스님 도침이 마치 한사람의 무인처럼 느껴지자 그것이 이상한지 수인사가 끝난 다음에 그에게 묻는다; “스님께서는 혹시 무승(武僧)이십니까? 마치 검과 같이 예리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

그 말을 듣자 승려 도침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 왕자님도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소승은 부안(扶安)지역에 있는 사찰 개암사(開岩寺) 창건스님인 묘련(妙蓮) 대사의 제자입니다;

 스승님으로부터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을 배워 투철한 호국, 호법사상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소승이 무승인 것은 아닙니다, 허허허… “.

그와 같이 도침이 말하자 부여연 왕자는 그가 무예를 익히고 있는 무승이 아니라고 그만 생각하고 만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승려 도침은 일신상에 대단한 무예실력을 안으로 갈무리하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는 출가하기 전에 왕호 상단에서 호위부대의 백부장을 지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출가를 하고부터 승려 도침으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다. 자신의 출가 이전의 이력과 속세의 이름을 전부 흘러가는 시냇물에 내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그야 말로 불가의 제자인 것이다. 그러한 도침이기에 왕자 부여연 앞에서도 자신의 속세의 경력을 일체 입에 담지 아니하고 있다.

부여연이 그 다음 질문을 한다; “제가 스님을 만나 뵙고자 한 것은 당나라에 오래 머물고 계시는 스님께서 상당한 정치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비성에 돌아가기 전에 명심하여야 하는 좋은 말씀이 계시면 차제에 직접 듣고 싶습니다만… “.

그 말을 듣자 스님 도침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왕자 부여연을 쳐다보며 말한다; “허허, 왕자님의 춘추가 벌써 삼십이립’(三十而)으로 보입니다. 소승이 기껏해야 불혹()을 겨우 넘긴 나이인데 무슨 경륜이 있어 감히 말씀을 올리겠습니까? 그저 당나라에서 보고 느낀 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따름입니다, 허허허… “.

그렇게 겸손하게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승려 도침이다. 그런데 부여연이 듣기에 그날 도침의 식견이 대단하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중원천하를 통일한 ()()의 왕가는 그 조상이 선비족(鮮卑族)입니다. 그런데 그들 조상의 땅을 고구려(高句麗)가 차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수와 당은 숙명적으로 고구려를 정복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

그 말을 듣자 왕자 부여연이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도도한 승려 도침의 설명이 들려온다; “수나라는 100만명에 이르는 군병과 병참인력을 동원하고서도 결코 고구려를 정복하지 못했지요. 더구나 천하의 대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던 당 태종도 고구려와의 전쟁에서는 패배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 부여연은 생각에 잠기면서 승려 도침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때 도침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소승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수나 당은 수많은 적국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북면의 고구려를 정복하겠다고 하여 국경을 지키고 있는 군대를 많이 차출할 수가 없어요.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둘째

잠시 숨을 돌리고 도침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원정군의 수는 병참인력까지 합쳐도 최대 100만명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의 군사력으로는 절대로 고구려를 이길 수가 없어요. 그 이유는 고구려백성의 수가 400만명이나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고구려는 인구의 1할 곧 40만명의 장정을 군사로 동원할 수가 있어요. 군사전략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

부여연도침의 설명에 매료가 되고 있다. 도침의 정연한 이론이 전개된다; “성을 지키고 있는 40만명의 고구려군대를 이기자면 침략군은 적어도 그 3배가 되는 120만명의 대군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병참인력을 빼고 나면 수나 당의 원정군은 결코 50만명이 되지 아니하고 있지요. 그러니 공성작전에서 실패를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

승려 도침이 잠시 말을 끊고서 왕자 부여연이 열심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짧게 숨을 돌리고 곧바로 설명한다; “당제국이 고구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지금의 고구려는 반대파를 완전히 제거해버린 연개소문이 국가권력을 확실하게 독점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작전이 통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 부여연이 질문한다; “스님의 말씀은 만약 독재자 연개소문이 죽고 나면 고구려에 내분이 발생할 수가 있고 그때는 당나라가 고구려를 도모할 수가 있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렇다고 하면 아직 북방 고구려에서 연개소문이 건재하니 우리 백제는 당분간 당의 침략을 받을 일이 없겠군요!... “.

그 말에 승려 도침부여연의 얼굴을 다시 쳐다본다. 그리고 신중하게 말한다; “그런데 두가지의 변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신라와 당과의 밀월 관계입니다. 신라는 최근 10년 가까이 우리 백제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당의 황제에게 지속적으로 백제를 견제하여 달라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문제이지요. 또 하나는… “;

그 말을 듣자 부여연이 자신의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귀를 기울인다. 그에게 도침의 설명이 들려온다; “만약 백제내에 내분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에는 당과 신라가 동시에 쳐들어올 공산이 큽니다. 백제를 먼저 도모하고 나면 북방의 고구려를 정복하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무조건 내분의 조짐을 예방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

마지막 말을 할 때에 승려 도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점을 왕자 부여연이 눈치채고서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그리고 내심 생각한다; ‘이자 승려 도침이 어째서 이 대목을 강조하고 있지? 우리 백제왕국에 내분의 조짐이 있다는 것인가?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

부여연이 목소리를 낮추어서 은밀하게 질문한다; “스님께서 보시기에는 우리 백제왕국에 큰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저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이라 잘 몰라서 여쭈어 봅니다마는… “.

순간 승려 도침이 긴장한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허, 소승이 어찌 자세한 일이야 알겠습니까? 다만 사비성의 오래된 귀족들과 지방의 귀족들이 관직에서 많이들 물러나게 되어 그것이 유사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어 차제에 한 말씀 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허허허… “.

도침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왕자 부여연은 마음속에 한가지 짚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부왕이 적자인 아들들을 모두 좌평으로 임명하고 최근에는 서자인 아들들을 지방의 장관으로 계속 임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국왕의 정권장악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중앙과 지방의 귀족들에게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 오래된 귀족가문들이 누리고 있던 관직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변방으로 떠나가는 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벼슬을 빼앗긴 그들은 자신들의 사병을 유사시에 내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넷째 왕자 부여연은 내심 그것이 걱정이다. 그 점을 승려 도침이 은근슬쩍 지적하고 있는 것이리라!... 요컨대, 내부분열이 발생하면 내우(內憂)외환()을 불러들인다고 하는 말이다. 그 점을 차제에 깊이 인식하고 있는 부여연이다.

따라서 왕자 부여연이 설명을 마친 승려 도침에게 감사의 말을 한다; “스님, 제가 아주 유익한 말씀을 오늘 들었습니다. 배울 점이 많은 탁견이었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면 저에게 귀한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승려 도침이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변변하지 아니한 소승을 이렇게 불러 주시고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주셨으니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부처님의 가호로 우리 백제를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마지막 말을 하면서 승려 도침이 합장을 한다. 그것을 보고서 왕자 부여연도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인사를 한다. 그 장면을 보고서 그 자리에 합석을 했던 대사 여자신(餘自信)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스님, 감사합니다. 오늘 공양은 제가 하겠습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시고 돌아가시지요!... “. 그 말에 도침이 역시 합장을 하면서 말한다; “대사님, 감사합니다. 그러면 사양하지 아니하고 함께 식사를 하겠습니다”;

그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배석을 한 사람이 천부장 유기룡(劉起龍)  부부와 집사 주천웅(朱天雄)이다. 유기룡은 왕자의 호위를 위하여 그리고 주집사는 대화의 요지를 기록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유기룡의 처인 오해미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왕자 부여연오해미가 백제의 거상 오덕의 딸인 것을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오덕 상단에서 행수로 일한 그녀이기에 당제국의 문물에 밝은 것이다;

 그리고 상당한 학식을 갖추고서 국제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부여연이 배석을 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배려를 한 것이다.

유기룡은 그와 같이 배려심이 있고 포용력이 있으며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왕자 부여연이 마음에 든다. 따라서 그를 호위하면서 유기룡이 속으로 생각한다; “왕자 부여연과 같은 인물이 태자라고 하면 좋을 텐데... 그라고 하면 귀족들을 잘 포용하여 백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가 있을 터인데!... “;

그러나 백제 사비성의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10년째 통치하고 있는 56세의 국왕 부여의자(扶餘義慈)는 독선적인 인물이다. 특히 그는 신하들을 믿지 않고 귀족들을 멀리하고 있다. 오직 자신의 아들들을 대신으로 삼고 지방장관으로 삼아 왕권만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귀족들이 사비성을 버리고 자꾸만 지방 변경으로 떠나고 있다.

귀족들이 왕가와 척을 지고 있으니 조국 백제의 앞길이 위태로운 것이다. 그 점을 왕자 부여연이 절감하고 있고 그를 수행하고 있는 천부장 유기룡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들은 그것을 바로잡을 힘이 없다. 과연 백제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